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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12/02 14:23:39
Name 오곡물티슈
Subject 80%가 사라진 미 해군, 침몰한 해군이 다시 살아난 전쟁 (수정됨)



1. 미 해군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전력의 80%를 잃은적이 있습니다.
1945년 6700척의 배와 350만병력을 거느린 해군이 1950년엔 634척에 50만 병력으로 줄어들었죠.

하지만 오늘 날 미해군은 11척의 슈퍼 항공모함을 거느린 세계 최강의 해군입니다.
대체 50년대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미 해군이 거의 죽을뻔 하다가 다시 살아나게 된 걸까요.


2. 1945년 4월 12일, 루즈벨트 대통령의 서거 이후로 해리 트루먼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됐습니다.
당시 트루먼 대통령은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폭탄(핵)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재래식 전력은 별로 쓸모가 없을거란
생각을 하고 있었죠. 하지만 이는 해군 출신 포레스탈 국방장관의 뜻과는 정 반대였습니다.
그리고 트루먼은 포레스탈 대신1949년 루이스 존슨으로 인선을 대체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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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의 중요성을 역설했던 제임스 포레스탈 국방장관은 경질 이후 우울증에 걸려 투신 자살로 삶을 마감하고 맙니다)

3. 1947년 (루이스 존슨이 국방장관이 되기 2년전)엔 미 공군이 육군에서 독립해 나갔습니다. (그전까지는 육군 항공대였음)
당시 미 공군은 대륙간 핵 투발이 가능한 B-36 전략 폭격기를 내세웠습니다.
그리고 미 해군은 이 때 핵폭탄을 나를 수 있는 폭격기를 운용 가능한 슈퍼 항공모함을 건조하고 싶어했죠.
결국 한정된 예산내에서 누가 핵 투발을 할 것인가를 두고 공군과 해군간의 경쟁을 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트루먼 대통령은 이미 슈퍼 캐리어 USS 유나이티드 스테이츠의 건조를 승인한 상태였죠.


4. 1949년 4월 23일, 루이스 존슨 국방장관은 건조를 시작한지 5일 밖에 되지 않은 USS 유나이티드 스테이츠의 건조를 중지해버립니다.
해군과 의회에 통보도 하지 않은채로요. 이러한 일방적인 결정에 존 설리번 미 해군 장관은 즉각 사임해버립니다.
루이스 존슨 국방장관은 B-36 전략 폭격기가 항공모함보다 핵투발을 더 잘할거라는 이유로 항공모함 건조를 취소했다고 말했죠.
그런데 문제가 되는 부분은 루이스 존슨 국방장관이 B-36을 만드는 회사에서 일한 경력이 있었다는 겁니다.
이런 저런 이유가 얽히자 이 사건은'제독의 반란'으로 알려진 대규모 항명 사태로 이어지면서 여러 제독들이 반발성 사임을 해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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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존슨과 트루먼이 그토록 믿었던 B-36 폭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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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를 시작한지 5일만에 취소되버린 USS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5. 트루먼과 존슨은 공군의 B-36이 있는 상황에 많은 인력과 예산을 필요로 하는 해군과 해병대를 별로 탐탁지 않아했습니다.
루이스 존슨 국방장관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잉여 물자 (탱크, 통신장비, 소화기 등등)을 스크랩 처리하거나 다른 나라에 팔아버리라고 명령했죠. 
거기에 더해 트루먼과 존슨은 해병대를 폐지시키려고까지 했습니다. 해병대가 가진 상륙 장비 또한 스크랩 처리되거나 팔려나갔습니다.
하지만 트루먼과 존슨은 자신들의 국방 전략이 잘못됐음을 나중에 호되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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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쟁은 트루먼과 루이스 존슨 국방장관의 얼굴에 먹칠을 했습니다



6. 1950년 6월 25일, 소련과 중국의 도움을 받은 북한이 남한을 침략하면서 한국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남한은 UN으로부터 도움을 받긴 했지만 거의 대부분의 병력은 미군이었죠.
트루먼 대통령은 북한의 완전 해상 봉쇄(포위)를 지시했지만 이미 해군의 규모를 엄청나게 줄여버린 터라 가능할 리가 없었습니다.
거기에 북한이 이미 얼마 있지도 않은 남한의 공군기지를 파괴했고, 일본의 공군기지는 남한으로부터 너무 멀었습니다.
결국 전쟁 초기 공중 지원, 폭격의 대부분은 서 태평양에 단 한 척 배치되어 있었던 USS Valley Forge 항공모함으로부터만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 후 다른 항공모함 2척이 추가로 합류했고요. 정치적 비판에 직면한 트루먼 대통령은 루이스 존슨에게 사임을
부탁했고, 한국 전쟁이 시작된지 3달만에 루이스 존슨 국방장관은 사임해야 했습니다.



7.해군이 가진 자원이 모자랐기에 결국 수 많은 퇴역 군인들을 다시 불러들여야 했습니다.
트루먼 대통령은 직접 퇴역 해군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했고요. 
한국 전쟁동안 미 해군은 퇴역한 배를 수리하고, 오래된 배를 개장하고 새로운 비행기를 개발해야 했지요.
한국이 반도였기 때문에 육상의 승리를 위해선 해상과 공중 지원이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공군의 B-36 폭격기는 한국 전쟁동안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때까지 단 한번도 투입된 적이 없었습니다.


8. 한국 전쟁은 끝이 났지만, 미 해군에겐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계기였습니다.
미 해군이 한국 전쟁에서 보여준 활약은 제트기와 항공모함의 뛰어난 유용성을 보여줬습니다.
항공모함은 공해에 머무르면서 다른 나라의 영토에 침입하지 않기 때문에 제3국의 공역을 통과할때 필요한 허가 작업과 소모되는
시간도 없는데다 전투지역에서 비행기가 훨씬 오래 머무를 수 있게 해줬습니다.


9. 이렇듯 항공모함이 가진 이점이 명확했기 때문에 한국 전쟁이 끝나기 1년전 새 슈퍼 항공모함의 건조가 승인됐고
1955년 미 해군에 최초의 슈퍼 항공모함이 합류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세계 최초 슈퍼 항공모함의 이름은
USS 포레스탈, 해군의 중요성을 역설했던 그 국방장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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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S 포레스탈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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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02 14:33
수정 아이콘
워.. 마지막 줄까지 정독했는데 순간 쩌릿했습니다..
어제내린비
21/12/02 14:36
수정 아이콘
흥미로운 얘기 잘 읽었습니다.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당근병아리
21/12/02 14:37
수정 아이콘
흥미로운 얘기이고 좋은 지식을 알고 갑니다.
21/12/02 14:43
수정 아이콘
미 공군이 미사일 만능론에 빠져 있었을 때 기관포를 제거하였다가 베트남에서 큰코다친 일이 떠오르는군요 역시 새로운 기술, 무기체계가 나올 때마다 반복되는 현상인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동굴곰
21/12/02 14:56
수정 아이콘
그리고 90년대, 해리 S. 트루먼은 유나이티드 스테이츠를 한번 더 죽여버리고...
츠라빈스카야
21/12/02 15:05
수정 아이콘
하지만 포레스탈 본인은 우울증+투신자살이라는 암울한 엔딩을...ㅠㅠ
21/12/02 15:23
수정 아이콘
와 모함이름이 포레스탈이라는 이름보자마자 역시 미국이란 나라는 멋지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좋은 글 잘봤습니다 감사합니다!
EpicSide
21/12/02 15:40
수정 아이콘
그리고 월남전에 파견된 포레스탈은 함재기에 장착된 로켓 오작동으로 폭발과 화재가 발생해서 엄청난 사상자를 내고.... '미 해군 사상 최악의 참사'로 유명해진......
21/12/02 18:31
수정 아이콘
B36은 왜 못썼나요?
21/12/02 19:12
수정 아이콘
갓무위키를 찾아보니 피스톤 엔진과 프로펠러를 사용하는 한계 때문에 속도가 너무 느렸고 한국전쟁부터 나오기 시작한 제트 전투기와 고고도 대공 미사일의 밥이 되기 쉬워서 전선에 투입하기가 어려웠다고 하네요.

2차대전의 교리를 바탕으로 전략폭격기를 만들었는데 기술의 발전이 적용된 교리보다 앞서나간 사례라고 합니다.
abc초콜릿
21/12/02 20:40
수정 아이콘
실제로 한국전쟁에서도 투입된 B29들은 소련제 MiG-15 전투기에 펑펑 터져나가서 야간폭격으로 전면 전환 해야 했습니다. 프롭기였던 B36은 B29와 성능이 그리 크게 차이 나지 않아서 2차대전이었으면 환상적인 폭격기였겠지만 한국전쟁에서는 제트비행기들한테 걸리면 도망도 못가고 잡혀 죽어야 하는 신세가 되어버렸죠
21/12/02 21:22
수정 아이콘
기술발전이 무섭네요
21/12/03 06:33
수정 아이콘
그렇게 기술발전을 씹으면서 B-52가 태어납니다....
aDayInTheLife
21/12/02 18:46
수정 아이콘
재밌게 읽었습니다.
21/12/02 18:52
수정 아이콘
어쩌면숨기고싶은 과거일수있는데 잘못된걸안순간 고집부리지않고 실수를 인정하고 실수의상징이던 사람을 기리는건 멋진거같습니다
abc초콜릿
21/12/02 20:36
수정 아이콘
사실 여기서 언급하지 않은 당시의 상황 때문에 당시의 미국이 그저 프랑스 청년학파처럼(청년학파도 마냥 바보짓한 건 아님) 판단착오를 저지른 것처럼 되었는데 당시엔 저런 의견이 통했던 이유가 있습니다.

45년 8월에 원자폭탄이 처음으로 세상에 등장하고 전후 미국은 세계유일의 핵무장국이었습니다. 그리고 당시에 핵무장이 가능할 만한 강대국들은 다 하나같이 2차대전으로 몰락한 상태였고 소련도 3천만이 죽은 상황에사 핵무기 따윌 만들 상황이 아니었죠. 미국은 타국이 핵무기를 갖기까지 최소 20년이 걸릴 것으로 보았고 이미 40년대 후반에(정확한 연도가 기억 안 남) 한달에 핵무기를 하나씩 뽑아내는 업적을 달성합니다.

핵무기의 압도적 위력 앞에서 미국에겐 소련처럼 수백만 단위의 압도적인 군대도 필요 없고 맘만 먹으면 소련도 핵무기로 무릎 꿇릴 수 있다고 봤습니다. 49년에 소련이 핵무기 개발에 성공하기 전까지는요.

물론 소련이 미국과의 핵무기 전력에서 동등해지는 건 70년대 이후지만 세계유일의 핵무장국이라는 타이틀이 날아간 시점에서 무의미 했죠. 게다가 미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전시도 아닌데 수백만 병력을 유지할 수 있는 형편도 아니었고요.

애치슨이 한국전쟁 후에 "사실 한국이 우리를 구한 것이다"라고 한 것은 대전 후에 급격히 줄었던 군비를 다시 세배(140억불에서 440억불) 이상 늘리면서도 미 국민을 설득할 명분을 얻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죠.

포레스트는 총책임자일 수는 있지만 그 만큼의 군비축소를 원한 건 미 국민이었고 미국이란 나라가 투표권 가진 국민의 뜻을 거스를 수 없는 시점에선 그 자리에 누가 있든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21/12/02 23:11
수정 아이콘
좋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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