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2/09/07 13:02:00
Name 닉언급금지
Subject [일반] 시하와 칸타의 장 - 마트 이야기 : 이영도 감상
심심한 사과의 시대 -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 속에서 문과생이 살아님기
...라는 제목을 지었는데 잠깐 인터넷에 핫했던 '심심한 사과'가 사실은 젊은 세대의 문해력과는 무관하게 그냥 남이 하는 말에 딴지걸고 싶어했던 놀부 심뽀의 발현 때문이었다는 것이 알려졌지만...
이미 이 감상문을 쓰기로 할 때 저 한 줄에 꽂혔던 지라...

암튼.. 이영도 씨의 근작 시하와 칸타의 장 - 마트 이야기는
제목에서 보이다시피 마트 이야기라는 큰 서사 속에서 '시하와 칸타'가 나오는 장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 물론 마트 이야기라는 제목은 맥거핀, 이영도 씨잖아요.
우리가 온전한 형태의 마트 이야기를 볼 일은 없을 겁니다,
단지 이영도 씨가 보여주고 싶어한 장면인 '시하와 칸타'의 이야기만을 알게될 뿐이겠지요.

이 소설을 읽고 제일 먼저 생각난 이야기는 로저 젤라즈니의 '내 이름은 콘라드', '인류는 쇠퇴하였습니다'였습니다.
네, 조용히 멸망해 가는 인류들과 그 흐름에 저항하는 이들을 보여주는 이야기들이었지요.
하지만 시하와 칸타는 마트퀸(인류의 부흥을 꿈꾸는 지도자)가 아닙니다.
시하는 OO시 하수 처리장에서 태어났기에 시하이고
칸타는 그 아이를 발견한 장소가 '칸타타'라는 까페였기에
각각의 이름을 가진 등장인물들일 뿐입니다.
하지만 둘이 만나면
칸타와 시하니까... '노래를 시작하자'가 됩니다.

헨리가 쇠퇴해버린 인류의 자원으로 남기는 것은
해황기의 멜다자가 아니라 인류가 만든 노래입니다.
그 노래를 외워 구전하게함으로써 헨리는
인류 혹은 인류의 흔적을 남기려고 합니다.
그리고 시하는 헨리가 선별한 노래들을 모두 외운 존재이고
칸타는 헨리가 엄선한 노래에 속할만한 노래를 만들 수 있는 존재이죠.
그래서 이미 인류가 멸망해버린 시점에서도
'노래를 시작하자'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잠깐 언급한 해황기의 멜다자와 비교하면 참 재밌는 선택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해황기라는 만화 속의 멜다자는 이미 잃어버린 인류의 기술들에서 사용했던 수식을 외웁니다.
쫌 심하게 비약시키자면 이과 위키백과를 강제로 암기해버린 것이죠.
시하는 다릅니다. 헨리는 인류에게 노래가 필요하다고 결정을 했고
헨리의 심미안에 따라 엄선한 곡들을 시하가 외웠습니다.
물론 칸타가 만들 노래 또한 시하가 외워야할 노래가 되겠지요.
그러니 시하는 멜다자의 대척점(?)에 선 존재가 됩니다.

시하와 칸타의 장 - 마트 이야기는 저 시점에서 이야기가 시작합니다.
마트퀸이라 불리는 영웅이 상호확증파괴로 요정에게 놀림받을 정도로 황폐화된
핵 전쟁 이후의 세계에서 인류의 부흥을 꿈꿀 때
시하라는 문과생이 다른 이들이 가지지 못한 가질 수 없었던 인문학적 지식을 가지고
살아남는 이야기...라고 하고 싶지만
재밌는 지점은 그 인문학적 지식은 생존에 1도 영향을 끼치지 않습니다.
암튼 그런 인문학적인 소양을 가진 인물이 그런 아포칼립스의 세계에 살아남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다룸으로써
현대 사회의 우리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되묻는 소설입니다.

시하와 칸타의 장 - 마트 이야기

-----------
사족 : 노래를 문명의 대표재로 사용하는 예는 이영도씨의 단편선에서 몇 번 보였던 방식입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aDayInTheLife
22/09/07 13:15
수정 아이콘
저는 이영도 작가 세대는 아니라 처음 읽어본 이영도 작가님의 글이었는데 포스트 아포칼립스와 판타지의 영역을 매끄럽게 이어나가는 측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헨라이즈를 가지고 새 이야기를 꾸며 나가는 것도 흥미롭지 않을까 싶더라구요.
Betelgeuse
22/09/07 13:15
수정 아이콘
이영도 소설 이야기 반갑네요! 단편 중에 나를 보는 눈이랑 소재가 비슷한 느낌입니다. 멸망해가는 인류와 노래의 구전…
패트와매트
22/09/07 14:40
수정 아이콘
관념의 물화는 여전하네요
22/09/07 14:45
수정 아이콘
칸타+시하=깐타비야?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6600 [정치] 국민의힘 원내대표 주호영 61 이용호 42 [27] 유목민16075 22/09/19 16075 0
96599 [일반] [무협] 자하를 만난 연신 [14] theo13871 22/09/19 13871 8
96598 [정치] 日기시다 내각 지지율, 30%선도 붕괴…아베 국장 "반대" 62% [33] 나디아 연대기18504 22/09/19 18504 0
96597 [일반] 40대 후반 달리기 [32] cloudy15164 22/09/19 15164 2
96596 [일반] amazarashi 좋아하는 가사 몇개 [11] 삼화야젠지야10436 22/09/19 10436 0
96595 [일반] 30대 후반에 쓰는 조깅 이야기 [46] 테르툴리아누스14341 22/09/19 14341 8
96594 [일반] 스게 파퀴아오 영상보고 쓰는 복싱러 이야기 [13] seotaiji12279 22/09/19 12279 7
96593 [일반] 아이유 콘서트 관람기 [60] 활자중독자18473 22/09/18 18473 2
96592 [일반] 갑자기 생각나서) 가입만하면 스타벅스 쿠폰 주는 어플들... [22] 니시무라 호노카20652 22/09/17 20652 3
96591 [일반] 조경철 천문대와 소이산 철원평야(사진용량 주의) [15] 판을흔들어라12825 22/09/17 12825 11
96590 [일반] '길을 뚫다': 아즈텍 멸망사 하편 [24] Farce29156 22/09/17 29156 45
96589 [일반] 생경한 배터리 업계 이야기 [39] 어강됴리22069 22/09/17 22069 8
96588 [일반] 점점 미드속 마약밀수와 이야기들이 현실이 되어가는중 [70] League of Legend20934 22/09/17 20934 3
96587 [일반] (비상) EVGA, 엔비디아와 관계 종료. GPU 사업 철수 [19] SAS Tony Parker 15111 22/09/17 15111 0
96586 [일반] ??"우크라이나 전쟁 끝내자" (수정) [27] roqur18746 22/09/17 18746 3
96585 [일반] 스토킹 살인범이 1년전 구속영장 기각된 이유는 회계사 자격증이 있어서 [111] kurt24950 22/09/16 24950 7
96584 [일반] 15년만의 데스크탑 구매기 [31] 아스트란맥14127 22/09/16 14127 1
96583 [일반] 호두로 하루에 팬티를 2개를 찢어먹은 사람 [60] 스텔14340 22/09/16 14340 13
96582 [정치] 중국 서열 3위 리잔수 상무위원장 접견 / 한 일 정상회담 [92] 22541 22/09/16 22541 0
96581 [정치] [단독]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 연금 부정수급 의혹(해명 추가) [102] 사경행20958 22/09/16 20958 0
96579 [일반] 한국해군, 중형항모 떡밥?? [86] 아롱이다롱이16751 22/09/16 16751 1
96578 [정치] [단독] 대통령실 영빈관 신축한다..예산 878억 원 책정 [550] Crochen38584 22/09/15 38584 0
96577 [일반] 스포)영알못 대학생의 매우매우늦은 헌트 후기 [15] AaronJudge9913219 22/09/15 13219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