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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6/26 21:49:49
Name 마스터충달
Subject [일반] [짤평] <소수의견> - 뉴스보다 현실적인 픽션
[짤평]은 영화를 보자마자 쓰는 간단한 감상문입니다. 스포일러가 없는 게시물이므로 댓글에서도 스포일러가 없도록 부탁드리겠습니다.











1. 영화를 관람하기가 불편합니다. 사건을 파헤치는 이야기의 흐름도 빠르고, 이를 설명하는 대사도 빠릅니다. 최근 한국영화에서 많이 보이는 발음이 뭉개져 무슨 대사인지 알아듣기 힘든 문제도 보입니다. 가뜩이나 잘 들리지도 않는데 법률 용어나 그들만의 은어가 나오다 보니 앞뒤 맥락에 집중해야만 합니다. 잠깐 한눈팔면 이야기의 흐름을 놓치기 십상입니다. 빠른 진행이 몰입감은 주겠지만, 그랬다면 녹음이나 편집 등 세심한 부분을 신경 쓰는 배려가 필요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2. 빠른 진행에 어떤 유의미한 가치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딱히 대답할 거리가 없어 보입니다. 미칠듯한 진행속도를 보여준 <용의자>와 <세븐데이즈>의 원신연 감독의 경우 전개 속도를 올리기 위해 맥락마저 쳐내는 모습까지 보여주며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기도 했죠. 하지만 <소수의견>의 빠른 진행은 그저 할 이야기가 많았던 것뿐이라는 느낌입니다.

3.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이 힘 들 뿐 이야기 자체는 꽤 재밌습니다. 실화를 밑그림으로 픽션의 상상력이 맛깔나게 채색된 좋은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클리셰와 리얼리즘을 적절히 넘나드는 것도 훌륭합니다. 이야기는 원작 소설의 것이겠지만 이를 각색한 김성제 감독의 '이야기를 엮는 능력'은 인정할 만합니다.

4. 그러나 기막힌 트릭이나 심리전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서스펜스나 미스터리를 강조하는 면도 없습니다. 이 영화가 대한민국의 현실을 고발한다는 정치색이 없다면 과연 볼만하다고 말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그래도 영화 속의 부조리를 현실에서 마주하는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영화에 감정 이입하는 것이 어렵진 않을 겁니다.

5. 영화도 마지막신에서 작품이 정치적이라는 점을 명백히 시사합니다. 하지만 그 표현이 노골적이고, 다른 장면과의 연결성이 부족하다 보니 <해적 : 바다로 간 산적>의 마지막 장면처럼 다소 뜬금없었습니다. 그래도 살짝 비트는 화법 덕분에 촌스럽다는 느낌은 겨우 면하더군요.

6. 배우들의 연기가 볼 만합니다. 중년 배우들의 연기는 정말 좋았습니다. 이경영씨는 피를 토하기 직전의 끊어질 듯한 목소리를 들려주는데, '단장의 슬픔'이라는 말이 절로 떠올랐습니다. 김의성씨는 악역이 정말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이 말은 칭찬인지 욕인지... 크크크) <관상>의 한명회가 생각나는 서늘한 독사 같은 캐릭터를 완성했습니다. 젊은 배우 중에는 오연아씨의 연기가 정말 좋았습니다. 상당히 인상적으로 재수 없는 캐릭터를 보여주시더라고요. (아무리 예뻐도 저 애랑은 안 사귀겠다 싶을 정도로...) 김옥빈씨는 그동안 특유의 매력을 날것으로 뿜어내는 연기를 보여줬는데 (특히 <박쥐>), 이 작품에서는 김옥빈이 아닌 공수경을 연기합니다. 완전히 다른 타인을 연기하는 것은 이 작품이 처음이지 않나 싶던데, 조금 어색한 모습은 있지만 그래도 자기 것으로 잘 소화했다고 생각됩니다.

7. 정치적 입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의 정의가 큰 집의 눈치나 봐야 하는 현실이 답답한 사람이라면 영화와 함께 분개할 겁니다. 하지만 고위층의 비리를 당연하게 생각한다거나, 이 모든 부조리가 다 나라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라면 정말 재미없을 영화가 될 겁니다.

8. 마지막 장면까지 다 보고나니 애국과 파시즘에 과연 무슨 차이가 있을지 생각해보게 되더군요.

9. 저는 세상사를 배우는 데에는 뉴스보다 소설이 낫다고 이야기합니다. 뉴스는 요약된 사건일 뿐, 그 사건이 벌어진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으니까요. <소수의견>은 그 이야기를 상상으로 채웠습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세상을 비추는 픽션의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그 힘이 없었다면 작품 자체만으로 지금의 가치를 만들어내지는 못했을 것 같습니다.





한줄평

뉴스보다 현실적인 픽션. "대한민국이 원래 이래요~" ★★★☆





Written by 충달 http://headbomb.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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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 ne sais quoi
15/06/26 22:20
수정 아이콘
'최근 한국영화에서 많이 보이는 발음이 뭉개져 무슨 대사인지 알아듣기 힘든 문제도 보입니다.' 이게 뭔가요? 요즘 영화를 볼 수 없어서 궁금합니다
마스터충달
15/06/26 22:23
수정 아이콘
예전에는 배우들의 발음이 굉장히 절도있는 스타일이었는데,
최근에 자연스러운 발성과 억양이 인기다 보니, 부작용으로 대사가 무슨소리인지 알아들을 수 없다는 불만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영화인데도 자막 넣어야 되는 거 아니냐는 소리가 간간히 나오고 있죠.
Je ne sais quoi
15/06/26 23:06
수정 아이콘
음.. 연기에 발성이 정말 중요하다는 건 기초일 텐데 자연스러운 발성과 억양이 왜 알아들을 수 없는 발성이 돼 버린 건지 모르겠군요.
마스터충달
15/06/26 23:10
수정 아이콘
엄밀히 말하면 영화나 드라마의 발성은 실생활의 그것과는 다릅니다. 노주현씨가 정극 발성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죠. 그에 반해 요즘에는 보다 리얼리즘을 중시하는 발성이 유행하는 듯 합니다. 문제는 자연스러우면서도 귀에 박히는 발성이라는 게 사실 굉장히 어려운 거라서요;; 그것만 잘해도 바로 주목받는 신인 등극이죠.
15/06/26 22:26
수정 아이콘
1번 공감이요.... 전개가 너무 빨라서 제가 무식해서 그런지 말이 빠르기도 하고 전문용어도 나오고... 영화 보고 나왔는데 이상하게 지치더라는...
ohmylove
15/06/26 22:31
수정 아이콘
윤계상씨 연기는 어땠나요?
마스터충달
15/06/26 22:34
수정 아이콘
주연 맡을만 하더라고요. 딱히 인상적이진 않았지만, 안정감은 있었습니다.
15/06/26 22:36
수정 아이콘
1번은 정말 공감합니다. 한국영화를 보는데 뭐라고 하는지 몰라서 옆에 앉은 친구에게 물어보면 친구도 모른다고 하니...
Liverpool
15/06/26 22:37
수정 아이콘
저는 개인적으로, 최근에 개봉한 영화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재밌게 봤고요.
극비수사, 연평해전, 나의 절친 악당들 모두 봤는데 소수의견이 가장 괜찮더군요.

너무 무겁지도 않고요.
마스터충달
15/06/26 22:41
수정 아이콘
와.. 그 영화들을 다 보셨군요;; 저도 연평해전하고 나의 절친 악당들까지 봤음 하는데 ㅠ,ㅠ 시간이 없네요 ㅠ,ㅠ
이어폰세상
15/06/26 22:39
수정 아이콘
1번을 베를린부터 느꼈는데, 좀 녹음이라던지 그런 부분에서 관객에 대한 배려가 필요한 듯 합니다.
마스터충달님 평을 보니 소수의견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짤평 감사합니다.

그리고 묻어가는 쓸데없는 질문인데, 여자사람과 영화를 볼 듯 한데 어떤 영화를 보면 좋을까요...?
마스터충달
15/06/26 22:42
수정 아이콘
여자사람과 보실거면 그래도 인간미를 앞세우는 <극비수사>가 낫지 않겠나 싶어요. 여자분이 정치에 관심이 많다면 <소수의견>도 좋을 거고요. <나의 절친 악당들>은 고준희씨가 쩐다는데, 괜히 여자사람 데려갔다가 침흘리며 영화보는 참극을 보여주지 마시라는 의미에서 비추하겠습니다;;;
고랭지캬라멜
15/06/26 23:13
수정 아이콘
쥬라기월드는 보셨나요! 아직 방영중이던데
좀 거리낌 없으신 사이라면 19곰 테드도....(이럼안되나요?크크)
다리기
15/06/26 23:46
수정 아이콘
오늘 여자애들이 극비수사 재밌게 봤다고 하더라고요. 나름 실화바탕이라 어느정도 몰입이 되나봐요.
15/06/26 22:46
수정 아이콘
워 이런 영화가 있는줄 몰랐네요
마스터충달님 감사합니다 꼭 봐야겠네요
마스터충달
15/06/26 22:54
수정 아이콘
티켓값은 충분히 하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 은근 압박 받는 것 같던데 힘좀 보내주십쇼 흐흐
이순신정네거리
15/06/26 22:48
수정 아이콘
영화 정말 재미있게 봣습니다. 결말 보고 나서는 씁씁함이 많이 남더군요.
마스터충달
15/06/26 22:51
수정 아이콘
대한민국이 원래 이런 곳이라는 것 때문에 저도 정말 씁쓸했습니다.
감정과잉
15/06/26 23:24
수정 아이콘
부러진 화살을 재밌게 봐서 소수의견도 괜찮게 봤습니다.
그런데 부러진 화살을 본 지 꽤 지나서 기억하는 것이 틀릴지는 모르겠는데
부러진 화살이 다큐에 가까운 느낌이었다면 소수의견은 영화에 가까운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연기를 보는 눈 같은 것은 없어서 배우들이 연기 잘 한다, 못 한다를 잘 못 느끼는 편인데
개인적으로는 초반의 윤계상씨의 연기는 몰입이 안 되었습니다.
마스터충달
15/06/26 23:25
수정 아이콘
전 부러진 화살도 픽션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둘 중 하나를 꼽자면 부러진 화살의 손을 들어주고 싶네요.
15/06/27 12:06
수정 아이콘
부러진 화살 괜찮게 보셨나요? 전 영화가 실제 사건과 많이 달라서 영 찝찝했거든요. 그런 사람이 보기에 이 영화는 어떨까요?
마스터충달
15/06/27 13:57
수정 아이콘
부러진 화살이나 소수의견이나 픽션이죠. 특히 소수의견은 모티브만 따왔다고 봐도 될 정도고요. 이 영화에서 사실을 따지려 들면 볼게 없는 영화일겁니다. 대신 허구는 진실을 비춰주는 힘이 있긴하죠. 그런 맛은 있는 영화입니다.
15/06/29 11:14
수정 아이콘
어떤건지 대강 감을 잡을 수 있겠네요. 감사합니다 ^^
다리기
15/06/26 23:45
수정 아이콘
그도 그럴게 부러진 화살은 실제 사건을 그대로 가져다가 영화를 만든거고, 소수의견은 딱 그 사건이 아니라 두루뭉실한? 모티브를 가지고 만든거라..
리듬파워근성
15/06/27 00:06
수정 아이콘
혹시 보는 내내 가슴이 답답하고 항암제를 찾게 되는 부류인가요?
주말에 볼까 생각했다가 요즘 안그래도 스트레스가 많은데 괜히 이 영화를 보고나서 더욱 답답해지는 건 아닐지 걱정됩니다.
마스터충달
15/06/27 02:05
수정 아이콘
그 와중에 통쾌함도 있습니다. 현실을 넘지 않는 선에서 나름의 작은 승리를 보여주네요.
endogeneity
15/06/27 17:49
수정 아이콘
금태섭 변호사도 그런 얘길 했었는데 원작소설이 실제 소송을 굉장히 정확히 묘사했습니다.
특히 백원짜리 국가배상청구에서 청구원인을 어떻게 잡을지 토론하는 장면 같은건...
반대로 그런 정확성이 영화화 과정에선 난점이었을 수 있겠다 싶습니다.

그나저나 소설에서도 여검사가 극히 인상깊었는데 영화에서도 그랬나보군요. 사실 사회정의구현보단 싸가지 없는 여검사 보는 재미가 일품이었죠
마스터충달
15/06/27 19:48
수정 아이콘
여검사가 정말 인상적이더라고요. 나쁜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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