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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12/11 16:19:27
Name 따로제
Link #1 http://blog.naver.com/dbsgk123789/221160578910
Subject [일반] 빈센트 반 고흐 - 무엇이든 그려야 한다
< 반 고흐, 영혼의 편지 >라는 책을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반 고흐라는 사람의 이름만 들었지 구체적으로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알지 못했었는데 수박 겉핥기 식으로라도 그의 삶을 알게 되어 좋네요. 그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 중 가슴을 울리는 내용이 있어 공유 해보고자 글 남깁니다.


#


의욕적으로 일하려면 실수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은 흔히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면 훌륭하게 될 거라고 하지. 하지만 그건 착각이다. 너도 그런 생각은 착각이라고 말했잖아. 그들은 그런 식으로 자신의 침체와 평범함을 숨기려고 한다.


사람을 바보처럼 노려보는 텅 빈 캔버스를 마주할 때면, 그 위에 무엇이든 그려야 한다. 너는 텅 빈 캔버스가 사람을 얼마나 무력하게 만드는지 모를 것이다. 비어 있는 캔버스의 응시, 그것은 화가에게 "너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캔버스의 백치 같은 마법에 홀린 화가들은 결국 바보가 되어버리지. 많은 화가들은 텅 빈 캔버스 앞에 서면 두려움을 느낀다. 반면에 텅 빈 캔버스는 "넌 할 수 없어"라는 마법을 깨부수는 열정적이고 진지한 화가를 두려워한다.


캔버스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삶도 무한하게 비어 있는 여백, 우리를 낙심케 하며 가슴을 찢어놓을 듯 텅 빈 여백을 우리 앞으로 돌려놓는다.그것도 영원히! 텅 빈 캔버스 위에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삶이 우리 앞에 제시하는 여백에는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는다. 삶이 아무리 공허하고 보잘것없어 보이더라도, 아무리 무의미해 보이더라도, 확신과 힘과 열정을 가진 사람은 진리를 알고 있어서 쉽게 패배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난관에 맞서고, 일을 하고, 앞으로 나아간다. 간단히 말해, 그는 저항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 1884년 10월, 테오에게


#


인생을 캔버스에 비유한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죽을 때까지 그림에 미쳐 있던 사람답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편적으로도 통용되는 말인 것 같습니다.


우리의 인생은 그의 말처럼 텅 빈 캔버스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그 캔버스를 완벽하게 채우려는 욕망이 강합니다. 한 번뿐인 기회 아닙니까? 지우고 다시 그리는 일이 인생이란 그림에서는 용납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최대한 신중을 가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 때문에 가끔은 백지 앞에서 쩔쩔매는 화가처럼 망설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는 그런 식으로 우리의 침체와 평범함을 숨기려고 합니다.


"진정한 화가는 캔버스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캔버스가 그를 두려워한다."
- 빈센트 반 고흐


모든 사람이 명작을 그릴 필요는 없습니다. 때로는 각자의 개성이 담긴 작품이 명작의 반열에 오르기도 합니다. 설령 명작에 오르지 못하더라도 상관 없습니다. 내가 그린 그림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으니까요. 적어도 완벽을 위해 망설이다 여백으로 남기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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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비아
17/12/11 16:21
수정 아이콘
얼마 전에 개봉했던 영화 '러빙 빈센트' 추천요!
예고) https://www.youtube.com/watch?v=JvGr8n2MBps
아, 아직 하고 있군요 크크크
따로제
17/12/11 16:22
수정 아이콘
기회 되면 보려고 대기 중입니다 크크
사악군
17/12/11 16:28
수정 아이콘
강추! 진짜 좋습니다!

닥터 가셰 너무 반가운 것..크크크
스테비아
17/12/11 16:37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크크크 그냥 얼굴만 봐도 반갑고 그렇더라구요
지구별냥이
17/12/11 18:40
수정 아이콘
이것은 장르가 스릴러 아닙니까?
진짜 흥므진진하게 따라가면서 봤네요.
끝에는 결국, 정말 혹시 하는 마음까지 먹었더랬죠.
염력 천만
17/12/11 16:30
수정 아이콘
요즘 느끼는건 캔버스에 붓질을 시작하는건 쉽지만
그걸 작품이라는 이름으로 내놓을만큼 마무리하는건 아무나 하는게 아니라는걸 느낍니다
그게 아무리 사소한 그림이어도 말입니다
사랑기쁨평화
17/12/11 18:54
수정 아이콘
글 분위기에 안 어울리는 댓글입니다만, 캔버스는 아무 생각이 없는게 아닐까요?
무엇에 미쳐서 작품에서 느껴지는 광기에 감탄하기도 하지만
느슨하게 힘을 빼고 여유가 느껴지는 작품도 여운을 남기는지라.
무엇에 미치는 것 열정, 몰입 확신 등에 환상을 가진적도 있지만 그럼 몸이 상하더라고요.
확신이 있는 사람은 오히려 여유가 있고 느긋하다라고 할까나요.
확신이라는게 무엇에 미친채로 살아가다가 어느순간 깨달음이오고 그다음에는 평온해지지 않을까 싶어요.
캔버스를 보고 자신을 두려워 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정신병이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티모대위
17/12/11 19:53
수정 아이콘
캔버스를 두려워하게 되는 것이 그림에 인생을 건 화가의 단계이고, 그걸 넘어서서 대가의 반열에 든 사람이 다시 캔버스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는것 아닌지... 그만큼 그림에 몰입한다는 거고, 붓질 한번 한번을 무겁게 여긴다는 거겠죠.
17/12/11 20:36
수정 아이콘
몰아지경의 경지에 이른 사람들은 전부 정신병자라는 말로 들리는군요.
반 고흐가 실제로 캔버스가 자신을 두려워한다고 생각했겠습니까..
존콜트레인
17/12/13 01:03
수정 아이콘
그랬을 것 같네요.
존콜트레인
17/12/13 01:04
수정 아이콘
예술하는 사람들은 오락가락 합니다. 이해하세요. 창작하는 입장에서 자기 작품에 확신을 가지기가 정말 힘듭니다.
빈 캔버스가 두렵다는 말 정말 공감되네요. 반대로 캔버스를 두려움에 떨게 하겠다는건 오기로도 보이고, 굳은 다짐으로도 보입니다. 정신병이라고 하기엔 핀트를 아예 잘못 잡으신거같네요.
사랑기쁨평화
17/12/13 10:59
수정 아이콘
댓글 감사합니다. 정신병이라는 단어 선택이 실수였네요.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는 정신이 흔들리면 예술은 할 수 있어도 몸이 상한다였습니다.
예술 작품으로 고흐의 작품은 뛰어나지만 그 안에 느껴지는 정서는 그리 본 받을 만한 것이 아니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그의 생애도 그렇고요.
더 나아가서 확신이 있었다면 그러지 않았을 겁니다.
제 경험에 의하면 고민에 빠진 사람이 보면 확 끌어 당길만한 작품들이 있습니다. 극복하기 위한 광기에 저는 빠져든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 끝이 해피엔딩이 아니에요.
결국 극복하지 못했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오히려 덤덤한 작품들을 남긴 어쩌면 여백으로 가득찬 작품을 남긴 사람들 또는 남기지도 않은 사람들이 깨달음으로 그 광기에서 벗어났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사람에게 직업적으로나 삶에 있어서 두려움을 갖게 되는 일이 있겠지만 결국 극복하면 평온해진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이러다 죽겠구나 싶으면 좀 놓게 되죠. 뭐 그래서 소시민적인 삶을 사는 것이지만요.
존콜트레인
17/12/13 21:02
수정 아이콘
미친 사람이 미치고 싶어서 미치나요.
17/12/13 21:25
수정 아이콘
예술작품에서 교훈을 찾으시나요? 도스토옙스키는 어떻습니까.. ? 고독과 허무함을 음악에 담아낸 브람스는 어떻습니까. 호텔 캘리포니아에는 어떤 본 받을 만한 정서가 있습니까.
기도하는 손에서는 어떤 교훈이 있습니까. 보고 있자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작품들이 있을지언정 '본 받을 만한 정서'라는건 어디에 있는 것입니까.
모든 사람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평온은 아닐지언데, 하나의 기준으로 고흐의 작품과 인생까지 평하고 있으십니다.
사랑기쁨평화
17/12/13 23:37
수정 아이콘
작품은 잘 모르지만 완성도 높은 작품과 제가 추구할 인생은 방향은 다를 수 있죠.
뭐 제가 고흐 작품이 별로다 모든 사람이 평온해야 된다 그런 이야기를 한게 아닙니다.
다만 그 인생 결말이 안타깝고 어딘가 미쳐서 사는 것 보다는 멘탈 잡고 사는것이 더 어려운 일 일수도 있다 정도가 제 생각입니다.
평범함 소시민적인 것 할 수 없음을 알고 한박자 쉬고 가는 것도 중요하가는 거죠.
17/12/14 00:25
수정 아이콘
러프하게 보면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아라와 큰 차이 없는 비유같은데요 저에겐
사랑기쁨평화
17/12/14 00:32
수정 아이콘
그게 맞는 것 같습니다.
괜히 고흐의 생애와 제가 처한 경험이 오버랩 된것 같네요.
Vincelot
17/12/12 12:58
수정 아이콘
인생을 살아갈수록 빈 캔버스 위에 뭐라도 채우기 시작한다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많이 느끼게 됩니다. 좋은 글 보고 힘을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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