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9/06/25 16:36:14
Name ohfree
Subject [일반] 죽고 난 뒤의 팬티 (수정됨)

어느 한 시인은 자신이 죽었을 때 사람들이 자신의 팬티를 살펴보는 것이 신경 쓰인다고 말하였다.

‘산 자도 아닌 죽은 자의 죽고 난 뒤의 부끄러움, 죽고 난 뒤에 팬티가 깨끗한지 아닌지에 왜 신경이 쓰이는지 그게 뭐가 중요하다고 신경이 쓰이는지 정말 우습기만 하다’ 고 재미있게 표현했지만 이 글을 읽고 난 뒤의 나도 웃지 못할 고민을 하게 되었다.

일을 보고 나서 안 닦는 것도 아니고 팬티는 늘상 갈아 입으니 그닥 고민거리가 되지 못하였다.


나의 고민은 컴퓨터 속 저장된 야한 자료들 때문이었다.

내가 죽고 나면 누군가가 내 방을 정리 하러 들어올 테고…컴퓨터를 켜 볼 것이다.

d드라이브를 클릭하고는 놀라는 그 모습을 보는게 싫다.
e드라이브를 클릭하고는 놀라는 그 모습을 보는게 싫다.
f드라이브를 클릭하고는 놀라는 그 모습을 보는게 싫다.
g드라이브를 클릭하고는 놀라는 그 모습을 보는게 싫다.
휴지통을 클릭하고는 놀라는 그 모습을 보는게 싫다.
c드라이브 구석에 숨겨진 파일을 확인하고 놀라는 그 모습을 보는게 싫다.


어차피 난 죽었기 때문에 볼수도 없지만… 그래도 싫다.

설령 그게 내 가장 친한 친구들이라 할지라도 그렇다.


행여나 가족이 살펴 본다면… 그건 상상도 하기 싫다.


‘아이고. 우리 개똥이가 매우 건강했구나’

라는 말을 해주면 다행이지만…저 말조차 듣기 싫다.




컴퓨터 정리를 깔끔하게 해 놓는다면 문제 없는 일이지만… 그건 또 어렵다.
쉬프트+딜리트 키 한방이면 되는데 그건 안된다.
암튼 안된다.



고민이 점점 자라기 시작하자 초조해졌다.

하는 수 없이 얼마전 가까운 친구에게 컴퓨터 비밀번호를 알려주며
‘내가 죽거든 집으로 달려와 컴퓨터를 부수든지 포맷을 하던지 하라’
라고 일렀지만 어째 귓등으로 듣고 흘러넘기는 것만 같아 속이 상했다.


하는 수 없이 내 손으로 처리를 해야겠다 마음 먹었다.

자리에 앉아 파일을 삭제하기 전에, 찬찬히 파일들을 하나씩 클릭해보는데 시인의 말이 떠올라서 웃음이 나왔다.
죽고 나서 이게 뭐가 중요하다고 신경을 쓰는지 우스웠기 때문이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사악군
19/06/25 16:38
수정 아이콘
앞으로는 누가 죽고나면 유족들은 고인의 하드를 포맷하는게 예의범절로 자리잡을지도..
인생은서른부터
19/06/25 16:39
수정 아이콘
아, 그냥 콱 죽어버릴까?
아냐 갈 땐 가더라도 하드는 치우고 가야해

라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버팁니다.

저만 그러는거 아니죠?
카롱카롱
19/06/25 16:45
수정 아이콘
하드 포맷으로 끝나면 다행입니다

구글 신은 모든걸 기록합니다

유튜브 검색기록, 구독,
인스타 검색기록, 팔로우...

하하하
19/06/25 16:50
수정 아이콘
구글쪽 개인정보 싹 다 지우는 방법 있습니다.
저는 애초에 기록을 안남기고 혹시나 하고 주기적으로 지웁니다.
누군가 제 컴퓨터에 와서 자동완성되는걸 본다면...으아악
인생은서른부터
19/06/25 18:06
수정 아이콘
제가 크롬 안쓰는 이유!
주소창 북마크 자동완성이 안풀려서!
캐모마일
19/06/25 16:45
수정 아이콘
저는 죽음까지는 아니더라도 얼마전에 이런 생각을 했어요.
허름한 집옷 입고 있다가 음식물 쓰레기 버리러 나오는데 문득 만약에 우리 집이 갑자기 화재로 타버린다면? 이런 차림으로 계속 돌아다녀야 되나?
재간둥이
19/06/25 16:46
수정 아이콘
이게 명예사라는 것이죠~? 저도 글쓴분 생각과 같은 생각을 제법하는데... 하면서도 막상 지우진못하겠어요. 안본지 3개월은 되어가는디 지우기엔 미래의 나에게 벌주는것 같고
미카엘
19/06/25 16:58
수정 아이콘
미래에는 데이터 저장 장치와 심박을 연동해서 심장이 멈추면 저절로 컴퓨터를 비롯한 주요 개인 기록을 깔끔하게 포맷해 주는 시스템이 나올 것 같아요.
이쥴레이
19/06/25 17:04
수정 아이콘
https://www.fmkorea.com/1329394065

요즘 라노벨이나 애니 주인공들도 죽거나 전생전에 컴퓨터 하드 지우고 갑니다.
크림샴푸
19/06/25 17:06
수정 아이콘
아들이 생긴다면 당당하게 저의 소중한 소장목록을 전해줄겁니다!!! 부...부끄럽지 않다구욧!
19/06/25 17:07
수정 아이콘
???: 아들아.. 예전에 옆나라 일본에 요*** 아**라는 분이 있었는데..
크림샴푸
19/06/25 17:10
수정 아이콘
저는 스즈무라, 하시모토, 아이자와, 요시타카 같은 슬렌더 스타일을 좋아합니다. 물론 은퇴한 전설들도 다 소장하고 있구요...
모모타니..사쿠야... 치나미.. 제발 돌아와..
LucasTorreira_11
19/06/25 17:53
수정 아이콘
왜 자동완성돼죠?
E.D.G.E.
19/06/25 19:10
수정 아이콘
아이폰인줄
19/06/25 17:10
수정 아이콘
자 그러면
사망시 보유하고 계신 인터넷 계정 및 휴대폰과 데스크탑, 랩탑 데이터를 깨끝하게 소거해 드리는 사업을 시작해보겠습니다?
인생은서른부터
19/06/25 18:08
수정 아이콘
진지하게 후원...
19/06/25 19:39
수정 아이콘
소거 전 복사가 목적이신게...
조유리
19/06/25 17:14
수정 아이콘
훈련소 있을 때 조교가 '군대에서 자살하면 군에서 면피를 위해 자살자의 디지털 기록까지 샅샅이 조사해서 유가족에게 전달한다'는 식의 얘기를 해준 적 있는데

사실 여부는 잘 모르겠지만 좀 그럴듯하게 들려서 무섭더라고요. 이게 뭐라고 크크
서쪽으로가자
19/06/25 17:14
수정 아이콘
나의 아저씨에 송새벽 대사로도 나오죠."인생의 마지막은 팬티야."

근데 죽고나면 제 하드를 누가 신경쓸까 싶기도 합니다.
고란고란
19/06/25 17:20
수정 아이콘
죽고 난 이후의 일이야 뭐... 저랑 상관없다고 생각해서.
라플비
19/06/25 17:38
수정 아이콘
데스니테이션 2에서도 약하는 남자가 주인공에게 부탁하죠. 자기가 먼저 죽으면 자기 방에 있는 야한 거 좀 치워달라고...
기사조련가
19/06/25 17:49
수정 아이콘
인스타에서 크림캔디님 팔로우 해놨는데 저 죽으면 친구한테 아이디 삭제해달라고 해야겠네요.
Lord Be Goja
19/06/25 18:07
수정 아이콘
저는 다행히 sns는 안해서...컴퓨터만 잘 폭파시키면 될거같습니다.
혹시 돌연사할까봐 이불밑에 비닐깔고 지내기는 하는데..
루트에리노
19/06/25 19:00
수정 아이콘
하지만 사후강직때문에 팬티는...
(이하생략)
19/06/26 11:40
수정 아이콘
괄약근이 힘이 풀려서 줄줄줄...
조용히살자
19/06/25 19:16
수정 아이콘
아니 피지알인데 똥얘길 안하다니..
사이트정체성을 잃어가네요...
Fanatic[Jin]
19/06/25 19:17
수정 아이콘
유언장: 내가 죽으면 나와 같이 컴퓨터를 화장해주시오.
호떡집
19/06/25 19:20
수정 아이콘
외장하드에 암호 걸어놨습니다. 안심~~
19/06/25 19:42
수정 아이콘
아버지 지인분께서(60 중반쯤 되셨을 듯) 컴퓨터가 작동이 안된다고 하셔서...
파워가 나간거라 교체해드리고 쓸만하시라고 SSD 설치해드리고 기존 하드를 포맷해드리는데...
기존하드에서...건강하신지 굳이 안여쭤봐도 될 듯한...음...
19/06/25 20:00
수정 아이콘
세상의 모든 엄마 아빠, 고모 고모부, 이모 이모부, 할머니 할아버지는 영차영차 하는 사이… 라는 것과 비슷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handmade
19/06/25 20:14
수정 아이콘
갑자기 진지한 얘기해서 좀 그런데 친했던 대학 동기가 사망했는데, 사망 후에 페이스북 계정이 2년 넘게 남아있더라구요. 누군가 좀 지우면 좋을텐데...
아침밥스팸
19/06/25 20:23
수정 아이콘
현자 타임에 글을썻다에 한표 겁니다.
지금이라도 휴지통 복구를.. 또르르ㅡㅜ
19/06/25 23:32
수정 아이콘
죽은사람의 인터넷 장례를 치뤄주는 서비스도 필요해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1606 [일반] 도무지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오르는 존윅3 쒸익쒸익 (스포) [41] 에리_910341 19/06/26 10341 8
81605 [일반] 섹스를 하면 걸리는 저주가 있다? (영화리뷰) [19] 박진호11752 19/06/26 11752 7
81604 [일반] 맹상군 이야기 [32] 삭제됨6868 19/06/26 6868 13
81603 [일반] 타다 등 모빌리티 업체에 기여금 받을 전망 [34] 러브어clock9666 19/06/26 9666 0
81602 [일반] 삽자루님의 불법 댓글 최신 영상이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27] Jun91110846 19/06/26 10846 2
81601 [일반] 혐 죄송합니다) 고양이의 온기 때문에 운전대가 잡히지 않습니다 [33] 외력과내력9327 19/06/26 9327 6
81600 [일반] [소름주의] 그것이 알고 싶다. 영동 여고생 살인 사건 [46] 랜슬롯15191 19/06/26 15191 1
81599 [일반] 밤에 사무실로 돌아오는 공무원들 [67] 캐모마일13284 19/06/26 13284 4
81598 [일반] 서울대 에브리타임 핫게시물을 보고 느낀 점 [37] Synopsis11734 19/06/26 11734 19
81597 [일반] 원스 3기 모집을 보고 써보는 원스 2기 가입기... [7] 그놈헬스크림6953 19/06/26 6953 4
81596 [일반] (스포) 영화 존 윅 3 후기 [21] 삭제됨5972 19/06/26 5972 0
81595 [일반] 나는 도저히 못하겠다!!! [21] 전직백수8145 19/06/26 8145 14
81594 [일반] 기억에 남는 영화 포스터 문구(tagline) BEST 10 뽑아봤습니다. [35] 삭제됨9678 19/06/26 9678 0
81593 [일반] 자존감과 열등감 [52] 서양겨자9872 19/06/26 9872 19
81592 [정치] 자유한국당의 국회 정상화 합의안 번복, 끝나지 않은 국회 파행 [102] Davi4ever13087 19/06/25 13087 12
81591 [일반] 고유정, 야만적 조리돌림 우려돼 현장검증 안했다 [71] 아유11417 19/06/25 11417 7
81590 [정치] '버스 정차 전 이동' 과태료 추진...? [44] prohibit7898 19/06/25 7898 2
81588 [일반] 죽고 난 뒤의 팬티 [33] ohfree11714 19/06/25 11714 14
81587 [정치] 사상 첫 '우체국 파업' 초읽기…우정노조, 쟁의행위 가결 "7월 9일 돌입" [65] 及時雨10595 19/06/25 10595 7
81585 [정치] 입막음 급급한 경찰.. 강남서 비위 유출자 색출해 인사조치 [69] ICE-CUBE12257 19/06/25 12257 13
81584 [일반] (기생충+장고 스포) 도저히 참을 수 없었기에 [40] 글곰8117 19/06/25 8117 15
81583 [일반] 병신같은 직업 [48] Secundo14427 19/06/25 14427 106
81582 [일반] 강서구 전세대란 사태 [183] 말다했죠23018 19/06/25 23018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