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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2/25 04:55:46
Name Quarterback
Subject [일반] 세계에서 가장 긴 필리버스터는 어떻게 이루어졌나?
지금 국회에 진행 중인 필리버스터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PGR 회원분들도 각자 자신의 가치관과 배경에 따라 다양한 생각들을 가지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게시판에 심각한 이야기들도 많고요. 잠시 머리를 식힌다는 의미에서 흥미 있는 내용을 찾았기에 공유해드리고자 합니다.

이미 불판 댓글에서도 언급되었지만 세계에서 가장 긴 필리버스터 기록은 24시간 18분으로, 1957년에 세워진 기록입니다. 장장 하루가 넘는 시간 동안 연설은 한 사람은 상원의원이었던 Storm Thurmond입니다. 당시 55세였던 그는 Civil Rights Act(흑인 투표권 보장을 위한 법안) 제정을 막기 위해 8월 28일 오후 8시 54분부터 다음 날 오후 9시 12분까지 필리버스터를 하게 됩니다.  

Storm Thurmond은 24시간 이상이라는 엄청한 연설을 하기 위해서 몇 가지 준비를 했는데, 첫번째가 좀 재미있네요.
- 몸 속의 수분 제거 : 미리 증기 목욕을 해서 여분의 수분 제거. 이유야 생리현상으로 인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죠.
- 몇 가지 약 준비 : 기침약과 맥아유를 준비했는데 기침약이야 기침이 나는 것을 멎게 하기 위해서 그리고 맥아유는 몰랐는데 찾아보니 기초대사를 증진시켜 주는 효과가 있다고 하네요. 일종의 레드불?
- 식사시간 확보 : 다른 의원들에게 자신의 연설 중에 짧은 평을 하거나 질문을 하게 함.  이유는 그 시간을 이용해서 샌드위치 등으로 요기를 하기 위해서.
- 그 외에도 그가 연단에서 내려오려고 할 때 비상상황을 대비해서 보좌관에게 물 한 양동이 가지고 대기하라고 시킴

이걸 보고나니 혹시 이번에 24시간 이상의 필리버스터를 하고자 하는 의원이 있다면 단순히 방대한 자료로만은 충분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한국과 같이 연단을 떠날 수 없는 경우에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죠.

그렇다면 과연 Storm Thurmond은 하루 동안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요? 다음의 그가 한 연설의 내용입니다. (시간 순)

1. 미국 48개 주의 선거법을 글자 그대로 다 읽음(알파벳 순으로)

2. 미국 형사법 낭독

3. 대법원 판결문, 이에 따르는 법조문 낭독 (오렌지 주스 한 잔 넘겨 받음)

4. 배심재판에 대한 내용 이야기 시작 (29일 새벽 1시 40분)

5. 다른 상원의원들로부터의 질문에 답함(새벽 6시 45분) : 목소리가 갈라지는 것을 듣고서는 동료 의원이 도와 준 것

6. 미국 독립 선언서 낭독

7. 위스콘신 상원의원 취임선서를 위해 필리버스터 다시 할 수 있다는 약속 받고 잠시 연설 중단 (오후 1시경)

8. 본회의장 내에서 이탈리아 고위관리 환영 후 다시 배심재판 관련한 이야기를 계속 함

9. 다시 도움을 주려는 동료 상원 의원들로부터 질문을 받았음. 동시에 다른 당 의원들로부터 욕설도 들음

10. 당시 대통령이던 아이젠하워가 보낸 편지로 잠시 동안 필리버스터를 방해 받음

11. 법안에 대한 반대 주장을 요약하면서 필리버스터 마무리


여기에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주로 이야기 한 배심재판 내용 외에도 미국 헌법 권리장전, 초대대통령 조지워싱턴의 퇴임 연설까지 읽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다행스럽게도 법안은 통과됩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중간중간에 약간 쉬었습니다. 간단히 식사도 했고요. 하지만 55세의 나이에 쉬운 일은 아니었을겁니다. 근데 이 분에 대해 좀 더 찾아보니 무려 100살까지 사셨습니다(후덜덜).  신체적으로 매우 건강한 분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여담으로 역사적으로 이 인권법을 포함하여 인종차별을 막는 법안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필리버스터가 정말 많았습니다. 심지어는 의원들이 돌아가면서 무려 83일 동안 필리버스터를 한 기록도 있습니다. 흥미있는 이야기는 여기까지고요. 개인적으로는 필리버스터, 관심을 갖고 지켜보려합니다. 좋은 결과가 있기를.

출처 : 비즈니스인사이더 관련 기사를 기반으로 영문 위키피디아 Civil Rights Act(of 57, 64), Storm Thurmond, Filibuster 외 다수 항목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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껀후이
16/02/25 05:08
수정 아이콘
참...혀를 내두르게 하는군요 증기목욕에 맥아유까지...지금이야 입으로라도 만민평화를 외칩니다만, 저 사람에겐 흑인은 당연히 자신보다 아래 있어야 하는 사람이라는 확고한 신념이 있었기에 저리 행한거겠죠
참 사람의 고정관념이라는게 바뀌기가 아주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절감합니다 나아가서 우리나라의 이 고착화된 정치풍토가 생각보다도 훨씬 오래 지속될 것 같다는 슬픈 결론을 얻게 되는군요......
이호철
16/02/25 08:05
수정 아이콘
신념과 정열을 담은 인종차별이군요.
허허 참
Igor.G.Ne
16/02/25 09:47
수정 아이콘
24시간 연설에는 아마 스트롬 서먼드 의원 본인의 신념도 있었을거고....
당시 인종차별주의자들의 최종보스격인 인물이었죠.
인종차별주의자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대선에 출마했을 정도의 인물이니...
아이러니하게도 집에 하녀로 있던 흑인여성과 관계를 맺고 흑인혼혈인 딸 하나를 두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말년에는 인종차별에 대한 입장을 바꾸는 듯 한 발언도 몇 번 했구요.
거기에 본인도 본인의 정식 자녀들도 그 딸에게 매우 잘 대해주었었다고 하네요.
그 딸도 대단한 것이, 아버지에게 누를 끼칠까 싶어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다음에야 본인이 스트롬 서먼드의 딸이라는 것을 밝혔습니다.
Quarterback
16/02/25 10:24
수정 아이콘
좀 더 찾아보니 그 아들은 작년에 인종차별의 상징인 Confederate기가 이슈가 되었을 때 깃발을 내리자고 했군요. 시대가 세대를 거쳐가며 변한다는 느낌이 드네요.
공유는흥한다
16/02/25 14:59
수정 아이콘
참악당도 근성이 있어야 하는 겁니다 크크...
16/02/25 15:00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기왕 최초이면 좋은 사례로 최초이면 좋았을텐데 인종차별 이라니.
이분도 말년이고 자식들도 후회 하는것 같아 다행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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