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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3/22 09:42:37
Name 시드마이어
Subject [일반] 아침마다 아버지를 병원에 모시고 가면서
아버지께서 얼마전 쓸개가 문제가 생기셔서 수술을 하셨습니다.수액만 맞으시다가 상태가 계속 안좋아지셔서 응급실에 가보니 염증이 있다고 수술을 바로 해야한다더군요. 다행히 수술은 잘 끝났고, 배안에 있던 끈적한 염증을 싹 빼내 회복도 빠르셨습니다.

그리고 오늘로 한 3주쯤 된거 같은데 주기적으로 병원에 오십니다. 장염증상이 계속 나타나 잠도 잘 못 주무시고  음식도 못드십니다. 쓸개를 절개했을 때 지방 소화를 못하니 지방 있는 음식을 먹지 말라는 글을 보고 어머니와 아버지께 음식을 가려드시라고 말씀드렸지만 조금은 괜찮다며 계속 드셨습니다. 병원에서도 먹지말라는 기름기 있는 음식을 드시는데, 입에는 맞으시지만 속은 안맞아서 드신 후엔 몸이 아프고 다음날 아침이면 병원에 모시고 갑니다.

그러면 어머니께 아버지가 뭘 드셨냐고 여쭤보면 또 지방이 있는 음식을 드셨습니다. 그뿐 아니라 고기, 아이스크림, 고기가 들어간 국, 차갑거나 매운 음식..

그래서 그런 음식말고 나물을 드리면 안되냐, 해도 온갖 변명만 하십니다. 얼마전엔 브로컬리도 사오셨는데 매번 저만 먹었습니다. 하도 고기만 드셔서 이거 하나는 드세요 하고 각자 드렸습니다.

아버지 어머니가 연세가 드시면서 고집은 쌔지시고 아기가 되는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어린시절 제가 편식을 했는데 이젠 아버지 어머니가 장조림만 드시고 김치, 도라지 무침은 한번도 안 데시는걸 보니 연세가 많이 드셨구나 싶기도 합니다. 다른 어르신은 모르겠지만 저의 할머니도 나이 드시면서 생전 안드시던 피자, 치킨 같은걸 좋아하셨는데 그걸 다시 보는것 같습니다.

마음은 답답한데 부모님이 이젠 약해지시는구나 생각도 들고 여러 생각이 드는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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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린언니
16/03/22 09:48
수정 아이콘
지금 아침부터 멍하니 종편화면만 보시는 아버님이 보입니다. 가슴이 먹먹해지네요.
16/03/22 10:03
수정 아이콘
많이 공감 되네요...
저희 아버지도 작년부터 당뇨가 생기셔서, 단거 드시면 안된다고 몇번이나 말해도 그 순간 뿐이더라구요..
콜라나 초코우유 같은걸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드시는것 보면 나중에 큰일 날까봐서 걱정됩니다 ㅜㅜ
종이사진
16/03/22 10:05
수정 아이콘
절제도 체력이라는 이야길 들은 적이 있어요.
고령이 되실수록 자기 절제가 안되는 것을 보면 맞는 것도 같아요.
저글링아빠
16/03/22 10:34
수정 아이콘
자식 입장에서야 부모님을 건강하게 모시며 오래오래 뵙고 싶은 게 당연하겠습니다.
하지만 나이를 드신 입장에서는 어차피 죽음이라는게 피해지는 이슈가 아니고 좀 이르냐 늦냐의 문제라는게 현실로 다가오기 때문인지,
내가 뭣때문에 그렇게까지 하고 싶은 걸 참고 지내야 하나 이런 생각이 많이 생기시는 것 같더라구요.
질병이나 이런 걸로 죽음이 아주 가까와져 현실로 다가오면, 그냥 맘편히 하고 싶은 거 해 가며 살 걸이란 생각이 정말로 제일 많이 든다더이다.
그런데 전과 달리 내 욕망을 점점 앞세우기 시작하면 그게 바깥에 비추어지는 건 아기같아진다는 거라...
젊은 사람은 온전히 이해하기 힘든 세계 아닐까 생각되지만 단순히 절제를 하고 못하고의 문제는 아닌 것도 같다 싶었습니다.
밀물썰물
16/03/22 11:01
수정 아이콘
상당히 동감 되는 말씀입니다.
opxdwwnoaqewu
16/03/22 10:38
수정 아이콘
저는 큰이모가 50줄 들어가면서 고기 안드시고 풀만 드셔서
나이먹으면 고기가 싫어지나보다 했는데
아버지는 60줄 되시고서 고기가 땡긴다고 하시네요
적당히 맞춰드리고 투닥투닥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술담배를 끊으셔야 하는데 자꾸 이상한 약초나 찾으시고 참...
녹용젤리
16/03/22 11:42
수정 아이콘
어우 저희 아버지도 올해 팔순이신데 담배안(못)끊으세요.하루한갑은 피시는듯 ㅠㅠ 애국자!!!!!
진짜 축복받으신 체질(칠순에 네팔고산지와 마추픽추를 고산병 약도없이 담배물고 뛰어다니셧다네요.아버지같은사람 첨봣답니다.)인것 같은데 그 체질을 유지하신다는 생각보단 그냥 원없이 소모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그냥 포기했어요.
아케르나르
16/03/22 12:27
수정 아이콘
입으로 잘 씹어서 맛만 보시고 뱉으라고 하시면 안될까요. 소화는 안되지만, 드시고 싶어 하시면 그 정도 수 밖에 없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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