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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7/25 17:28:49
Name 주홍불빛
Subject [일반] <인랑> 보고 왔습니다. (스포일러 약간)
# 상영시간이 깁니다.

2시간 19분. 영화를 예매하고 나서, 종료시간을 보다가 갸우뚱했습니다. 원작은 그리 길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길지? 그때부터 약간 불안감이 밀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불안감은 현실로... 러닝타임이 길어서 에어컨을 오래 쐴 수 있다는 건 좋은 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10분의 매력

초반부 10분은 괜찮습니다. 광화문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격돌하는 장면은 꽤나 잘 그려졌습니다. 드론이 날아올 때 오, 괜찮은데,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지만요.

# 톤의 문제

원작 <인랑>의 톤은 전반적으로 어둡습니다. 세기말의 칙칙하고 암울한 분위기가 잘 느껴지지요. 반면에 영화판 <인랑>의 톤은 명정합니다. 시간이 어두운 밤일 때도, 칙칙하기보다는 굉장히 서정적이고 밝은 톤을 유지합니다. '연애'에 중점을 두고 작품을 진행하기에 딱 좋은 그런 느낌이에요. 그래서 차라리 주인공들의 연애에 조금 더 힘을 주고 작품을 그려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네요. 그렇지 못했기에 결국 이도저도 아닌 느낌으로 극은 이어집니다.

# 연기

무표정한 연기는 정말 어려운 거라는 게 잘 느껴집니다. 강동원이 아무리 무게를 잡아도 도통 그 무게감이 스크린 밖으로 전달되지가 않습니다. 그냥 멍하니 서 있는 것처럼 보여요. 주연 배우들의 연기는 전반적으로 한숨이 나옵니다. 뭔가, 그 세계에 녹아들지 못하는 느낌이에요. 후반부쯤 가면 그냥 실소가 나옵니다. (이 영화의 장르는 코미디가 아닙니다, 아마도)

# 원작과 재해석

의외로(?) 원작으로 그대로 가져 온 부분이 많습니다. 근데 원작의 대사를 가져오고 장면을 가져오면 무엇을 하나요. 작품 전체에서 그게 유기적으로 잘 들어 맞아야지. 가져 온 장면들을 보면 이건 <인랑>이라는 원작이 있음을 강하게 어필하고 있을 뿐, 왜 이런 식으로 이 장면을 활용하는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아요. 연출과 합쳐져야 매력을 풍길 수 있는 장면들을, 그저 내용만 따온다고 그 맛이 살아날 거라고 생각한 건지.
후반부로 갈수록 재해석된 부분이 많습니다. 그에 대한 평가는... 그저 한숨만. 작품은 꼭 원작에 충실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원작과 다른 노선으로 걸어가겠다고 한다면 그런 해석을 납득시킬 만한 무언가는 있어야겠지요. 이 작품에서는 그런 게 없습니다. 관객을 설득하기 위한 노력이 전무해요. 그냥 내가 이렇게 찍고 싶으니까 이렇게 찍을 거야! 하는 느낌.

# 원작을 모른 채 이 영화를 본다면?

쟤들은 도대체 왜 저러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왓챠 감상평을 보니 어떤 분은 관객을 왕따시키는 영화라고 하더군요.

# 그래도 볼거리가 있다면

그나마 액션? 아니면, 배우들이 선남선녀이기 때문에 배우들 외모를 보며 느낄 수 있는 환희?

# 마무리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했기 때문에 실패한 영화는 아니라고 봅니다. 오히려 실사화는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가능성을 보여준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영화'로서 부족한 점이 너무 많이 눈에 보이는 게 문제인 것이지요. 무더운 여름, 시원한 극장에서 에어컨을 쐬며 배우들 얼굴 감상한다는 생각으로 본다면 그래도 봐줄 만은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랑>이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기대감을 충족시키기 위해 본다면... 말리고 싶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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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25 17:47
수정 아이콘
트레일러보고 기대했는데 실망스럽단 평이 많네요. 인크레더블이나 볼까...
블레싱
18/07/25 17:51
수정 아이콘
원작을 안 보고 봐서 그런건지 시종일관 '왜?'라는 생각이 계속 떠오르더군요
등장인물들의 감정선을 전혀 이해할 수 가 없었어요.
그러다보니 결말도 이상하고, 끝나고 관객들 얼굴들을 보니 다들 내가 뭘 본거지 하는 표정이였습니다.
우성이형 참 좋아하는데 항상 작품 선택이 이 모양인지...
18/07/25 18:01
수정 아이콘
<공각기동대>가 원작의 장면을 엄청 많이 따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럼 뭐하냐, 이게 원작능욕이지 무슨 원작재현이냐는 비판을 들었던 게 떠오르네요. 장면 대사 따온다고 끝이 아닌것을
즈라마루
18/07/25 18:15
수정 아이콘
리얼급이라는 말까지 있던데 그 정도는 아닌가요?
18/07/25 18:18
수정 아이콘
임창정의 로마의 휴일에 4점을 준 기자입니다. 어그로로 조회수 벌어보려는 의도가 다분...
즈라마루
18/07/25 18:28
수정 아이콘
어그로였군요.
주홍불빛
18/07/25 18:53
수정 아이콘
리얼은 안 봤지만, 아무래도 그 정도는 아닐 거 같아요!
18/07/25 18:34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원작이 있는 영화는 원작과 완전히 독립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감독의 역량이구요.
어쩔수 없는 부분도 있긴하죠.올드보이처럼.

위와 같은 영화라면 전 많이 별로네요.
드라고나
18/07/25 18:34
수정 아이콘
아주 재밌게 보긴 했는데 곰곰히 생각해 보니 왜 악평 많은지도 납득이 갑니다.
18/07/25 18:42
수정 아이콘
원작 보고 한번 봐야겠네요 덜덜
마스터충달
18/07/25 18:44
수정 아이콘
아... 안 돼... 나의 인랑이...
덴드로븀
18/07/25 18:48
수정 아이콘
당첨!
좋아요
18/07/25 19:37
수정 아이콘
기대하겠습니다
냠냠주세오
18/07/25 20:19
수정 아이콘
리뷰 기대하고 있습니다.
18/07/25 18:45
수정 아이콘
나이가 어떻게 되시는지 모르겠지만 타겟층이 10대에서 20대 중반이죠 30대가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를 보는게 좋습니다 히지만 그런영화 거의 없음
주홍불빛
18/07/25 18:55
수정 아이콘
사실 아트하우스 쪽에서 하는 영화들이 더 취향이긴 하죠:)
패스파인더
18/07/25 19:06
수정 아이콘
선입견이신거 같아요...
화이트데이
18/07/25 20:48
수정 아이콘
무슨 근거로 그러시는지 모르겠지만, 20대 중반인데 개노잼이었습니다.

강동원 한효주 정우성 멜로망스를 노릴거면 SF가 아니라 멜로물을 했어야죠. 낚시방에 미남알바쓴다고 여고생들이 몰려오진 않아요.
18/07/25 22:25
수정 아이콘
예전에 조카들과 탐정리턴즈를 보고 난 후 느낀점입니다. 저에게는 영화를 보는 내내 돈과 시간을 환불받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조카들은 레알 좋아하더군요. 아.....정말 악몽의 시간이었습니다. 최곤의 제가 가진 선입견과 약간의 근거입니다. ㅠㅠ
18/07/25 20:57
수정 아이콘
원작 몰라도 영화 자체만으로 스토리 이해는 충분합니다.
다만 양측의 음모가 드러나는 미스테리가 부족할뿐
종이사진
18/07/26 07:38
수정 아이콘
늑대의 유혹2-인랑.
18/07/26 10:15
수정 아이콘
이 글 읽고 가서 봤는데 정말 실소가!! 이 리뷰가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정말...재미가 1도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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