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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4/22 10:35:05
Name 리니시아
Subject [일반] 클로버필드 10번지 (2016) _ 돌려막는 자기 소개서 처럼



1.
이 영화는 클로버 필드의 스핀오프 작품입니다.
세계관은 가져오되, 전작의 줄거리상 연관성은 없다 볼 수 있습니다.
전작 클로버 필드는 예고편부터 신비주의 전략을 펼치며 JJ 에이브람스가 괜찮은 각본가에서 기대되는 영화로 발돋움 시켜준 초기 작품중 하나 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클로버필드2 에 대한 관심이 많았었는데, 무려 8년이나 뒤에 '클로버필드2' 가 아닌 '클로버필드 10번지' 라는 심히 떡밥스러운 JJ 에이브람스의 스핀오프 작품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촬영은 2014년에 끝났다고 들었지만, 제작사인 배드 로봇 프로덕션스 가 워낙 바빴을 것 을 생각하면..
(배드 로봇 프로덕션즈는 2008년 클로버 필드를 시작으로 스타트랙 시리즈, 슈퍼 에이트, 미션임파서블 시리즈, 스타워즈를 제작. 그 외에 로스트, 프린지 등등의 드라마도 제작하였습니다.)
후속작이 8년이나 걸린것도 이해가 가긴 합니다.


2.
제작자는 JJ 에이브람스 이지만 감독은 신인입니다.
댄 트랙턴버그 라는 감독인데, 게임 '포탈' 의 팬 무비를 만든 적이 있었습니다.


10분이 안되는 짧은 영상. 잘 만든지는 모르겠습니다.

jj 에이브람스 감독이 워낙 덕후기질이 있는 감독으로 알려져 있는데 아마 신인 감독인 댄 트랙턴버그의 포탈 팬 영상을 보고 어느정도 호감을 사지 않았을까 추측해봅니다.





3.
순 제작비가 천 5백만달러 이지만 1억달러가 넘는 흥행을 일으키며 클로버 필드의 성공작인 스핀오프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약 340만명의 관객수를 동원하였습니다. 국내 평론가들은 대부분 7~8점을 주며 후속작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습니다.

메타크리틱에서는 76점, 유저스코어 7.9.
로튼토마토에서는 90%의 신선도와 83% 의 호감을 샀습니다.
이정도면 국내외 평단에선 아주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4.
국내외 평단의 호평에도 저는 이 영화가 굉장히 불만족스럽습니다.
일단 이 영화는 크게 두 가지 스토리로 나눌 수 있습니다. 미셸이 하워드의 손에서 벗어나는 이야기. 그리고 바깥 세상에서 외계인가 마주쳐 각성하며 마무리 짓는 이야기 입니다.

처음 감금당하였을 때에서 '클로버필드 세계관' 을 이용하는 것은 딱 한 가지 입니다. 하워드가 미셸을 가두어 놓는 구실. 그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것은 사실 '외계인이 침공하여 자유의 여신상 머리가 날아다니는 클로버필드의 세계관' 이 아니더라도 대입 가능한 상황입니다.
정체모를 바이러스로 인한 좀비물 이라던지. 3차 대전이 터졌다던지. 방사능이 터져서 국가가 조취를 해야하는 상황이라던지.
어떠한 세계관을 가져다 놓아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그 증거는 미셸과 마주치는 한 여성을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문을 열어달라는 여자가 점점 과격해지며 머리를 문에 마구 찧으며 변해가는 모습. 사실 이런 모습은 좀비물이나, 방사능오염 등의 세계관이 더 잘 어울리지 않나 싶습니다.



5.
한 가지 더 허술한 부분은 하워드의 멍청함(?) 이랄 수 있습니다.
애초에 벙커를 지을때 환기구를 왜 본인이 수리하지 못하는 곳에 설치하였는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환기구를 설치하는 곳에 HELP 가 거꾸로 써 있고 사진속 여자의 귀걸이가 또 하필 거기에 떨어져 있던것은 너무 허술한 도구가 아닌가 싶습니다.

차라리 하워드의 범죄행각이 발각되는 요소가 클로버필드 세계관에서 가져오는 것 이었다면 그럭저럭 납득을 할만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밀실물에서 밝혀지는 증거 수준은 분위기를 잘 이끌어오다 너무나 맥이 빠지는 수준의 허술함이었습니다.



6.
이 영화는 마치 허겁지겁 수십개의 회사에 써내는 자소서 같습니다. '히치콕의 영화' 들과 '악마의 씨' 를 참고하며 이 영화의 초반 분위기를 이끌어 내고 후반에서는 뒷통수를 치는 듯한 변칙을 준 것이 전부 입니다.
앞에서 자기소개 잘 꾸며놓고 후반부에는 '귀하의 회사에 뼈를 묻고 충성을 다하고 싶습니다' 라며 돌려막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죠.

애초에 클로버 필드가 제작된 계기는 '로맨스 영화에 갑자기 괴수를 출현시키면 어떻게 될까?' 였습니다. JJ 에이브람스 다운 생각이었죠. 하지만 그것은 꽤나 히트를 쳤고 많은 사람들이 후속작을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무려 8년이 지나 스핀오프 작품이 나왔고, 그런 작품은 전작과 줄거리와 크게 연관성이 없습니다. (스토리의 연관성이 아닌, 소재로서 이용된것은 후반부 뿐.)
이번 스핀오프 작품은 '밀실물에 갑자기 외계인이 출현하면 어떨까?' 수준의 영화에 지나지 않습니다.



7.
뭐 그렇다고 초반부 이야기가 엉망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JJ 에이브람스의 입김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모르겠지만, 신인 감독으로써 이정도면 충분히 좋은 연출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관객은 미셸의 입장에서 하워드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계속해서 살피게 되고 중간중간 나오는 단서들을 통해서 과연 밖의 세상이 외계인에게 침공 당했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중간중간 밖에서 들리는 굉음이 웬지 하워드가 만들어낸 것 같고, 문에 머리를 박아대며 열어달라는 여자는 하워드가 매수한 것 같기도 합니다. 에밋이라는 인물 또한 굉장히 의심스럽기도 합니다.
더불어 에밋과 함께 셋이 단어맞추는 게임을 할때의 긴장감이나 연기는 정말 최고의 긴장감을 이끌어내지 않았나 싶습니다.

밖의 세상은 어떻게 되었는가? 하워드의 말이 진위 여부를 떠나서 그는 순수한 의도로 미셸을 벙커에 데려왔는가? 이 두 가지 궁금증을 주제로 이끌어가는 초반부 스토리는 잘 이끌어낸 것 같습니다.





클로버 필드 10번지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저와 구밀복검이 진행하는 팟케스트 "영화계" 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http://www.podbbang.com/ch/8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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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naldo9
16/04/22 10:36
수정 아이콘
친구가 보자고해서 봤는데 결말이 진짜..
친구가 왠만해선 저한테 미안하다고 안하는데
영화 끝나고 미안하다고 했고,
앞으로 자긴 영화선택권이 없다며...

제 입장에선 인생 최악의 영화였습니다.
리니시아
16/04/22 12:43
수정 아이콘
저도 기대한것 보다 실망하였습니다.
결말부분은 정말 굳이 클로버필드 세계관을 차용하지 않아도 되었을법하죠.
Ronaldo9
16/04/22 12:51
수정 아이콘
사실 클로버필드 라는 전편(?)을 보지 않아서 그런건진 모르겠지만...
결말부분은 이해가 안되더라고요.
리니시아
16/04/22 13:25
수정 아이콘
뭐 대충 요약하자면...
클로버필드는 외계인들의 침공을 당한 지구라고 보시면 됩니다. 흔히 말하는 괴수물 같은거죠.
그런 세계에서 미셸이라는 여인이 연약했던 모습에서 여전사로 거듭나는 결말 정도로 볼수 있겠습니다.
아마 클로버필드 후속작이 또 나오게되면 미셸이 활약하게 되는 프롤로그 같은 결말이라고 보면 쉬울 것 같습니다.
16/04/22 10:40
수정 아이콘
차라리 클로버필드를 보지말고 갈 것을 추천 한다고 리뷰어들이 얘기를 많이 하더군요. 딱히 세계관을 몰라도 상관 없고.
그리고 포스터와 예고편을 많이 까야 합니다. 스포는 지들이 하고 있음.
16/04/22 10:41
수정 아이콘
저는 무척 재미있게 봤습니다. 하워드의 멍청함이라고 하시지만 애초에 완벽한 캐릭터의 모습이 아니고 정신병자 같은 모습이라서....
2차 예고편에 마지막을 안보고 갔으면 더 재미있었을텐데 아쉽네요.
갓대성
16/04/22 11:21
수정 아이콘
저는 클로버필드라는 영화가 존재하는지도 모른채 봤는데 올해 본 영화중 최고 였습니다.
심지어 평가가 좋은편인 분들중에서도 호불호가 갈리는 결말도 좋았네요.
블랙비글
16/04/22 11:23
수정 아이콘
저는 엄청 재미있게 봤는데.. 예고편이 문제였군요
나나시코
16/04/22 11:38
수정 아이콘
저는 클로버 필드를 정말 재미있게 봐서 그냥 가서 봤는데 정말 만족했습니다. 1편보고 그냥 아무정보없이 간게 최고의 선택인듯 합니다.
정확한 장르를 구분하기 힘든 모호함과 1편같이 살짝 맛만보여 주며 끝낸 결말까지 실망보단 또다른 클로버필드 시리즈를 기대하게 만들더군요.
Betelgeuse
16/04/22 11:48
수정 아이콘
한정된 공간에서 한정된 인물들로 맛깔스럽게 이야기를 잘 풀어낸거 같습니다. 저는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
16/04/22 12:10
수정 아이콘
애초에 클로버필드를 재미 없게 봤는데 그것보다 못한가요?
16/04/22 12:37
수정 아이콘
첫번째랑 비교하기 미안할정도로 재밌습니다.
16/04/22 12:34
수정 아이콘
이 영화 정말 재밌었습니다. 강력 추천합니다.
16/04/22 12:35
수정 아이콘
존굿맨의 산타클로스 신이야 말할 것없고 적어도 세게 이상의 장르가 주는 쾌감과 주옥같은 장면들이 넘치는 수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배트맨수퍼맨 보고 느끼한 기분이 상쾌하게 가셨네요. 외계인 안나올줄알았는데 클로버필드 세계관 모르고 본 분들은 황당한가봐요... 전 나온 이후로는 그냥 보너스게임으로 더욱 즐겁게 봤습니다.

가장 맘에 들었던 것은 여주인공 캐릭터. 에일리언 시고니위버류의 매력이 넘치구요 찌질한 남자들한테 니넨 닥치고 사건은 내가 해결한다! 생각할 시간 필요없고 일단 뛴다! 외계인? 죽인다!(외계인 쉽? 격추시키는 것은 살짝 오바라고 생각..)
리니시아
16/04/22 12:46
수정 아이콘
저는 반대로 마지막에 여전사가된 미셸의 모습이 굉장히 이질감이 들었습니다.
특히나 외계인을 공격할때는 내가 같은영화를 보는게 맞나 싶을정도로 달라지는 모습에 당황스럽더군요.
구밀복검
16/04/22 13:10
수정 아이콘
헐리웃은 무수히 많은 작가 지망생들이 쓰는 무수히 많은 각본들이 생산되어 시장에서 독립적인 상품으로 거래되죠. 그 중 경쟁에 살아남은 아주 일부만이 영화사들에 의해 구매되고요. 이러다보니 수준 있는 각본을 갖춘 작품들이 일정량 이상 나올 수밖에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자유 시장에서 각본이 거래되다보니, 영화사 쪽에서 자신들의 비즈니스 방침과 전략에 맞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자신들이 구매한 각본의 컨셉만을 활용한다든가, 아주 크게 개작을 하여 원안과 아주 달라진다든가 하는 식으로 결과적으로 창작자의 원래 의도와는 거리가 먼 작품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죠. 당연히 그 경우 작품 내적인 일관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요. 클로버필드 10번지 같은 경우도 원 각본은 여주인공 중심의 밀실스릴러였을 뿐이지만, 클로버필드 시리즈를 기획하고 있던 배드 로봇에서 이 각본을 보고 자신들의 영화에 걸맞게 칼질을 한 거고요. 그걸 미리 알고 본 사람들의 경우 이 작품의 널뛰기가 큰 충격은 아니었겠죠.
리니시아
16/04/22 13:26
수정 아이콘
부연설명 감사합니다.
작품의 널뛰기라는 말이 딱 맞는것 같군요.
16/04/22 16:02
수정 아이콘
클로버필드를 미친듯이 재밌게 봐서, 정말 기대하고 보러갔는데 10번지는 별로였어요...
리니시아
16/04/22 16:58
수정 아이콘
껴맞추기식이 너무 강한느낌이죠.
저도 굉장히 아쉽습니다. 8년만에 나온건데..
후루꾸
16/04/23 03:29
수정 아이콘
스핀오프라하면 같은 세계관이어야 하는데, 이 영화와 클로버필드는 같은 세계관에 있지 않은 듯 한데요. 아닌건가요?
리니시아
16/04/23 03:34
수정 아이콘
같은 세계관입니다.
후루꾸
16/04/23 03:38
수정 아이콘
그렇군요.. 보고도 전혀 몰랐어요. 그럼 오히려 좀 실망스럽네요.
이럴거면 세계관 공유는 결국 속편을 위한 떡밥 정도밖에는 의미가 없는 수준인 듯 한데..
그렇다면 쓰신 평들도 좀 더 공감이 되네요.
리니시아
16/04/23 03:40
수정 아이콘
공감되신다니 감사합니다.
저도 이 영화가 굳이 이 세계관을 가져갈만한 이유가 없어보였습니다..
클로버필드를 상당히 재미있게 봐서 더 아쉬운 감정이 드는군요ㅠ
후루꾸
16/04/23 03:46
수정 아이콘
네네 그러니까요. 차라리 클로버필드가 없었다면
스릴러 영화로서 괜찮고 재미있네~ 마무리도 황당하다기 보다는 신선하네~ 정도의 느낌이었을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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