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7/07/09 20:40:33
Name Neanderthal
Subject [일반] 스피릿 로버가 보낸 마지막 사진...
2004년 화성에는 약 20일 차이를 두고 두 대의 화성탐사로버가 착륙을 합니다. 하나는 스피릿이라고 이름 붙여진 로버였고 다른 하나는 오퍼튜니티라고 명명이 된 로버였습니다. 둘은 동일한 디자인과 동일한 계기들을 장착한 쌍둥이 로버들이었습니다. 애초 이들의 예상 탐사 기간은 약 90sol (sol은 화성의 하루 단위로서 지구의 하루보다 약 40분 정도 더 깁니다. 24시간 39분 35초...) 정도였습니다.

ray-arvidson-istvs-st-christopher-lecture-3-728.jpg?cb=1320358530


이들이 화성에 파견된 가장 중요한 목적은 화성에 물이 흘렀거나 물이 있었던 흔적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한때 화성에 미생물 같은 생명체라도 존재했을 만한 환경이 있었는지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스피릿 로버는 형제인 오퍼튜니티 로버에 비해 출발부터 운이 별로 좋지를 않았습니다. 스피릿 로버가 착륙했던 Gusev Crater는 과거에는 물이 가득 차 있던 호수였을 것으로 예상이 되던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스피릿 로버가 착륙해서 보니 그곳은 화산 활동으로 인해 발생한 화산암들로 가득 차 있는 곳이었습니다. 원래는 물이 흘렀던 흔적이 남아 있을 퇴적암층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었던 지역이었는데 막상 가보니 착륙지점 근처에서는 퇴적암층을 찾을 수 없었던 겁니다.


인공위성에서 촬영한 Gusev Crater...호수였던 것으로 보였지만...
gusevcrater_med.gif?itok=yO9CY6Tx

막상 가보니 화산암으로 가득차 있었음...
1-spiritrovert.jpg


반면에 오퍼튜니티 로버는 착륙한 지점 바로 근처에 퇴적암층이 있어서 도착한 첫 주부터 놀라운 발견들을 했습니다. 두 로버의 이런 상반된 시작이 결국 마지막까지 두 로버의 운명을 가르는 전조가 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스피릿 로버는 착륙지점에서 적당한 관측 포인트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이동을 해야 했습니다. 물이 있었던 흔적이 남아있을 수도 있는 90미터 높이의 허즈번드 힐(Husband Hill)이라는 언덕의 정상까지 올라가기도 했는데 이로 인해 지구가 아닌 다른 천체에서 최초로 산을 올라간 로버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2006년에는 앞바퀴 하나가 완전히 고장 나서 회전을 멈춰버리는 바람에 남은 탐사기간 내내 앞바퀴 하나를 질질 끌면서 다녀야 했습니다. 수차례 화성의 겨울을 나면서 동면상태로 수개월을 버티다가 다시 봄이 오면 활동을 재개하는 등 스피릿의 탐사일지는 항상 어려움에 직면하고 이를 극복하는 힘든 나날로 채워졌습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스피릿 로버는 예상했던 활동 기간을 훌쩍 넘겨서 많은 발견을 했고 많은 이미지들과 데이터들을 지구로 전송했습니다. 하지만 그간의 탐사기간 동안에 수시로 발생했던 모래함정에 다시 빠지게 되었고 나사의 전문가들의 갖은 방법을 다 동원했지만 이전과는 달리 그 모래함정에서 결국 빠져나오지 못한 채 2010년 3월 22일 마지막 신호를 지구로 전송하고 난 후 영원한 휴식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나사에서는 그 이후로도 가능한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하여 스피릿 로버와의 통신을 재개하려고 노력했지만 성공하지 못했으며 결국 2011년 5월 25일의 마지막 명령 전송을 끝으로 스피릿 로버의 미션을 완전히 종료시켰습니다. 아래의 이미자는 스피릿 로버가 마지막으로 지구로 전송한 이미지라고 합니다.


lastpan2_spirit_1155.jpg?itok=PQJMwkxx


이렇게 스피릿 로버는 인류의 화성탐사를 기념하는 기념비가 되어 화성의 남반구에 있는 Gusev Crater 근방의 어느 곳에 영원히 잠들게 되었습니다. 화성에서는 부식 현상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서 스피릿 호는 앞으로 수십, 수백만 년 동안의 거의 원형 그대로의 모습으로 그곳에 남아있을 거라고 합니다. 어쩌면 인류가 멸망하고 난 후로도 인류가 남긴 구조물로서 화성에서 한때 지구라는 행성에 인간이라는 지적 생명체가 존재하고 있었음을 증언해 줄지 모르겠습니다.


(오퍼튜니티 로버는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벌써 13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고 나사에서는 이제 오퍼튜니티 로버는 청소년이 되었다고 농담 삼아 얘기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말을 잘 안 듣는다고...--;; 나사 역사상 가장 장거리를 탐사한 로버가 되었는데 이걸 운이 좋다고 해야 할지 운이 나쁘다고 해야할지 잘 모르겠네요...--;; 오퍼튜니티 로버의 최대의 적은 화성의 혹독한 환경이 아니라 바로 미국 의회라고 합니다. 프로그램 운영에 대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면 오퍼튜니티 로버의 상태와 무관하게 미션이 그대로 종료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지구에서 더 이상 명령어를 보내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미션 종료가 될 수도 있는 것이라고 하네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마스터충달
17/07/09 20:47
수정 아이콘
오퍼튜니티를 죽이지 말아주세요 ㅜㅜ
17/07/09 21:00
수정 아이콘
애초에 제작 할때도 스피릿 먼저 만들고 오퍼튜니티를 먼저 만든 바탕으로 수월하게 제작하고
임무도 스피릿을 일단 난코스에 들이밀었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영광은 오퍼튜니티가 다 가져가는 모양새....
Neanderthal
17/07/09 21:09
수정 아이콘
다큐멘터리를 보니까 정말 스피릿은 흙수저...오퍼튜니티는 금수저더라구요...고생한 게 정말 다르더라는...
나사의 직원들도 스피릿에 좀 더 애착이 많은 것 같았고...--;;
tannenbaum
17/07/09 21:36
수정 아이콘
아이고... 이게 뭐라고 눈물이 다 나냐...
상계동 신선
17/07/09 21:55
수정 아이콘
사람이나 기계나 다 타고난 운명이 있는 것 같습니다. R.I.P. 스피릿 로버.
홍승식
17/07/09 22:01
수정 아이콘
오퍼튜니티 : 형(스피릿)은 죽었어! 이제 더는 없어!! 하지만! 내 태양전지판에, 이 모터에, 하나가 되어 살아가!!!
17/07/09 22:13
수정 아이콘
슬프다...
호야만세
17/07/09 22:14
수정 아이콘
헉.. 왜 기계한테 감정이입이.. ㅜㅜ
나사 직원들은 오죽했을까 싶어서 눈물이 다 나네요.
오퍼튜니티
17/07/09 22:44
수정 아이콘
내..내가 금수저 였다니!!! 현실은.. 사직을 윤허하지 않았다!!라구요..ㅠㅠ
17/07/10 08:59
수정 아이콘
일해라 오퍼튜니티
휴식을 허락하지않았다
도망가지마
17/07/10 02:11
수정 아이콘
'수차례 화성의 겨울을 나면서 동면상태로 수개월을 버티다가 다시 봄이 오면 활동을 재개하는 등 스피릿의 탐사일지는 항상 어려움에 직면하고 이를 극복하는 힘든 나날로 채워졌습니다. '
홀로 외로이 세찬 바람을 견디는 스피릿의 모습을 상상하니 짠한 마음이 드네요. 너무 잘 읽었습니다.
cluefake
17/07/10 02:28
수정 아이콘
오퍼튜니티..스피릿..
스피릿은 고생고생 다하며 힘들게 살아갔던 형 같고 오퍼튜니티는 곱게 자라고 운도 좋은 동생..
17/07/10 06:58
수정 아이콘
영화 마션에서도 스피릿인가 오퍼튜너티가 까메오처럼 나오던게 생각나네요
Galvatron
17/07/10 08:46
수정 아이콘
스피릿은 하워드 왈로위츠가 골로 몰아서 박아버린거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2787 [일반] 카드결제내역을 수시로 확인합시다. [55] 계란말이13060 17/07/11 13060 3
72786 [일반] 홍익표 "이언주 발언 국민께 사과..공천 잘못한 민주당 책임".gisa [64] 몽유도원12630 17/07/11 12630 14
72785 [일반] 직접 만든 사이트를 소개합니다. (가칭 : 스트존) [66] damin15531 17/07/07 15531 60
72784 [일반] 이언주 의원의 동네 아줌마, 미친 X 발언 녹취 [132] 어리버리18691 17/07/10 18691 31
72783 [일반] 원전 임시중단 법적 근거 뭐냐 [152] Red_alert12350 17/07/10 12350 16
72782 [일반] '일진 참교육'드립, 마음이 아픕니다. [91] 서리한이굶주렸다13305 17/07/10 13305 17
72781 [일반] [아재주의] 추억의 J-POP 세 그룹 [68] 웅즈10035 17/07/10 10035 2
72780 [일반] 안철수, 속초의 한 식당에서 발견 [134] 리얼리티즘22773 17/07/10 22773 3
72777 [일반] 한국욕에 대한 단상. [47] 삭제됨6993 17/07/10 6993 15
72776 [일반] "딱 봐도 성괴네" [161] 삭제됨15359 17/07/10 15359 44
72775 [일반] 의자가 부족할 땐 어떻게 해야 할까? [84] 리얼리티즘7590 17/07/10 7590 8
72774 [일반] 불법 도박, 불법 대출...교육은 어떻게... [22] 카미트리아5229 17/07/10 5229 1
72773 [일반] 중국,그리고 지나 호칭문제 [57] 삭제됨8030 17/07/10 8030 1
72772 [일반] CCM계의 신기원 [53] 미나가 최고다!8233 17/07/10 8233 1
72771 [일반] [국정원 'SNS 장악 보고서' 파문] “유명인·매체 총동원 국민 머릿속 바꿔라” 구체 계획 담아 [64] 황약사10443 17/07/10 10443 5
72770 [일반] (데이터) 일방적이면서도 치열한 논쟁의 시작과 끝에 대하여 (영화 Life 스포 유) [3] 미나가 최고다!4611 17/07/10 4611 0
72766 [일반] 비밀의 숲 : 모두가 용의자다(노스포) [68] 영원한초보9926 17/07/09 9926 10
72765 [일반] 1-2달 안으로 일본 큐슈 유후인 가실 분 주의하세요. [22] 어리버리12766 17/07/09 12766 4
72764 [일반] 삼국통일전쟁 - 6. 안시성에서 멈추다 [10] 눈시BB7028 17/07/09 7028 10
72763 [일반] NFL: 가끔은 가장 사악한 자가 사회의 정의를 이끈다 [26] 사장8749 17/07/09 8749 12
72762 [일반] 스피릿 로버가 보낸 마지막 사진... [14] Neanderthal9256 17/07/09 9256 17
72761 비밀글입니다 Samothrace1725 17/07/09 1725 3
72760 [일반] [번역] "북핵은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넜고 대안은 한일 핵무장" [91] 군디츠마라9687 17/07/09 9687 8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