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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10/10 14:22:29
Name 윤여광
Subject [일반] 야구 쉬는 날 보는 롯데 야구 이야기 #1. 손으로 하는 발야구.
[이 글은 올 해부터 야구를 보기 시작한 한 롯데팬의 관점에서 작성되었습니다.]

[글에 묘사된 경기의 내용은 본인의 기억에 따라 기록했으며 실제의 경기 기록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특정 선수에 대한 매우 개인적인 감상을 담은 묘사가 포함되어 있으며 존칭은 가벼운 생활문 형식에 맞게 생략 되어 있습니다.]

[아직까지도 야구에 대해서 깊은 이해가 부족한 관계로 야구를 오랜 시간 봐오신 분들 눈에는 이치에 맞지 않는 상황 묘사나 감정 표현이 있을 수 있습니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봐주시길 바랍니다.]


#1. 5-5. 그리고 8888577.

  시작하기 전 이 숫자부터 집고 넘어가야겠다. 작년까지만 해도 야구에 관하여 아는 인물을 나열해보시오 라는 문항에 나는 이승엽 이종범 선동렬 김응룡 박찬호 딱 5인을 적어낼 수 있었고 아는 단어라고는 스트라이크 볼 아웃 홈런 안타 이렇게 딱 5개였다. 에에....종범이도 없고....동렬이고 없고....라는 어록 덕분에 알고 있던 이종범 선동렬 김응룡. 그리고 중학생 시절 체육 시간에 비가 오면 딱히 할 일이 없으니 스포츠 채널을 틀어 저 먼 나라의 야구 리그를 틀어 보여주던 체육 선생님 덕분에 박찬호를 알았고 2002년 한국시리즈 당시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쳐다 본 삼성과 엘지의 경기에서 3점짜리 동점 홈런을 때려내고 정신 나간 듯 좋아하며 운동장을 돌던 그 선수의 이름이 이승엽이라는 것을 알았다.[바로 이어 끝내기 솔로 홈런을 때린 마해영은 이승엽의 홈런을 본 직후 채널을 돌려버린 관계로 당시엔 알지 못했다. 딱히 알고 싶어서 알게 된 것이 아닌 5인의 인물.

  방과 후 집에 바로 가기가 싫어 운동장에 남아 축구를 즐기던 친구들끼리 어느 날 매일 축구만 하니 질린다며 오늘은 야구를 해보자는 말에 야구 할 줄 모른다 라며 퉁명스럽게 받아쳤다. 이에 그 친구는 발야구랑 비슷하다. 발야구를 손으로 하면 그게 야구다 라며 나를 설득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말은 좀 이상하다. 야구를 발로 하는게 발야구 아닌가. 어쨌든 매일 발장난만 하니 질리기도 하여 오늘은 손장난 좀 해보자는 심산에 끼어든 야구판에 우리는 학교 체육실 창고를 열어 야구 배트와 글러브를 꺼내 잡아 들었고 발로 직직 땅을 그어가며 라인을 잡고 손으로 하는 발야구를 시작했다. 배트와 글러브는 있었으나 야구공은 없었던 관계로 우리는 테니스 공으로 그것을 대신했다. 투수가 던지는 공의 구질이라고 해봤자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직구다. 그러다 잘못 던지면 몸에 맞는 공이 되는 것이고. 어쨌든 타석에 들어선 나는 처음 날아오는 공을 보자마자 힘껏 휘둘렀다. 공은 배트에 맞지 않고 그대로 뒤에 쭈그리고 앉아있던 친구의 글러브에 들어갔고 그렇게 헛스윙으로 공을 보내면 스트라이크라며 친구가 말했다. 사실 발야구에선 공을 그냥 뒤로 보내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대차게 헛발질을 하지 않는 이상 공을 못 찰 만큼의 마구는 발야구에선 보지 못했었기에.]그게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다. 설명을 들으니 스크라이크가 3개 쌓이면 아웃이랜다. 몸으로 하면 될 운동을 갖고 계속해서 말로 풀어가자니 짜증이 났던 나는 알았다며 대강 손을 휘젓고 다음 공을 기다렸다. 실수를 했는지 저 멀리 뻗어가는 투수의 공. 못치는 공이었으니 이건 볼이랜다. 처음의 헛스윙에 괜히 기분이 나빴던 나는 세 번째 공을 어디로 들어오는지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있는 힘껏 휘둘러 쳐냈다. 축구 골대의 한 쪽에 붙어있던 우리가 만든 야구장에서 쳐낸 공이 반대편 골대 너머 학교 담을 넘어가버렸다. 공을 잡아낼 수 없는 곳 까지 쳐버렸으니 저건 뭐냐 물으니 홈런이라더라. 홈런은 그냥 그대로 1점이니까 누를 한바퀴 돌라는 말에 그냥 터덜터덜 운동장을 돌았다. 수비하려고 서 있는 친구들을 지나치며 그들이 나를 잡으려 아무런 동작을 취하지 않는 것을 보고 뭔가 심하게 허무함을 느꼈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그대로 돌아서며 말했다.

재미없어. 때려쳐. 이게 뭐야. 축구나 해.

  야구가 뭐냐고 물으며 할 줄 모른다던 녀석이 그렇게 쉽게 홈런을 쳐내는 것을 보니 상대편도 내 말에 동의했는지 우리는 그대로 그 날의 외도를 그만뒀다. 손으로 하는 발야구. 내 첫 경험은 그렇게 허무하게 끝났다.

  그리고 시간이 훌쩍 지나 2008년 4월 5일...로 가기 전에 8888577에 관하여 얘기하고 넘어가자. 나는 각종 인터넷 유머를 꽤나 많이 뒤져보는 편이다. 컴퓨터 앞에 붙어 있는 때면 거의 십 분에 한 번씩 게시판을 체크해가며 유머들을 확인하곤 한다. 그 중에 가끔 눈에 띄는 자료가 있었으니 바로 8888577이다. 정확히 언제부터 이 숫자들을 보기 시작한 것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대략 우리 나라 프로야구 팀 중 부산 연고의 롯데 자이언츠라는 팀의 지난 7년간의 성적을 정리한 숫자임을 알았고 그 외에도 <꼴데팬이라고 놀림 받는것도 지겹다-디씨 야갤러-> <니들이 응원해라. 우리가 야구할게.>등 원성 가득한 수많은 사진을 통하여 롯데 자이언츠를 접했다. 야구의 야자에도 관심이 없었던 나는 앵간히 못하면 팬들이 저럴까 하며 피식 웃어넘겼다. 작년까지만해도 난 야구는 손으로 하는 발야구라는 그 시절 친구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제 다시 2008년 4월 5일 식목일로 돌아와 생각해보자면 그 날이 손으로 하는 발야구, 롯데 자이언츠, 꼴데, 가을에도 야구하자, 와의 첫 만남이었다.  


#2. 국민의례. 홈런 이대호.

  이 날 야구장에 따라가게 된 이유는 참 단순했다. 내가 자주 가는 온라인 모임을 빙자한 오프모임 죽어라 하는 스타크 동호회 내 채팅방 때문이었다.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되면서 이 채팅방은 주류였던 스타가 아닌 야구에 관한 이야기들로 가득했고 야구라곤 쥐뿔로 몰랐던 나는 점차 대화할 수 있는 거리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들어가는걸 관두자니 그 동안 이어온 사람들과의 인연이 아까웠고 일일이 야구가 뭔지 물어보자니 키보드를 두들길 내 손에 미안했다. 마침 4월 5일 식목일 휴일을 맞아 야구장에 가자는 이야기가 있었고 누누이 말했지만 야구라곤 쥐뿔로 몰랐던 나는 정말 아무 것도 모른 채 단지 사람들과 대화하기 좀 더 편해지기 위해서 야구장 모임에 동참하게 됐다.

  애초에 야구를 보고 싶다는 생각은 요 만큼도 없었다. 대진은 롯데 자이언츠 대 엘지 트윈스. 말로만 듣던 꼴데를 처음으로 보게 된다는 생각에 조금 설렜지만 아무 생각없이 꼴데..라는 말을 꺼냈다가 아직은 봄데라며 버럭 하는 롯데팬이었던 어떤 지인의 말에 그건 또 뭐냐고 물으니 봄에만 죽어라 잘해서 봄데란다. 별명 참 많다 하며 찾아간 잠실 야구장.

  2시 시작 경기에 야구장에 모인 시간은 대략 11시정도. 아직 널널히 남은 시간에 입장하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도 없어 우리는 편하게 야구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티비에서 10번도 채 보지 않은 야구장은 실제로 만나보니 꽤 작았다. 다이아몬드의 베이스 사이 거리도 짧아 보였고 여길 넘기면 홈런이라는 외야석도 생각보단 가까웠다. 대신 직접 눈으로 맞이하게 되는 그 생기 가득한 그라운드는 와아 하는 탄성이 흘러나오기 충분했다. 경기에 앞서 미리 몸을 푸는 선수들을 보며 오오 저 사람들이 롯데 선수들이에요 하며 물으며 신기해하던 나는 3시간정도의 대기 시간 동안 지루함 없이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그라운드 내 풍경과는 별도로 하나 더 놀란것이 있으니 관중석이었다. 잠실 운동장이 엘지 트윈스의 홈 구장인 관계로 원정 응원단은 3루측에 앉아야 된다는 상식을 습득하고 난 뒤 관중석을 주욱 둘러보니 홈팀 응원석은 솔직히 말해 초라하다 싶을 정도로 인원이 적었다. 그에 반해 롯데를 응원한다는 3루쪽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내야에 자리가 부족해 외야까지 자리를 채워가고 있었다. 팬들이 참 많은 팀이구나 하며 롯데에 대한 한 줄 평을 남길 때 홈팀을 응원하는 1루측의 관중석도 이제는 꽤 많은 사람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경기가 시작하기 직전에는 양 쪽의 관중석 모두 가득 차 있었다.

경기 시작에 앞 서 국민 의례가 있다는 말에 자리에서 일어나 외야 중앙의 전광판을 향했다. 참으로 오랜만에 듣는 애국가가 흐르고 아무 생각 없이 가슴에 손을 올린 채. 애국가가 끝나자 와아아아 하는 함성이 경기장을 뒤흔들었다. 전광판에는 타석에 들어서는 선수의 이름이 올라왔다. 정수근. 저 선수는 어떤 선수냐고 묻는 사이 정수근은 내가 쳐다볼 사이도 없이 좌익수 플라이 아웃으로 물러났다. 아아 이 선수는 그런 선수군요 하며 대강 납득하고 고개를 돌렸을 땐 이미 다음 타순의 선수가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었다. 안타. 그렇게 그 선수는 내가 이름도 알기 전 1루로 나갔다. 이어 들어선 선수는 앞 선 두 선수에 비해선 긴 시간 타석에 머물렀는데 공을 치지 않고 몇 번을 기다리더니 터덜터덜 걸어나간다. 볼넷. 그렇게 누 상에는 2명의 주자가 들어섰고 타석에는 어느 뚱뚱한 누군가가 들어섰다. 갑자기 우리 쪽 응원단이 시끌시끌해진다. 홈! 런! 이대호! 아 저 뚱땡이 이름이 이대호인가? 사람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고 나 역시 시야가 가려진 덕분에 자리에서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신나게 신문지를 흔드는 옆자리 지인에게 저 선수가 잘해서 이 난리냐며 물으려 고개를 돌려 입을 여는 순간 타석을 향해 눈알이 터질 듯 시선을 집중하던 그의 고개가 외야를 향해 돌아가며 입에선 고막이 터질듯한 고함 소리가 터져나온다.

우와아아아아아아!!!!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다 같이 뭐라도 잘못 먹은 듯 광분하는 3루 관중석의 모든 인원 덕분에 한 동안 멍해있던 나는 겨우 정신을 차려 운동장을 쳐다봤다. 앞 서 출루해있던 주자들은 모두 홈 베이스로 돌아와 있었고 이대호라고 불리던 그 뚱땡이는 1루 2루 3루를 참 천천히도 돌며 홈으로 들어와 선두 주자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그리고 전광판의 롯데라는 팀명 옆의 숫자는 0에서 3으로 모양을 바꿨다. 홈런. 무려 3점짜리 홈런을 나는 눈 앞에서 놓쳐버린 셈이 됐다. 놓쳐버린 아쉬움보다 나는 홈런 참 쉽게 때려낸다는 생각에 그것의 가치가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것도 그럴 것이 별로 공들여 친 것 같지도 않은 공이 그냥 휭 날아가더니 홈런이라니. 거기에 바로 3점. 야구 참 쉽구나 하는 생각에 멍하니 앉아 있는 사이 1회초 공격은 그대로 끝났다.


#3. 마! 마! 마!

  1회초 롯데의 공격이 끝난 후 엘지는 곧바로 2회말 1점 3회말 2점을 득점하며 3대3 동점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그 후로는 꽤 긴 시간동안 투수전의 양상을 보였다. 롯데의 선발로 나선 매클래리와[경기장의 몇몇 팬들과 내가 동행한 지인들은 그를 맥꾸역이라 부르더라.]엘지의 선발 최원호는 각각 7이닝 6이닝동안 던지며 똑같이 3점씩을 실점했다. 그 사이 나는 롯데의 응원에 물들어가고 있었다. 원래 어디 모여서 같이 소리지르고 노래 부르며 분위기 타는 것을 좋아했던 나는 그들에 익숙해지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오히려 친숙하다고 해야하나. 타석에 들어서는 선수들마다 각각의 응원가를 준비하는 것이 좋았고 막대 풍선이 아닌 신문지를 좍좍 찢어 손에 들고 흔드는 특이한 모습이 재밌었다. 그들의 열광적인 응원에 매료되던 중 말 그대로 식겁 놀란 것이 있으니 바로...

마!

  1루에 나가있던 주자가 베이스에서 거리를 좀 둔다 싶었는지 투수는 포수가 아닌 1루수에서 공을 던져 주자를 견제했다. 한껏 타자를 응원하던 사람들은 에이 하면서 아쉬워 하더니 이내 응원단장의 삑! 삑! 삑! 하는 세 마디 박자후에 있는 힘껏 마! 하며 소리를 질렀다. 넋 놓고 아쉬워 하던 나는 상대 투수를 잡아먹을 듯 한 기세로 운동장에 소리를 질러대는 사람들을 보며 이게 뭔가 하며 식겁 놀라면서도 그것마저 너무나 재밌어서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마! 야구 단디 해라! 앞으로 던지라카이! 1루수가 포수가! 여기 저기 말들이 터져나오는 가운데 친절한 지인 한 명이 설명하기를 투수가 1루 주자를 견제하면 그러지 말라는 의미로 경상도 사투리인 마![임마]를 외친다고 한다. 즉, 견제하지 말라는 말이랜다. 굉장히 직설적인 응원이지 않은가. 우우우 하는 야유가 식상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아무리 그랳도 그렇지. 경기장의 선수에게 하지 말라니. 거 참 너무 솔직한 사람들이다. 맘에 들었다. 너무 맘에 들었다. 재밌기도 재밌지만 평소에 쌓인 울분을 해당사항 없는 누군가에게 분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맘에 들었다. 일종의 화풀이랄까. 처음으로 접한 마!는 놀라움이었다면 두 번째 세 번째 찾아오는 마!의 시간은 큰 즐거움이었다. 오히려 속으로 이 쯤해서 견제 한 번 해줬으면 하는 바람까지 갖게 됐을 정도니까.


#4. 아주라! 아주라! 아주라!

  스코어와 이닝을 다시 한 번 확인하려고 쳐다본 전광판에는 파울볼 주의라는 경고 문구가 비춰지고 있었다. 하긴. 타구에 맞으면 엄청 아플거야 하는 막연한 추측에 나는 타자들이 파울을 쳐낼 때 마다 내가 앉은 자리로 날아올까 노심초사하며 공의 방향을 주시했다. 계속해서 1루측으로만 날아가던 파울볼이 드디어 3루 우리가 자리한 방향으로 날아왔다. 공을 잡으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어느 누군가가 격한 몸싸움 끝에 손에 공을 쥐어들고 환하게 웃는 얼굴로 기뻐하고 있었다. 순간 관중석에선 아주라! 아주라! 하는 연호가 터져나왔고 나는 그것을 타석에 들어선 선수 이름을 연호하는 것으로 착각했다.

  그도 그럴것이 경기장안에 보이는 수 많은 롯데 팬들 중 유니폼을 입고 돌아다는는 이들 중 반 수가 유니폼 뒤의 네임 마킹에 아주라를 새기고 있어서였다. 야구의 야자도 모르는 내가 롯데에 어떤 어떤 선수가 있는지 알 리가 무방하다. 덕분에 나는 그 많은 이들을 보며 [아주라..라는 선수가 꽤나 잘하나보지?]하고 생각했었다. 타석의 한 선수가 물러나고 다음 타자가 들어섰다. 그 역시 3루측으로 파울볼을 날렸고 또 어느 누군가가 공을 잡고 기뻐하는 찰나. 또 다시 관중석에선 아주라! 하는 연호가 터져나왔다. 이 쯤 되니 아주라를 외국인 용병의 이름 정도로 알고 있던 나는 다시 한 번 물어볼 수 밖에 없었다. 방금 아웃되서 물러난 타자의 이름을 왜 또 불러대는지.

아주라가 누구에요?

  순간 내 주변의 지인들은 모두 폭소를 터트렸고 나는 내 질문의 어디가 웃음을 터트릴 수 있는 포인트였는지 재빨리 고민하기 시작했다. 백 번 고민해봐야 답이 안나온다. 질문의 내용 자체는 웃길 건덕지가 없지 않은가. 문법과 형식에 적합한 질문 문장이었음에도 그들이 내 말에 그렇게 폭소한 이유는 그것이 선수의 이름이 아닌 공을 애한테 주라는 의미의 사투리라는 유래 덕분이었다. 경기장을 찾은 미래의 야구팬인 아이들에게 선물의 의미로 그 파울공을 주자...라는 의미의 연호 아주라. 어렵게 공을 잡은 그 누군가는 서운할지도 모를 말이지만 좋은 의미이긴 하다. 가족 단위로 야구장을 찾은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거리가 될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그들이 서서히 자라가며 야구에 대한 좋은 기억과 야구장을 다시 찾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므로. 의미를 알고 나서 그들의 웃음을 이해했다. 일단 사투리부터 좀 익혀야 할 듯 싶다.


#5. 임작가.

  승부는 끝이 날 줄 모른 채 10회로 접어들었다. 처음 관전을 나선 경기가 연장으로 접어들자 이거 못할짓이다 싶었다. 이미 응원하는 마음은 롯데에 기울어져 있었으니 첫 3점 홈런을 때려낸 후 2회부터 9회까지 1점을 추가하지 못하는 롯데 타선이 원망스러웠다. 때는 4월 봄이라고는 해도 경기 시작 전 시간부터 합하면 6-7시간정도를 땡볕에 일어섰다 앉았다를 반복하니 진이 빠져버린 것이다. 니들이 응원해라 우리가 야구할게 하던 팬들의 말이 생각났다. 그리고 동감했다. 최소한 공격때는 타순대로 밖에 나오기만 하면 되고 수비때야 선발이 아니면 덕아웃에서 편하게 앉아있는 것 아닌가. 거기다 홈런이야 뭐 그까짓 거 붕붕 휘두르면 쳐낼 수 있는 것 같고.[엄청난 오만이지만 뭘 잘 모르니 할 수 있는 생각이다.]

  결국 10회초 롯데의 공격은 무득점으로 끝이 났고 홈 팀의 마지막 공격이 시작됐다. 마운드에 서 있는 이는 롯데의 임경완. 잘 던지니까 10회나 돼서 마무리로 나왔겠거니 하여 이 선수에 대해선 묻지 않았다. 주자는 방금 전 2루수의 실책으로 출루한 이대형. 그리고 김준호의 번트로 2루에 자리잡고 있는 상황. 박용택까지 삼진으로 처리하고 아웃 카운트 1개만을 남겨둔 채 투수가 교체 된 상황이었다. 타석에는 3회에 투런 홈런을 쳐냈던 최동수. 3회와 마찬가지로 주자가 나가 있어 홈런이라면 2점짜리가 된다. 단 1점이라도 허용해서는 안되는 상황. 공은 3개가 던져졌다. 스트라이크 하나 볼 둘. 그러고 던져진 임경완의 4구. 최동수는 그것을 힘껏 받아쳐 올렸다. 공은 높이 아치를 그리며 빠르게 날아갔다. 처음은 놓쳤지만 이미 3회에 눈에 익혀둔 타구 방향. 데자뷰이길 바랐다. 10회 말 엘지 트윈스 최동수의 끝내기 2점 홈런. 경기는 그렇게 끝이 났다. 처음으로 야구를 보러 갔고 응원에 마음이 뺏겨 롯데를 외쳐대던 내 눈 앞에서 엘지의 어느 선수가 연장 승부 끝에 투런 홈런을 때려 경기를 마무리 지은 것이다. 기운이 좍 빠졌다. 아웃 하나만 더 잡으면 다음 회로 넘어갈 것이고 그럼 우리에게도 점수를 낼 수 있는 여지가 생길 것인데. 이게 뭔가. 홈런이라니.

  시간이 좀 더 흐른뒤 그에게 붙여질 별명의 시초였다고 생각하면 될 일이지만 그 때야 뭐 아는 바가 없으니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10회말 마운드에 올라 단 한 명의 타자를 상대하는데 투런 홈런을 맞은 투수. 나와 임경완이라는 투수와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다.


#6. 빠바바바바밤~. 빠바바바바밤~. 빠바바바빠바암~. 지이금은~ 그 어디서~.

  처음 간 야구장에서 경험한 롯데의 응원은 경쾌 그 자체였다. 들어보면 이 팀 저 팀 안재밌는 응원이 어딨겠냐만은 하필 내가 처음 경험한 야구는 롯데이니 가볍게 넘어가도 될 이야기다. 특히나 뱃 속 깊이 쌓인 울분을 토해내는 듯 한 마!는 아주 마음에 들었다.[전통(?)의 응원을 두고 겨우 한 번 맛 본 초짜 팬 주제에 마음에 든다고 말하려니 민망하지만 달리 적당한 표현이 없다.]경기는 졌다. 그것도 연장 승부 끝에 홈런을 맞고. 그러나 별 다른 감흥은 없다. 내가 몇 년간 롯데를 응원하면서 8888577이라는 순위표에 한이 맺힌 것도 아니었고 올 시즌 경기 중 1패만을 봤을 뿐이다. 여전히 순위는 상위권에 랭크. 다음 경기 이기면 그만이다 하며 가볍게 넘길 수 있는 경기였다. 다만 동행했던 골수 롯데 팬인 몇몇 지인은 한 숨을 푹푹 내쉬며 패배를 안타까워했다. 경기 내내 열성적으로 응원하던 일행이 경기장을 떠나는 길에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것도 아주 큰 소리로.

빠바바바바밤~. 빠바바바바밤~. 빠바바바빠바암~. 지이금은~ 그 어디서~.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수 많은 사람들 가운데 그의 목소리가 울려퍼지자 나는 얼굴이 달아오르며 후다닥 그의 옆에서 떨어졌다. 경기장 내에서도 응원하던 도중 불렀던 귀에 익기 시작한 그 노래. 부산 갈매기. 응원 도중에 들었던 그 멜로디는 참 신났는데 패전의 길을 걸으며 들어보니 여간 서러운 것이 아니다. 길가던 몇몇 이는 그의 박자에 따라 따라부르기도 했다만 그가 이내 노래를 줄이자 그 슬픈 노래는 이내 자취를 감췄다.

  야구와의 첫 만남은 응원하는 팀의 연장 역전패로 끝이 났다. 다만 패했다고 하여 괜히 시간 들이고 땀만 뺐다며 후회하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이기지 못해 아쉽기는 했으나 그 이상의 충분한 즐거움을 안고 돌아가는 길이 7천원짜리 티켓이 아깝지 않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롯데가 그 다음날 보기 좋게 엘지를 이겼을 때는 갔을 때 좀 이기지 하며 원망하는 마음이 없잖아 생기기도 했었다. (경기장에)있을 때 잘하라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다.

  어찌보면 나는 이 날 롯데의 주요 구성 요소를 꽤나 많이 맛 본 셈이다. 봄에만 반짝 잘한다고 봄데. 거인의 자존심 이대호. 부산갈매기. 마! 아주라! 임작가. 어째 초점이 야구가 아닌 롯데 자이언츠 그 자체에 맞춰져 가는 것 같아 헷갈리기도 했지만 상관 없었다. 롯데를 보다보면 야구가 보일 것이고 야구를 보다 보면 롯데가 보이겠지. 처음이라고 무작정 대책없이 시야를 넓게 가질 필요는 없는 것이다. 관전 포인트를 확실하게 정해두고 하나 하나 더해가는 재미로 야구를 보리라 마음 먹었다. 이 날. 손으로 하는 발야구는 롯데 자이언츠의 야구로 바뀌었다.


#7. 이 날의 기억에 남아있는 경기 정리.

2008년 4월 5일 엘지 트윈스 VS 롯데 자이언츠 In 잠실야구장

선발투수 - 맥클래리[롯데] 최원호[엘지]
홈런 - 이대호[1회.롯데]투런 최동수[3회-10회.엘지]투런 투런
패전투수 - 강영식[롯데]
승리투수 - 정재복[엘지]

이 날의 타구장 경기 결과.

기아 : 한화 = 9 : 4
두산 : SK = 1 : 5
히어로즈 : 삼성 = 6 : 5

#8. Next Match.
2008년 6월 22일 롯데 자이언츠 VS 엘지 트윈스 In 잠실 야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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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페리안
08/10/10 14:37
수정 아이콘
... 이런 주변분들이 몹쓸짓을 했군요... 롯데라니.... 차라리 FM을 쥐어주지....

저는 어렸을 때 주형광 선수가 포수한테 공을 받고 나서 글러브를 벗고 두 손으로
뽀드득 소리가 날 것처럼 매만지는 모습을 참 좋아해서 롯데 팬이... (응???)
그리고 어느 경기였는지 모르겠지만 공필성 선수가 불규칙 바운드로 눈을 맞고
피떡이 돼서 실려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롯데 팬이...(응??????????)

참 이상한 루트로 팬이 돼버렸습니다 흑흑...
08/10/10 14:39
수정 아이콘
야구를 20년 넘게 보고 있지만 아직도 선수들 성적을 자세하게 외우거나 그러지 않습니다. 대충 '아 이녀석 3할 초반 치고 있구나, 이놈은 왜 올해 2할 초반에서 정신을 못차리지?' 정도로 두리뭉실하게 볼 뿐이지요. 그냥 팀을 사랑하게 되고 선수들을 사랑하게 되면 스포츠는 굳이 분석하고 다니지 않아도 즐길 수 있으니까요. 물론 야구의 데이터 분석의 묘미가 쏠쏠하기 때문에 그쪽으로 파고드는 것도 좋긴 합니다. 그래도 한 20년 보고 나니 분석을 굳이 하지 않더라도 대체로 투수교체 타이밍이나 포수리드, 타자들의 컨디션 같은 것은 눈에 들어 오더군요. 가끔은 주위분들께 점쟁이라는 소리도 듣습니다. 흐흐

하여튼 글 재미있게 봤습니다. 야구팬의 한사람으로서 윤여광님도 즐거운 야구인생을 계속 누리시길 바랍니다.
08/10/10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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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쓸 사람 중에 하나입니다...-_- 뭐 어쩌다 보니... 하지만 전 윤여광 님(이라고 쓰고 '여광이'라고 읽습죠...^^;;)이 그날을 고마워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나저나 올해 잠실 직관은 두 번. 두 번 다 엘지. 두 번 다 최동수 선수 때문에 졌던...ㅠ_ㅠ
소주는C1
08/10/10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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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작가가 작년만 해도 이렇지 않았는데 말이죠.

04년 홀드왕인데...

올시즌은 여러모로 판타스틱한 시즌이 아니였나 싶습니다.

올해도 4강 못가나 싶었는데 후반기의 기적적인 연승,

준플옵에서의 2연패,

스윕은 안당했으면 좋겠네요.
버디홀리
08/10/10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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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6개월전 게임을 이리도 자세히 기억하고 있다니.....대단하네......
야구의 묘미에 푹 빠진 듯 하여... 야구팬의 입장에서 반가움~!!!
여자예비역
08/10/10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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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521대첩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요
양현성
08/10/10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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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이 아는 LG 팬 형님 결혼날인데..

끝에가서 외야가서 겨우 봤는데..

최동수 투런후 가슴치는거에 작살났다는 제주위 엘지팬들

하지만 난 히어로즈 겸 기아팬 인대..
쪽빛하늘
08/10/1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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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모임을 빙자한 오프모임 죽어라 하는 스타크 동호회...라 너무 정확하게 묘사하신듯합니다.


저도 그날 이후로 롯데경기의 결과에 울고 웃으며 그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끔 신세한탄도 하지요.
내가 전생이 무슨죄를 지었길래
임팬에 이어서 롯데팬이 되었단 말인가 하구요...
예술가
08/10/10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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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페리안 // 눈에 피가나서 실려나간 선수는 박현승 선수가 아니였던가요???

한 10년 전쯤으로 기억하는데~~~그때 박현승 선수가 3루 수비를 하다가 공이 눈에 맞아서(정확하게는 눈 주위) 피가 나는걸 본것 같은데요

공필성 선수는 공격할때만 공에 맞는걸 봤고 수비시에 공맞는걸 본적이 없어서 ,,,
Mynation
08/10/11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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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배번 82 이름 아주라입니다.
왕년의 홀드왕인 그가 돌아왔기에, 저는 돈 긁어모아 산 D80을 들고 그의 연속투구를 찍으러 재빨리 시야가 좋은 쪽으로 뛰어갔습니다.
그리고 저는 최동수선수의 데뷔 첫 끝내기홈런이 시작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아아....

아마 아직도 날아가고 있을걸요?

... 그러고보니 올해 본인 직관 승률이 매우 좋지 않네요.. 광주 1승, 문학 2패, 잠실 1승 2패.. -_-;;
라이온스 옷을 하나 뽀려입고 대구 3루측에 잠입할까 생각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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