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끼리 술을 마신다.
박근혜가 이러쿵저러쿵, 신공항이 이러쿵저러쿵
축구 이야기를 하면서 코파의 메시가 이러쿵저러쿵, 유로의 호우가 이러쿵저러쿵
야구 이야기를 하면서 두산,NC 그냥 한국시리즈 하라고 이러쿵저러쿵, 김성근이 이러쿵저러쿵
연예인 이야기가 나와서 박유천이 이러쿵저러쿵, 김민희가 이러쿵저러쿵
그러다 궁극적으로 여자이야기가 나와서
지난주에 소개팅한 여자는 외모가 이러쿵저러쿵, 지난달에 헤어진 여자친구는 성격이 이러쿵저러쿵
저기 저 여자셋이 온 테이블의 여자들 외모가 이러쿵저러쿵...
남자 넷이 앉아 오뎅탕 하나(시키기만 미안해서 추가 계란말이 하나) 자리에 놓고 있지만 안주거리가 끊이지 않는다.
박근혜는, 메날두는, 김성근은, 박유천이랑 김민희는 다 공통적으로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 이야기가 길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퇴근하고 옷을 갈아입고 씻고 편한 옷차림으로 갈아입고 티비를 보면서 하루의 스트레스를 풀고 있을지도 모를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여자는, 퇴근 후 동료들끼리 회포나 풀기 위해 가볍게 한잔하고 있는 저기 저 여성들은 , 역시나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어떤 남자들의
술안주 감이 되어 외모 평가를 당하고 성격평가를 당하고 있다. 걔 완전 또라이네..., 진성 된장녀네, 코했네...etc
날이 밝으면 아무의미도 없을(지금 당장도 술안주 말고 무슨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시덥잖은 이야기들을 그렇게 이러쿵저러쿵 한다.
적을 만들지 말자가 인생의 좌우명중 하나였는데 최근 적을 만드는 횟수가 늘고 있다.
대부분 여성들로... 이전에는 연애후 헤어지거나 썸타다 중간에 깨지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관계를 접게 되었을때 최대한
매너있는 남자, 착한남자로 남길 원했는데 어느 순간부터(귀차니즘 패시브가 터졌을 그 무렵부터..) 이제 안 볼 사람인데 뭐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없는 이별통보엔 그래 뭐 하고 쿨하게 보내주고, 내가 잘못한 일에 대해선(그 일만) 깔끔히 사과 후 처분을 기다린다.
그럼 헤어지는 내 뒤통수에 욕이 날라오기도 하고 집에서 눈꼽띠며 유로 보고 있는 새벽에 카톡으로 장문의 편지가 오기도 한다.
굳이 길게 안보내고 네글자 요약도 되는 내용이다.(너개색히) 그렇게 나도 누군가의 술안주가 된다.
또라이색히가 되고, 변태색히가 되고, 미친색히가 된다.
이름모를 소개팅녀, 얼굴도 모르는 친구의 예전 여친, 혹은 건너건너 아는 여자애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또라이, 된장녀, 성형녀가 되어있는것과 비교하면 나는 좀더 나은 걸까?
나는 이 순간에도 누군가에겐 좋은 추억을 남겨준 오빠, 잘챙겨주는 직장동료, 못생겼지만 웃기는 친구로...
누군가에겐 또라이, 변태, 미친놈으로 술안주가 되고 이름모를 카톡방의 주제가 된다.
근데 뭐 달갑지 않은 주제로 내가 거론되도 나는 괜찮다.
세상사 평생 씹히겠나.. 내가 오징어도 아니고...(어?)
그래서 결론은... 출근한지 한시간 되었는데 집에가고 싶다. 엄마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