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6/03/10 13:51:09
Name 최유형
Subject [일반] 체스판은 딥블루 때문에 망했는가?
0.쓴게 다 날아가서 간단하게 씁니다. 전 아니라고 봅니다. 바둑판 또한 알파고 때문에 망하지는 않을거라고 봅니다.

1.체스판은 망했는가?
물론 최전성기(1990년 체스 챔피언십 총상금 300만 달러)에 비하면 인기가 줄은 측면도 있어 보입니다만 2013년 기준 체스 챔피언 노르웨이의 망누스 칼슨은 상금으로만 220만달러, 2위인 인도의 아난드라는 아재는 150만 달러를 벌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바둑은 작년 이세돌구단이 14억 정도로 국내 최대 상금으로 압니다.) 체스 전체적으로도 2012년에 비하면 상금 규모가 늘은것으로 추정되구요.

2.딥블루 때문에 망했는가?
위에 언급한 체스 챔피언십 상금규모를 볼때 1990년 300만 달러에서 1995년 150만으로 줄고 다시 2000년에 200만으로 늘어납니다. 딥블루 정변이 1997년인걸 생각해보면 좀 안맞죠?

인기가 줄었다면 지금 바둑이 겪는 이유가 먼저 떠오릅니다. 축구나 농구같은 스포츠, 컴퓨터나 스마트폰은 즉각적인 자극을 주면서 길고 어려운 바둑이나 체스의 영역을 잠식합니다. 또한 포커같은 경쟁자가 카지노 자본에 힘입어 시장 잠식을 해오기도 하죠 (실제로 포커 대회에 나가는 체스 그랜드 마스터도 있다고...) 정치적으로는 체스의 최전성기가 7, 80년이고 이때 미국과 소련의 대리전으로서의 체스가 관심을 모았던것을 볼때 냉전의 끝도 그 이유가 될수 있을겁니다.

물론 딥블루가 체스의 신화, 환상을 깨트렸고 이 또한 인기 하락의 요인이 될 순 있을겁니다. 다만 주요인은 아니라는거죠.

3.딥블루 이후의 체스는?
체스 챔피언을 누르는 체스 엔진, 수없이 많은 체스 기보들을 개인용 컴퓨터로 돌릴 수 있게 되자, 예전에 체스 신동이 대가에게 가르침을 받아 대가로 나아가는 모습은 많이 사라졌습니다. 대신
1) 상대적으로 체스 비인기 국가인 노르웨이에서 역대급 챔피언인 망누스 칼센 같은 선수가 나오는가 하면
2)예전보다 훨씬 어린나이 (10대초반)의 그랜드 마스터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저는 오히려 위의 모습이 폭망한 바둑판보다 알파고 이후의 바둑판에 펼쳐질것 같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키마이라
16/03/10 14:00
수정 아이콘
이번 대결 때문에 이미 인간이 패배한 체스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궁금한게 있어서 질문드립니다.

1. 인간이 컴퓨터에게 패배한후 체스를 두는 컴퓨터는 계속적으로 발전해 왔는지? 아님 그 이후로는 개발이 지지부진한지?

2. 컴퓨터가 체스를 계속 연구한다면 흑을 잡는 것만으로도 100%승리를 하는 기보? 패턴? 공식? 같은 것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인지가 궁금하네요.

인터넷 검색을 해봐도 컴퓨터가 이겼다 이후의 소식은 잘 나오지 않아서...
최유형
16/03/10 14:07
수정 아이콘
1. 지금도 매년 체스 엔진(체스 프로그램)끼리의 대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코모도라는 엔진이랑 스톡피쉬라는 엔진이 유명하더군요. 물론 십구년 전의 딥블루 보다는 훨씬 발전했죠.

2. 이건 저도 잘 몰라서 말하기가 어렵습니다만, 예전 지니어스의 십이장기의 원본인 동물장기는 완전 분석이 끝났었죠. 지금 체스가 가진 경우의 수가 무한대에 가까운 유한한 수이다 보니 말씀하신 부분이 가능하긴 할거 같단 느낌입니다.
레모네이드
16/03/10 17:57
수정 아이콘
1. 체스컴퓨터는 지금도 강해지고 있습니다.
2. 흑 필승이라.. 기물 32개 딱 놓고 시작하는 첫 상황에서의 승리방정식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직 기물 6개 남았을 때의 상황까지만 완벽히 계산되었고, 초대형필승정석이 발견되서 체스라는 게임이 풀렸다까지 갈려면 멀었습니다.
김퐁퐁
16/03/10 14:04
수정 아이콘
어떻게 보면 스타크래프트 리플레이가 풀린 것 처럼 느껴지네요. 높은 수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져 음지에서 독학으로도 고수가 나타날 수 있는..
신조에게 독고구검을 배운 양과가 생각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허허

문제는 본문에서 말씀하신대로 축구나 야구, 게임과 같은 즉각적인 자극을 주는 스포츠에 젊은 친구들이 더욱 큰 흥미를 느껴
체스나 바둑에 대한 신규유입이 떨어지는건 어쩔 수 없겠지요.

막상 저만해도 예닐곱살 하던 어릴적에는 바둑을 굉장히 좋아해서 바둑학원에서 집에 안가겠다고 떼쓰곤 했는데 지금은 별 관심없이 해외축구만 보고 있으니 말이지요. 쉽게 망하지는 않겠지만, 점점 인기가 예전같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최유형
16/03/10 14:27
수정 아이콘
저도 신기한게 글 쓰면서 스타 리플레이 공개때가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요즘 체스 인구가 크게 느는 나라가 중국과 인도라는걸 보면 체스 인구 자체는 늘면서 관람으로서의 위상은 또 다르게 떨어지는건가 싶기도 하네요
16/03/10 14:07
수정 아이콘
저도 마치 체스판 규모가 줄어든 것이 딥블루에게 패배했기 때문이다라는 식으로 인터넷에서 정설처럼 몰고 가는 것이 이해가 안 됩니다.
애초에 나랑 전혀 상관없는 세계 1위가 나랑 상관없는 컴퓨터 상대로 이기든 지든 그게 개인 입장에서 체스의 매력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비슷한 시기에서 유사한 바둑판 규모 역시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오비이락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16/03/10 14:08
수정 아이콘
.
서리한이굶주렸다
16/03/10 14:24
수정 아이콘
뭐 딱히 문화사이의 우월감이라기보단 수학적으로도 바둑이 경우의수가 많기 때문에 바둑에 도전하는게 더 어려운 일인건 맞았죠 크크
16/03/10 14:44
수정 아이콘
.
레모네이드
16/03/10 15:46
수정 아이콘
동의합니다. 한국의 바둑계에서 체스계를 좀 낮게 묘사하는 그런 경향이 있었습니다.
세츠나
16/03/11 10:13
수정 아이콘
단순히 수학적으로 풀어내기에 바둑이 훨씬 어려웠기 때문에 딥러닝이 나오기 전까지는 도무지 답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죠. 다만 이건 게임의 종류 차이이지 게임의 우열 문제일 수는 없는데, 조훈현이 체스 마스터를 이긴 일화와 더불어 일종의 바둑뽕(?)처럼 전래되어 내려왔던건 사실이긴 합니다. 그래도 그게 막 엄청 고깝고 가증스러워할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뭐...저도 영화관에서 CJ 국뽕 광고 나오면 짜증나고 그런걸 느껴본 적이 있으니 뭐라 못하겠군요...;
멸천도
16/03/10 14:28
수정 아이콘
글쎄요?
더 발전해서 선수나 후수가 반드시 이기는 기보가 나오게된다면 그 게임은 의미가 있는 게임일까요?
그나마 바둑이 그런 계산이 가장 어려운 게임인데
인간이 패배하고 인공지능끼리 무한하게 경쟁하여 필승의 기보가 나오는 단계가 된다면
ELO든 나발이든 그냥 게임이 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아 물론 자기문화가 우월하다고 빠는건 아무래도 지양해야겠지만
체스나 바둑, 모든 게임 교육 전반적으로 그렇게된다면 그냥 안하게될꺼라고 생각합니다.
명랑손녀
16/03/10 15:34
수정 아이콘
가령 체커 같은 경우는 시작 위치에서 쌍방이 완벽하게 두면 비긴다는 것이 2007년에 알려졌습니다만, 사람이 그걸 해낼 수 있는지는 또다른 문제지요. 체커 대회도 계속 열리고 있네요. 게임이 이론적으로 완전히 풀리는 것과, 사람이 승부를 내는 것은 의미가 다르다고 봅니다.
고기덕후
16/03/10 14:08
수정 아이콘
체스 정도의 복잡성을 가지면 100% 승리 기보는 나오지 않을 것 같아요. 오목은 3x3 허용하면 흑이 100% 승리하는 방법이 있다는걸 증명했다는걸 들었습니다.
花樣年華
16/03/10 14:34
수정 아이콘
42.195 km 를 가는 빠르고 안전하고 편리한 수많은 방법이 있지만 마라톤의 기록이 의미없는 게 되는 게 아니듯이
일류 바둑기사가 인공지능에게 졌다... 고 바둑이 망한다고 보긴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하나의 이유때문에 망한다면 그건 그 하나의 이유 때문이 아니라 보이지 않은 수많은 이유가 이미 쌓여있기 때문이겠죠.
17/05/27 22:01
수정 아이콘
멋있는 말씀이네요~!
Sgt. Hammer
16/03/10 15:20
수정 아이콘
다행이네요.
무조건 바둑은 망했다 그런 의견이 있어서 껄끄러웠는데.
레모네이드
16/03/10 15:45
수정 아이콘
글에 전반적으로 동의합니다. 어제 알파고의 승리가 바둑계일반에 큰 타격을 주고, 앞으로 쇠퇴의 길을 걸을 것이다라는 전망을 하시는 분들이 계시던데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유용한 툴로 바둑중계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보거든요. 바둑관전의 어려움이 무엇입니까? 야구나 농구처럼 스코어보드에 점수가 기록되지를 않고 누가 유리한 지 불리한 지도 프로 해설자들의 판단에 의존해야 합니다. 프로들도 형세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도 자주 벌어지고요. 앞으로 바둑엔진들이 수의 가치평가까지 해낼 수 있게 된다면 바둑을 처음 보는 분들도 유불리를 바로 보실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체스의 경우는 어땠을까요? The Conversation 의 기사에서 발췌했습니다.

Before the computer era, understanding the games of the world championships was difficult even for strong club chess players. Nowadays, it is possible to watch the games live on the internet and run a chess engine on one’s computer.

The engine tells you the best moves in each position, and evaluates each move. These engines are so good that beginner players immediately realise when the world class players make mistakes.

When some chess master commentators give live online commentary of the games, they refuse to use the engines for their commentary. They want to convey to the audience the moves the human grandmasters may be considering, not what silicon machines are calculating. However, they rarely succeed: fans, who are running the analysis on a chess engine, impatiently send a tweet to the commentator with the move that “the computer” suggests.
초식성육식동물
16/03/10 15:50
수정 아이콘
인간이 만들어내고 학습시킨 컴퓨터가 이제 인간을 지도하는 멘토가 되었네요. 신기합니다.
빅파이1
16/03/11 15:58
수정 아이콘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이 사람을 만든다는 문구가 떠오르네요
레모네이드
16/03/10 15:57
수정 아이콘
http://www.bbc.com/news/magazine-18074307 Chess in India: Why is it on the rise?
https://www.chess.com/news/fide-statistics-chess-is-on-the-rise-3367 FIDE Statistics Suggest That Chess Is On The Rise
지속적으로 체스유저수가 늘고 있다는 기사들입니다.

물론 '체스는 냉전시대의 인기에 비해 가라 앉아있다' '너무 진지하고 각잡는 게임으로 nerd들이 하는 게임이다' '비사교적이고 캐주얼하지 못하다' 요새는 체스말고 할 다른 게임들이 아주 많다 이런 의견도 많이 있습니다만 체스계가 불황인가는 잘 모르겠습니다.
세종머앟괴꺼솟
16/03/10 17:59
수정 아이콘
제가 보기에 바둑은 다른 의미로 상징적인 게임의 위상을 가질 확률이 높습니다.
16/03/10 19:57
수정 아이콘
단기적으로는 신규 바둑 인구의 유입에 의해 바둑 저변이 보다 넓어질 거라 기대합니다.

장기적으로는? 또한 생활 체육이 아니라 엘리트 스포츠로서의 프로 바둑계의 입장에서는?

이에 대한 답은, 이번에 바둑에 관심을 가지게 된 사람, 사실은 바둑이 아니라 인공지능에 관심을 가지고 이 이벤트를 대하는 사람들보다는, 실제 바둑을 알고 즐겨 왔던 사람들 쪽에서 나와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일단 저는 프로 바둑 관전하고 결과 챙겨보는 일이 줄어들 것 같습니다.

'2인자들 끼리의 대결이라 크게 흥분이 안되네요.'
&& '바둑 실력을 늘리고 싶으면 바둑 소프트웨어가 제공하는 최상위 레벨의 기보를 공부하세요.'

내일 당장 일어날 일은 아니라도, 향후 20년을 보면 프로바둑계의 쇠퇴와 더불어 인공지능 프로그램 대전 활성화가 이루어질 것 같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4020 [일반] 한국기원에서 알파고 대국에 공정성 문제가 있다 보고 있네요 [151] 리오넬 호날두14459 16/03/11 14459 0
64019 [일반] <삼국지> 인물의 죽음에 대해 쓰인 한자. [6] 靑龍3805 16/03/11 3805 3
64018 [일반] 오소마츠상 감상문 [11] 좋아요4580 16/03/11 4580 0
64017 [일반] 북한 "우리측에 있는 남측 모든 자산 완전 청산" [160] 에버그린9484 16/03/11 9484 2
64016 [일반] 윤아/유주x선율의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었습니다. [1] 효연덕후세우실3234 16/03/11 3234 0
64015 [일반] 조금 아쉬운 일본만화 원피스(다량스포) [58] 시오냥9046 16/03/11 9046 5
64013 [일반] 출사 : 삼국지 촉서 제갈량전 17 (4. 쫓는 자와 쫓기는 자) [24] 글곰3977 16/03/11 3977 49
64012 [일반] 구글은 정말로 세계정복을 꿈꾸는가? [169] 은때까치18161 16/03/10 18161 28
64011 [일반] 독일언론에서 긁어오기 - 알파고(2) [12] 표절작곡가6816 16/03/10 6816 5
64010 [일반] 취미로 바둑을 하는 컴퓨터다 [26] 좋아요8151 16/03/10 8151 8
64009 [일반] 룰라는 타락했는가? 브라질의 비극 [49] santacroce14656 16/03/10 14656 88
64008 [일반] 알파고의 승리에서 떠오르는 망상? [94] 마스터충달9470 16/03/10 9470 0
64007 [일반] 알파고... 지난 5개월간의 급격한 성능 향상에 대한 상상들... [24] jjune8501 16/03/10 8501 1
64006 [일반] [3.10] 김치찌개의 오늘의 메이저리그(이대호 1타점 적시타) [2] 김치찌개3152 16/03/10 3152 0
64005 [일반] 2016 ESPN 선정 NBA 역대 포인트 가드 TOP 10 [22] 김치찌개8111 16/03/10 8111 0
64004 [일반] [바둑] 인공지능의 도전 제2국 - 알파고 불계승 [187] 낭천18336 16/03/10 18336 1
64003 [일반] 개인의 신상정보를 단순히 공개한 것은 처벌받을 일인가요 아닌가요? [35] 삭제됨4983 16/03/10 4983 0
64002 [일반] 불평등의 딜레마: 피케티와 세계화 이슈 [22] santacroce6920 16/03/10 6920 16
64001 비밀글입니다 王天君13032 16/03/10 13032 69
64000 [일반] 음악 프로듀서 조지 마틴 별세 [4] 트라웃3027 16/03/10 3027 0
63999 [일반] 체스판은 딥블루 때문에 망했는가? [23] 최유형13643 16/03/10 13643 11
63998 [일반] 국어국문학과 전공책 나눔합니다. [20] 푸른봄3673 16/03/10 3673 2
63997 [일반] 애초에 바둑은 스포츠가 아닙니다 [90] threedragonmulti11920 16/03/10 11920 14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