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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9/14 18:33:27
Name 불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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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스포] 밀정 감상:예상했던 딱 그만큼.




이 글은 영화 '밀정(2016)', '아나키스트(2000)', '암살(2015)'에 대한 많은 스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정갈한 리뷰라기보단 감상문입니다. '밀정'에 대한 호평이 넘쳐나는 지금 혹평에 가깝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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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밀정'의 개봉 소식을 접한 제 감상은 간단했습니다.
김지운? 그래 미술 쩔겠네. 송강호? 크. 공유-한지민? 연기 잘하겠군. 이병헌? 캬.
그리고
의열단? 대한독립만세겠네.
캐릭터도 연기도 내용도 그냥 딱 예상한 대로더군요.
이만한 캐스팅을 쓰기엔 아까울 정도의 대본 혹은 연출력? 어느 쪽의 문제였을까요.
1번 사진은 '밀정' 포스터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포스터입니다.
영화는 이 포스터 같은 느낌을 전혀 주지 못했죠.

제목부터가 '밀정'입니다. 영화에 대한 일체의 스포 없이 영화를 감상하기 전 저의 예상은
'밀정이 누구냐'가 핵심이겠구나...
영화를 보면서는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송강호가 밀정이냐 아니냐'가 핵심이겠군...
그런데 둘다 아니더군요.

적인가 동지인가는 무슨, 그냥 처음부터 동지입니다.
아무리 이정출(송강호)이 연기인양 행세하고, 넌 내일부터 나 모르는거다 드립을 치고, 절 믿을 수 있습니까 부들부들 떨고, 열차 안에서 온갖 생쇼를 해도
이정출은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김우진(공유)의 동지에요. 어쩌다보니, 불가피한 현실에 휩쓸려 일제 치하에서 형사를 하고 있는.
"사내는 나를 알아주는 자에게 목숨을 바치는 법" 극중 이정출의 대사인데
장태산(이병헌)이 등장하고, 같이 밤낚시를 가면서 이정출이 의열단과 마음을 같이 할 거라는 게 명명백백히 드러납니다.
애시당초 오프닝의 김장옥 사건에서 이정출의 행동만 봐도 그렇습니다. 뒤에 어차피 같이할 캐릭터라는 티가 팍팍 나요.
차라리 오프닝에서 이정출에게 강한 악역 또는 최종보스에 준하는 페이크보스의 이미지를 씌우고, 일제의 주구가 되어 독립운동가를 사냥하는 면모가 드러났다면 제 평가는 지금과 훨씬 달랐겠죠.
김장옥이 가는 길을 꿰뚫어본다거나 하는 식으로 감독이 수를 씁니다만... 과도하게 동원된 일본군경의 폭발적인 이미지에 휩쓸립니다. 경성에서 상하이를 거쳐 만주와 열차에 이르기까지, '이정출의 대단한 능력' 자체가 보이지 않아요.
극중 가장 중요한 인물인 이정출의 캐릭터 자체가 시원찮은 거죠. 얼떨결에 시대의 흐름에 휩쓸린 우리네 보통 사람이면 그렇게, 혹은 잠시 생각을 잘못 해서 넘어갔지만 마음을 다한 설득과 죄책감으로 도로 넘어온 거면 그렇게 보여줘야하는데...어느 쪽도 아닙니다.
현실의 김상옥은 슈퍼히어로급이었는데, 김장옥은 활약상도 시원찮고... 여기서 김장옥이 빛나야 이를 체포하는 이정출도 빛났을 텐데, 제목이 밀정인데 오프닝이 밀고로 인한 죽음이야! 제 느낌엔 촌스럽기까지 했어요.

게다가 어느 정도 눈썰미가 있으신 분들은 문제의 밀정이 누군지 쉽게 눈치챌 수 있습니다. 허무할 정도로요.
문제는 그 밀정이 이렇다할 특징도, 존재감도 없는 캐릭터라는 거죠. 누군지 뻔한데 놀랍지도 않고, 걔한테 별 관심도 포커스도 없었으니 딱히 배신감도 안 들어... 거기다 영화 연출 자체가 그 밀정으로 인해 일이 틀어질 거라는 냄새가 팍팍 납니다. 특히 경성역 개찰구씬 같은.
딱 맞는 비유는 아니지만, 영화 '쉬리'에 여자 캐릭터라곤 OP 내부의 듣보잡들 제외하면 김윤진 밖에 없으니 김윤진이 이방희가 확실하다 같은 느낌?
이정출 설정도 약한데, 밀정도 마땅찮아, 하시모토(엄태구)도 연기는 호연이지만 너무 작위적이고 억지스럽습니다.
영화 다 끝나고 나오면서 밀정을 이렇게 어설프게 설정한 건 어차피 얘가 중요한 게 아니라 뒤에 주동성의 변절 임팩트를 높이고자 했나? 라는 생각도 해봤는데... 배우로 보나 역할로 보나 말이 안되죠. 중심스토리는 분명히 이쪽입니다. 근데 변절 임팩트는 주동성이 700배쯤 쎕니다.

제목도 밀정이고 핵심 스토리도 밀정인데, 밀정은 거의 훼이크 내지 맥거핀에 가깝습니다. 김우진(공유)이나 연계순(한지민) 중 한명이 밀정이거나, 이정출이 보다 적극적인 삼중간첩 혹은 그러다가 재차 전향하는 내용이었다면 훨씬 밀도 높은 연출이 가능했을 텐데...
가까이 '암살'의 이정재가 변모했을 때를 보자고요. 후반부 이정재 재판씬이 그토록 회자가 된 건 그의 연기가 기막혔던 때문도 있지만, 그 장면의 임팩트가 굉장했기 때문입니다. 오죽하면 뒤에 전지현이 쏴죽이는 결말이 비현실적이고 국뽕 결말이라고 까이겠어요?
그런데 그 임팩트가 왜 굉장했을까요? 이정재의 변절에 대한 분위기 연출이 치밀했기 때문입니다. 오프닝에서의 엄청난 독립투사 포스, 그리고 돌아서는 과정과 돌아선 뒤의 행보도 말이죠.
반대로 이정출의 재판씬을 보세요. 물론 분량으로 보나 포커스로 보나 암살의 그것만은 못하지만, 송강호는 그 짧은 순간에도 임팩트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배우입니다. '공동경비구역 JSA' 이병헌과의 대면씬 기억하세요? "민족의 배신자, 수령동지 만세만세만세"
근데 그렇지 못했어요. 이정출이란 캐릭터에 꽤 많은 시간을 할애했음에도 불구하고, 재판씬은 아무런 임팩트가 없습니다. 연계순으로 보이는 시체와의 대면씬은 숫제 신파에 가깝습니다.
게다가 결말은 실소가 터질 만큼 국뽕 그 자체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일제 치하의 조선에서 저 정도의 테러는 벌어진 적도 없을 뿐더러, 그 방식도 유치하기 짝이 없습니다. 임경업전이나 박씨전 못지 않은 작위적인 정신승리 내지는 자위행위입니다.
마지막 자전거씬은 또 뭐랍니까. 차라리 이정출이 재판 이후 다시 일제 경찰로 돌아가는 결말이었다면 영화의 주제가 밀정이라도, 보통사람이라도 훨씬 좋은 결말이 되었을 겁니다.
뒤로 갈수록 국뽕 독립군 영화로 변질됩니다. 영화 '청연'의 후반부를 보는 기분이 들 정도에요.
제가 '밀정'의 설정과 대본부터 허술하다고 보는 이유입니다. 배우들은 정해진 틀 안에서 최선을 다한 것 같거든요.

의열단을 다룬 한국 영화로는 암살 외에 '아나키스트'가 있습니다. 김상중 정준호 장동건 주연. 보통 별 두개반에서 세개 사이를 받는, '나름 스타일리쉬하지만 평작' 정도의 평가를 받는 영화죠.
그런데 전 밀정보다 의열단을 다룬 면에 있어선 아나키스트가 훨씬 괜찮았다고 봐요.
'밀정'에도 독립운동가들의 허세 섞인 사진 촬영이 나옵니다만(그게 체포의 빌미도 되고), 이게 사실상 핵심소재로 기능하는게 아나키스트입니다. 거사 전엔 항상 다 같이 멋지게 정장을 차려입고 사진을 찍죠. 다들 엘리트 출신이라 굶어도 거시기한 짓은 못하고, 그게 극중 이범수의 불만이기도 하고요. 문제의 사진관이 일경에 휩쓸리면서 이들도 일망타진됩니다.
아나키스트는 사실 너무 많은 것을 우겨넣다 이것도 저것도 안된 영화이기도 합니다. 망명 조선왕족, 독립운동 진영 내분. 김구와 임정에 대한 짧지만 통렬한 비판 등등...
영화 자체는 전술했듯이 제법 스타일리쉬하지만, 전체적인 만듦새가 좀 허술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밀정 같은 무리수는 없었다고 봅니다.
안경엔 낭만은 가득 끼어있고 간지는 폭발하지만, 현실은 가혹할 뿐이죠. 때문에 결말은 더더욱 처절합니다. 거사의 무리한 결행(인데 공산당 지원이 끊어져서 어차피 나중엔 더 못하는 상황), 마지막까지 불량인 무기들...
당시 독립운동가들의 현실이 그랬어요. 김상옥만 해도 동양척식회사니, 식산은행이니 폭탄 던졌지만 불발탄도 나오니까요.
마지막 여운도 국뽕과는 무관합니다. 극중 막내가 바로 '밀정'의 김우진의 모델이 된 김시현인데... 오프닝도 엔딩도 막내가 장식합니다. 심지어 오늘 형들을 만나러간다(이승만을 죽이러간다)며 영화가 마무리되죠.

개인적으로 이정출이란 캐릭터 자체가 전형적인 친일파들의 논리라는 점에서 저를 불편하게 합니다. 문제는 작중 시기가 1920년대 후반, 기껏해야 1930년대 초반이라는 거죠.
일제 치하 막판(보통 1938-1941년 이후, 사람에 따라 다릅니다) 변절한 친일파들의 경우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을 받아주기도 합니다. 친일파임은 분명하지만 "일본이 망할줄 몰랐다"거나 "더이상 할수 있는게 없었다"는 말이 납득이 되거든요.
36년은 청년이 환갑이 되는 시간이니까요. 김일성의 보잘것없는 보천보 전투가 시기상 그렇게 찬양받는 이유이기도 하고.
그리고 그들조차도 결국 끝내 넘어가지 않은 자들이 있기에 용서받기 어렵습니다.
흔히 알려진 민족대표 33인(혹은 48인)중 친일한 사람은 4-5명에 불과합니다. 상당수는 옥사 혹은 병사했죠. 최린이나 최남선, 현상윤 같은 변절자는 많지 않아요.
제가 좋아하는 이 시대 시인들 중에도 상당수는 막판 변절하고, 서정주나 김영랑처럼 이후 행보에서 시명에 오물을 칠하는 경우도 있지만...
오장환처럼 끝끝내 친일로 넘어가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병든서울'이 더더욱 마음에 와닿는 이유기도 하죠. 이런 사람이 나중에 월북한다는 게 더 안타까운 현실이고.
영화 외적으로는 이정출의 모티브가 된 '황옥'부터가 마음에 안듭니다. 그는 진짜 일본의 밀정이었다는게 정설이거든요.

'밀정'은 가볍게 보고 즐길만한 영화입니다. 김지운의 미쟝센이나 장면 연출, 미술에 대한 집착은 여전히 성공적이고, 송강호 공유 한지민 신성록 엄태구 등 배우들의 연기는 불꽃이 튑니다. 들인 돈만큼의 퀄리티는 잘 뽑아낸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이상을 뽑아낼 수도 있었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네요. 게다가 이렇게 비평가들마저 호평만 쏟아내는 건 감독 또는 배우들에 대한 팬심이 너무 크게 작용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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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충달
16/09/14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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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평단의 평가가 이해되지 않는 작품이 두 개인데 하나가 <엑스맨 : 아포칼립스> 그리고 하나가 <밀정>이네요. 과연 이렇게 호평할 작품인지...

밀정과 반간의 고뇌는 없고, 대신에 후반으로 갈수록 민족 의식이 도드라지죠. 이게 우리에게는 통하는 울림이 될 수도 있지만, 과연 해외에서도 통할런지는 의문입니다. 이 얘기는 작품 내재적으로 접근할 경우 장점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죠. 에스피오나지와 민족 의식 사이에서 갈팡질팡한 어정쩡한 영화였습니다.

<암살>에서도 마지막 신에서 매끈하지 못한 결말을 보여주죠. 다소 뜬금없는 황량한 풍경 속에서 엄석진의 최후를 장렬히 그려냅니다. 이 장면이 역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우리에게 대리만족의 카타르시스로 다가오긴 했죠. 저도 당시에는 이 장면을 좋게 평가했고요. 어차피 액션물로 가닥을 잡았다면 이처럼 통쾌한 판타지를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밀정>마저 이와 같은 맥락의 영화로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그나마 <암살>처럼 노골적이진 않았지만, 조선총독부를 폭파시키는 암시와 사운드로 대리만족을 구현했으니까요. 이럴 거면 <암살>과 도대체 다른 점이 무엇인지 의문이 들죠. 실상 <암살>의 아류작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던데, 많이 공감했습니다.
16/09/14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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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암살의 결말은 그냥... 그래, 이렇게 해야 팔리지, 아님 갑갑해서 팔리겠냐...라는 느낌이었어요. '송곳'은 역작이지만, 그나마 희망 넘치는 드라마가 있는 '미생'에 비해 흥행하지 못했던 것처럼...
하지만 밀정은 시놉시스 자체가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 말이죠 쩝. 저 배우들 데리고 뭐하는 건지...
구밀복검
16/09/14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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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동의합니다. 이정출의 내적 가치들이 첨예하게 갈등하여 그가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그의 결단에 의해 사건과 상황이 좌지우지되며 극의 전개와 결말이 판이하게 달라지는 상황이 만들어져야 서스펜스와 스릴이 있는 건데, 이정출은 무늬만 이중첩자일 뿐 처음부터 끝까지 아군이고 내적 갈등은 후까시요 코스프레인지라 그런 감흥을 주지 못하죠. 의열단 내 배신자 같은 경우도 딱히 그 전까지 극적 비중도 없고, 이미 변절을 암시하는 컷들이 산적한 터라 정체가 공개된 이후에도 놀라울 것이 없고요. 특정한 시점까지 관객들이 배신자의 정체를 상상조차 못하게 유도하며, 정체가 까발려지는 순간에는 그 전까지의 서사 전개가 재해석되면서 '아니 이럴 수가'와 '아 그랬구나'를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사전에 정교한 복선과 페이크를 설계하고 각 인물에게 드라마적 사연을 부여하여 정확한 타이밍에 집약적으로 뒤통수를 때려야 좋은 반전인 것인데, 전혀 그렇지가 못하죠. 이 말인즉슨 통속적인 오락거리로서도 시시하단 이야기고...나아가 식민지 질서 내에서 마이너들의 저항이 가지는 의미나 한계, 테러리즘의 도덕성, 지위와 계층에 따른 당대인들의 세계관과 정견의 차이와 대립 같은 것도 활용하기 좋은 소재인데(예컨대 윤태호의 <인천상륙작전>이나 카뮈의 <정의의 사람들>처럼 미숙하게나마) 전혀 다루어지지 못했지요.
16/09/14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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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본문이 부끄러워지는 댓글이네요 크크. 일목요연한 정리 감사합니다.
16/09/14 19:36
수정 아이콘
사실 밀정이라는 소재는 비중있지 않지요. 그냥 이정출이란 인간의 휴먼스토리에 가깝습니다. 다만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에게 좀 더 머리를 조아렸을 뿐인 사람입니다. 히가시에게 폭탄을 선사하는 그 순간도 민족을 위해서!라는 느낌보다는 끝까지 충성을 다한 자신을 의심하고 엿을 먹여버린 것에 대한 복수에서 뻥 터뜨린 느낌이었습니다. 일제를 배신하는 그 순간까지도, 다른 무엇도 아닌 뱃지 하나만은 챙기는 것. 그것이 이정출이라는 사람을 상징하는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실제로 그 뱃지가 아무런 가치가 없음을 깨닫고 버려버리지요.
역사영화에 나오는 민족을 위하여, 역사를 위하여!라는 비장미있고 열혈 넘치는 캐릭터들이 가득차있기 보다, 후까시와 느끼함, 심지어 나사까지 하나씩 빠져 있는 캐릭터들이었습니다. 테러를 위한 작전 또한 엉성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정출을 회유하려는 의열단의 모습도 그냥 막무가내, 엉성했지요. 거사를 망친 근본 원인은 공유의 개인적 욕망 때문이었습니다. 장채산 또한 의열단의 수장 답지 않게 항시 두렵다,고 얘기하지요. 그런 하나하나의 모습들이, 비장미가 없고 엉성하지만 우격다짐으로 해내려고 하는 모습들이 되려 현실적이고 인간내음 나서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이게 밀정이란 영화의 느낌이었어요.

결국, 모든 사람들의 예상과는 달리 밀정 찾기에 몰두하는 영화라기 보다, 양 쪽의 밀정으로 살았던 이정출이라는 사람을 보여주는 영화였고, 그에 따라 타이틀도 그렇게 지어진 것 같습니다. 따라서 좀 더 역사성에 의미를 두고 보신 분들은 불만이 많으실 것 같지만.. 저는 뭐, 이정출이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만을 놓고 봤을 때는 굉장히 잘 만들어진 영화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 이면엔 대의 따위 내팽겨치고 자신을 알아주는 것과 뱃지에 목숨을 거는 이정출이라는 캐릭터를 아주 훌륭하게 잘 연기한 송강호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16/09/14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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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이쪽에 동의하는 편입니다. 영화제목이 주던 기대치는 미치지 못했지만, 이정출이 처한 위치에 따른 행동은 개연성이 충분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당시 독립운동의 실상이랄까... 열차에서 순진한 시골뜨기들 꼬셔서 어설프게 일 진행한다는 식으로 일침을 놓는 장면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국사책에서 보던 의열단이 테러노선에서 제대로 된 군집단을 육성하는 쪽으로 가게된 경위도 알거 같아서 좋았구요.
뭐랄까... 독립운동가들도 인간이기때문에 보여주는 허술함들 그런게 좀 와닿던 영화였던 것 같네요.
16/09/14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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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동'의 홍성원 작가의 책 중에 '그러나'라는 소설이 있는데, 소위 '말년 변절자'들에게 어느 정도 면죄부를 주는 내용입니다만...
그 내용 중에 대강 이런 말이 있어요. 우리 할아버지 독립운동가들은 대부분 혈기 넘치는 양반집 청년들이었다, 이 친구들은 나라의 독립을 위한 의기는 충천하지만 돈 벌 기술 같은 건 애초에 없었다, 초창기에는 일제의 감시가 심하지 않아 집에서, 또 고국에서 보내주는 성금으로 부족하나마 지낼 수 있었다, 동포들이 한푼두푼 모아주는 그 코묻은 돈이야말로 임시정부의 집세가 되고 의열단의 활동비가 되었다, 그런데 일제의 감시가 심해지고 조선의 경제사정조차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이들은 가난해졌다, 이렇게 되면 이들이 하는 일은? 그냥 굶는 거다. 더구나 엘리트들만 모아놓으니 다들 잘나서 조직이란 게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결국 자기들끼리 죽고 죽이고...
빈민굴에 거적때기를 뒤집어쓴채 며칠째 얌전히 누워있던 그들의 변절을 위해 필요한 것은 몇푼의 돈과 며칠간 먹을 수 있는 식량이면 족했다...
전 독립운동의 실상 같은 걸 잘 보여주는 영화로 밀정이 아닌 본문의 '아나키스트'를 추천드립니다. 말씀드린 대로 허술한 데가 있지만, 적어도 밀정보단 당시 상하이 망명자들의 '이른바 독립운동가'로서의 실상은 잘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16/09/14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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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캣님의 댓글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 바입니다만...
그나마 이 영화를 그나마 살려내고 의미를 부여한 게 송강호였다, 이 영화에서 그나마 남은 거, 의미를 부여할 만한 건 인간 이정출 밖에 없지 않나.. 라고 저는 느껴지더군요. '암살'이나 '아나키스트'의 현실성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16/09/14 20:37
수정 아이콘
그냥 송강호는 처음 부터 독립군 아닌가요?
독립군의 밀정으로 일본 순사가 된..

쏘지마 쏘지마 !!

처음부터 너무 대놓고 이야기를 하는 것 같더라고요

오히려 이런식으로 친일파 이미지 세탁이 될까 좀 찝찝했습니더
딱좋은나인데
16/09/14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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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다 어디서 본것 같은 장면들, 뻔히 예측되는 시나리오, 세트장느낌 물씬 나는 배경들..
어휴! 내돈!
16/09/14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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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김지운 감독 작품중 최악입니다
sege2014
16/09/14 21:31
수정 아이콘
전 국뽕이라서 좋앗는데요
리즈시절
16/09/14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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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재미 있으면 다 라는 저에게는 괜찮았던 작품입니다. 분명 부족한 면은 있지만, 그런걸 감안해도 혹평까지 받을 작품인지는 모르겠습니다.
Nasty breaking B
16/09/14 23:05
수정 아이콘
전반적으로 공감합니다.
게롤트
16/09/14 23:07
수정 아이콘
연기라는 측면에서 나쁘지 않게 봤습니다. 이이제이에서 김시현 선생편을 듣고 봐서 그런지 더욱 의미부여도 되었던 것 같구요.
오히려 허술한 역사적 사실을 허술한 영화로 옮기다 보니 영화적 긴장감은 쫌 떨어지지 않았나 생각되더군요.
16/09/14 23:51
수정 아이콘
피지알 리뷰에서 좀 까이는 리뷰 영화들은 흥행 가도를 달리던데 저번 인천상륙에 이어서 밀정도 지금 잘나가고 있지 않나요? 재미로 보기에도 안좋은지 궁금하네요.
16/09/15 01:06
수정 아이콘
본문 마지막에도 썼지만
보시면 돈이 아깝진 않을 겁니다. 송강호, 공유 연기만으로도 볼 가치는 있어요.
16/09/15 01:19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갈길이멀다
16/09/15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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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나 스릴러물을 기대하지 않고 액션물로 바라보면 볼만합니다. 저는 경성역에서 의열단원들이 일본군에게 일망타진 당하면서 끝났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열차씬을 통해 극도로 증폭된 갈등이 거기서 다 풀려버리더라고요. 그 후의 스토리는 사족처럼 느껴졌습니다. 영화보면서 마셨던 커피의 이뇨작용 때문에 한시라도 빨리 화장실을 가고싶었던게 원인일지도 모르지만 크크
16/09/15 14:32
수정 아이콘
뒷부분은 솔직히 불필요하죠. 쓸데없이 길기만 하고...
오빠나추워
16/09/15 13:59
수정 아이콘
Pgr에서 웬만한 영화는 다 까여요. 그만큼 영화 보는 눈이 높은거라or다른거라 생각하고 싶습니다.

혹여나 리뷰보고 안보시려던 분이 계시다면, 보세요. 정말 재밌습니다.
16/09/15 16:25
수정 아이콘
보는 눈이 다른 거라 말씀하시면서 절 불편러로 모시는 건가요. 다른 분처럼 이런 부분에서 생각이 다르다, 오히려 이러이러해서 재밌었다라고 써주셨다면 하는 아쉬움이 드네요.
오빠나추워
16/09/16 00:04
수정 아이콘
사람 생각이 다른게 정상입니다. 다른걸 다르다고 하는데 불편러로 몰았다고 하시면 전 더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

리뷰가 잘못됐다는게 아니라 리뷰와는 다르게 제겐 충분히 재미있는 영화었으니까 추천하는겁니다. 아쉽게도 어느 부분에서 재미있었는지 설명할 만큼의 능력은 안되는군요.
16/09/16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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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을 잘못 이해하셨거나, 정확히 읽지 않으신 것 같아서요. 물론 제가 글을 못 써서일 수도 있습니다. 제가 실망한 부분이 어딘지 길고 장황하게 설명드린 감도 있고요.
다만 충분히 재미있는 영화라는 내용은 본문에도 있습니다. 제 입장은 김지운+송강호+공유+한지민+이병헌+의열단 등의 기대에 못 미쳤고, 배우들의 호연에 비해 영화의 스토리 흐름이나 전반적인 완성도가 잘 나오지 못했다는 것이지, 오락영화로는 충분하다, 돈값은 한다는 거고요. 밑에 리플 흐름에도 보시면 전 이 영화를 보겠다는 분들께 보시라고 추천하고 있습니다.
오빠나추워
16/09/16 02:11
수정 아이콘
인정합니다. 사실 제대로 읽지 않았습니다.

대충 훑다가 비판적인 내용만 보고 댓글을 달았네요. 이부분 사과드립니다. 죄송합니다.
성동구
16/09/15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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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독립운동 영화들이 하나같이 처음에 단체사진 찍고 영화 끝나고 그 사진 보여주는걸로 크레딧 올라가는 일종의 클리셰를 극복한 부분이 마음에 들더라구요. 자세한건 스포니까.... 말을 아끼겠습니다.
로즈마리
16/09/15 16:31
수정 아이콘
오늘 보고 왔어요! 고문하는 장면이랑 첫번째 발가락장면이 너무.... 아..... 싫어요 이런거 ㅠㅠ
영화는 나름 재미있었어요. 중간에 좀 늘어지는 느낌은 있었지만...
16/09/15 22:52
수정 아이콘
밀정이 누구인가가 포커스가 아니라 어디까지 밀정으로 의심받고 의심하느냐를 포커스에 놓은다면
타이트한 긴장감은 아니지만 적절한 긴장감이 꾸준히 유지되는 작품이었습니다.
단순한 국뽕영화라 하기엔 국뽕혐오자인 저도 거부감 없이 봤던 깔끔한 영화입니다.
맥아담스
16/09/16 02:04
수정 아이콘
전 예고편도 안 보고 아무 생각 없이 가족끼리 보러 갔는데 재밌더군요.
평소 영화 자주 안 보시는 분이라면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 같습니다.
16/09/16 09:14
수정 아이콘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이정도면 상업영화로 잘만든 작품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기차씬 이후로 긴장감이 급격히 풀려진 느낌이 있지만 이정출 개인의 감정선을 따라가다보면 폭탄테러나 눈물의 법정씬, 시체 확인 후 오열 등이 이해 못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김상옥, 김원봉, 김시현, 황옥 등의 활동 내용을 알고 보니 훨씬 재밌고 의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교자만두
16/09/16 10:03
수정 아이콘
재미있었는데... 그 하시모토 그 사람 연기가 좀 어색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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