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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12/20 00:20:34
Name 마스터충달
Subject [일반] 작가지망생
오십 원짜리 갈비에 분개하던 시인은
자기가 모래알보다 작다고 한탄인데
나는 뭐가 그리 잘났길래
모니터 뒤에서 키보드를 부여잡고
세상이 어떠네, 예술이 어떠네
좆문가 식견을 걸레 짜듯 토하고
충달님 글 너무너무 좋아요
이 말에 헤벌쭉 흘러나온 웃음이
셋 평짜리 원룸에 메아리친다

오십 원이라도 벌어봤다면
그 돈 버느라 쎄빠지게 고생했다면
나라도 기름 덩어리 갈비를 두고 화를 내겠지
그런데 내 글은
십 원짜리 한 장 벌어보지도 못하고
책을 내야 작가가 될 터인데
딱 오백만 원 내면 글 한 편 실어준다고
그러니깐 내 글의 고료는 마이너스 오백만 원

오십 원짜리 갈비에 분개하던 시인은
자기가 모래알보다 작다고 한탄인데
나는 마이너스 오백만 원 주제에
그 돈조차 없어서
나를 뭘로 보냐고 화도 못 내고
셋 평짜리 원룸에 돌아와
모니터 뒤에서 키보드를 부여잡고
여기 또 한 무더기 싸지른다
뿌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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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ohny=쿠마
17/12/20 00:21
수정 아이콘
영혼을 울리는 미괄식 문학 잘 봤습니다.
항즐이
17/12/20 00:22
수정 아이콘
기승전결 완성도에 지리... 아니 감탄합니다.
솔로13년차
17/12/20 00:24
수정 아이콘
은유인데도 혹시 진실이 아닐까 의심이 들게한 피지알의 정체성.
시노부
17/12/20 00:26
수정 아이콘
충달님 글 너무너무 좋아요!
충달님 똥 너무너무 잘싸요!!
스테비아
17/12/20 00:29
수정 아이콘
글로 먹고 사는 길이 정말 쉽지 않죠...
일단은 잘 싸고 잘 자고 일어나서 생각해 보는 겁니다.
정유지
17/12/20 00:39
수정 아이콘
그래서 회사에서 똥쌀때 그렇게 똥이 잘나오나봅니다
언뜻 유재석
17/12/20 01:26
수정 아이콘
-헛방구

똥이 나올라고 발광하기 전엔 으레 두가지 전조가 있는데

하나가 복통이요, 하나가 방구다. 두 증상이 모두 있다면 필똥이고 둘 중 하나만 있으면 반똥이다. 증상이 없는데 나왔다면 지린것이다.

저녁 먹고 집에왔는데 방구가 나오더라. 느낌상 이건 헛방구라는 촉이 왔지만 냄새가 심상치 않아 일단 변기에 앉았다.

석유 한방울 안나는 나라에서 가스는 조금 나는건 어찌 알았는지 역시나 가스만 푸슉푸슉..

문득 이건 인간의 존엄을 심각히 건드리는 문제라고 생각되었다. 먹고자고싸고가 프로그래밍 되어있는데 그 중 한 작업이 자꾸 에러가 나니까 말이다.

그래서 신께 따졌다.

나 : 아니, 레알 나올것 처럼 하더니 이러면 좀 반칙 아닙니까? 자고로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는 좀 풀고 살아야 하는거 아닙니까?

신 : 근본적인 욕구는 식욕, 성욕, 수면욕이다 이과놈아. 너는 근본적인 욕구는 다 충족하고 똥만 못싼거니 깝 노노해

나 : 아닌데? 성욕..알지 않음?

신 : 아 맞다.
17/12/20 02:14
수정 아이콘
이제 500모아서 가면
언제적 얘기하십니까 작가님~ 이제 1000은 주셔야...

바로 충달님의 고료는 마이너스 천만원이 되었습니다.
마스터충달
17/12/20 08:12
수정 아이콘
요즘 코인 땜시 눈먼 돈이 늘었다능~
17/12/20 07:14
수정 아이콘
PGR 스러운 마무리가...
리듬파워근성
17/12/20 08:30
수정 아이콘
역시 아침엔 똥입니다!
Teophilos
17/12/20 08:36
수정 아이콘
부기영화가 근성님 원작인줄 어제 알았습니다. 바로 피키캐스트 깔고 정주행중입니다. 재미난 글 읽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소린이
17/12/20 10:14
수정 아이콘
이번화 특시 감명깊게 봤습니다. 덕분에 몇 주째 말 한 마디
안 주고받고 냉전중이던 어머님께 말문 틔웠습니다. 감사해요.
Eternity
17/12/20 09:00
수정 아이콘
충달님 글 너무너무 좋아요!
17/12/20 11:39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Eternity 님 글 좋아합니다. 최근 뜸하신 것 같은데 종종 써주세요~
연필깍이
17/12/20 09:01
수정 아이콘
충달님 똥 너무너무 좋아요!
Been & hive
17/12/20 09:22
수정 아이콘
평점 사딸라 드리겠습니다
bemanner
17/12/20 09:24
수정 아이콘
짤평이 돈 안받고 쓰는 글이었나요? 굉장히 퀄리티가 높아서 돈 벌면서 쓰는 글인줄 알았는데..
나이스데이
17/12/20 09:50
수정 아이콘
나이에 따라 소리가 달라지는건지, 컨디션에 따라 다른건지. 제건 요즘 '뿌지직'보다는 '뿌다닥', '빠아악'이 많더군요...
마스터충달
17/12/20 10:58
수정 아이콘
역시 피지알은 뿌지직에 주목하는군요.
좋아요
17/12/20 11:38
수정 아이콘
21세기 현대 대한민국 메이저 시문학계에 내놔도 손색없을 똥작..아니 띵작 인정합니다.
17/12/20 13:10
수정 아이콘
저는 때로 삶의 무게에 짓눌릴 때 이 시를 찾습니다.
이 시가 마스터충달님에게도 힘이 되어주면 좋겠습니다.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 백석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네 집 헌 삿을 깐,
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 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같이 생각하며,
딜옹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 오면,
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 우에 뜻없이 글자를 쓰기도 하며,
또 문밖에 나가디두 않구 자리에 누워서,
머리에 손깍지벼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쌔김질하는 것이었다.
내 가슴이 꽉 메어 올 적이며,
내 눈에 뜨거운 것이 핑 괴일 적이며,
또 내 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러울 적이며,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잠시 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
허연 문창을 바라보든가 또 눈을 떠서 높은 턴정을 쳐다보는 것인데,
이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 가는 것이 힘든 일인 것을 생각하고,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마음대로 굴려 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여 여러 날이 지나는 동안에,
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 한탄이며, 가라앉을 것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외로운 생각만이 드는 때쯤 해서는,
더러 나줏손에 쌀랑쌀랑 싸락눈이 와서 문창을 치기도 하는 때도 있는데,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 끼며, 무릎을 꿇어 보며,
어니 먼 산 뒷옆에 바우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워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마스터충달
17/12/20 15:38
수정 아이콘
저는 그저 등 따숩고 배 부르면 그만입니다. 굳고 정한 갈매나무 같은 건 없어도 괜찮아요. 근데 차마 아닌 것은 아니라는 같잖은 오기만은 절대 포기할 수가 없더군요. 그게 제 갈매나무이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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