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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6/03/20 22:25:30 |
Name |
USEN |
Subject |
[일반] 생일1 |
어제는 그녀의 생일이었다
그 뭐 대단한 날이라고 생각하던 내가
그 어떤 날보다, 다른 누구보다 더 기다리고 있었다
만날 용기는 나지 않고
전화를 할까, 문자를 할까
몇 날 며칠, 수십 수백 번 고민을 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하나, 무슨 대답을 할까
늦은 밤 집으로 가던 길
오늘은 조용한 강변길을 따라 걸었다
결단을 내리라
어느새 집 앞까지 와서는 다시 뒤로 돌아갔다
쉽지 않았다
폰을 들었다 놨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계속 생각했다
이제는 더는 돌아갈 길이 없다 생각할 때쯤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통화버튼을 눌러버렸다
놀람도 잠시
기대감과 호기심으로
온 신경이 폰을 갖다댄 귀에 쏠렸다
"여보세요?"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
그녀가 분명했다
밖이었는지 약간은 시끄러운 소음이 들려왔고
말투에서는 이전의 활발함이 묻어나왔다
생일이니까 좋을 것이 당연했다
여전히 잘 있구나 하는 생각에 덩달아 나도 기뻤다
이제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너무 반가웠다
말하고 싶은 게 산더미 같아 참을 수 없었지만
들뜬 마음을 뒤로하고 대답했다
"여보세요"
시작이다
그녀의 말에 맞추어
이전까지 수없이 생각해왔던 내 대답들을
다시 곱씹었다
생각해 내야 한다
어떻게 해야 내 진심을 보여줄 수 있을까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누구세요?"
순간 머릿속이 멍해졌다
언제나 최악의 상황은 예기치 못 한 곳에서 온다
혹시나 받지 않으면 어떡할까
차라리 그편이 나을 꺼라
상처받지 않게 굳게 맘먹고도 있었지만
예상 못 한 공격에 정신은 갈 곳을 잃었다
이윽고 밀려오는 실망감
누구를 향했는지 알 수 없는 분노도 느껴졌다
나는 재빠르게 통화종료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는 한숨을 몰아쉬고
전원 버튼을 길게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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