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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6/09 23:38:04
Name 라울리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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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책이야기] '사피엔스'에서 흥미로운 대목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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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 하라리의 화제작, 『사피엔스』를 읽었습니다. 현재 인류 종인 '호모 사피엔스'는 지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동물입니다. 불과 초창기만 하더라도 다른 동물들에 비해 특별하게 나을 것이 없던 이 종이 이러한 엄청난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던 역사와 배경에 대해 고찰하는 것이 이 책을 관통하는 큰 주제입니다. 작가는 그 요인으로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세 가지 혁명,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을 꼽습니다.




첫 번째 혁명인 '인지혁명'을 통해 인류는 문자를 만들고 광범위한 개체수의 의사소통과 정보전달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활발한 의사소통으로 다른 동물들과는 다르게  대규모 개체들의 협력이 가능하게 되어, 상대적으로 약한 개별의 힘을 보완하였고, 다른 동물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대규모 사업들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이로써 '호모 사피엔스'는 '네안데르탈인'과 같은 다른 인류 종들을 제치고 지구상 유일한 인류종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혁명인 '농업혁명'은 인류의 정착생활을 가능하게 해주었습니다. 수 많은 사람들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한 곳에 정착 하면서 도시가 생기고, 인간 사회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방대하게 커진 인간 사회의 질서를 잡기 위해 다양한 철학과 문화, 종교 등이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 혁명인 '과학혁명'으로 인간들의 지식은 급속도로 발전하였습니다. 이 기간 동안 인간의 삶은 엄청난 변화를 맞이합니다. 약 1000년 전 중세시대 사람이 약 500년 전 대항해시대를 활보하는 배의 한복판에 떨어져도 큰 위화감 없이 적응이 가능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약 500년 전의 배의 선원이 현대에 떨어져 온갖 과학문명들을 접한다면, 이곳이 과연 천국인지 지옥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어지러움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같은 500년의 시간 간격에도 이처럼 엄청난 차이가 발생한 것은 '과학혁명' 덕분입니다.


이처럼 이 책은 약 7만 년전 호모 사피엔스의 역사가 시작한 이후로 역사의 큰 흐름을 짚어가면서, 위 세 가지의 혁명이 인류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을까에 대해 다양한 학문들을 끌어와 설명하는 것이 주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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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버스보다 먼저 아메리카에 도착한 DHL 직원 - 추억의 90년대 CF



이 책을 완독 후 가장 먼저 느낀 점은 무엇보다 '재미있다' 라는 점입니다. 실물 책 기준으로 636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양에도 불구하고 지루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작가의 본래 전공인 역사학과 더불어 생물학, 물리학, 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듦에도 불구하고 어지럽고 번잡하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습니다. 책을 관통하는 작가의 주장들이 시종일관 일관성을 유지하며 균형을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워낙에 다양한 학문적 지식을 차용하여 방대한 역사를 다루는데다, 이러한 책들의 특성상 과감한 추론을 동반하기 때문에 작가의 주장들이 100%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생 인간으로 살면서, 자신이 소속된 인류의 역사에 대해 총체적으로 돌아볼 수 있는 매우 좋은 책이라는 느낌을 받아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픈 책입니다. 이 글에선 이 책을 읽으며 개인적으로 흥미를 느꼈던 몇 가지 대목들을 소개 드려볼까 합니다.



1. 푸조라는 신화



호모 사피엔스는 어떻게 해서 이 결정적 임계치를 넘어 마침내 수십만 명이 거주하는 도시, 수억 명을 지배하는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을까? 그 비결은 아마도 허구의 등장에 있었을 것이다. 서로 모르는 수많은 사람이 공통의 신화를 믿으면 성공적 협력이 가능하다...푸조의 신화가 좋은 사례이다...'푸조 SA(이 회사의 공식 명칭)'가 존재한다고 말할 때, 이것은 무슨 뜻일까? 푸조 차들이 많이 있지만 그것이 곧 회사가 아니다. 설사 세계에 있는 모든 푸조 차들이 폐차로 버려져서 고철로 팔린다 해도 푸조 SA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새로운 차를 생산하고 연례 실적 보고서를 발표할 것이다. 이 회사는 공장과 설비, 전시장을 소유하고 있고 정비공, 회계사, 비서를 고용하고 있지만, 이 모두를 합친다고 해서 곧 푸조가 되는 것도 아니다...푸조에는 경영자와 주주가 있지만, 이들이 곧 회사인 것도 아니다. 경영자가 모두 해고되고 주식이 모두 팔릴지라도 회사 자체는 그대로 있을 것이다...푸조는 우리의 집단적 상상력이 만들어낸 환상이다...거짓말과 달리 가상의 실재는 모든 사람이 믿는 것을 말한다. 이런 공통의 믿음이 지속되는 한, 가상의 실재는 현실세계에서 힘을 발휘한다.



위에서 언급된 '가상의 실재'라는 개념이 이 책을 대표하는 키워드일 것입니다. 힘이 약한 사피언스가 수만 명의 단위로 협력 하기 위해선 공통적으로 믿는 것이 있어야 합니다. 예전에는 대표적으로 신화, 종교가 그 역할을 했다면, 지금의 '가상의 실재'는 국가, 법인 그리고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라는 사회 이념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허구들을 창작해내는 것이 인간이 가진 특별한 능력입니다.



그 동안 별다른 고민없이 현 시대에 존재하는 국가나 법인은 실체이고, 신화나 종교등은 허구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습니다. 과거의 사람들이 신화나 종교에 더욱 집착했었던 이유도 그들이 현대인보다 무지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작가의 개념을 받아들이고 나니, 제가 얼마나 오만한 현대인이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현재 제가 회사에서 일을하여 월급을 받고, 소득의 일정 비율을 자산에 투자를 하는 행위들도 결국은 그렇게 해야 '앞으로 더 잘살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하는 행위입니다. 모두가 그렇게 믿을 때 돈이 순환하며, 투자가 이루어져 기술이 발전하고, 호황이 찾아오며, 자산이 증가할 것입니다. 모두가 그렇게 믿지 않는 시기에는 돈이 돌지 않는 불경기와 공황이 찾아옵니다. 결국은 이러한 행위들이 '더 잘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신에게 맹목적으로 의지했던 과거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었던 것이지요. 다만 제가 그들보다 더 복잡하고 정교한 게임을 하고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세상에 없는 새로운 '가상의 실재'를 새롭게 창작해내고, 사람들을 믿게 만드는 능력이 인간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이라는 점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더 허무주의적으로 생각하면 사람을 현혹하는 사기꾼과 위대한 위대한 지도자가 결국은 종이 한 장 차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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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는 없지만 모두가 가치있다고 한 마음으로 믿는 순간, 돈이 복사되는 그 곳!



2. 역사상 최대의 사기 - 농업혁명



인간이 250만 년간 먹고살기 위해 사냥했던 동물과 채집했던 식물은 스스로 자라고 번식한 것들이었다...이 모든 상황은 대략 1만 년 전 달라졌다. 이때부터 사피엔스는 거의 모든 시간과 노력을 몇몇 동물과 식물 종의 삶을 조작하는 데 바치기 시작했다...인간이 생활하는 방식의 혁명, 즉 농업혁명이었다...농업혁명은 안락한 새 시대를 열지 못했다. 그러기는커녕, 농부들은 대체로 수렵채집인들보다 더욱 힘들고 불만스럽게 살았다...농업혁명은 역사상 최대의 사기였다...이들 식물이 호모 사피엔스를 길들였지, 호모 사피엔스가 이들을 길들인게 아니었다...고대 유골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농업으로 이행하면서 디스크 탈출증, 관절염, 탈장 등 수많은 병이 생겨났다...밀은 인간 사이의 폭력에 대한 안전망을 제공하지도 않았다...사람들 개개인에게 준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호모 사피엔스 종에게는 무언가를 주었다. 밀 경작은 단위 토지당 식량생산을 크게 늘렸고, 그 덕분에 호모 사피엔스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었다...제정신인 사람이라면 호모 사피엔스 DNA 복사본의 개수를 늘리기 위해 삶의 질을 포기하는 사람이 있겠는가?...농업혁명은 덫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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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는 감사하는 것일까, 슬퍼하는 것일까...



한때 학자들은 농업혁명이 인간성을 향한 위대한 도약으로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작가는 농부의 삶은 이전 세대인 수렵채집인의 그것보다 훨씬 더 열악했다고 주장합니다. 수렵채집인의 가장 큰 특징은 '자유도' 입니다. 작가의 주장에 따르면, 수렵채집인은 식량을 농업에 의존할 필요가 없으므로 다채로운 음식물에서 균형잡힌 영양 섭취가 가능했습니다. 기근의 시기에도 저장된 음식을 통해 농부보다 더 잘 버틸 수 있었습니다. 하루종일 농사일에 전념해야 하는 농부와는 달리, 근무시간이 훨씬 적었습니다. 농부는 땅이 곧 재산이 되었기 때문에 뺏고 뺏기는 인간들 사이의 폭력의 늪에 빠져야 했지만, 수렵채집인은 폭력의 기미가 보이면 한 쪽이 자리를 이동하면 그만이었습니다. 농부들이 한 곳에 모여 정착했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전염병에 상당히 취약했지만, 무리들 간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 있는 수렵채집인들에겐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사피엔스의 '종'의 입장에서는 농업혁명으로 폭발적인 개체수의 증가를 이루었기 때문에, 성공적인 혁명이 되었지만 인류 개개인의 삶의 질은 형편없이 떨어졌다는 작가의 주장입니다. 그렇다고 다시 수렵채집 시대로 돌아가기는 불가능합니다. 이러한 상황을 '사기'로 표현한 작가의 관점이 꽤나 흥미있게 다가왔습니다.



저는 인간의 진보가 삶의 질을 개선시키는 우상향 방향으로 꾸준히 발전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진보의 함정에 빠져 농부는 수렵채집인보다 훨씬 더 편안한 삶을 살았으며, 현대인 역시 과거 농부들에 비해 훨씬 더 편안하게 살았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현대인은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삶을 삽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현대인 역시 항상 고단한 삶에 지쳐있으며, 스스로를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소수 입니다. 스마트폰이 생겼지만, 편해진 디바이스로 인해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보다 더 많은 일을 처리함으로써 더 여유있는 삶을 살고 있지는 않습니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많은 소비를 할 수록, 그 삶의 유지를 위해 더욱 고된 삶을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절대적 빈곤보다 타인과 비교하는 '상대적 빈곤'이 훨씬 심각해진 시기입니다. 



그러나 작가가 책에서 스스로 밝히듯 우리가 수렵채집인의 삶에 대해 너무 '무지'하기 때문에, 작가의 이러한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양한 자료를 통해 과거 유럽의 중세시대나 조선시대의 농부들의 삶을 보면, 당시의 삶의 인류의 역사 중 역대급으로 힘들던 시기였을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우리는 자연과 야생에 과다하게 노출된 수렵채집인들만의 고통을 상세하게 알 수 없기 때문에 과연 농부와 수렵채집인 중 누구의 삶의 질이 더 나았을까에 대해 속단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또한 이사를 많이 다녔던 사람도 언젠가는 한 동네에 정착을 꿈꾸고, 프로 스포츠에서 이적을 많이한 '저니맨' 선수도 한 클럽에 정착을 꿈꾸듯이 인간에겐 '정착'의 본능도 있지 않을까, 그렇기 때문에 농업이 촉발한 정착은 생각보다 자연스러운 발전 과정이 아니었나 하는 반론을 펼칠수도 있습니다. 수렵채집과 비교해 농업이 가진 수많은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결국 인류가 우리의 생각보다 정착된 삶을 선호하는 종은 아닐지 작가의 의견을 듣고 싶은 대목이기도 했습니다.



※ 링크의 브런치에 오시면 더욱 다양한 글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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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0 00:06
수정 아이콘
적어도 일부 지역에서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게 먼저고, 밀집한 집단이 먹고 살기 위해 농업이 본격화됐다는 설도 있더라고요. 사피엔스에서도 언급됐었나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이른취침
21/06/10 00:14
수정 아이콘
우선 좋은 책 소개 감사드립니다.

님께서 소개해주신 문명비판론은 우선 오리엔탈리즘과 뭐가 다른가 싶기도 하네요.
예를 들어주신 "수렵채집인은 폭력의 기미가 보이면 한 쪽이 자리를 이동하면 그만이었습니다."라는 내용도
애초에 누군가에 의해 쫓겨나게 되면 엄청난 고통이지 그렇게 편하게 선택할 성질의 것이 아니죠.
다른 곳이 비어있다고 볼 수도 없고 인류의 위협이 다른 인류가 아닌 동물, 기후에서 오는 것도 많으니까요.
살만한데 인간이 없는 곳이 많았다면 그만큼 수렵채집이 성공적이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하구요.
수렵채집인이 더 건강했다는 건 그렇지 않으면 다 죽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죠.
(바이킹, 사모아인, 몽골의 후손 피지컬을 보면... 또 에스키모인들처럼 극한 환경에서 사는 곳에서 영아살해 빈도가 높았죠)

현대인들도 보수가 조금 적더라도 안정적이며 예측 가능한 직업 갖기를 훨씬 선호하죠.
그런 정신적인 스트레스 부분이 과소평가 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농업으로 삶의 예측가능성이 올라가면서 우리는 문명을 이루게 됐고 놀라운 발전을 이룩했죠.

과연 수렵채집생활로 '트와이스'가 나올 수 있었을까요? 크크

그런 과정이 없었으면 70억 인구가 존재하지 못했을테고 우리 중 많은 사람이 존재할 수 없었을테니
수렵채집생활을 부러워 할 이유가 별로 없다는 말입니다.
그건 마치 지금 인구가 절반 이상 줄어들면 살기 좋아질텐데와 동급인 명제라고 생각하니까요.

노동시간이라는 측면도 수렵채집은 실패율이 굉장히 높습니다. 그렇게 허탕치는 시간도 계산해야하고
농업 이후의 문명은 아예 노동시간이 0인 계급을 만들어 냈죠. 저 또한 업무시간을 이렇게 루팡하면서 댓글을 달고 있구요.
물론 끝없는 욕망으로 전체적인 삶의 질이 하락하고 자원을 급격하게 소모하는 현대문명의 단점이 크게 느껴지는 요즘이긴 합니다.

저 또한 현대 문명을 상당히 비판적으로 보고 살아왔는데 뱃속에서 탯줄이 목에 감겨있던 제 아들을 제왕절개로 낳게 되면서 많이 바뀌게 되더라구요.
예전 같았으면 저는 와이프와 아들을 모두 잃은 홀아비가 되었겠죠.
과거인들은 그걸 그냥 어쩔 수 없는 불운으로 치부하고 말았을테지만... 아니면 신을 저주하거나 혹은 신의 노여움을 풀기위해 제사를 드렸겠죠.

괜히 뻘 댓글 단 거 같긴 한데 그냥 이런 관점도 있다는 정도로만 받아들여주세요.
다시 한 번, 흥미로운 내용 소개 감사드립니다.
아루에
21/06/10 01:10
수정 아이콘
좋은 본문 글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본문 글만큼이나 댓글이 와닿네요.
아케이드
21/06/10 01:02
수정 아이콘
푸조로 설명한 인지혁명 부분이 참 흥미롭죠
12년째도피중
21/06/10 02:27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저는 혹시 pgr에 사피엔스를 읽은 분들이 너무 많을 것 같아서 그 부분때문에 사피엔스에 대한 글을 쓰기 망설여졌는데 덕택에 판이 열렸네요. 감사합니다.

제가 고민하던 부분은 이 이후의 '제국'부분입니다. 사실 이 책은 굉장히 위험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종교도 국가도 사실 어떤 것 하나 숭고한 것은 존재하지 않고 단지 "공통된 사고를 공유"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윗 분이 말씀하신 오리엔탈리즘도 결국 틀린 이야기는 아닌것이
식민지 시대 때 유색인종들이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서구인들은 같은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아주었죠. 그 분노가 독립운동들의 기폭제가 되었음을 명시하고, 현대의 제국은 피부색에 상관없이 제국의 핵심적인 "공통된 사고를 공유"할 때 그 공유한 사람들 사이에서 제국이 형성되는 것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로마 밖에서 로마금화의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은 제국의 일원이고 그 가치를 모르는 사람은 제국의 일원이 아니라는 것처럼요.
즉 현대사회에서 제국의 일원이 될 수 있는 사람은 제국의 가치를 공유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라는 이야기도 됩니다. 그 제국은 국가 위의 개념이고요. 단순히 미국이 현대의 제국이다로 치환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 본문의 이야기인데... 생각해보니 그 내용은 나중에 적으시겠군요. 역시 어제 술먹고 적어서 그런지 판단이 흐렸습니다. 크크크
초반에 인간이 무리짓고 사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 그 부분의 흡입력이 대단했지요...
21/06/10 03:01
수정 아이콘
(수정됨) 농업의 혁명은 문명의 본질이랑 맞닿아 있다고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문명은 예측할 수 없는 것을 예측할 수 있음의 영역으로 끌어내리는 통제의 성질을 가지는 데 사피엔스가 얘기하는 농업혁명의 맥락이란 이런 통제가 내포하고 있는 함정을 얘기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맥락을 크게 늘려 오늘날에 비추어본다면, 예측가능함이 극대화된 현대 문명속에 불안정성과 완전히 단절된 채 살아가는 소위 젊은 세대가 불행함을 느끼는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더해서 비교했던 수렵채집이 가져다주는 의미란 실리적인 만족보다는 달리 생각해 인간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없음과 선택에서 또한 행복을 누리는 생물이라는 점이라고도 생각해볼 수 도 있겠죠

인간과 AI로 대표되는 문명의 차이라고 한다면 목적주의라고 생각합니다.
문명은 목표로 가지고 움직이도록 설계되었고 AI도 그러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작동하지 않고 망가져 버립니다.
인간은 목적만을 가지고 움직일 수 없습니다. 목적에 빠져 혀우적거리다간 어느새 행복과는 멀어져 버려요.
그렇다 한들 우리는 문명속에 살아가기에 문명의 방법을 따라야만 물질의 안녕을 기원할 수 있습니다.
문명의 좋고 나쁨은 가치판단할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인류가 눈깜짝할 새 거대해진 문명에게 잡아먹혀 있을 뿐이죠.
이를 우리가 활용하느냐 잡아먹히느냐가 관건입니다.
저는 지금 인류가 위기의 시기에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이러한 위기의 시기가 있어왔지만 대부분 인류는 아직 완성되지 못했던 문명을 극도로 발달하는 방법으로 위기를 극복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번은 다릅니다. 만약 지금 인류 자체가 정신적으로 성장하여 이런 목적중심적인 삶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한다면 개인화되고 파편화된 현대의 개인으로서는 불행만이 남아 쇠퇴의 길만이 남아있을 거라고 봅니다.
+) 문명은 계속해서 성장할 겁니다. 그러나 그 속에 인간의 역할이 얼마나 남아있을 거라 장담할 수 없다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꿈꾸는아나키
21/06/10 07:03
수정 아이콘
(수정됨) 수렵채집인의 삶이 농부의 삶보다 행복하다는 주장이 합리적인지 의심스럽네요. 수렵채집에 적합한 영토는 제한적이고, 같은 인구를 부양하려면 훨씬 더 넓은 영역을 필요로 하며, 그 생산성은 농업에 비해 매우 불확실합니다. 수렵채집인은 전혀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오로지 생계를 위해 불확실한 매일매일을 두려워하며 이리저리 헤매고 다니는 부평초 같은 삶이었습니다. 사냥은 몸을 다치는 일이 다반사이며 심하면 목숨을 내놓는 일이었는데 말입니다. 전형적인 옛날이 좋았어라는 향수병 같습니다.
12년째도피중
21/06/10 11:59
수정 아이콘
사피엔스 본문에서의 설명은 말씀하시는 그 "불확실한 매일매일"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목숨을 내놓는 일"이 별게 아니었다는 내용도 포함될 겁니다. 즉 생명중시나 죽음에 대한 과도한 공포 역시 농경사회의 산물이라는 거죠. 지금 하지 않으면 나중이 힘들어, 미리미리 대비해야지! 같은 생각 따위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행복하다는 이야기인걸로...
꿈꾸는아나키
21/06/10 16:55
수정 아이콘
생명 중시나 죽음에 대한 공포는 농경사회의 산물이 아니라 그냥 생명체의 본능이죠.
12년째도피중
21/06/10 23:04
수정 아이콘
내 생명만이 아니라 남의 생명, 사회 공동체를 인격화시키는 것까지 포함해서요.
그리고 나의 생명에 대한 의미 부여도 더 강해졌다는 거고요. 비유하자면 수십년전 분들은 안전장비같은 것도 없이 그냥 일하셨지만 그게 아무 문제가 안된다고 생각하셨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아니죠. 사피엔스에 따르면 '인권'이라는 개념이 창조된 이후 확산 공유의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라는거죠. 마찬가지로 농업혁명 이후로 "생명(실은 노동력)은 소중한 것"이라는 어떤 합의가 도출되었다는게 책의 설명입니다.
이른취침
21/06/10 22:49
수정 아이콘
러시아형님들 : ???
두부빵
21/06/10 13:30
수정 아이콘
신화에 대한 얘기가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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