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9/01/08 14:04:42
Name 리니시아
File #1 indeximg.gif (39.4 KB), Download : 62
Subject [일반] 맹유나 - 그대 발길이 머무는 곳에 (수정됨)


2010년 2월
그때 나는 경기도 시흥에서 울산 호미곶으로 부대 이동을 했던 공군 일병이었다.
부대에서 2시간 30분을 이동해야 겨우 울산 시외버스터미널까지 도착할 정도로 외딴곳에 부대가 이사를 갔다.
아무것도 없는 외딴곳이기에 막사부터 진지 구축으로 노가다를 하고 밤낮으로 경계근무를 섰다.
위문 공연은커녕, 눈뜨면 바다만 보이던 그곳에서 우리들의 마음을 달래주던 건 역시나 가요 프로그램이었다.

가인과 조권은 우리 사랑하게 됐다며 듀엣을 불렀고, 소녀시대는 오빠를 사랑한다 했고, 카라는 루팡을 불렀다.
그렇게 매일매일 음악 프로그램을 감상하던 중 처음 보는 스타일의 가수를 보게 되었다.



'고양이 마호'

새벽 2시 30분에 잠도 없는 마호라는 고양이를 묘사했던 그 노래를 듣고 좀 묘한 기분이 들었다.
분명 아이돌로 나온 느낌인데, 발성이나 노래는 흔한 아이돌로 치부하기엔 독특한 매력이 보여서일까?
병사 수첩 한구석에 "맹유나"라는 이름을 적고 휴가 때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앨범에 수록된 곡들이 꽤나 비범하더라.
조용필의 '그대 발길이 머무는 곳에'를 리메이크했고, 익숙한 곡인 Paradise.
봉선화라는 곡을 듣고는 '아 이 친구 아이돌이 아니라 뮤지션이구나?' 싶었다.
그렇게 1집 전곡을 mp3에 채워 넣고 부대에 복귀하는 길에도 듣고, 복귀 해서도 자기 전에 가끔 찾아듣곤 했다.
(그때 공군에선 mp3를 인가받고 반입이 가능했다)

부대 체육시설에서 러닝머신을 탈 때도 듣곤 했고, 짬이 차서 스피커에 연결해서 틀어놓고 운동하기도 했었다.
그렇게 2011년 제대를 했고, 전역 후에도 가끔 1집을 찾아 들었다.
그리곤 진짜 사나이 여군 특집에 맹승지가 입대해서 '여자는 이렇게 한단 말입니다'를 기점으로 '맹'이라는 성을 갖은 사람은 맹승지로 기억되고 맹유나는 까맣게 잊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한참 지난 뒤 2019년 1월이 되었다.
군대 시절 얻게 된 안구건조증 때문에 따끔한 눈을 게슴츠레 떠서 오전 업무를 진행하고 있었다.
겨우겨우 오전 업무를 마무리할 즈음 네이버를 들어가 봤다.
그런데 잉??? 실시간 검색어 1위에 맹유나가 있는 게 아닌가?
너무 기쁜 마음으로 '오~~ 드디어 좋은 일 생겼나 보다'라고 생각하며 클릭을 했다.
근데 가장 처음 보이는 포스팅의 제목이 "가수 맹유나, 지난 연말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사망" 이었다.

에.... 오늘 사망도 아니라 지난 연말 자택에서..?
그동안 이 가수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싶었다. 더불어 어떤 가수였는지도 이제야 궁금해졌다.





- 맹유나의 아버지는 가왕 조용필의 매니저인 맹정호이다.

- 맹유나는 네 살 때부터 클래식 피아노를 쳤다.

- 중학교 때까지 클래식 뮤지션이 되려 했으나, 적성이 맞지 않아 대중 가수가 되려 했다.

- 아버지 맹 대표는 가수가 너무 힘든 세계라는 것을 알기에 딸의 꿈을 "꺾기 위해" 겨울연가 음악감독 박정원에게 소개했다.

- 하지만 오히려 음악성을 인정받고, 중3 때 '프라하의 연인' '봄의 왈츠' 등 드라마 OST에 참여했다.





'플라워 (봄의 왈츠 ost)'

- 이때 플라워의 일본어 버전이 인기를 끌며 2007년 일본에서 데뷔하였다.




- 20살 본인이 직접 작곡한 luv, 파라다이스, 꽃잎 등이 수록된 1집 '더 피콕'을 발매했다.






'Let's Dance'

- 이후 큰 기획사의 러브콜을 거절, 2장의 정규앨범과 4곡의 싱글을 발표했다.





'180510 NCT night night with 맹유나 (YUNA) 아이즈 (IZ)'

- 2018년 5월 10일 NCT 라디오에선 앙상하게 마른 모습으로 사랑 꽃 앨범 이후 첫 활동을 보였다.





오랜만에 발견한 반가운 이름이 이렇게 안타까운 소식으로 이어지니 가슴이 먹먹하다.
지난 5월에는 저렇게 앙상한 모습이었고, 사망한지 시간이 꽤 지난 후에야 알게 되다니.

그녀가 부른 그대 발길이 머무는 곳에의 가사 처럼.
그대 발길이 머무는 곳에 숨결이 느껴진 곳에 머물게 되기를..



맹유나 - 그대 발길이 머무는 곳에
https://music.bugs.co.kr/track/1808082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수타군
19/01/08 14:21
수정 아이콘
마지막 영상에서 너무 말랐네요.
무언가 힘든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작별의온도
19/01/08 14:22
수정 아이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물맛이좋아요
19/01/08 15:01
수정 아이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가수 진형도 젊은 나이에 심장마비로...

요즘 날이 추워서 그런지..
검검검
19/01/08 16:32
수정 아이콘
본문과는관계없지만(...) 호미곶은 포항아닌가요?
리니시아
19/01/08 17:03
수정 아이콘
그러네요. 부대에 울산 사람이 엄청 많아서 햇갈렸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9675 [일반] 성매매여성 비하 논란 민주당 대구 구의원 근황 [175] 마재13463 19/01/09 13463 35
79674 [일반] [번역] 국제정치학 석좌 스티븐 월트 미의회 신년사 [21] aurelius8756 19/01/08 8756 28
79673 [일반] 최근(?) PGR 자게에서 핫했던 글 Top 10 [69] bbazik12087 19/01/08 12087 2
79672 [일반] LG전자 스마트폰이 1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114] Leeka15168 19/01/08 15168 0
79671 [일반] 음원 가격 인상 관련해서 팁 - 멜론 [1] 루나미소5919 19/01/08 5919 1
79670 [일반] 일본에서 강간죄 거짓증언으로 복역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32] 짐승먹이11626 19/01/08 11626 15
79669 [일반] '마루마루' 운영자 2명 입건. [354] 예나22942 19/01/08 22942 5
79668 [일반] 애플 주가 대폭락에 대한 잡담들.. [28] Leeka10025 19/01/08 10025 2
79667 [일반] 청년 미혼율 일본 앞질러…10명 중 3∼4명만 연애한다 [58] 홍승식13959 19/01/08 13959 6
79666 [일반] 맹유나 - 그대 발길이 머무는 곳에 [5] 리니시아6440 19/01/08 6440 4
79664 [일반] [단상] 러시아를 반드시 한반도에 끌어들여야 하는 이유 [92] aurelius14962 19/01/08 14962 34
79663 [일반] [주먹왕랄프2] (스포만빵) 디즈니는 후속작 제작 센스가 부족한것같다.... [53] Restar8578 19/01/08 8578 6
79662 [일반] 오늘 국민은행 노조가 파업을 진행합니다. [70] 及時雨14848 19/01/08 14848 0
79661 [일반] 심심해서 써보는 비주류 라면 리뷰(사진 多) [84] 라이츄백만볼트15443 19/01/07 15443 46
79660 [일반] 33세. 음악감상. 40세 [6] MelanCholy7048 19/01/07 7048 1
79658 [일반] 리모델링후 재오픈한 용산도서관 근황 [81] 뜨와에므와19497 19/01/07 19497 36
79657 [일반] (나눔) 이나중 탁구부 좋아하십니까? [30] 크앙6804 19/01/07 6804 0
79656 [일반] 국정원 직원이 숨진 채 발견 되었습니다. [29] 차오루14260 19/01/07 14260 4
79655 [일반] ETF 거래를 해보시지 않겠습니까? [38] 고통은없나9982 19/01/07 9982 2
79654 [일반] 제76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진행되었습니다. [15] Rorschach8077 19/01/07 8077 0
79653 [일반] 기다림 part1. [2] 나선꽃3912 19/01/07 3912 2
79652 [일반] 컴퓨터로 일할때 집중이 안 된다면? 특정 사이트 자가접속차단을 해 보자 [20] Song110338 19/01/07 10338 2
79651 [일반] 민주당 "성매매 여성 2천만원 받고 또 안한다는 확신 없다" 발언 대구 중구의원 징계절차 [145] 마재14581 19/01/07 14581 3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