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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1/08 23:04:55
Name 늅늅이
File #2 D59BE139_34C0_4CCD_B2BD_695DE8F702FE.jpeg (182.5 KB), Download : 8
Subject [일반] 한라산 당일치기 후기 (수정됨)


주말, 당일치기로 한라산을 다녀왔습니다. 
원래 2박 3일 등으로 계획중이었지만 이번달 일정상 안될 것 같아 급히 당일로 결정되었는데 ㅠ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후기 겸 고생담을 장황하게 남겨둘까 합니다. 

한라산 당일치기 .. ...뭔가 고수만이 하는 듯한 느낌입니다. 
일본 라멘 먹방 당일치기 같은 느낌, 허세 작렬입니다. 
이걸 노렸지만 결국 너덜너덜...

뱅기에서 너무 멋진 일출을 감상합니다. 
기대하지 못한 광경이라 엄청 감동받고 오늘 일진이 좋을 것 같다는 기운을 느낍니다.
급히 가게된거라 날씨도 정확히 확인을 못했는데 하루종일 날씨가 예술이었습니다. 
날씨도 풀려서 정상 부근 빼고는 바람도 없고 포근한 편이었습니다. 

다소 늦은 9시 40분경 성판악에서 출발 
다른 코스로 하산하기 위해서는 진달래 대피소를 12시까지 주파해야 합니다. 
2달 넘게 운동을 쉬어 체력이 초기화 된 상태로 평소 실력으로 굉장히 부족한 시간인데, 
당일치기인데 실패란 있어서는 안되므로 뭔가 레이스 뛰는 느낌으로 올라갑니다. 
이내 1시간 뒤 급격한 체력 저하 타임이 옵니다........다리풀림...
12시까지 올라가야 한다는 표지판이 협박처럼 다가옵니다. 부수고 싶었...
사라오름을 지나칠 땐 여기가 정상이다... 라고 뱉고 싶은걸 간신히 참습니다. 
이제부터는 올라가는 사람들의 말소리는 없어지고 초조함이 느껴지는 눈밟는 소리만 들립니다. 
제 눈 앞에는 대피소의 육개장 사발면이 떠다니며 얼른오라고 손짓합니다...이때부터 눈풀림...
2시간 넘게 휴게소 노룩패스로 올라 드디어 진달래 대피소에 커트라인 도착...컵라면!!!!!....

파업중...... 대피소도 파업하는 줄 처음 알았습니다. 
파업의 목적은 궁금치도 않고 원망의 마음만 무럭무럭 ...

하산 안해도 되는 기쁨의 눈물인지.. 컵라면 패스에 대한 슬픔의 눈물인지..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흑..
컵라면 기대하고 한라산 등반하시는 분들 꼭 아침 든든히 드시고 오시기 바랍니다. 
파업 사유는 오늘 조회해봤네요.. 컵라면을 위해... 지지합니다. 

다시 백록담을 향한 레이스 시작
여긴 또 1시 30분 전에 하산명령 떨어진다고 합니다. 뭔..극기훈련인가 싶습니다. 
컵라면 때문에 멘탈이 나간게 보인건지 휴식 타임을 가집니다. 
등산 전 간식에 귤이 있길래 무겁게 왠 귤이여.. 했는데 
제 인생 역대급 귤이 되었습니다. 
여러분 겨울엔 물보단 귤입니다. 물은 한모금도 안 마셨는데 
그 갈증이 귤로 다 커버됩니다. 청량감+당분섭취+원기회복.. 신세계입니다. 
정신이 또렷해지고 눈에 총기가 약간 들어갑니다. 갓 귤 !!!

백록담이 보이는 높이정도 되면 이때부터는 바람과의 싸움입니다. 
핫팩을 출발전부터 붙였지만 진달래에서 정비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도착전까지는 불지옥을 경험하다가 이 구간에서 핫팩의 위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구간부터가 제가 바라던 겨울왕국스러운 풍경이 본격적으로 나옵니다. 
엄청난 바람에 정신없는 와중에, 황홀한 풍경에도 정신이 없어 감탄만 나옵니다. 
바람 싸대기에 너덜너덜해져 백록담 도착 
거울을 보지 않아도 상거지스러울 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콧물.. 머리 산발...등등...

원래 올라갈때 날씨가 좋아도 백록담이 깨끗이 보이는 경우가 드물었는데 
구름 하나 없이 깨끗합니다. 감동... ㅠㅠ
기가 빨린 상거지스러운 상태로 백록담 인증샷 찍고 5분의 여유로움도 없이 하산 명령에 쫓기듯 하산길로...


늦게 출발했음에도 다 패스했어!!! 라는 자신감에 관음사 하산길을 룰루랄라 내려갑니다. 
근데 초반 경사가 만만치 않습니다. 
스키장 상급 코스 경사와 설질에 신이 나 스키타는 마냥 미끄러져 내려옵니다. 
이렇게 깨방정 떨다 아이젠 한짝 분실 ㅜㅜ
평소 장비=허세 라는 고정관념과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했는데 결국 사단이 나버렸습니다. 
어디 산악인은 보지도 못한 8자 아이젠을 대충 차고 있었는데 제 부근에서 자꾸 정체가 일어나자 
아이젠 꼬라지를 보고 다들 안타까워 하십니다. 아이젠은 꼭 짚신형으로 구매합시다. 
그렇지 않으면 엉덩방아 10회 + 드리프트 30회 + 몸개그 50회를 달성하게 될 수 있습니다. 
그 와중에 또 나머지 한짝도 어디 흘린걸 다른 분이 매의 눈으로 발견해주셔서 무사히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안 그랬으면 엉덩이로 내려와야 했을 듯...


여러 민폐스러운 행동을 벌이며 무사히 깜깜해지기 전에 산행을 완료합니다. 
뭔가 2박 이상 시간이 흐른 느낌입니다. 
얼른 서울가는 뱅기에 몸을 싣고 싶은 마음입니다. 
차렌트를 하지 않은지라 저녁도 포기해야 하나, 대중교통 확인할 생각에 머리가 아픕니다. 
다행히 이런저런 교통편 대화를 듣고 계시던 현지인 분께서 시내까지 가신다고 태워주셔서 
저녁까지 잘 먹고 면세점도 잠깐 구경하고, 잘 탈출하게 되었습니다. 

산행하며 도움주셨던 모모 산악회 분들과 차 태워주신 귀인분들 덕에 당일치기 산행을 별탈없이 잘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즉흥적으로 당일치기 고고를 했는데 날씨며, 사람들이며 행운이 많이 따라주어 참 감사했습니다. 
시간에 쫓겨 여유롭게 겨울왕국을 즐기지 못한 것과 컵라면이 아쉬웠지만, 
또 잊지 못할 경험을 하게 되서 뿌듯했습니다. 

컴백후 반기절로 취침후 14시간 뒤에 기상하는 역대급 기록을 세웠네요 히히히
왜 이렇게 하체보다 상체가 아픈거지.. 싶었는데 하산 몸개그로 인한 근육통이 장난이 아니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사진 여러장은 어떻게 올리는거죠?

* 교훈

- 안전과 관련된 장비는 보통 이상급으로 준비하자
- 걸음이 느리면 일찍 출발하자 
- 등산엔 귤이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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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08 23:31
수정 아이콘
가끔 너무 짜증나고 억눌릴때 당일로 갈까 생각만했었는데 실제하시다니 대단하십니다 진짜 낭만이네요
늅늅이
18/01/09 00:14
수정 아이콘
과정은 낭만적이지 않았지만, 풍경이 넘나 낭만적이었네요 흐흐
산 잘 타시는 분들은 당일도 충분히 가능하실 듯 합니다.
도피오
18/01/08 23:38
수정 아이콘
저도 성판악 7시쯤 출발해서 5시간 올라가고 3시간만에 내려온 경험이 생각나네요. 그 정산 1시간전에 라면을 못 드셨다니 안타깝네요
늅늅이
18/01/09 00:15
수정 아이콘
그쵸..정말 꿀맛이었을텐데 넘나 슬픈 것 ㅠㅠ
Jon Snow
18/01/09 00:03
수정 아이콘
한라산 컵라면 예술인데 정말 아쉽네요 ㅜㅜ
영실코스가 좋았던 기억이 나는데
늅늅이
18/01/09 00:17
수정 아이콘
네 두고두고 아쉬울 것 같습니다.
산행 계획있으시면 꼭 파업 종료되었는지 확인하고 가야될듯요
及時雨
18/01/09 00:10
수정 아이콘
수학여행 갔다가 실족해서 모노레일 타고 내려온 추억이 있습니다
늅늅이
18/01/09 00:18
수정 아이콘
아.. 안타깝네요 안 좋은 추억이 있으시겠네요
안그래도 올라갈때 한 분 다치셔서 그거타고 내려가시더라고요
산행은 조심 또 조심..
국산반달곰
18/01/09 00:15
수정 아이콘
전 여름에갔는데 겨울은 더멋있네요
늅늅이
18/01/09 00:22
수정 아이콘
더 멋진 사진 (제가 찍은건 아닌) 이 많이 있는데.. 사진이 더 올라가질 않네요
다른 계절도 좋은데 겨울은 신비롭다는 느낌까지 들더라구요
18/01/09 00:17
수정 아이콘
당일치기가 가능했군요
늅늅이
18/01/09 00:23
수정 아이콘
저도 놀랬네요. 악으로 올라간것 같아요 흐흐
18/01/09 00:32
수정 아이콘
부럽습니다 ㅠㅠ
백록담만 세번을 올랐는데, 갈 때마다 구름때문에 이게 백록담인지 뭔지 1미터 앞도 제대로 못 봤었거든요 ㅠㅠ
꽃이나까잡숴
18/01/09 09:52
수정 아이콘
222222
늅늅이
18/01/09 10:03
수정 아이콘
다른분한테 들었는데 최근에 보기 힘든 날씨였다고 하더라고요 타이밍이 좋았나봐요 흐흐
Phlying Dolphin
18/01/09 00:45
수정 아이콘
요번에 성판악코스 올라갔을 때 진달래밭 파업 때문에 정말 배고팠는데, 오후에는 컵라면 판매하더라고요.
진짜 꿀이었습니다. 사랑입니다.
늅늅이
18/01/09 10:04
수정 아이콘
오후에는 판다고요? 12 시까지 못 오면 돌려보내면서 왜 ㅠㅠ 먹으러 한번 더 가야되나..
18/01/09 09:59
수정 아이콘
저도 10년 전 가을 무렵에 혼자서 당일치기 했습니다. 쵸코바 하나 들고 점심 안 챙겨갔다가 배고파 지쳐서 쓰러질 뻔한 기억이 남네요. 백록담 보고 하산하는데 다 내려오니 버스 정류소는 어딘지 모르겠고 이정표 따라 걸어가고 있는데, 어떤 낯선 이가 불쌍해서 차 태워주시지 않으셨다면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르뻔 했었네요.
늅늅이
18/01/09 10:06
수정 아이콘
왜 그러셨어요 ㅠㅠ 공복에 산행은 노노~~
그래도 귀인 만나셔서 다행이었네요
홍삼모스키토골드
18/01/09 11:07
수정 아이콘
저도 재작년 평일에 아침 6시때 비행기를 타고 당일치기로 한라산을 가서, 생애 최초이자 (아마 마지막으로) 청명하게 뚜렸했던 백록담을 보았습니다. 새벽 3시에 일어나서 김포공항까지 차로 도착한 뒤, 고고씽해서 8시에 성판악에서 출발했었는데 그 때는 [라면]이 있었답니다.([라면]이 없는 한라산엔 갈 이유가 없지 않나 싶기도) 진달래부터 백록담 올라가는 계단길이 죽음의 코스였고, 저녁엔 갈치조림에 사우나까지 하고 다시 밤비행기로 집에 와서 무려 [4일간] 절뚝거리며 생활했는데... ... 한라산 성판악- 관음사 코스는 몸에 많이 무리를 주는 코스인 듯해요. 저는 살면서 다시 가지는 않을 듯 합니다.
늅늅이
18/01/09 23:00
수정 아이콘
맞아요 라면먹으러 가는거죠 흐흐 저도 당분간은 한라산은 잊을 듯 하네요
티모대위
18/01/09 11:40
수정 아이콘
저는 산행에 무지합니다만, 몇번 겨울산을 가보면서 느낀건데... 수분 섭취든 에너지 섭취든간에 씹는 음식, 달달한 음식이 최고더군요. 뭔가를 씹으면 없던 힘이 생기고, 단맛이 나면 흡수가 잘 되는 느낌입니다. 겨울 지리산에서 제대로 느꼈습니다. 그때 먹은 동그란 카카오 초콜릿은 최고의 맛이었습니다. 수분이 필요하면 물을 먹기보단 차라리 눈을 씹었죠.
늅늅이
18/01/09 23:03
수정 아이콘
맞아요 산에서 먹는건 정말 최고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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