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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12/05 06:22:17
Name 나그네라고
Subject [일반] 난 중용이 싫어요! 중용은 비겁한 자의 도피처?!
중용에 들어가기 앞서 :
https://pgr21.co.kr/pb/pb.php?id=freedom&no=67324&divpage=14&sn=on&keyword=%EB%82%98%EA%B7%B8%EB%84%A4%EB%9D%BC%EA%B3%A0


저번 글의 탄생때처럼, 오늘도 여자로 인한 괴로움을 겪은 후 정신을 차려보니 글이 하나 써있었다.


여태껏 윤리나 철학서적을 보면서 전근대적인 과학같은 부분을 제외하면
대체적으로 옳다 여기거나 혹은 이미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는점이 많았는데
유독 중용에 있어서만은 내 삶이나 나의 태도와 상당히 맞지 않는다고 느껴왔다.

난 중용보다는, 오히려 일반론을 내 나름대로의 스타일로 확립하려 한 것이
일단 극단을 추구해서 이익을 최대화 하고, 혹시 틀린 극단을 골랐으면 피해를 최소화 하는것이
장기적으로 나에게 이득이다 라고 보았다.
 - 극단 추구가 성공할 시 얻는 이득의 기댓값이 극단 추구가 실패할 시 잃는 손해의 기대값을 고려함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중용 추구시 얻는 이득의 기댓값 크며, 보다 클 수 있다는 믿음.

그러나 계속 이 나만의 일반론을 삶에서 실천하니 어쩌다 대박이 나도 결국 손해가 장기적으로 많아서
 - 극단 추구가 실패할 시 잃는 손해의 기댓값이 결과적으로 커서 꾸준히 중용을 추구한것보다 결과적으로 손해 - ,
진짜 큰 일은 누수가 많아서 안되는 것 같다.


그런데, 난 결과가 이렇게 나오는게 싫다. 그렇다면 극단 추구가 꾸준한 중용에 비해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하는 존칭 생략한 서술

남녀관계를 예로 들면
나는 여자랑 만날때 서로 밀당 이런걸 생략하고, 둘 다 서로 좋아하는걸 표현하는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해.

근데 현실적으로 그렇질 못하잖아. 상대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이지.
그렇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중용적 자세로, 호감이 가면 마음을 주되 천천히 간을 보잖아.
또 다른 극단으로 가서 아무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으면 되는 일이 없지.

그러니까 중용적 관점에서 보면 극단적 감정표현, 극단적 감정숨김 둘 다 해롭다는 결론인데
여기서 나는 저 극단적 감정표현이라는 긍정적 자세가 저평가 되는게 굉장히 싫었다? 어릴때부터.

왜냐면 쌍방간 극단적 호감표현이 불필요한 에너지의 낭비가 가장 적고 빠르게 격렬한 사랑이 되든가, 결판이 나지.
간 볼거 다 보면서 잘 된다 한들 이미 처음부터 눈맞은 둘 남녀보다 안정적일지는 몰라도 더 뜨겁기는 어렵지.
본인 마음을 숨기고 상대를 차지하려는 나쁜남자의 유혹은 결국 비겁함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데 오늘 생각해보니 저런 극단적 호감표현이 쌍방간에 잘 이루어져서 아무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없이 만난 경우가 좋은건 사실이지만, 확률이 너무 낮아서 힘든거같아. 도박이라는거지. 어쩌다 이렇게 운명같은 사랑을 할 수 있어도 그게 천번에 한번이라면 웬만한 운이 아닌 바에야 현생에서 연애는 빠이빠이겠지.

그렇지만 저 극단적 감정표현, 극단적인 긍정 혹은 극단적 선(善)이 중용보다 불이익을 가져오는 이게 너무 싫어. 극단적 감정표현이 도박이라서? 도박이라기보다는 현실적으로 너무 손해보려고 하지 않는 멍청한 겁쟁이들만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 겁쟁이들은 모조리 참수하면 되지 않을까? 명목은 당당하지 못한 죄이고 형벌은 사형. 인간 사회에서 악이라는 것은 다른 목숨을 해하는 그런 직접적인 행위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 싹트는 것일수도 있기 때문에 적합한 형벌이라는 것이 근거. 단지 인간의 유전자가 진화가 덜 되어, 남의 목숨을 빼앗는 행위에는 사형이라는 판결이 내려지는데 거부감이 덜하지만, 저런 비겁함에서 악이 싹튼다는 사실은 이성적 관조의 영역이 아니라 감정의 영역에서 공감이 덜 되어 그렇게 큰 죄라고 여겨지지 않을 수도 있다.

현실적이지 않다는 말을 상당히 싫어하지만, 모조리 사형이라는게 현실적으로 어려운건 사실이겠지.

비단 연애뿐만 아니라 인간 관계 나아가 많은 것들에도 이 중용 원리가 다 있는 것 같다. 인간 관계에는 일단 거의 다 적용되는것 같아.

예를 들자면, 예수가 말한 무조건적인 사랑이 인간에게 울림이 있고 좋아보이는데, 현실적으로 아무도 먼저 하려고 들지 않지. 근데 사실 예수의 가르침이 논리적으로는 맞잖아. 모두가 모두를 사랑하면 문제될 것이 없어. 내가 위에 언급한 연애에 있어서 극단적 호감표현의 경우와 같지.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중용 승. 실천이 불가능해보임.

국가적으로 보면 냉전때 핵 군비 경쟁같은것도 과도한 무장이나 과도한(?) 핵포기 둘 다가 아닌 중용으로 조금씩 균형 유지 하는것 등등. 모두가 과도한(완벽한) 핵포기를 한다면 모두가 핵공포로부터 이득인데 절대 먼저 그걸 완벽히 실행하는 국가는 없는것처럼. 결국 중용적 균형 유지. 과도한 핵무기 경쟁때문에 인류가 위험에 처한 적도 있는걸 생각하면 인류에게 비겁함이라는것이 생존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두가 한 자리에 모여서 극단적 감축 혹은 폐기에 동의 한다든가.

김구의 3천만 동포에게 읍고함 - 38선을 베고 쓰러질지언정 일신의 구차한 안일을 위하여 단독정부를 세우는 데는 협력하지 아니하겠다 - 도 마찬가지다. 삶의 중용을 찾는것과 김구의 극단적 선택 중 전자가 마음속으로 끌리는 유전인자가 악의 근원이 아닐까. 그리고 이것이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현실성이란 녀석의 실체일지도. 그것의 이름은 비겁함.

위의 극단적 선택의 예시들 중 현실성 순으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을것이다.

연애<핵 군비 경쟁≤김구<예수

나는 인간으로서 3번까지는 최소한 도달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4번의 경우도 논리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단지 인간의 유전자가 진화가 느려 서로 상생할 수 있는 현재 상황을 따라가지 못해 실천되기 어려울 뿐.

이러한 단편을 보면, 난 우리가 사는 세상이 때론 너무 바보같이 여겨진다. 수많은 인류의 생몰속에 현시점에서 가장 안정된 윤리라는 암묵적 생존방식 속에서 인간이 살아가는데, 그런 윤리라는게 현 시점에서 최선일 뿐이지 알고보면 어항속 물고기들의 생존 방식만큼 덜떨어지고 멍청한 것이라는 느낌이 문득문득 든다. 아니 항상 기저에 있다. 니체가 이런 느낌을 안고 살지 않았을까, 만약 그러하다면 과연 말년에 미치지 않을 수 없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 윤리(생존방식)를 함축한 질문인, 어떤것이 옳다 혹은 그르다 등의 말을 하면 그가 대체 무슨근거로 옳고 그름을 판가름 하는지 현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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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와에므와
16/12/05 07:26
수정 아이콘
중용이 문제가 되는 건

중용과 그냥 중간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나그네라고
16/12/05 07:52
수정 아이콘
글을 잘 읽지 않으셨군요... 저는 중용이 단순한 산술적 평균인 중간이 아니라 진정한 중용이 있고, 그것을 가늠하기가 어려움을 얘기하는것이 아니라 그렇게 실질적으로 존재하는 중용이 다른 한 극단에 비해 열등하며 이상적 관점에서 보면 중용은 그냥 현실적 선택에 불과한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마스터충달
16/12/05 08:18
수정 아이콘
뜨와에므와님 말씀이 그거 같은데요. 중용은 단순한 산술적 평균이 아니다. 평균(중간)을 중용과 헷갈리니 문제가 된다.
나그네라고
16/12/05 13:16
수정 아이콘
네. 그러니까 그런 중용이 있음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존재하는 중용이 과연 다른 극단보다 우월한지 의문이라는 생각입니다.
사악군
16/12/05 08:12
수정 아이콘
적절히 균형잡힌 식사는 폭식 단식에 비해 항상 우월하죠. 중용의 도는 절제에 있으며 현실적 선택의 정당화와는 전혀 다릅니다. 하고 싶은 걸 참아내고 하기 싫은 걸 해야하는 것이 중용이죠.
나그네라고
16/12/05 15:07
수정 아이콘
식사에서의 중용은 확실히 양 극단보다 우월해 보이네요. 이 경우 폭식이 균형잡힌 식사보다 좋기가 대단히 어려운데... 굳이 역할이라면 폭식 단식을 해 봐야 균형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역할정도. 결국 중용인가요. 음... 다시 생각할 여지가 많은 것 같습니다. 사실 글을 쓰고 나서도 여자한테 차이고 나서 쓴거라 엄밀하지 못하고 헛소리가 될거같은 생각이 들긴 했어요. 아이디어는 좋지만 생각을 다듬어봐야겠습니다.
몽필담
16/12/05 08:59
수정 아이콘
孟子曰(맹자왈)
맹자께서 말씀 하셨다.
孔子(공자) 不得中道而與之(부득중도이여지)
"공자께서 ‘중도(中道)를 걷는 사람을 사귀지 못하게 되면,
必也狂獧乎(필야광견호)
나는 반드시 광자(狂者)나 견자(獧者)를 구할 것이다.
狂者進取(광자진취)
광자(狂者-지나치게 뜻이 높고 진취적인 사람)는 진취(進取)의 기상이 있고,
獧者有所不爲也(견자유소불위야)
견자(獧者-무식하지만 고집쟁이)는 굳게 지키는 기상이 있어 하지 않는 일이 있다’하셨으니,
孔子豈不欲中道哉(공자기불욕중도재)
공자께서 어찌 중도(中道)를 걷는 사람을 원하지 않으셨겠는가?
不可必得故(불가필득고)
꼭 얻게 될 수 없었기 때문에(그런 사람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思其次也(사기차야)
그 다음 가는 광자(狂者)나 견자(獧者)를 생각하셨던 것이다"

이 문구가 생각이 나는 글이네요.
공맹(孔孟)은 스스로 중도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결국 대부분 향원(鄕原-사이비, 위선자)이라고도 했죠.
저 개인적으로는 양 극단을 가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그 중간 지점을 알 수 있을까...라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그 누구도 양 극단의 위치가 정확히 어디인지조차 모르는데 말이죠.
호모 루덴스
16/12/05 10:36
수정 아이콘
광자는 누구지는 모르겠지만, 견자는 아마도 '자로'를 뜻하지 않을까 싶네요.
무식하지만 굳게 지키는 기상이 있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딱 '자로'이거든요.
몽필담
16/12/05 10:56
수정 아이콘
여기서 말하는 광견, 향원, 중도는 딱히 누군가를 가르키는 말이 아니라, 대명사라고 생각하시면 되구요.
굳이 자로를 이 카테고리로 구분을 짓는다면 견자에 가깝긴 하네요. 공자 제자 중에서 가장 멋진 남자였죠, 자로는.
나그네라고
16/12/05 15:12
수정 아이콘
국어 지문풀다 이 글을 읽은 기억이 나는데, 이때 심정적으로 난 군자는 되지 못하고 광한자에 가깝지 않나 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공맹(孔孟)은 스스로 중도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결국 대부분 향원(鄕原-사이비, 위선자)이라고도 했죠.
- 공맹의 말씀에 공감이 갑니다. 중도를 파악하는게 쉬운일이 아닐진데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알기 어렵겠죠.

저 개인적으로는 양 극단을 가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그 중간 지점을 알 수 있을까...라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그 누구도 양 극단의 위치가 정확히 어디인지조차 모르는데 말이죠.
- 뛰어난 생각 같습니다. 중용을 알려면 양 극단을 알아야 한다는 점 자체만으로도 양 극단의 존재의미는 있겠죠. 극단 없이 단칼에 중용을
파악하는것이 천재일까요. 아니 가능은 할런지요. 흠. 제 개인적으로 누군가가 양 극단에 대해 좋은 평을 하는것을 듣는게 처음이라 반갑습니다. 중용은 간지가 안나요. 마모씨 3해처리가 중용이라면 극단은 최연성 노컨트롤 물량.
프레일레
16/12/05 14:07
수정 아이콘
극단적 사랑이 허용되면 극단적 미움도 허용되죠 순수하게 신을 사랑해서 한 어떤 행동은 누군가에겐 테러이고 살인입니다
이 서로 다른 사랑, 즉 욕망을 어떻게 통제하느냐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철학, 종교의 숫자만큼이나, 인간 생존에 절실한 화두가 아닐까 합니다
잘은 모르지만 중용이란 철학도 바로 이 화두 아래에서 고안된 개념이 아닐지요
인간의 모든 욕망이 풀어 헤쳐진 세상은 끔찍합니다 소 키울 사람도 없고..
무튼 당신의 사랑이 그녀에게 폭력으로 비춰지지 않기 위해서 중용은 괜찮은 전략아닐까요
나그네라고
16/12/05 15:19
수정 아이콘
그 중용의 추구가 일반론 같은데 삶에서 불만이 생겨 징징식이긴 하지만 글을 적어보았습니다. 어찌보면, 중용이라는 윤리가 그렇게 뛰어난 것이 아니라 열등한 상황속에서 차악에 가까운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어서요. 먼 미래에는 아무도 실천하지 않는 방법이 될 수도 있을것 같아요.

큰 거대담론을 던져주셔서 제가 생각하기 벅찬 것 같습니다. 소는 누가키울지 당장은 모르겠어요 ㅠㅠ

사족
인류가 정착하고 농사를 하는데 몇십만년이 걸렸는데, 그 농사짓기 전의 윤리는 지금과는 아주 달랐을 것입니다. 1년의 농사를 인내해 낼 수 있는 무리가 처음 기적적으로 생기기 전의 윤리는 현세 입장에서 보면 최악일 것인데, 당시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자연스럽게 여겨졌을 것입니다. 뭔가 생기면 저장하는게 아니라 바로 소비만 해버린다든가. 먼 미래에는 중용도 구석기시대의 윤리처럼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나그네라고
16/12/05 15:32
수정 아이콘
극단적 사랑이 허용되면 극단적 미움이 허용되죠
- 맞습니다. 제가 주장했던건 극단적 사랑, 중용, 극단적 미움 셋 중에 극단적 사랑이 가장 큰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지 않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보니 예수의 극단적 사랑은 중용과 양립하기 어렵네요. 묵자의 겸애도 그렇고. 공자가 별애를 주장했는데 이 차별적 사랑인 별애는 위 셋 중 중용에 가깝고 이상보다는 대단히 현실을 택하는 느낌입니다. 현실적으로 모두를 사랑하기 보다는 주변부터 사랑하고자 하는 입장이죠. 위 글에도 대략 적혀있지만 예수의 무차별적 사랑은 현실 운운하는거 싫어하는 제가 봐도 실천하기 어려워 보이네요. 근데 이 사상이 만연할 때가 인류가 가장 행복할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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