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8/05/07 19:23:42
Name Xavier
Subject [일반] 휴일 막바지에 써 보는 30대의 주저리주저리
가입한지는 오래 되었지만 PGR 자게에 글을 쓴다는게 어려워서
질게에만 글을 올리다가... 갑자기 뭔가에 홀린듯이 이렇게 글을 쓰고 있네요



별 건 아니고 그냥 평-범한 30대가 살면서 느껴왔던 이런저런 것들을 써보고 싶었습니다.



1. 자존감은 키운다고 키워지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전 외동입니다, 초-중-고등학생 시절 많이 엄한 가정교육을 받았고 그 덕인지는 모르겠지만
성격은 많이 내성적이고 사교성은 거의 제로에 가까운 채로 10대를 보내게 되었죠

게다가 부모닝, 특히 아버지는 그 흔한 칭찬 한 번 안하시는 무뚝뚝한 아버지셔서
상을 타 와도, 성적을 잘 받아도, 더 잘해라, 뭐 그정도로 그러냐 이런 반응만 받았었습니다.

제가 자존감이 없고, 칭찬을 듣는게 너무 어색하고 싫고, 심지어 도망가고 싶은 건
아무래도 청소년기를 저렇게 보낸 탓이 아닐까... 라고 20대 중반이 넘어가서야 생각을 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 전엔 내가 자존감이 없구나- 라는 개념도 없었던 것 같네요

그래서 지금이라도 자존감을 키워보자! 라고 노력은 해 봤는데
이게 노력한다고 키워지는 그런 것은 아니더라구요...
아직도 전 남들에 비해 많이 부족하고, 못났고 별거 아닌 사람이다- 라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그래도 많이 나아진 거죠, 예전엔 맨날 저렇게 생각하고 살았는데요

전 나중에 자녀가 생긴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자존감은 잘 키워주고 싶습니다. 저 처럼 살게 하고싶진 않으니까요



2. 직장인 6년차
어느새 월급 타 먹고 지낸지 6년이 넘어가네요 근데 모아놓은건 제로에 가깝습니다 허허

아버지가 저 고등학생때 부터 이것 저것 벌려놓으신 일 때문에 가세는 끊임없기 기울었었죠
대학생 때는 과외+장학금으로 저 혼자 필요한것들 해결 하면서 겨우겨우 졸업을 했고
군복무를 산업기능요원으로 대체 하면서 모은 돈들도 다 드리면서 어떻게든 좋아질 거라고 생각 했지만
여전히 집의 빚들은 해결이 안되고 오히려 애매하게 늘기만 했습니다.

다행히 취업을 바로 해서 조금씩 조금씩 되는대로 막아 오다가...
최근에 한 6~7년 전 사업 하실 때 제 이름으로 차용증 썼던걸 뒤늦게 발견해서
그것까지 해결을 하다 보니, 남기는 커녕 아직도 마이너스네요
뭐 어려운 상황에서 저축이야 조금씩 조금씩 해 왔다지만, 액수는 불면 날아갈 수준입니다
올해만 고생하면 그래도 진정한 제로베이스(!) 가 되는데, 과장 바라보는 연차에 그게 좋아할 일인지는 모르겠네요

취업 어렵다, 결혼생활 어렵다, 육아 어렵다, 많은 얘기를 듣고 많은 글들을 보지만
집안의 빚을 갚아나가는 입장에선, 저도 차라리 저런 어려움을 겪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터널의 끝이 조금씩 보이고 있어서, 조금 더 긍정적으로 살아볼까 합니다



3. 사람 만나기 참 어렵네요

3년전에 만나던 사람과 헤어진 후, 쭉 혼자인 상태입니다.
결혼까지 생각했었지만, 상대 집안의 극렬한 반대로 결국 지쳐서 헤어지게 되었죠

주된 이유는 '사주' 였습니다.

저와 제 집안은 기독교이고 그때 만나던 친구도 같은 종교라 문제가 없었는데, 집안은 기독교가 아니었던 거죠
상대방 집안에서 사주를 봤는데, 극도로 안좋게 나왔다나요...
결과는 종교전쟁(!)에서 한발 물러선 꼴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혼자가 되고 나서 집-회사를 반복하다보니 지금까지 와버렸네요
새로운 사람 만날 기회도 없는데다, 혼자 시간 보내는걸 좋아하는지라, 소개팅이 유일한 기회였습니다.

근데 소개팅은 뭐 쉽나요, 학생 때는 정말 열심히 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웬만해선 하기가 어렵네요, 30대 남자 직장인들이 사람 만나기 어렵다는 내용의 글은
pgr에서도 많이 봤었고 보면서 맞장구도 많이 쳤었죠
소개팅을 해도 예전같지 않고, 만남에 적극적이지 않은 제 모습이 되게 이상하다고 느꼈었는데
저만 그런게 아니었다는 걸 보면서,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요즘은 이러다 진짜 연애감정이고 뭐고 다 없어질것 같아서 모든 기회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 중입니다...만
정말 쉽지 않네요 ㅠㅠ

자연스러운 만남을 통해서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는 제 모습을 꿈꾸지만
이젠 그건 정말 어려운 일이 되겠구나- 라고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뭐가 되었건 마음 맞는 사람만 만났으면... 하는게 요즘 생각이네요


쓰다보니 꽤 길어졌는데
동네엔 이런 저런 사는 이야기 하면서 맥주 한 잔 할 친구도, 선배도, 후배도 없다보니
제 학창시절, 20대를 꾸준히 함께한 pgr에라도 털어 놓고 싶었나 봅니다

그래도 20대 보다는 30대인 지금이 삶의 질에선 좀 더 좋아져서
조금씩이나마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 합니다.
앞으로 또 무슨일이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살다 보면 어떻게든 살아 지겠죠

다음 빨간날 까지 또 열심히 달려야겠습니다 :D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크르르르
18/05/07 19:27
수정 아이콘
정말 남일이 아니네요. 한 줄 한 줄 공감하고 갑니다.. 힘냅시다.
낭만원숭이
18/05/07 19:38
수정 아이콘
그냥 오늘이 어제였으면 좋겠어요..출근 싫어..
18/05/07 19:42
수정 아이콘
저랑도 참 비슷하십니다. 요사이 pgr 자게에 정황이나 내용이 마치 제가 쓴게 아닌가 싶은 글들 올라오는 것 같은데, 저도 심적으로 위안이 되네요.
20대 후반에 느꼈던 어떤 허망한 감정이 곱절되어 돌아오는걸 보니 이래서 결혼을 하라는가 봅니다. 뭐랄까 이런 연휴를 지내면 더 심해지고 그런거 같아요. 이런 좋은 연휴에 나는 뭐하고 있는 것인가.

얼마 전에 유게에서 본 게시물 하나 남겨드립니다. 전 뭐랄까...살짝이지만 그래도 느껴지는 바는 있었습니다.
그럼 좋은 연휴 마지막날 되시길..

https://pgr21.co.kr/pb/pb.php?id=humor&no=326993&divpage=57&ss=on&sc=on&keyword=%EB%8B%A4%EC%9D%B4%EC%96%B4%ED%8A%B8
동니탱이
18/05/07 19:43
수정 아이콘
우리 평범한거 맞겠죠?...아래 30대 아재 글도 그렇고
이 글도 그렇고 공감이 많이 되네요..
바카스
18/05/07 19:53
수정 아이콘
5월 28일부터 쉬고 내일 복귀해야하는 직딩 6년차입니다. 많은 애환이 느껴집니다. 화이팅합시다. 흐흐
18/05/08 15:52
수정 아이콘
거의 1년 가까이(5월 28일~5월7일) 쉬시고 복귀하시네요^^
현직백수
18/05/07 20:08
수정 아이콘
건강하세요 형님.

형님을 키운 건 8할이 바람같지만

아직 2할의 따사로움이 남아있습니다.

전 형님의 2할에 걸어보렵니다.

고생하셨어요
타츠야
18/05/07 20:10
수정 아이콘
힘내십쇼. 열심히 하루 하루 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저도 외국 나와서 힘들 때가 많은데 그래도 토끼 같은 아내와 두 아이 보면서 살고 있습니다.
강미나
18/05/07 20:13
수정 아이콘
나만 안들어오는 게 아니었구나....
Cazellnu
18/05/07 20:25
수정 아이콘
사실 무성이형 말이 답입니다.
좋은경험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살아야지 답이 없습니다
물론 이건 정치가가 할말은 아니지만요
해피팡팡
18/05/07 20:27
수정 아이콘
요즘 30대 공감글 볼때마다 많이 위로받고 가네요. 저도 내년 초쯤이면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이 가능할것 같으니.. 화이팅 해야겠슴다.
토끼호랑이
18/05/07 21:36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mr.Lawrence
18/05/07 22:16
수정 아이콘
저도 번뇌의 30대 초반(?)을 보내고 있습니다.
솔직히 전 뭐가 맞는지도 모르고 사는 것 같은데,
알아도 고생길인 것 같네요... 화이팅 하세요!!
나제아오디
18/05/07 23:58
수정 아이콘
뚜벅뚜벅 걸어가시다 보면 걸어온 길이 자랑스러울 날이 있을 거에요. 응원합니다!!
catharine
18/05/08 00:36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Alcohol bear
18/05/08 00:56
수정 아이콘
부처님오신날을 기다려요 우리..
18/05/08 01:18
수정 아이콘
토닥토닥..
18/05/08 01:36
수정 아이콘
(수정됨) 글에서 쓸쓸함이 뚝뚝 떨어져요.

가장 가까운 사람이 부모님 욕심과 능력부족으로 신불자 보다 더 한 나락으로 떨어져도 이렇게 저렇게 살아내긴 하더군요.

둘이라도 외로워요. 아니 둘이기 때문에 더 외로울려나요. 아기라도 있으면 좋았을려나 하지만 애초에 아기를 가질수 없는 사람도 있는거고, 육아의 어려움을 하소연하는 글과 아기의 사랑스러움을 말하는 글에 황급히 백을 누르는 모습이 추해요.

어째든 살아가지더군요. 홧팅~
밀물썰물
18/05/08 06:28
수정 아이콘
다른 이야기는 다 넘어가고 궁합이야기만 해보겠습니다.
아직도 궁합으로 반대를 하는 것을 보면 참 답답합니다. 궁합은 조선시대 남녀칠세 부동석으로 큰 아이들이 처음 만난 사람과 잘 살 수 있을까 궁금해서 보던 것인데, 요즘 세상은 서로 알아서 만나고 알아서 잘 사귀다 결혼을 한다는데 이보다 더 좋은 궁합이 어디 있을까요.

제가 보긴 궁합을 들어 반대하시는 부모는 반대를 하는데 그 이유를 내 놓기 싫어서 궁합을 핑계대지 않나 봅니다. 두분이 좋은 사이였다면 참으로 아쉽지만 부모의 반대로 헤어질 사이였다면 그 또한 인연이 아니었구나 생각하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막말로 반대하는 결혼하고 결혼후에도 꾸준히 상대방 부모가 미워하면 그것또한 아주 힘든일 입니다. 결혼해 본 입장에서 또 주위를 봐도 그렇고 결혼은 원래 당사자들의 일이지만 꼭 그렇지 않다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도 직장도 있으시고, 수입도 있고, 또 과장도 바라보고. 남들이 보면 부러운 면도 많이 갖고 계십니다.

빨간 날을 징검다리로 재미있게 잘 사세요.
무가당
18/05/08 09:12
수정 아이콘
1번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자존감은 스스로 키울 수 있습니다. 달성이 쉬운 간단한 목표부터 세우고 그것들을 이루어나가는 과정을 밟다보면 자존감이 점점 커지죠. 예를 들어 빚을 갚아야 하는 경우, 일반적으로는 큰 금액의 빚 부터 갚고 적은 금액의 빚은 나중으로 미루는게 효율적입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 채무자의 자존감이 바닥을 치면서 멘탈관리가 되지 못해 빚을 갚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더군요. 오히려 반대로 적은 금액의 빚부터 갚아나가다 보면 자존감이 회복되면서 길고 긴 채무의 터널을 통과할 수 있다고 합니다. 30분 일찍 일어나서 운동하기, 취짐 10분 전 독서하기 등등의 간단한 계획을 세우고 잘 실천해나가다 보면 자존감이 차차 회복되실 겁니다.

그리고 자식에게 높은 자존감을 키워주고 싶다고 하셨는데, 일전에 봤던 '아이의 사생활'이라는 아동심리 다큐에 따르면, 부모의 자존감이 아이에게 되물림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부모의 자존감이 높으면 자식도 높고, 반대는 반대구요. 이것 때문에라도 본인의 자존감을 키우시는게 좋겠네요. 이제 제로베이스라 하셨으니 자존감 회복도 이전보다는 쉽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화이팅입니다.
18/05/08 09:40
수정 아이콘
회사생활 9년차, 미혼인데 저도 모아놓은거 없이 살짝 마이너스네요.
부모님께 계속 돈들어갈 일이 생기니까 돈을 아무리 벌어도 별수없더라구요.
나이는 먹었는데 모아놓은건 없으니 결혼은 참 요원한 말입니다.
요즘 자게에 올라오는 30대의 허무주의에 빠진지 몇 년 됐고.. 그냥 그러려니 삽니다.
비가오는새벽
18/05/08 13:19
수정 아이콘
막줄까지 공감하고 갑니다. 빨간날만 보고 사는 느낌.
고분자
18/05/08 13:45
수정 아이콘
공감합니다
써니는순규순규해
18/05/08 18:03
수정 아이콘
39 모쏠이였고, 20대 중반부터는 나한테 연인이란게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그냥그냥 살았는데 이런 저한테도 인연이라는게 있더라구요.
지금 마음을 굳이 부정하실 필요는 없고요.
인연이 닿으면 또 다시 설래는 마음이 생기실 겁니다.
그때 기회를 놓치지 않게 준비 열심히 해두세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6921 [일반] '홍대 누드 모델 몰카' 최초 유포자('동료여성모델') [298] 히야시29004 18/05/10 29004 4
76920 [일반] 여론 참여 심사 결과를 알려드립니다 [5] jjohny=쿠마8896 18/05/10 8896 5
76919 [일반] 우리나라 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헌신 - 고 박재원 교수를 기리며... [11] 여왕의심복9769 18/05/10 9769 34
76918 [일반] 하반신 마비 극복기(1) +내용추가 [85] 김보노12260 18/05/10 12260 130
76917 [일반] 세월호가 드디어 바로섰습니다. [56] 덴드로븀13450 18/05/10 13450 6
76915 [일반] 71회 칸 영화제가 시작되었습니다. [16] 염력 천만9188 18/05/09 9188 5
76914 [일반] imgur 오류 관련.jpg [11] 김치찌개10503 18/05/09 10503 12
76913 [일반] 로드바이크에 입문해 봅시다. [104] 물맛이좋아요17898 18/05/09 17898 13
76912 [일반] [구글I/O]전화거는 AI 등장…현장 개발자들은 "충격·공포" [128] imemyminmdsad21944 18/05/09 21944 8
76911 [일반] 육아를 뒤돌아보게 된 단어들 (feat 성품학교) [22] 파란무테11363 18/05/09 11363 49
76910 [일반] 뒤가 없는 트럼프의 플랜 [57] 물만난고기17871 18/05/09 17871 2
76909 [일반] MBC예능에서 논란이 될만한 장면이 나왔습니다. [149] 케이사25615 18/05/09 25615 7
76908 [일반] Daily song - Up&Down of 서현진 [10] 틈새시장8804 18/05/08 8804 0
76907 [일반] [한겨레]‘홍대 누드모델 사진 유출’ 워마드는 페미니즘이 아니다 [276] 우마미인가26714 18/05/08 26714 4
76905 [일반] 수도권출신이 써보는 청주근처살면서 쓰는 청주썰 [109] zzzzz24530 18/05/08 24530 0
76904 [일반] (근황 및 잡담)독일에 와있습니다 [33] 발그레 아이네꼬10812 18/05/08 10812 9
76903 [일반] Daily song - 사랑했던걸까 of 양다일 [4] 틈새시장7459 18/05/07 7459 1
76901 [일반] 휴일 막바지에 써 보는 30대의 주저리주저리 [24] Xavier11220 18/05/07 11220 46
76900 [일반] (스포유)인피니티워를 두 번 보고- best/worst 장면 셋 [67] 로랑보두앵13175 18/05/07 13175 7
76899 [일반] 닌텐도 라보 (어린이날 기념) 후기 [11] 영혼의공원10114 18/05/07 10114 1
76896 [일반] 지난 2년간의 다이어트 이야기 [17] B와D사이의C8783 18/05/06 8783 1
76894 [일반] 둘에서 셋이 되었을때 [22] 혜우-惠雨9431 18/05/06 9431 49
76893 [일반] [스포]어벤저스:인피니티 워, 가장 성공한 제목 사기 [36] mudblood12974 18/05/06 12974 17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