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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5/29 18:39:49
Name 마스터충달
Link #1 http://ppss.kr/archives/43803
Subject [일반] (나의) 영화 비평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낙원동 아트시네마 이관행사 오픈토크에서 나온 정성일 평론가의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저는 비평가라는 이름을 단 사람이 영화를 보자마자 즉각 나와서 자기 트위터에다 본 영화평을 올리는 건 자판기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무슨 비평가입니까? 자기가 감히 영화를 보자마자 비평을 쓸 수 있다고?”]

이에 듀나가 반박하는 트윗을 올렸습니다.


(보다 자세한 정보를 원하신다면 http://ppss.kr/archives/43803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정성일과 듀나의 논쟁을 바라보며 어떤 비평을 추구하고, 어떤 글을 써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하는 글입니다.





트위터는 비평이 될 수 있을까?

저는 트위터라는 미디어와 140자라는 길이에 대해서는 일단 듀나의 입장에 동의합니다. 애초에 리뷰와 비평은 구분되어 내려왔으니까요. 다만 저는 여기서 더 나아가 트위터가 비평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위에 링크한 PPSS의 주장처럼 '좋은 글은 어떤 곳에서 어떤 형태로 있든 좋습니다.' 그것이 140자의 제한에 걸려있다 해서 좋은 글이 될 수 없는 것은 아니지요.

하지만 글자 수가 제한되는 만큼 담을 수 없는 것들도 있습니다. 영화를 해부하는 수준의 분석은 트위터로는 불가능합니다. 이론의 적용에 대한 고찰도 불가능합니다. 트위터는 잘 압축한 해석을 개진하는 것 정도만 가능하겠지요. 그래도 다른 해석들에 오염되기 전에 자신만의 해석을 개진할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비평은 무엇을 보여주기 위해 쓰여지는 걸까요? 분석일까요? 해석일까요?



분석 그리고 해석

분석은 비평에 있어 소화작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작품을 신 바이 신, 컷 바이 컷으로 잘게 부수어 나가며 거시적인 부분부터 숨어있는 상징까지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는 작업입니다. 물론 여기서 그치지 않고 되새김질을 통해 다시 끊어낸 컷을 이어 붙여 또 다른 의미를 찾아낼 수도 있죠. 이런 과정은 작품을 '이해했다'고 말할 수 있는 자격을 부과하는, 어찌보면 남의 작품을 까내리는 사람이 갖추어야 할 도덕적 소양 같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해석은 소화한 것을 배설한 똥입니다. 당연히 좋은 똥이 나오려면 좋은 소화작용이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 사람들은 이 똥이 좋은 똥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기준으로 소화과정을 살펴보기도 하죠. 이렇게만 생각한다면 분석과 해석은 인과적 관계로 보여집니다.

하지만 현실은 해석이 분석에 선행합니다. 분석을 하고 그에 따라 해석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해석을 하고 거기에 맞는 분석을 찾는 식이죠. 자연과학이나 사회과학이라면 주어진 데이터를 분석해서 경향을 해석할테지만, 비평은 자신이 느낀 바를 지지할 수 있는 근거를 찾기 위해 분석을 합니다. 만약 비평이 그 순서를 반대로 잡아 분석이 선행된다면? 이놈이나 저놈이나 똑같은 비평을 하고 있을겁니다. 어떤 평론가는 '비평이란 헛소리를 얼마나 그럴듯하게 표현하는 것이 관건이다.'라고 말하기도 했죠.



트위터는 초록(抄錄)이다

위에서 물었던 '비평은 무엇을 보여주기 위해 쓰여지는가?'에 대한 대답은 당연히 해석입니다. 작품을 통해 어떤 해석을 끌어냈느냐가 바로 비평의 핵심입니다. (예를 들면 <괴물>을 통해 한국사회의 부조리를 읽어내는 것이 비평인 셈이죠.) 그런면에서 트위터는 비평의 핵심만을 뽑아낸 글로 봐도 무방할 겁니다. 더구나 영화를 보고난 후 감흥이 가시기 전에 쓰는 생생한 해석이죠.

하지만 140자로 그친다면 좋은 비평으로 나아갈 수는 없을 겁니다. 그 해석을 뒷받침하는 치밀한 분석이 담겨있는 글이 되어야만 비평으로서 완성될 수 있을겁니다. 그러니 트위터는 트위터대로 장문의 글은 장문의 글대로 모두 가치가 있는 것이죠. (그런 면에서 듀나는 트위터도 하지만 꾸준히 글을 쓰기에 정성일의 비판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봐야 할 겁니다.) 트위터는 논문의 초록(抄錄)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해석이라는 비평의 액기스를 가장 생생한 상태로 남기는 것이죠. 그 초록이 마음에 든다면 독자들은 그 뒤의 분석과 참조문을 찾아보는 노력을 기꺼이 할 겁니다. (솔직히 트위터만으로 완전한 비평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독자는 없을 겁니다) 단, 평론가라면 그 초록 뒤에 충실한 본문을 갖고 있어야 겠죠.



좋은 비평이란 무엇인지 고민해봅니다

http://ppss.kr/archives/43803 이 글에서 가슴에 와닿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저는 글의 길이가 담론의 깊이와 탁월한 감식안을 보장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성일 평론가도 고작 글의 길이라는 단순한 맥락에서 지적하신 바는 아니겠지요. 그냥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좋은 글은 어떤 곳에서 어떤 형태로 있든 좋습니다. 이용철 평론가는 위에서 말한 시네토크에서 “긴 글을 써봤자 아무런 반응이 없다.”고 투정(?)을 부렸지만 그건 긴 글이기 때문이 아니라 별로 좋은 글이 아니기 때문일 겁니다.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흥미를 줄 수 있는 탁월하고 신선한 관점이 거기 있다면 트위터에서든, 커뮤니티에서든, 블로그에서든 화제가 될 겁니다. 같은 신 전영객잔이라도 김영진 평론가의 글이 항상 그냥저냥 넘어가는 반면, 허문영 평론가의 글은 언제나 일정한 정도의 반향과 담론을 이끌어내는 것처럼요.]


처음에는 글을 쓸 때는 욕 먹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관심사였습니다. 조롱당하고 손가락질 받지 않도록 정신 바짝차리고 글을 쓰고자 했죠. 그런데 막상 비난을 받아보니 글 내용을 비난하는 경우도 없고, 설령 비난을 한다 해도 딱히 타당한 논리를 갖고 비난하는 경우도 없더라고요. 어쩌면 인터넷의 한계일 수도 있겠지만 (엄청난 고수나 프로에게 개털리는 날이 올 수도 있겠죠.) 요즘에는 욕 먹는 것은 별로 개의치 않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글을 한 편, 두 편 쓰다보니 점점 더 잘 쓰고 싶어집니다. 더 깔끔하고, 더 인상적이고, 더 아름답게! 제가 고상한 척 하는 비평을 싫어하지만 글의 품격은 고상하게 쓰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영화 감상을 쓸 때면 정말 많이 고민하고, 퇴고를 반복했습니다. 그런데 반응은 점점 시들해져가더군요. 이 말은 제 글이 점점 식상해진다는 뜻이기도 했습니다. 무엇이 문제일까?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 고민은 많았지만 답이 보이진 않았습니다. 그러다 오늘 저 문구를 보니 문득 어떤 생각이 듭니다. 저는 욕을 먹지 않기 위한 글을 점점 더 잘 쓰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흠집없는 글을 쓰려고 했던 게 아닌가 하고요. 그런 만큼 글이 평가하고 통보하는 듯한 느낌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예전부터 평론가는 관객과 제작하는 사람들을 이어주는 마담뚜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습니다. 두 평론가의 논쟁과 이를 다룬 글을 보며 그 마담뚜가 되기 위해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하는지 어떤 윤곽을 잡아낸 듯한 기분이 듭니다. 독자와 소통한다는 것은 트위터라는 쌍방향 미디어나 커뮤니티 같은 공개된 곳에 올린다고 이뤄지는 것이 아닐 겁니다. 진정한 소통은 나의 글이 독자의 마음에 반향을 일으키고, 그것이 다시 댓글등으로 저에게 돌아와 저의 시각을 더 깊고 넓게 키워주는 일일겁니다. 이것은 미디어의 종류와는 상관 없습니다. 그런 힘을 가진 글이라면 하다 못해 화장실 낙서로 쓰여있다 하더라도 소통은 이뤄질겁니다.

페이스북에는 '리뷰왕 김리뷰'라는 리뷰어가 있습니다. 이 사람의 글은 평론으로 볼 수 있을까요? 확실히 평론으로 보기에는 분석의 부재와 깊이의 상실이 걸림돌이 될 겁니다. 하지만 극도로 주관적이라는 그의 포지션과 독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멘트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평론가들이 독자의 마음을 울리지 못하는 와중에 '김리뷰'같은 효자손이 그나마 가려운 독자의 마음을 긁어주는 것이 지금 대한민국 비평의 현 주소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직 비평다운 비평을 쓸 실력도 안 되면서 좋은 비평을 고민하는 것이 좀 우습긴 하지만, 그래도 고민해봅니다. 앞으로의 글은 사람들의 반향과 담론을 끌어내는 그런 글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오늘도 이렇게 부서지는 멘탈을 부여잡아 봅니다.
'하... 난 도대체 뭘 쓰고 있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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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름발이이리
15/05/29 18:58
수정 아이콘
어디로 가야하냐구 물으신다면, 가정의 달이니까 산으로.. 는 개드립이고
정성일은 올드패션드 비평의 정점에 가까운 사람이다 보니 뭐..
마스터충달
15/05/29 18:59
수정 아이콘
그게 구닥다리가 될지 고전이 될지는 정성일에게 달려있겠지만
미디어의 종류를 탓하는 자세로는 전자가 될 공산이 커 보입니다.
ohmylove
15/05/29 18:59
수정 아이콘
요즘 느끼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1. 인간의 뇌는 새로운 생각을 꺼낼 때, 논리단계를 하나하나 밟아가서 결국 결론에 도달하는 게 아니라, 일단 main idea가 생각나고 그 후에 정당화를 합니다.
2. 창작은 배움으로부터 나옵니다. 철학이든, 과학이든.
마스터충달
15/05/29 19:00
수정 아이콘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서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라 - 아이작 뉴턴
레이드
15/05/29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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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이 글의 내용에 동의하는 편입니다. 비평과 감상은 서로 다른 것이고 서로 다른 의미로 가치가 있죠. 저 개인적으로는 듀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듀나의 영화 평론에 고개를 끄덕인 적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듀나의 의견 역시도 다양성이라는 가치 안에서 충분히 수용 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봅니다.
다만, 글쓰기는 확실히 '틀'에 많이 좌우되는 것 같긴 합니다. 저도 어렸을 때는, 비평을 많이 써보고 싶었고 긴 글도 곧잘 쓰곤 했는데 블로그나 트위터를 이용하고 나서부터는 확실히 굴의 길이와 깊이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저도 항상 고민 중인데.. 어떻게 하면 비평과 글을 잘 쓸지요. 좋은 방법 생각나시면 저에게도 알려주세요.^-^
마스터충달
15/05/29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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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글을 잘 썼다는 평가를 자신이 할 수가 없다는 점이랄까요;;
난 진짜 잘 쓴 줄 알았는데, 사람들이 '이게 뭐냐고' 그러면... ㅠ,ㅠ
레이드
15/05/29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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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글쟁이에게 무관심만큼이나 큰 상처가 '이게 뭔데?' 하는 반응이죠. 차라리 비판을 해주면 리액션하기도 쉽고 퇴고 방향도 잡고 좋은데.. 무작정 '이게 뭐야?' 하면 참 ... 설명하는 모양새도 웃기고.. 못 알아먹게 글을 쓴 건가 싶기도 하고. 그래도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면 대체적인 평은 알 수 있게 되더군요. 점차 내 글이 좋다는 사람이 많아지면 글을 잘 쓰고 있는게 아닐까요?..흐흐 사실 자신의 맘에 드는 글이란 건 많이 힘드니..
멸천도
15/05/29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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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듀나라는 분은 기사형식으로 글을 쓰면 더 못쓰는거같더군요.
엔터미디어라는 곳에서 쓴 매드맥스 리뷰를 봤는데(링크 : http://entermedia.co.kr/news/news_view.html?idx=4495)
대체 뭘 얘기하고싶은지 명확하지가 않네요.
주먹쥐고휘둘러
15/05/29 19:14
수정 아이콘
좋은 비평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답하기 어려우나 비평이 어디로 갈 것인가에 대해선 영화비평은 위기이며 곧 사라질지도 모르겠다고 답하겠습니다. 영화 비평은 갈수록 축소되고 한줄평과 별점, 그래서 이 영화에 관객이 얼마나 들지 맞추는 비평의 탈을 쓴 예언과 흡사 스포츠의 스코어를 중계하는듯한 관객수 중계 기사의 범람. 거기에 영화비평에 대해 비판을 넘어 적대적이라고 밖에 할말이 없는 대중의 반응은 영화비평이 설 자리를 점차 사라지게 만들어 가고 있으니말입니다.
마스터충달
15/05/29 19:18
수정 아이콘
그 적대적 대중과 싸워 이기려 들면 비평은 정말 사라질겁니다. 대중을 다시 필력으로 끌어와야지만 흥할 수 있을겁니다.

더불어 여기에 국내 시상식 등이 권위를 되찾는 것도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2000년 이후 대종상 신경쓰는 영화팬이 얼마나 될까요;; 비평뿐만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전문가들이 전문가다운 모습을 보여줘야 될 거라 생각합니다.
주먹쥐고휘둘러
15/05/29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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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만든 영화를 보고 못만들었다고 했는데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이 뒤집어 졌던 심형래의 디워나 허지웅, 듀나가 26년의 허술한 만듬새를 지적하자 어떻게 이 영화에 악평을 할 수 있냐는 반응이 나오는걸 보면 글쎄요...문제는 필력이 아닌게 아닐까 싶습니다.
마스터충달
15/05/29 19:52
수정 아이콘
크크 뭐 저도 어떤 영화를 쓰레기라고 적었다가(사실 내가 그런 소릴 한 것도 아닌데 ㅠ,ㅠ) 많은 소릴 들었었죠.
근데 왜 쓰레기가 아닌지 설명하는 사람은 없더라고요.

뭐랄까 근거 없는 주장은 트위터만 쓰는 평론가 같은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무시가 답이죠.
15/05/29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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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트위터 감상보다 한심한건 평론가들이 별점과 함께 적는 한줄평이죠.10자내외로 영화를 평하는데 제대로 된 글을 거의 보기가 힘들다라고요. 트위터는 양반입니다.
갓카쿠
15/05/29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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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라는 어플보면 그 10자평 스타일로 일반인들이 수백수천개씩 평을 달아놓는데, 그걸 보고있자면 손발이 사라지죠...
15/05/29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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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신 글 잘 읽고 있습니다.
글이 평이해도 댓글수가 줄어들지만,
내적 완결성이 높아도 마찬가지잖아요.
뭐 딱히 할말은 없고, 좋은 글 감사합니다 한 줄만 남기기도 뭔가 싱겁고..ㅠ

관람 직후의 트위터평을 '첫인상 토로'라고 한정지으면 두 비평가의 입장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데, '초록'이라는 지위를 부여하면 적어도 정성일씨의 입장과는 많은 차이를 보이게 되지 않나 싶네요.

1)전체를 찬찬히 뜯어본 후, 2)핵심을 추출하여 뼈대를 구성하고(초록), 3)세부 내용을 채워넣는 게 작업 흐름일 텐데, 영화 본 직후의 트위터는 1)번 과정이 생략된 거잖아요. 짧다는 측면에서는 초록이나 트위터나 유사한 점이 있다고 해도 말이죠.

저한테 감상문 쓰라면야 관람 직후의 첫인상이 바로 초록(?)화되는 사태가 일어나겠지만, 정성일씨는 그래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네요.
15/05/29 19:35
수정 아이콘
덧붙여 듀나씨의 주장이 진정성을 얻으려면,
비평가가 비평을 쓸 때, 본인의 영화본 직후 트위터 내용을 스스로 비판하는 상황도 발생해야 할 겁니다.

첫인상은 이랬는데 시간을 두고 찬찬히 뜯어보니 다르더라..하고 말이죠.
마스터충달
15/05/29 19:40
수정 아이콘
비평의 핵심이 '작품을 통해 무엇을 느꼈는가? 무엇을 읽었는가?'라고 한다면 그 감흥이 생생할때의 기록은 단순한 첫 인상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요즘처럼 타인의 글에 휘둘리기 쉬운 환경이라면 더욱 더 그렇고요. 그리고 본문에 썼다시피 평론은 분석 후에 해석을 쓰기보다 해석한 뒤에 분석을 하는 형태이니, 첫 인상은 단어의 본래 뜻 보다 위상이 높다 해야겠죠.
로이스루패스
15/05/29 19:29
수정 아이콘
비난의 선을 넘지 않는 비평은 몇 자가 되더라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의미있는 문학은 오독을 불러일으키는 문학이라던가요..? 다양한 각도에서 다양한 시선을 담아내는 일은 분량에 구애받지 않더라도 충분히 의의가 있다고 생각해요. 뭐 정성일 평론가처럼 각잡고 빡세게 쓰는 것도 분명 좋은 비평이겠지만, 영화를 본 후 생생한 느낌을 담아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것도 비평의 일부겠죠.
아무튼 충달님의 비평은 언제나 잘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비평 부탁드려요^^;
마스터충달
15/05/29 20:34
수정 아이콘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영화보시면 로이스루패스님의 감상은 어떤지 댓글도 좀 남겨주세요. 왠지 요즘 좀 외롭네요 크크
Go2Universe
15/05/29 19:37
수정 아이콘
진짜 영화글을 못본지 오래된거 같네요. 못본 이유란게 제가 글을 잘 안읽는 것까지 겹쳐지니 더 심해지는 것 같아요. 지금 나오는 어떤 글들도 저에게 자극을 못주거든요. 모두다 제가 아는 세계보다 좁아서요. 무지몽매한 사람들 눈 씻어주려는 엘리트의식 넘치는 글좀 보고 싶어요. 종의 다양성을 위해선 관객 눈높이의 글들만 있어서는 안되거든요. 어제 후배가 외국 논문(혹은 아티클) 찾다가 이런 문구를 찾아내던데 이런 표현 있는 글들 좀 보고 싶어요.

오우삼의 영화들은 샘 페킨파의 잔혹성에 더글라서 서크의 서정성을 지녔다.

평론가들이 대체 영화를 보고나 사는지, 본다면 제대로 분석은 하는지, 왜 그렇게 만들었고 왜 이렇게 이해되는지 이런거 고민이나 하나 모르겠어요.
마스터충달
15/05/29 19:50
수정 아이콘
한줄평만 봐도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물려버린게 아닌가 싶은 사람들이 몇 있긴 합니다.
할머니
15/05/29 20:26
수정 아이콘
신형철은 어떠신가요? 본업이 문학평론가라 영화에 대한 평론이 많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좋습니다. 글에 엘리트 의식은 없지만 엘리트만 쓸 수 있는 글을 쓴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평론 그자체의 예술을 지향하면서도, 꽉막힌 노인네들처럼 평론을 위한 평론을 하지는 않습니다.
Go2Universe
15/05/30 08:18
수정 아이콘
신형철씨 글좀 읽어봐야겠네요. 추천 감사드립니다
즐겁게삽시다
15/05/29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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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일, 듀나 그리고 ppss 마스터충달님까지 전부 비평 작성자의 입장에서 말씀하고 계신데요. 저는 매체와 비평을 읽는 청자의 문제로 바꿔서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미디어가 메시지다."라는 말을 굉장히 신봉하는 편입니다. 따라서 PPSS의 '좋은 글은 어떤 곳에서 어떤 형태로 있든 좋습니다'라는 말에 반대합니다. 내용보다 매체가 더 중요하고 내용은 매체에 맞게 적절하게 가공되어야 하거든요. 여기서 좋은 글은 다른 매체로 가면 쓰레기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비평의 방향을 청자와 매체로 살펴야한다고 봅니다.
1. 타깃 설정 : 내가 보여주고 싶은 독자가 누구냐?
2. 매체 선정 : 내가보여주고 싶은 타깃 독자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매체는 무엇인가?
3. 매체에 맞는 형식 갖추기 :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해당 매체에 적절하게 가공해서 만들어낼 수 있냐?

저는 이 세가지 질문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사실 저 세가지는 마케팅에서 소비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아주 기본적인 내용들입니다.)
긴글 써도 안읽어준다며 징징대는 평론가는 이런 1,2,3의 고민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예전의 익숙한 매체에서 하던 방식 그대로를 최선을 다해 하고 있을 뿐입니다. 독자들은 다 변해가는데 말이죠.

리뷰왕김리뷰는 우연이든 다년간의 미스터리갤 활동으로 인한 체득이든 저 1,2,3의 고민을 정말 탁월하게 꿰뚫은 사람입니다. 김리뷰의 리뷰 형식을 고민해보세요. 이보다 모바일에서 보기 좋은 형식이 없습니다. 단순히 주관적이고 재밌어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매체에 맞는 형식과 거기에 더해지는 매체의 감수성이 시너지가 나는 것이죠. 저는 모바일에 맞는 형식과 모바일에 맞는 감수성이 있다고 봅니다. 김리뷰는 이를 잘 다룬 것이지 그의 목표는 훌륭한 비평, 비평 그 자체로서의 작품을 만들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예를들어 리듬파워근성님의 리뷰를 피키캐스트가 가져가서 왜 글 그대로 싣지 않고 또다시 웹툰으로 가공해서 만들까요? 그들도 이런 매체와 형식을 고민하기 때문에 그런 거라 생각합니다.

저도 이와 비슷한 고민과 활동을 요즘 엄청 하는 중이라 댓글이 길어 졌네요 흐흐 아무튼 이제는 단순히 '글을 잘 쓴다'에 더해 그 이상이 필요한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마스터충달
15/05/29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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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 쓰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즐겁게삽시다님 댓글을 보고 느꼈습니다!!!

결국 글쟁이라는 건 글을 파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네요.
1. 타깃 2. 매체 3. 매체에 맞는 형식.
이를 커뮤니티(PGR)에 적용한다면 어떤 형태가 어울릴지 고민해봐야겠습니다.
혹시 이에 대해 어떤 의견이 있으신가요?
즐겁게삽시다
15/05/29 20:06
수정 아이콘
음... 저도 요즘 이 고민에 빠져 허우적대는 중이라. 아직 이렇다할 성과는 없습니다. 흐흐

피지알도 요새는 거의 다 모바일로 볼거라 생각합니다. 그것도 어플리케이션이 아닌 모바일 웹브라우저이지요. 그러면 오른 손 엄지로 아래로 스크롤하며 읽을테고요. 고작 5~6인치 작은 화면에 담게될텐데 텍스트 크기와 분량은? 배치는 어떻게 하는 게 좋겠는가? 삽화나 짤방은 얼마나 넣어야 눈의 피로를 낮출까 등등. 이런 고민들이 매체와 형식에 대한 고민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아직은 고민중이에요. 김리뷰도 페이스북의 리뷰 다 다운 받아서 한참 들여다보며 고민하고 피키캐스트 빙글 같은 것도 열심히 들여다보며 유형? 트렌드를 느껴보려 노력합니다. 요즘은 네이버 포스트, 다음 플레인 등이 블로그를 대체하려고 밀고 있지요. 다 매체와 형식 고민을 하는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저런 형식에 대한 고민에 더해 감수성 측면인 컨셉, 스타일로 승화시키면 차별화된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근데 문제는 제가 재밌게 글쓰는 글빨이 없ㅠㅠ
마스터충달
15/05/29 20:08
수정 아이콘
아니 위에서는 내용보다 매체가 더 중요하다면서요 ㅠ,ㅠ
15/05/29 19:46
수정 아이콘
http://adman.egloos.com/3031093
이것도 즐겁게삽시다 님이 말하는 바와 이어질지도 모르겠군요. 지금은 피곤해서 생각을 정리하긴 힘들고..그냥 던져만 놓고 가봅니다.
즐겁게삽시다
15/05/29 19:53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 이 글 결론이 엄청 쌍콤하네요! 잘 읽었습니다.
마스터충달
15/05/29 20:35
수정 아이콘
정말 블로그가 딱일지도 모르겠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구밀복검
15/05/29 19:51
수정 아이콘
듀나 이야기를 좀 하자면, 듀나의 영화평에 동의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듀나만큼 각 개별 장르의 코드와 관습, 영화사, 영화 이외의 예술 매체 등 영화 비평에 필요한 제반 사항에 대한 이해 수준이 높은 인물은 한국 영평가들 중에서는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듀나의 칼럼들이 객관적인 측면들은 대개 짚어야할 포인트만 영민하고 민첩하게(많은 이들이 별 것 아닌 것에 과도한 의미부여를 하느라 헤매곤 하는 것과는 달리) 짚고 끝나고, 자신의 선호를 드러내는 비중이 많기에 사람에 따라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봅니다만, 배경지가 있는 독자들은 듀나가 포인트를 추출해내고 핵심을 짚는 속도에 감탄할 법 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창동의 <시>에 대한 칼럼이 좋은 예죠.

http://mobile.kmdb.or.kr/review/detail_k.asp?CHOICE_SEQNO=87

[가장 재미있는 것은, 교양이 부족하고 구닥다리 5,60년대 문학소녀 감수성을 아직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감상적인 할머니처럼 보이는 양미자가 이 영화에서 가장 가혹하고 냉정한 인물이라는 것이다...여기서 중요한 것은, <양미자가 자신의 윤리학을 시인의 미의식과 결합>했다는 것이다. 보통 할머니들은 손자가 아무리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고 해도 일단 그를 보호하고 그의 편을 들 것이다. 이들에게는 무엇보다 핏줄이 먼저이다. 하지만 시인이 된 양미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당연했을 이 논리를 거부한다. 그리고 시인의 새로운 가치관 안에서 이 사건을 재검토하는데, 여기서 아름다움 – 진리 – 정의는 거의 같은 의미를 가지며 거의 같은 비율로 움직인다...

<시>는 시인이, 아니 넓은 의미로 진정한 예술가들이 얼마나 가혹한 존재인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의심난다면 양미자가 이후 손자를 대하는 태도가 얼마나 냉정하게 변해가는지를 보라. 처음에는 손자 입에 밥 들어가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고 하던 할머니가 후반부엔 마치 원숭이를 연구하는 행동심리학자처럼 죽은 소녀의 사진을 식탁 위에 올려놓고 손자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연구한다. 그리고 그 실험을 통해 손자가 자신과 소통이 불가능하며 아무런 가치가 없는 동물임을 확신하는 그 순간, 양미자는 가차 없이 손자를 포기해버린다. 마치 운율에 맞지 않는 단어나 불필요한 캐릭터, 끝을 맺지 못할 사념을 포기하는 것처럼.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살아 있을 때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한 소녀를 대변하는, 문학소녀 감수성이 폭발하는 시를 쓴다.

여기서부터 양미자에겐 한국 관객들이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인간적 면은 찾아볼 수도 없다. 오히려 대부분의 관객들은 강간범 자식들을 구하기 위해 돈을 모아 피해자 부모의 입을 막으려는 부모들의 모습을 더 인간적이라 볼지도 모른다. 당연한 것이, 여기서부터 양미자는 <인간이 아닌 여신의 영역에서 행동하고 존재>하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도 종종 양미자가 남겨놓고 떠난 세계의 사람들이 이 이해할 수 없는 파국 속에서 머리를 벅벅 긁으며 당황하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그들은 끝끝내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들은 시인이 아니다.]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79265

<인히어런트 바이스>에 대한 칼럼도 훌륭하고요. 이 영화를 알기 위해서는 70년대 미국과 히피 문화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하고, 토머스 핀천의 소설을 좀 읽어봤어야 하죠. 게다가 이 영화에 등장하는 솔티레쥬라는 내레이터가 소설을 영화에 어울리는 형태로 바꾸어놓기 위한 도발적인 시도라는 점을 캐치하기 위해서는 문학과 영화 양자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이해도를 갖고 있어야하고요. 그러나 불행히도 한국에는 한국에는 토머스 핀천의 원작 소설을 읽은 사람이 거의 없고, 70년대 미국 문화에 대해 일정 수준 이상의 공감대를 갖고 있는 사람도 제한적이며, 영화와 문학 양자 모두에 대해 충실한 이해도를 갖고 있는 이도 드물죠. 이 점에서 듀나의 가치는 독보적입니다. <인히어런트 바이스>에 대한 비평을 여럿 봤지만 솔티레쥬가 가지는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이는 듀나 외에 거의 없다시피 하더군요.

[내레이션을 담당하고 있는 건 영화에 솔티레쥬라는 이름의 조연으로 등장하는 조애나 뉴섬이다. 원작의 문장을 그대로 보존하면서도 <TV 문학관>스러운 직역을 교묘하게 피하는, 거의 천재적인 발상이다. 여성 목소리의 내레이션은 원작에 추가적인 의미를 부여하지만 원작을 거스르지도, 심하게 재해석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이는 앤더슨이 이 각색과정 중 꾸준히 고수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그의 목표는 <문학 텍스트의 영화적 전환>이다.]

뭐 이렇게 말한다고 제가 듀나를 마냥 좋아하거나 하고 그러지는 않습니다. 선호가 완전히 상반되는 영화도 많고 - 실제로 제가 왓챠에서 듀나를 팔로잉 하고 있는데, 취향매칭률이 23% 밖에 안 됩니다. 영화를 보는 관점이 매우 상이하다는 것을 의미 - 듀나가 종종 하는 '객관적으로 덕목이 부족한 영화임은 알지만 나는 이 부분이 좋아서 점수 높게 준다'와 같은 행위에도 동의할 수 없고요. 또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영화에 대한 지식과 이해을 활용했을 때 도달할 수 있는 최고치와는 한참 거리가 있는 비평을 하는 것에도 여러 모로 아쉬움이 있고요. 비평 그 자체로 예술을 지향할 수 있는 역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영화 매니아의 유희 단계에서 스스로 만족하고 끝나버리죠. 그래서 하드한 칼럼이 없고, 대부분의 칼럼들이 영화 입문에 적당한 수준에 그치고 마는데, 정작 라이트 관객들은 듀나의 비평을 싫어하고 영화를 웬만큼 볼 줄 아는 사람들은 듀나의 칼럼이 그렇게까지 유용하지는 않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밝혔듯이 한국에서 듀나 정도로 견고한 이해에 바탕해서 영화 비평을 하는 이는 없다고 생각하며, 이 점에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라고 보네요.

추가로 <렛 미 인>에 대한 듀나의 리뷰를 링크합니다. 저는 이 칼럼을 보고서 제가 뱀파이어물의 장르적 관습에 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는 것을 깨달았었죠. 신선한 충격이었네요.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54064

[이것이 <렛미인>의 규칙이다. 세상의 룰에 신경쓸 필요는 없지만 장르의 전통은 진지하게 고수한다. 이 규칙은 중요하며 어렵지 않게 일반화될 수 있다. 장르 클리셰란 전통의 수호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깊은 고민 없는 관습의 반복에서 나온다. 장르 규칙을 현실 세계의 규칙만큼 진지하게 생각하면 얼마든지 새로운 아이디어와 가능성을 뽑아낼 수 있다.]
마스터충달
15/05/29 19:57
수정 아이콘
요즘 여기저기서 듀나 재평가 의견을 많이 봅니다. 대부분 구밀복검님처럼 듀나랑 성향은 안 맞는데 듀나만한 사람은 없더라는 식입니다. 장르 영화에 대한 그녀의 애정에 긍정적으로 돌아선 사람도 많고요.(저도 이쪽)
ridewitme
15/05/29 21:52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공감합니다.
파우스트
15/05/30 00:03
수정 아이콘
저는 듀나에 대해 호불호가 갈리는 이유가 바로 그 다양한 영역에서의 높은이해도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좋게 말하면 호불호 갈리는 거고 다르게 말하면 생각보다 잘 안팔리는 거죠. 대중들의 전반적인 상식수준이 고등학교~ 대학교 초년생 수준에서 벗어나질 않는데, 듀나는 그 눈높이와는 다른 곳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대중들은 갈 수록 쉽고 재밌고 빠른 컨텐츠를 원하는데 말이죠. 듀나는 아마 스스로도 이걸 인지하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지면 비평과 트위터 비평을 구분하고, 매체 각각의 사용자에 맞는 컨텐츠를 제공하려고 노력하는 거겠죠.

하지만 저는 듀나의 지면 비평이든 트위터 비평이든 둘 다 맘에 안듭니다. 지면은 너무 어렵고, 트위터는 너무 담긴게 없어서요. (물론 140자 안에 좋은 글을 담으려하면 담을 수 있겠지만 양적인 면에서 지면보다 떨어지는 건 사실이니까요. 긴 글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짧은 글이 좋은 것도 아니죠. 밸런스 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쟁이
15/05/30 05:26
수정 아이콘
듀나의 글이 안 팔리는 이유가 높은 수준 때문이라고요? 듀나가 대중문화에 대한 이해가 높다는 사실은 동의합니다만, 높은 이해가 좋은 글을 담보하진 않죠. 그냥 정성일만큼 깊이가 있지도 않고, 신형철만큼 글을 잘 쓰지 않고, 이동진만큼 독자 친화적이지 않은 거죠. 오히려 듀나가 잘 하는 건 영업이라고 봅니다. 익명의 소설가라는 걸 세일즈 포인트로 활용하면서도 새로운 매체에 자기 글을 파는 건 누구보다도 잘 하죠.
할머니
15/05/29 20:41
수정 아이콘
분석이 해석에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지수의 답을 찾아낸다음에, 식을 찾아가면 잔차에서 오류가 생기는경우가 빈번하게 됩니다. 점점 정확한 해석에서 멀어지고 평론을 위한 평론만이 남을뿐이라고 봐요. 분석이 선행된다고해서 모든 평론가의 답이 같을거라 보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은 a,b,c,d로 식을 보여줄 수도 있을것이고, 어떤 사람은 x,y,z로 보여줄수도 있겠죠.
때로는 다른 영화의 산식을 빌려와서 비교해볼수도 있겠죠. 결국 좋은 비평이란 x가 무엇인지 관계를 설명하는게 아니라 얼마나 좋은 방정식을 세우느냐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마스터충달
15/05/29 20:54
수정 아이콘
제가 생각하는 것도 얼마나 좋은 방정식을 세우느냐가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y를 먼저 정할 수 밖에 없다고 보고 있고요.
x를 먼저 분석한다면 그거야 말로 정답을 찾는 비평이 되지 않나 싶습니다. 제가 요즘 매너리즘에 빠졌다고 느끼는 지점이 바로 그 부분이고요.
파우스트
15/05/30 00:12
수정 아이콘
영화 비평에 대해 고민이 많았는데, 여기서 떨어진 한 조각을 찾은 듯한 기분이네요.

길게 쓰다가 너무 힘들어서.. 짧게만 적자면 영화라는 모체 산업에 비해서 영화 비평은 너무 발전이 없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좀 더 창의적이고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창의적인 시도라고 해서 무조건 색다른 걸 접목시키는 게 다가 아닌, 기존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이해하고 재해석하는 과정이 동반되는 시도가 되어야겠죠.
곧내려갈게요
15/05/30 00:22
수정 아이콘
버드맨을 보면서 우리나라에도 "타비사"만큼 영향력이 있는 비평가가 있는가?
아니, 대한민국에 비평에 대한 수요가 제대로 존재하는가? 에 의문이 들었는데,
비평 시장에 발전이 없는건 어쩌면 그 영향이 아닐까 싶네요.
파우스트
15/05/30 00:48
수정 아이콘
수요는 충분하다 생각합니다. 일개 영화 비평가일 뿐인 이동진이 수요가 없었다면 유명인이 될 수 있었을까요.
하지만 이동진만으로 그 수요를 감당치 못하니 문제가 생기는 거겠죠. 그렇다면 훌륭한 비평가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비평에 대해 체계적인 이해가 잡혀있어야하는데, 사실 그런게 우리나라에 있기나 할까요. 지금 비평을 쓰는 사람들도 거의 자기 지식을 외국 비평 이론에 버무려 내놓는 수준에 그치는게 대부분인데요.
마스터충달
15/05/30 00:44
수정 아이콘
오늘 쓴 글과 여기에 달린 댓글을 보면서 어떡하면 비평이 팔릴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영화는 점점 발전해서 갈수록 빅재미가 쏟아지고 있는데 비평은 그러지 못하고 있죠. 물론 그 태생상 어쩔 수 없이 현학적인 스타일을 추구한다 하더라도, 그런 스타일도 충분히 재밌을 수도 있고, 설령 그게 먹히지 않으면 다른 활로를 모색해야 할텐데 그러지 못하고 있었죠.

사람들이 어떤 비평을 원하는지, 그걸 넘어 어떤 비평을 써야 재미만 바라던 사람들에게 반향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무뢰한>은 소설의 형식을 가져와 봤는데, 다른 영화는 그 영화에 맞는 다른 옷을 입혀보는 감상문을 실험해볼까 생각중입니다. 물론 그 이전에 본래 가진 글 실력 부터 키우는 게 우선이긴 합니다만 ㅠ,ㅠ
파우스트
15/05/30 00:58
수정 아이콘
아 맞다. 그래서 오늘 신선하다는 댓글을 달려고 했었는데 까먹었네요. 뒤늦게 나마 재밌게 잘 봤다고 인사드립니다.
충달님이 사용하신 그런 방향의 접목도 충분히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재미있는 프리즘을 선택해서 영화를 사람들과 같이 보는거죠. 음, '같이 보는 것'에 한번 더 강조하고 싶네요. 비평가들이 제대로 된 대접을 못받고 '젠체하는 사람들'이라는 소리를 듣는데에는 그들이 사람들에게 어떤걸 가르치려고 하는 습성 때문인 것도 한 몫 할 겁니다. 물론 제대로 된 비평이라면야 해당 문화산업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거나 시사적인 맥락을 건드려서 나쁠 건 없지만, 문제는 이런쪽에 너무 치우져있다는 겁니다. 영화를 같이 즐기자는 마인드보다는 이 영화는 이렇게 보는 거야. 쩔지? 라는 어투랄까요. 비평가들은 좀 더 사고를 유연하게 해야할 겁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비평가라는 단어보다 평론가라는 단어가 널리 사용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드네요.
마스터충달
15/05/30 01:50
수정 아이콘
'같이 보는 것'이란 느낌 참 좋네요. 영화던 다른 예술이던 즐기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비평가와 평론가가 어떤 차이가 있는건가요?
파우스트
15/05/30 02:04
수정 아이콘
그냥 어감 차이죠. 비평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세게 다가오지 않나요? 지금 비평가들은 좀 더 권위와 현학을 내려놓고 대중과 더 친해지는게 좋을 거라고 생각핮니다. 짧게 쓰려고했는데 결국 하고싶은 말을 다 하게 되었네요..흐흐
마스터충달
15/05/30 04:09
수정 아이콘
권위는 내려놓고, 현학은 유지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현학적인 글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어렵게 쓰고, 어렵다고 하면 현학적인 것에 머물지만
그걸 가지고 못알아먹는다고 타박하면 그건 권위적인 것이겠죠.

정성일의 트위터에 대한 시각은 권위적이라고 느껴지네요.
AD Reverse Carry
15/05/30 01:38
수정 아이콘
흐으.... 쓰다가 한번 튕기니 뭐라고 썼는지 기억이 안나네요......
상업영화, 대중문화만 접한 시각으로는 영화라는 건 감성의 영역에 크게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영화의 주기 자체가 상당히 빨라진 상황에서 분석이 부족하더라도 감정을 짚어주는 방식의 트위터나 즉각적인 평가를 우선하는 김리뷰 방식의 비평은 나름의 미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좋은 리뷰라는 건 어떤 감정에 대해 여러 해석과 분석을 내놓고 그로써 영화를 다시 복기하는 과정에 대한 글이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영화를 고를 때 살펴보는 한줄 평과 별점은 모순적인 부분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는 저도 평론가 점수를 상당히 자세히 살펴보고 찾아보지만...
저는 듀나는 영화 외적인 측면에서의 지식이나 -SF작가 출신이니 당연하겠지만 장르문화에 대한 취향이 개인적으로 일치하는 부분이 적진 않지만 극명한 호불호라는 측면에서 저는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이 좀 있네요.
이동진 평론가의 성공에는 현학적이지 않고 저를 포함한 대중의 그런 감성에 대해 예민하게 받아들였던게 크지 않나란 생각이 드네요.
영화에 대해 이것저것 글을 블로그 같은 곳에 올리는 입장에서 참 생각해볼 거리가 많은 글이었네요. 잘 보고 갑니다.
수면왕 김수면
15/05/30 05:41
수정 아이콘
껄껄 간만에 듀나씨 영화낙서판에나 들어가봐야겠네요. 얼마전에 심심해서 들어갔다가 제 본명과 같은 대화명을 가지신 분이 계셔서 대경했었는데....
15/05/30 15:09
수정 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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