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8/04/05 15:09:46
Name TheLasid
Subject [일반] [7] 네 여자 이야기 (수정됨)

마담 C.J. 워커(Madam C.J. Walker)’ 사라 브리드러브(Sarah Breedlove), 1867 ~ 1919

     

1867, 사라 브리드러브는 흑인이자 해방 노예 출신인 부모 밑에서 태어났습니다. 채 열 살도 되기 전에 부모를 잃었으며, 겨우 열네 살에 아내가 되었고, 고작 열여섯 살에 한 딸의 어머니가 되었으며, 같은 해에 과부가 되었습니다. 불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구멍이 뻥뻥 뚫린 마음 때문일까요. 사라의 머리에도 구멍이 뚫려버렸습니다. 스트레스성 탈모가 찾아온 것이었습니다.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죽으란 법은 없는지, 사라는 우연히 어떤 모발 관리제를 보게 됩니다. 머리에 뚫린 구멍은 그렇게 메꿔졌습니다. 찰스 조지프 워커라는 세일즈맨과 재혼도 했습니다. 마담 C.J. 워커는 이렇게 등장했습니다. 머리가 채워지면 하트도 채워지나 보네요 (찡끗). 어느 날 꿈속에서 위대한 계시를 받은 마담 C.J. 워커는 직접 모발 관리 제품을 만들어 팔기로 했습니다. (꿈속에서 한 아프리카인 남자가 비법을 알려줬다네요.) 우리가 쓰는 샴푸가 이렇게 나왔습니다. 그리고 마담 C.J. 워커는 자신이 흑인 +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 대우를 한 극장을 고소했고, 그 극장 옆에 엄청난 규모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전용 엔터테인먼트 단지를 만들었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엄청 대규모 극장이 포함되어 있었죠. (워커 여사를 열 받게 한 극장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궁금한데, 찾을 수가 없더군요. 아마 여사님 뜻대로 무언가가 되었겠지요. 여사님께서는 뜻한 바를 이루곤 하시니까요.) 그 유명한 NAACP(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에서 그 유명한 W.E.B. 두 보이스가 진행하는 린치 반대 운동을 후원하기도 했습니다. 록펠러 저택 옆에 엄청 큰 집도 지었죠. 해방 노예의 딸이었으며, 고아이자 과부, 싱글맘이었던 흑인 여성은 미국 최초로 자수성가한 여성 백만장자가 되었습니다.

     

마거릿 나이트(Margaret Knight), 1838 ~ 1914

     

존경하는 판사님, 여자의 자그마한 두뇌로 어떻게 이렇게 복잡한 장치를 개발했겠습니까?” 아난은 이렇듯 마거릿 나이트가 걸어온 특허 소송에서 무척 설득력 있게 자신을 변호했습니다. 사건은 이랬습니다. 마거릿 나이트는 자신이 고안한 장치의 시작품을 만들려고 공방을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그곳에는 아주 우연히도아난이란 남자가 구석에 숨어있었습니다. ‘아주 우연히도마거릿의 말을 듣게 된 아난은 마거릿에 앞서 특허를 등록합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법정에서 만나게 됐던 것이지요. 마거릿은 어린 시절을 직조 공장에서 일하며 보냈습니다. 그러다가 동료 여직공이 사고로 기계에 끼어 처참히 죽는 장면을 목격했지요. 열두 살이 되던 해, 나이트는 그러한 사고를 예방하는 정지 장치를 만들었습니다. 열세 살이 되던 해, 정지 장치는 업계 표준이 되었습니다. 죽을 때까지, 나이트는 정지 장치에 특허를 신청하지 않았으며, 정지 장치로 돈을 벌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 온갖 분야에서 충 27개의 특허를 취득했습니다. 아 참, 특허 소송에서 이긴 미국 최초의 여성이 되기도 했죠. 아난의 두뇌로는 나이트가 들고 온 설계도를 이해할 수 없었거든요. 자그마한 여자 두뇌 맛을 본 아난은 어떻게 됐냐고요? 다시 아주 우연히도공방에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아난은 다만 한 번이라도 성공했을까요? 아아, 기록되지 않은 역사여...

     

로라 스커더(Luara Scudder), 1881 ~  1959

     

여러분께서 세계 최초로 감자칩을 발명했다고 생각해 보세요. 정말 대단한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겠죠? Nope. 우리에게 그런 일은 있을 수가 없죠. 1900년대 초에는 감자 칩을 커다란 통에 넣어서 팔았습니다. . 맥주 통이요. 맥주 통 뚜껑 따면 어떻게 되는지 아시죠? 안 닫혀요. (닫힐지도 몰라요. 실은 한 번도 못 봄.) 맥주통에 감자칩을 산더미처럼 넣어서 파는데, 뚜껑이 안 닫히는 거임. 감자칩이 눅눅한 거임. 곰팡이가 막 피는 거임! 그렇게 서부의 감자칩 여왕로라 스커더는 인류의 새 장을 엽니다. 포장 봉투를 만들고, 감자칩을 넣은 후, 봉투를 다리미로 지져버렸거든요. 서부의 감자칩 여왕님께서는 원래부터 비범한 운명을 타고나신 분이셨습니다. 스커더는 캘리포니아주에서 여성 최초로 사법고시를 통과한 사람이었습니다. 간호사 일을 하면서 짬짬이 공부를 했다고 하는데, 사법고시에 합격하자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았다더군요. 역시나 타당한 이유였습니다. ‘여자 머리로...? 정말...?’ 같은 이유였죠. 알 수 없는 이유로 (정말...?) 스커더는 하던 일을 관두고 식품 가공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그리고 불타는 쇳덩어리를 이용해 세상에서 가장 시끄러운 감자 칩을 만들어내셨죠. (이 지점에서 저는 마트에서 포카칩을 두 봉지 사 왔습니다. 여왕님, 충성충성^^7) 문제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우민들이 여왕님의 큰 뜻을 이해하질 못했어요. 감자 칩을 팔려면, 트럭에 실어야 할 게 아닙니까? 근데 세상에, 정신 나간 반동 노무 시키들이 트럭 보험에 가입을 안 시켜준다는 거예요. 여자 머리론 보험료를 계산해서 제때 납입하는 엄청난 과업을 수행하기엔 역부족이라네요. 다행히도, 간신히 보험 증권을 발행해 줄 여자 보험 설계사가 나타났습니다. 그 결과, 미국에는 couch potato라는 말이 새로 생겼습니다. 여왕님은 부우자가 되셨죠. 보험 설계사도 부자가 되었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이 분은 트럭용 보험 증권을 하도 찍어대서 Mrs. Delivery Truck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더군요. 아무튼, 은퇴할 때가 되자 스커더는 900만 달러가 넘는 금액에 회사를 넘기라는 제안을 받습니다. 스커더는 회사 직원들을 계속해서 고용하라는 조건을 내걸었죠. 그래서 양측은 옥신각신하게 됐고, 회사 매각은 물거품이 되었죠. “뇌가 있는 사람이라면, 이 돈을 받고 그만 떨어져!” 라는 말은 덤이었다고 합니다. 직원들을 계속 고용하라는 조건을 수용하는 인수자를 만나기까지 스커더는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래도 여왕님께선 끝까지 신하들을 저버리지 않았죠. 그런데...남편은 저버렸습니다. 남편 찰스와 사별한 스커더는 다시 찰스와 결혼했습니다. 저 찰스는 남편이고 이 찰스는 의붓아들이었죠. 이 사건은 물론 장안의 화제가 되었습니다. 사회를 경악시킨 사건이었죠. 여왕님께서 전에 뭐라고 하셨더라....“I don't care what they say about me”

     

릴리언 몰러 길브레스(Lilian Moller Gilbreth), 1878 ~ 1972

     

경영학을 전공하시는 분들께서는 길브레스라는 이름을 어디선가 들어보셨을 겁니다. 릴리언과 남편 프랭크는 동작 연구 분야의 선구자였습니다. (작업의 각 동작에 들어가는 시간을 각각 계산하고, 군더더기를 없애 시간을 단축하는 연구입니다.) 두 사람이 경영 컨설팅 회사 길브레스를 설립했을 때 릴리언은,

     

석사 및 박사 학위 소지자였고, (12)

잘 팔리는 작가였으며,

제법 유명한 심리학자였고,

유능한 기계공학자이자,

자식을......열한 명 둔 어머니였습니다.

     

창립 후 2년이 지나고 릴리언은,

과부가 되었습니다. (... 다 과부여...)


동작 연구의 대가답게 릴리언은 단 1초도 허투루 쓰지 않았습니다. 초대형 회사들과 연신 계약을 따냈습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주방에서 일하는 것을 질색해서였는지, (열한 명...?) ‘실용적인 주방이라는 테마로 여러 가지 주방 혁신을 이루어내기도 했습니다. 자식 열한 명과 손주들을 이겨내고 93세까지 장수했는데, 온갖 걸 다 만들었습니다. 페달 달린 쓰레기통부터 생리대, 현대적 책상까지요. 또 온갖 일을 해봤습니다. 걸스카우트 임원직을 맡아 애 보기도 해보고 (손녀들도 왔다네요), 교수 노릇도 해보고 (딸도 왔다네요),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을 때에는 미 해군의 자문 위원으로 일했습니다 (아들 얘긴 없더군요). 길브레스의 딸이 가족 연대기를 두 권 썼는데, 그중 하나는 영화화되어 국내에도 들어왔습니다. <열두 명의 웬수들>이라는 이름으로요. 근데 길브레스 가족의 실제 이야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네요 :(

--

     

<네 여자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기구하고 재미난 사연을 지닌, 뛰어난 재능과 훌륭한 품성을 지닌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였죠. 머리(?)와 관련된 얘기가 중간중간 나오는데, 그 특정 표현을 써도 된다/안 된다에 관해서 말씀을 드리려는 건 아닙니다. 판단은 각자 내리면 되겠지요. (제 의견이 궁금하시다면, 논의 글에 달려 있습니다.) 그런 이슈보다는 가끔씩은 대단한 여자들에 관한 글도 올라오면 좋겠다 싶어서 썼어요. 재미나게 읽으셨길 바랍니다 :)

     

...앞서 이벤트에 응모한 글은 날짜를 착각하기도 했고, 그렇게 개인적인 글을 이벤트에 동원하는 게 적당하지도 공정하지도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해서 집계하시는 운영위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앞선 글은 집계에서 빼주시고, 요 글로 응모했다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페스티
18/04/05 15:15
수정 아이콘
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TheLasid
18/04/05 15:25
수정 아이콘
고맙습니다 :D
Zoya Yaschenko
18/04/05 15:16
수정 아이콘
아난 졸렬하네요.
TheLasid
18/04/05 15:26
수정 아이콘
그...그래도 그 끈기만큼은 인정해 주셔야 합니다!
18/04/05 15:23
수정 아이콘
언제고 마가렛 싱어에 대한 글을 써야할 텐데.... 라고 생각하던 중이었는데, 마가렛 싱어는 아니지만 유쾌한 글 잘 읽었습니다.
TheLasid
18/04/05 15:26
수정 아이콘
이름 클라스만 봐도 싱어보단 나이트죠 :D
catharine
18/04/05 15:38
수정 아이콘
추천!
TheLasid
18/04/05 15:52
수정 아이콘
고맙습니다 :D
작별의온도
18/04/05 15:39
수정 아이콘
왜 과부 얘기만 쓰셨죠 명백한 차별입니다?
재미없는 농담 죄송합니다. 예비군이 너무 가기 싫어서 그랬어요..

글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TheLasid
18/04/05 15:51
수정 아이콘
나이트는 평생 독신이었습니다. 찡끗
18/04/05 15:42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
물론 업적을 비교해 보자면 로라 스커더가 다른 사람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대하군요. 오늘 집에 가는 길에 허니버터칩 한 봉지 사 가야겠습니다.
TheLasid
18/04/05 15:52
수정 아이콘
여왕님, 충성충성 ^^7
사악군
18/04/05 15:48
수정 아이콘
크크크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아내와 사별하고 아내의 의붓딸과 재혼하면 막장인데.. 다행히(?)도 우리나라에선 배우자의 6촌이내의 혈족인 인척이거나 인척이었던 자와의 혼인을 금하고 있군요.
TheLasid
18/04/05 15:54
수정 아이콘
막장 드라마는 사실 한류가 아니었던 걸로...
항즐이
18/04/05 16:39
수정 아이콘
길브레스는 산업공학 전공자들에게는 아주 유명하죠. 열두명의 웬수들은 Cheaper by dozen 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길브레스 일가의 삶의 모습에 대한 영상도 있는데 재미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TheLasid
18/04/05 18:01
수정 아이콘
넵 그 책을 영화한 작품이 열두 명의 웬수들이란 이름으로 들어왔어요. 영상도 있군요. 이참에 저도 좀 더 찾아봐야겠습니다 :)
17롤드컵롱주우승
18/04/05 18:42
수정 아이콘
과부특집 잘봤습니다 크크
TheLasid
18/04/05 20:17
수정 아이콘
흑흑 골드 미스도 한명 껴있어요. 나이트 여사는 남자를 귀찮아했다고 하더라고요. 사진 보니 음...그러실만 해요.
18/04/05 20:59
수정 아이콘
담장 구멍을 넘어가면 구루민의 요정세계가 펼쳐지지는 않을지 몰라도,

어쩌면, 사람의 세계는 가장 가까이에서 숨겨져있을지도 모르는...
TheLasid
18/04/06 08:41
수정 아이콘
고맙습니다 :)
18/04/06 09:23
수정 아이콘
잘 보았습니다
TheLasid
18/04/07 06:59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6507 [일반] 보라카이 패쇄 관련 CBS 김현정의 뉴스쇼 현지 교민 인터뷰 [17] 강가딘9512 18/04/06 9512 1
76506 [일반] [뉴스 모음] 이미 예상했던 그 분의 출마 외 [25] The xian18547 18/04/06 18547 52
76505 비밀글입니다 와!7259 18/04/06 7259 17
76504 [일반] 지방선거 예상 [89] 레슬매니아11966 18/04/05 11966 1
76502 [일반] [7] 아우슈비츠와 주토피아 [18] Farce8463 18/04/05 8463 21
76501 [일반] 최저임금도 오르고 진급도 하고 월급도 올랐습니다. [11] style8329 18/04/05 8329 4
76500 [일반] 비오는 날의 soundtROCK [6] 공격적 수요5758 18/04/05 5758 3
76499 [일반] [7] 징하 철로 - 중국 근현대사의 파란을 함께한 증인 [17] 이치죠 호타루7821 18/04/05 7821 16
76498 [일반] 참신한 답례품(실화+약간의 텍스트) + 자게기념 발사진첨가 [60] 달달한고양이10355 18/04/05 10355 12
76497 [일반] 태아의 성별을 미리 결정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52] 사업드래군13025 18/04/05 13025 12
76496 [일반] [7] 네 여자 이야기 [22] TheLasid8653 18/04/05 8653 28
76495 [일반] 경남지사 김태호 vs 김경수 빅매치 성사 [183] 자전거도둑19242 18/04/05 19242 2
76494 [일반] 터미네이터의 시대가 다가오는 것인가? [29] AI댓글9228 18/04/05 9228 3
76493 [일반] 필리핀 보라카이 섬, 26일부터 6개월간 전면 폐쇄키로 [50] 강가딘12680 18/04/05 12680 0
76492 [일반] 남북정상회담에서 화해를 논하려면 [94] 삭제됨12799 18/04/05 12799 3
76491 [일반] [보안] Windows Defender 긴급 패치 [28] 타츠야12759 18/04/05 12759 16
76490 [일반] [7]유기된 삶 [4] 돼지콘5886 18/04/05 5886 8
76489 [일반] 안희정 전 지사 건이 좀 묘하게 돌아가는 분위기입니다. [112] 삭제됨22804 18/04/05 22804 2
76488 [일반] [7]정체성의 정치 [6] 밥오멍퉁이9147 18/04/05 9147 8
76487 [일반] [7]똥존감(feat. 자-똥기술법) [3] 좋아요32023 18/04/05 32023 9
76486 [일반] [7] 준비중인 사람들 [17] 현직백수7236 18/04/05 7236 23
76484 [일반] [도서] 역사 및 시사 도서 추천합니다 [18] aurelius9809 18/04/05 9809 31
76483 [일반] [7] 지능의 문제다 [105] 마스터충달16678 18/04/05 16678 27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