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2/10/11 00:07:38
Name 해맑은 전사
Subject [일반] [미드] 엄브렐러 아카데미는?
엄브렐러 아카데미를 보신 분만 읽으세요.
너무 과도한 스포일러입니다.



































이건 무슨 내용일까. 슈퍼히어로 드라마가 아니었나? 특별한 능력의 아이들을 모아 세상의 종말을 막겠다는 계획을 가진 한 비범한 노인의 이야기 아니었나?.

세 번째 시즌의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는데, 이제야 조금씩 연출자의 내용이 이해된다. 사실 나만의 해석이다. 말이란 내 입 안에 있을 때 내 것이지, 내 입 밖을 나가면 모두의 것이 된다. 작품이나 작품에 대한 해석도 마찬가지다. 내 머릿속에 있을 때나, 내 것이지 타인에게 보임과 동시에 모두의 작품이 된다.

이 드라마는 관계에 대한 드라마다. 각자 능력이 다른 7명의 슈퍼히어로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피가 섞이지 않았지만, 형제자매로 자랐다. 힘이 세고, 시간을 여행하고, 죽은 자를 보거나, 타인을 움직이게 하는 아이도 있다. 엑스맨의 에릭처럼 자력을 활용한 멤버도 있다. 그런데 이 들은 사이가 좋지 않다. 성인이 된 후로 서로를 무시하고 의견을 모은 적이 없다. 그중에서도 피 한 방울 안 섞인 이 멤버들을 어렸을 때 모아 가족으로 만든 아버지야말로 관계의 깡통이다. 모든 자녀가 아버지를 싫어한다.

여기까지가 시즌2의 관계라면, 시즌3의 관계는 조금 다르다. 시즌2 마지막화에서 과거의 종말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다가 겨우 종말을 막고 현재로 돌아와 보니, 새로운 환경. 요즘 마블에서 밀고 있는 멀티버스의 세계로 옮겨졌다. 존재해야 할 자신들은 없고, 아버지는 새로운 멤버들로 새로운 팀을 꾸렸다. 즉, 새로운 세계에서는 기존 멤버들은 갑자기 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들이다. 덕분에 슈퍼히어로 팀은 2개가 되었다.

그리고 매 시즌 발생하는 종말이 또 다가오고 있다. 처음에는 새로운 팀과 투닥거리고 서로 죽이려고도 했지만 모종의 사건으로 이 시대의 팀 멤버들은 두 명만 빼고 다 죽게 된다. 그 둘 중 여성멤버가 주인공 팀의 넘버원인 루서와 사랑에 빠진다. 이번 종말은 조그마했지만 점차 거대해지는 블랙홀이 존재하는 모든 것을 빨아들여 없애고 있다. 이 블랙홀은 너무 강력해서 막을 수 없다. 팀원 중 가장 강하고 많은 것을 알고 있는 파이브 조차 포기하여 술에 뼈져 산다. 이런 상황에 사랑에 빠진 이 둘은 결혼식을 해야겠단다. 이해되는가? 주변 사람들 아니, 전세계는 이미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 사라졌고 물질적인 모든 것이 파괴되고 있다. 어차피 망한 세상 버켓리스트는 해야 한다며 넘버원은 결혼을 한다. 이해되는가?

이때 가장 중요한 핵심멤버는 클라우스다. 클라우스는 죽은 자를 보는 능력을 가졌다. 어린 시절부터 죽은 영혼들을 보고 대화했으니, 제정신일 수가 있을까. 늘 술이나 약에 찌들어 산다. 성격은 친절하고 부드럽지만, 제대로 할 줄 아는데 하나도 없다. 슈퍼히어로인데 싸움은 잼병, 겁은 많아서 도망 다니기만 잘한다. 입은 나불나불, 죽은 아버지 물건 훔쳐서 술이나 약 살 생각만 한다. 주변에 이런 놈이 있으면 죽빵을 날리고 싶은 캐릭터다. 하지만 클라우스의 진정한 능력이 이 시점에 발휘된다. 클라우스는 모든 사람을 사랑한다. 모든 사람의 행동을 그대로 받아 준다. 세 시즌 내내 클라우스의 말도 안 되는 행동과 생각 때문에 짜증이 올라왔지만, 사실 클라우스는 일관성이 있었다. 모두가 싫어하는, 심지어 클라우스 본인도 싫어하는 아버지를 이해하고자 노력한다. 그리고 다른 멤버들에게 아버지에 대한 좋은 말을 꺼낸다. 물론 다른 멤버들은 받아 드리지 않는다.

게다가 원래 시스터였지만 배우(엘리엇 페이지)가 남자로 수술을 해 버리는 바람에 브라더&시스터가 된 엘리슨과 빅터. 둘 뿐인 여형제라 가장 사이가 좋았지만 조금씩 쌓이던 불화가 결국 폭발해서 거대한 감정의 벽이 세워진다. 결혼식의 주인공인 넘버원 루서가 빅터에게 부탁한다. 자기를 봐서 싸우지 말고 사과하고 화해하라고. 빅터는 루서의 부탁에 용기를 내어 엘리슨에게 사과한다. 하지만 엘리슨은 사과받기보다 심한 말로 빅터의 가슴에 상처를 내고 자리를 떠난다. 그 광경을 본 루서는 빅터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넌 최선을 다했다고. 관계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빅터가 마치 진 듯 한 느낌이 들 수 있다. 하지만 빅터는 이름처럼 승리했다. 내 자존심이나 감정보다 관계를 선택한 용기 있는 사람이니까. 용기 있는 사람은 승리할 준비가 된 사람이다.

종말을 앞둔 놈들이 무슨 결혼이냐. 말이 되냐 싶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생각한다. 내일 우리가 마지막이라면 오늘 뭘 할 것인가? 하고 싶은 것을 하겠지. 나는 가족과 즐겁게 지낼 것 같다. 그게 나의 마지막이길 바란다. 색시와 아들. 그리고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혼자 계시는 아버지께서 외롭지 않으시길 바란다. 그래서 함께하고 싶다. 종말이 눈앞인데, 사랑하는 연인과 결혼하겠다는 게 뭐가 이상한가?

그런데 초청하지 않은 아버지, 하그리브스가 결혼식장에 온다. 물론 자식들은 다 짜증 낸다. 그럼에도 아버지는 용기를 냈다. 빅터처럼. 그러면 된 거다. 비록 클라우스의 부탁이었지만 용기는 언제나 필요하다. 특히 관계를 위해서는 용기가 너무 너무 중요하다. 아버지의 용기는 며느리에게 호감을 산다. 며느리의 호감은 자식과 관계 개선에 큰 역할을 한다. 관계 개선을 위한 용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는 관계 속에 살아간다. 상처받고 상처 주고, 위로받고 위로해 준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점차 고도화, 개인화, 디지털화되어가며 관계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코로나로 이 현상이 조금 더 빨라진 것 같다. 학교 선생님들은 아이들과 함께하는 것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우리는 이 시대에 관계에 대해 얼마나 고민하는가? 왜 모든 것을 물어보고, 스스로 하지 못하는가? 왜 다른 사람이 자신을 보는 것에 그리 민감하게 생각하는가?

나는 관계가 부서진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다. 이 드라마도 관계의 안경을 쓰고 본 것 같다. 건강한 관계를 만들려면 우선 내가 건강해야 한다. 그래서 내면의 건강함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만들기 위해 늘 노력한다. 정답은 없다. 100명이 있으면 100명의 방법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옳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틀릴 수 있다. 그러니 내가 옳고 그른 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내가 즐기고 있는지 아는 것이다. 관계 속에서 즐기면 즐거움은 더 커질 것 같다.

내일 종말인데 결혼해야 하는 커플. 다른 형제 모두가 화를 내면서도 결국 그 결혼식에 참석하게 되는 상황. 감독이나 작가가 의도한 관계에 대한 표현이 아닐까.




ps : 컴퓨터 바탕화면에 예전에 쓴 글을 발견했습니다. 언제 썼는지 기억이 잘 안 나는 거 보니, 술 한잔하고 쓴 것 같습니다. 버리기는 아깝고 다른 시각의 해석 같아서 조금 수정해 올립니다.
그리고 시즌3 마지막 화를 보기 전에 쓴 글이라서 하그리브스의 결혼식 참석 이유를 헛다리 짚었네요. 크크크크크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참룡객
22/10/11 00:21
수정 아이콘
저도 마지막화 보기 전까지는 진짜 변했나? 싶었죠
와일드튀르키예
22/10/11 00:22
수정 아이콘
아우 마지막에는 거의 이해하기를 포기했습니다.
근데 왜 이정신나간 스토리가 재미있지.. 하면서.. 크크..
몽키.D.루피
22/10/11 01:08
수정 아이콘
정말 좋아하는 시리즈였는데 시즌3는 좀 실망이었습니다. 시즌2가 정말 재밌었는데 각 캐릭터가 가장 자기 서사를 잘 드러낸 시즌이었던 거 같아요. 근데 시즌3는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인 넘버5와 클라우스의 비중이 줄고 대거 추가된 스패로우 아카데미 캐릭터들의 서사가 정리되지 않아서 어수선한대다가 스토리의 커다란 한 축이었던 커미션 관련 내용이 거의 삭제되는 등 개인적으로 이 시리즈의 매력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많이 줄어들었어요.
다만 본문에도 나왔듯이 루서가 그토록 원했던 가족이 하나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EagleRare
22/10/11 06:42
수정 아이콘
클라우스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
시즌3 줄거리 너무 안드로메다 아닌가 싶었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 재밌었습니다.
저도 커미션 비중 줄어든 건 아쉬웠지만... 벤 돌아온 건 좋았어요.
단비아빠
22/10/11 10:02
수정 아이콘
이미 세상의 멸망을 돌이킬 수 없으면 개인적인 소원이라도 달성해야죠 뭐...
멸망하기전에 결혼하자는게 그렇게 이상한 생각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뭐 드라마를 안봐서 뭐라 하긴 그런데 전개나 연출이 설득력이 없었으니
결국 이런 얘기가 나오는거겠지만 말입니다.
덱스터모건
22/10/11 11:46
수정 아이콘
시즌 3 1편보고 접었는데... 다시 볼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탑클라우드
22/10/11 13:10
수정 아이콘
시즌 1과 시즌 2를 정말 재미있게 봤고, 기대가 컸는데 시즌3는 뭐랄까 좀 난해하게 시작하더라구요.
일단 이번 주 출장 중 비행기에서 시즌3 나머지를 볼 계획이기는 한데... 시즌 3 시작은 다소 실망이었습니다.
SNIPER-SOUND
22/10/11 14:56
수정 아이콘
시즌3 쿠키영상 뜻을 모르겠어요!!!??
고물장수
22/10/11 20:15
수정 아이콘
자도 넷플릭스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리즈이고

최고의 B급 드라마라고 생각합니다.
22/10/12 13:31
수정 아이콘
저는 좀 보고 짜증났어요... s4나오면 어차피 보겟지만

시즌내내 allison이 너무 짜증났음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6863 [일반] 더 행복하려고 합니다. [67] 사랑해 Ji16879 22/10/13 16879 166
96861 [정치] 전세대출변동 금리, 전체의 93.5% 차지 [38] Leeka17579 22/10/13 17579 0
96860 [정치] 윤석열 정부, 전술핵 재배치를 미국과 논의할 계획 [139] 계층방정23754 22/10/13 23754 0
96859 [일반] <중경삼림> - 왕가위와 외로운 마음 클럽. [35] aDayInTheLife12631 22/10/12 12631 12
96857 [일반] 오버클럭 RTX 4090 배틀그라운드 4K 330 프레임 기록 [39] SAS Tony Parker 15271 22/10/12 15271 0
96856 [일반] 근세 유럽의 한 곰 괴담 [18] 자급률11340 22/10/12 11340 12
96855 [일반] "유령의 말이 옳다면 그녀는 왜 울었을까" [39] Farce15899 22/10/12 15899 13
96854 [일반] 통신3사: 20대 30대 남성들이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고 있어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다 [275] 별가느게31438 22/10/12 31438 10
96853 [정치] 구한말 조선과 일본 사이에는 전쟁이 없었는가 [203] 삭제됨20376 22/10/12 20376 0
96852 [일반] 40대 유부남의 3개월 육아휴직 후기 (약 스압) [28] 천연딸기쨈11266 22/10/12 11266 31
96851 [정치] 정진석, '식민사관' 논란에 "제발 역사공부 좀 하시라" [139] 밥도둑21867 22/10/12 21867 0
96850 [일반] 한은이 빅스텝을 밟았습니다 [197] 길갈25243 22/10/12 25243 6
96849 [정치] 한국 UN 인권이사회 이사선거국 낙선, 아시아 5위 [109] 빼사스19934 22/10/12 19934 0
96848 [일반] 케이팝 아이돌의 위상은 앞으로 틱톡커와 유튜버들이 이어나갈것 같습니다 [70] 보리야밥먹자18192 22/10/12 18192 1
96847 [일반] 모솔경력 38년차, 현43남 결혼했습니다. [94] 43년신혼시작18603 22/10/11 18603 101
96846 [일반] 아이폰 14 프로맥스 몇일간 사용 후기 [43] Leeka16855 22/10/11 16855 5
96845 [일반] 마이너스통장 금리 1년간의 추이 [12] style13543 22/10/11 13543 2
96844 [정치] 탄핵에 대한 이야기 [57] 고물장수16249 22/10/11 16249 0
96843 [정치] 최재해 “대통령도 국민…감사 요구할 수 있어” +정진석 망언 [135] Crochen19367 22/10/11 19367 0
96842 [일반] 내맘대로 개사한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58] 하야로비11931 22/10/11 11931 25
96841 [일반] 전세 대란이 왔습니다. [288] kien.36010 22/10/11 36010 7
96840 [일반] [미드] 엄브렐러 아카데미는? [10] 해맑은 전사11550 22/10/11 11550 1
96839 [일반] [창작] 문제의 핵심 1편 [3] Farce11780 22/10/10 11780 6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