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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5/09 19:29:24
Name Neanderthal
Subject [일반] 호모 날레디(Homo naledi)를 아십니까?...
우리 인간, 즉, 호모 사피엔스는 현재 지구상에 생존해 있는 유일한 호모 속의 종입니다. 그런데 시계를 한 10만 년 전으로만 뒤로 돌려도 지구상에는 우리 말고도 우리의 직계 조상들이나 혹은 우리 조상들의 사촌 쯤 되는 많은 호모 속에 속한 종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우리 호모 사피엔스는 물론이고 우리의 직계 조상들이나 혹은 멸종해 버린 사촌들까지 다 합쳐서 부르는 이름이 "호미닌(hominins)"입니다.

2013년, Lee Berger 교수가 이끄는 팀이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한 동굴 속 깊은 곳에서 많은 양의 고인류 화석들을 발견합니다. 적어도 15구나 되는 다양한 연령대의 거의 완전한 화석들이 발견되었습니다. 보통 두개골 하나, 손가락 뼈 하나만 발견되어도 난리가 벌어지는 게 이쪽 분야인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거의 완전한 뼈대가 15구 정도나 발견된 것은 고인류학사에 있어서도 유래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새롭게 발견된 종은 호모 날레디(Homo naledi)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naledi라는 말은 아프리카 소토어(Sotho)로 "별"이라는 뜻인데 이들이 발견된 동굴 이름이 바로 "Rising Star Cave"여서 이런 이름이 붙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대략 지금으로부터 250만 년 전에서 200만 년 전 사이에 살았던 것으로 보이고 이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에티오피쿠스와 같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속들이 살았던 시기와 겹치는 시기입니다.

호모 날레디들의 크기는 초기 인류의 조상들보다 약간 작은 정도이지만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속들 보다는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키는 약 150cm 정도, 몸무게는 약 45kg 정도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뇌의 용적은 작아서(약 560cc 정도) 현재 우리의 뇌 용적의 절반 정도밖에 안되었던 것 같습니다. 손과 발은 우리 인간들 쪽에 가깝습니다. 이들의 손을 보면 도구를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어보인다고 합니다. 하지만 몸통이나 어깨 쪽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속에 가까운 것처럼 보입니다. 따라서 이들이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속에서 호모 속으로 넘어가는 아주 초기 단계의 호모 속에 속한 종일지도 모른다는 예상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습니다.

또한 이들은 자신의 동료들이 죽었을 때 그 시체들을 그대로 방치하지 않고 동굴 안으로 던져 넣은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많은 호모 날레디의 유골들이 그토록 깊은 동굴 속에서 발견될 다른 이유를 떠올리기가 어렵다는 거지요. 일종의 원시적인 장례의식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이게 사실이라면 기존의 학설, 즉, 최초로 죽은 동료들의 장례의식을 이행한 호모 속은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들이라는 주장을 뒤엎을 증거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부분은 아직 확실하게 규명이 되지는 않은 상태입니다.

이들에 대한 연구는 앞으로 더 많이 진행이 되겠지만 아무튼 호모 날레디의 발견은 우리 인류의 조상들의 계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복잡함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이 분야에 몸담고 있는 학자들의 생각이라고 합니다. 즉, 지금까지도 발견되지 않은 원시인류의 종들이 더 많이 있을 것이고 이들의 계통도도 지금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복잡할 거라는 얘기입니다.

지금 이 순간, 아프리카 오지의 어느 동굴 깊은 곳에서 또 다른 호모 속의 일원들이 우리가 그들을 발견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호모 날레디 복원도...혀, 혀~엉!


발굴작업을 하고 있는 탐사대원들...


호모 날레디가 발견된 동굴의 내부 구조...


호모 날레디의 두개골...뒤에 음영처리된 것은 호모 사피엔스의 두개골...뇌 용적의 차이가 현저하다...


호모 날레디의 손과 발...


호모 날레디의 신체적 틀징, 호모 속과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속의 특징들이 혼재되어 있다...


호모 날레딘 장례의식 상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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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토니쵸파
16/05/09 19:36
수정 아이콘
굉장히 날랬을 것 같네요.
Neanderthal
16/05/09 20:05
수정 아이콘
아하하하하~~~!!!! 이렇게 고급진 유모아를...!!!
(뒤늦게 이해...--;;;)
인간흑인대머리남캐
16/05/09 19:36
수정 아이콘
넙대대한 얼굴, 단단해 보이는 광대뼈, 돌출된 하관, 눌린 코와 시원해보이는 콧구멍, 숱이 적어 퇴행하는 머리에서 느껴지는 왠지 모를 친숙함.. 어쩌면 호모 사피엔스 이외의 인류는 멸종한게 아니라 이미 우리 곁에서 계속 살며 피지알에서 리플을 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Neanderthal
16/05/09 19:46
수정 아이콘
반갑소! 호모 날레딘 동지여~!!!
혜장선보윤태지하
16/05/09 19:48
수정 아이콘
그러게요. 첫번째 짤에서 '향숙이~'를 찾던 배우 박노식씨 얼굴이 조금 보이네요.
아수라발발타
16/05/09 20:16
수정 아이콘
오늘 아침 출근길에 본것 같아요
재활용
16/05/09 21:23
수정 아이콘
연기하는 분도 계시죠. 론 펄먼이라고..볼때마다 네안데르탈인 후손아냐? 의심하게 되더군요.
세츠나
16/05/09 20:17
수정 아이콘
뭔가 호빗이나 드워프 같은 느낌의 유사인류(?)는 자꾸 나오는데 엘프(일본식이든 구미식이든)는 없네요...
고대인류에 비하면 현대인이 훨씬 엘프에 가까우니 역시 엘프는 미래인인가...?
Neanderthal
16/05/09 20:56
수정 아이콘
이분 적어도 10만년 쯤 일찍 이 세상에 나오신 분...--;;
세츠나
16/05/10 10:06
수정 아이콘
호모 플로레시엔시스 같은 초기인류가 오지에 일부 살아남았거나 고대의 기억이 구전되서
각종 전설이 되었거나 하는게 아닌가 하는 판타지적 상상을 하는 사람도 있길래...크크
16/05/09 20:51
수정 아이콘
형님에게서 이끼의 이장님이 보이네요...
16/05/09 22:15
수정 아이콘
이렇게 새로운 유물이 계속 나와도 누군가는 잃어버린 연결고리를 찾아대겠죠. 좋은 글 잘 봤습니다.
Socceroo
16/05/09 22:25
수정 아이콘
수업시간에 들은적있는데 여기서보니 반갑네요
실론티매니아
16/05/10 01:36
수정 아이콘
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에서 봤던 미싱 링크라는 단어가 생각나네요
역시 네덜란드님 글은 추천!!
Sgt. Hammer
16/05/10 02:14
수정 아이콘
배우 우현씨 닮았네요
가장자리
16/05/10 11:43
수정 아이콘
확실히 이마가 좁고 귀는 윗쪽에 붙었군요.
Neanderthal
16/05/10 11:48
수정 아이콘
호모 날레디 뿐만 아니라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속들의 복원물을 봐도 얼굴 형태들이 대충 다 비슷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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