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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5/05 00:11:55
Name Neandertal
Subject [일반] 복싱이 펜싱이 아니었을 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라는 말이 이번 일요일에 있었던 파퀴아오와 메이웨더의 경기를 잘 설명해 주는 한 문장일 것 같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저는 아내하고 아이 데리고 간만에 외출을 한 터라 직접 경기를 보진 못했고 그 이후에도 굳이 찾아보진 않았습니다만 경기 전에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던 대로 메이웨더는 치고 빠지는 경기 파퀴아오는 따라다니는 경기를 하다가 판정으로 메이웨더가 이기는 그림이 그려진 것 같습니다.

메이웨더는 워낙 복싱 센스가 뛰어나고 발도 빠르고 눈도 좋아서 본인이 다치지 않고 상대방에게 유효타 위주로 맞춰서 판정으로 끌고 가는 경기를 많이 해왔고 파퀴아오의 경기에서만 갑자기 스타일을 바꿔서 전사로 변모할 리는 없었을 테니 결국 메이웨더가 바뀌기를 기대했다기 보다는 파퀴아오라면 그래도 메이웨더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가 있었던 건데 역시 파퀴아오도 어쩔 수 없는 상대가 메이웨더라는 사실만 확인하고 만 것 같습니다. 그리고 평소에 복싱에 관심이 없다가 이번에 하도 떠들어 대서 혹시나 하고 기대를 가지고 봤던 분들은 역시나 재미없네 하면서 다시는 복싱을 보지 않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하기에도 충분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늘 복싱이 이런 식의 기술자들의 테크닉 대결로만 점철되어 왔던 건 당연히 아닙니다. 정말 보는 관중들의 피를 들끓게 만드는 전사들의 대결도 많이 있어왔던 것이 사각의 링입니다. 그런 경기들을 꼽으라면 아주 많이 꼽을 수 있겠지만 만약 저한테 단 한 경기 그 가운데서도 단 한 라운드만 꼽으라고 하면 바로 2002년 5월 18일에 있었던 아트로 가티와 미키 워드의 1차전 9 라운드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트로 가티나 미키 워드 두 선수 다 터프함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선수들이지만 사실 기량은 최정상급의 선수들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러기에 메이웨더처럼 매끈하게 잘 다듬어져서 도저히 손 볼 데가 없을 것 같은 선수들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원초적인 날것의 느낌은 더 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전에도 피지알에서 한번 소개해 드린 것으로 기억하지만 며칠 전 무려 "세기"의 대결이라고 일컬어지던 경기를 보면서 속이 시원해지기는커녕 오히려 속이 더부룩한 답답함을 느끼셨던 분들이라면 아마 이 둘의 9 라운드 경기는 좀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 같습니다. 복싱 기술자가 아닌 전사의 경기라면 아마 이런 경기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티 선수는 약간 더 가무잡잡한 피부에 하얀색 트렁크에 파란색 허리줄...미키 워드 선수는 약간 더 밝은 피부톤에 하얀색 트렁크에 빨간색 허리줄을 한 선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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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트윈스
15/05/05 00:18
수정 아이콘
무슨 가드를 얼굴로 하네요;;
윤이나
15/05/05 00:26
수정 아이콘
KO선언이 안 나온 게 용할 정도로 후덜덜하게 치고 받네요.
SugarRay
15/05/05 00:28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가티는 보면 안쓰럽습니다... 저렇게 맞을 수 있다니, 저런 얼굴로,
더미짱
15/05/05 00:33
수정 아이콘
와... 만화같네요...
적당히해라
15/05/05 00:36
수정 아이콘
와 두 복서의 투혼 엄청나네요 잘 봤습니다
적당히해라
15/05/05 00:36
수정 아이콘
둘 다 KO나 레퍼리가 중단하는 상황이 나와도 이상할 상황이 아닐정도로 서로 심하게 일방적으로 패는 경우가 있는데

버텨내고 또 다시 패는 투혼이 엄청나네요
구밀복검
15/05/05 00:38
수정 아이콘
뭐 멀리갈 것 없이 당장 작년의 메이웨더-마이다나 1차전도 나름 화끈한 경기이죠. 물론 컨디셔닝 문제도 있었겠습니다만, 메이웨더라고 항상 얍삽하고 루즈하게, 그리하여 깔끔하게만 경기를 끌고나갈 수는 없다는 것을 마이다나가 투쟁심과 더티함을 결합시키며 잘 보여줬습니다.
15/05/05 00:46
수정 아이콘
보통 복싱 역사상 가장 위대한 라운드라고 하면 해글러 vs 헌즈의 1라운드를 꼽는데, 이 가티 vs 워드 1차전 9라운드 이후 그런 얘기가 쑥 들어갔더라고요.
HBO에서 수십년간 복싱을 중계해오던 캐스터 빌 램플리가 "내 생애 최고의 경기였다"고 회상했습니다.
이녜스타
15/05/05 05:58
수정 아이콘
옛추억이 떠오르네요.헤글러VS헌즈.....경기는 단3라운드만에 끝났지만 "그경기는 전쟁이었다"라는 말이 나왔죠
아웃복싱을 하리라는 예상을 깨고 초반부터 헌즈의 무지막지한 펀치세례였는데 역대급 맷집이라던 헤글러니까 버텼죠.다른선수 같았으면....
15/05/05 00:54
수정 아이콘
가티 vs 워드 3연전, 이른바 Gatti vs Ward Trilogy는 벌써부터 복싱 역사상 최고의 라이벌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가티 vs 워드 1차전은 역사상 최고의 시합 중 하나로 꼽히고 있고, 이후 벌어진 가티 vs 워드 2차전과 3차전 모두 대단한 명경기였습니다.

3차전의 마지막 라운드가 시작되자 모든 관중이 경기 종료까지 기립박수를 보내기 시작하는데, 복싱 역사상 그런 순간이 또 있었나 모르겠더라고요.

참고로 몇년 전에 개봉했던 복싱영화 "The Fighter"(마크 월버그, 크리스찬 베일 주연)가 미키 워드의 생애를 다룬 영화입니다. 그런데 가티와의 3연전은 나오지도 않았다는 -_-
아리아리해
15/05/05 01:01
수정 아이콘
복알못이지만 두 선수 치고 받는 게 엄청 멋있네요. 저렇게 때리고 맞으면서도 쓰러지지 않는다는 게 가능한가 싶네요 크크 입 벌리고 봤습니다.
박루미
15/05/05 01:02
수정 아이콘
뭐 선수의 예후나 건강을 생각한다면~ -_- 되도록 영상과 같은 플레이는 지양되어야 하겠지만
요즘은 지나칠 정도로 회피하는 기술(+꼼수)과 방어하는 기술만 집중적으로 가르치고 익힌다고 하더라고요
어제의 붐이 잘 이어져서 우리나라 복싱의 새로운 붐으로도 이어졌으면 했지만 어젠 너무 아쉽더라고용

복싱하면 뭐랄까? 음? 그런거 있잖아요?? 에 모르겠다 암튼 아쉽 x1000

우리나라도 복싱 하면 알아주는 과거를 가졌는데, 어쩌다가 아시안 게임 본선에서도 승리를 헌납하는 국가가 되었는지
파르티타
15/05/05 01:04
수정 아이콘
복알못이라 모르던 선수들이었는데 잘 봤습니다.
본문 영상 뿐 아니라 그 이후 두번의 리매치 역시나 화끈하군요
가티라는 선수는 2009년도에 살해로 추정되는 의문의 죽음을 맞았네요 Rest in Peace
無識論者
15/05/05 02:19
수정 아이콘
역시 현실이 만화보다 더하군요...저걸 맞고도 안 쓰러지다니.
꺄르르뭥미
15/05/05 03:14
수정 아이콘
비슷한 내용의 글을 PGR에서 본 것 같다는 생각을 해서 검색을 해봤더니 Neandertal님이 예전에 올리셨군요! 항상 글 잘 읽고 있습니다. 링크 첨부합니다.
https://pgr21.co.kr/?b=8&n=40660
가이버
15/05/05 07:08
수정 아이콘
간만에 재미있는 권투 경기였네요~~

처절하네요~~!!
15/05/05 10:56
수정 아이콘
스포츠화가 너무 많이 진행되서 UFC같은 격투기의 모습이 없어진거 아닐까요.
Shandris
15/05/05 11:06
수정 아이콘
좀 다른 얘기긴 한데, 요즘은 펜싱도 그렇게 재미없다고 말 못할거 같아요. 최소한 공격적으로 움직이도록 유도하니...상대적으로 시장이 큰 복싱은 규칙 개정의 생각이 없고...그러다보면 앞으로 태권도 같은 종목은 발펜싱이 아니라 발복싱 소리를 들을지도요...;;
아수라발발타
15/05/05 12:27
수정 아이콘
무섭군요.

저런식으로 두들겨 패고 맞는 모습을 기대하는 우리가 우섭습니다

뭐 누구를 비난하려는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인간은 결국 원숭이와 다를바가 없다는게 서글픕니다

추가..... 저도 본문의 영상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원숭이(돼지 원숭이)라고 생각합니다
無識論者
15/05/05 12:47
수정 아이콘
내면의 폭력성을 이런 스포츠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는게 우리가 원숭이와 다른 점이죠.
뭐 고대 콜로세움처럼 직접적으로 죽고 죽이는 것보다는 훨씬 나아졌으니까요.
NaturalBonKiller
15/05/06 01:35
수정 아이콘
https://www.youtube.com/watch?v=orYBdp5ljS0

본문에 언급된 가티와 메이웨더 경기 입니다.
가티가 슈퍼라이트 챔프고 메이웨더가 도전자인데, 가티가 저경기에서 제대로된 유효타 10대도 못때리고 말그대로 복날 개처럼 얻어터집니다.

뭐 화끈함이 수준높음이 아니듯, 지난 주말의 경기가 다수의 사람들에게는 극혐의 지루한 경기일지 몰라도,
저는 굉장히 재미있게 봤고, 수준높은 경기라고 생각합니다.

재미없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잘못됐다는건 아닙니다. 경기를 보고 개개인이 느끼는 감정은 당연히 다르기떄문에..
다만 메이웨더는 웰터로 월장한 이후에 늘 이번같은 경기를 해왔습니다. 그의 PPV 기록들 전부 이시기에 이뤄졌구요.
메이웨더 경기가 재미없다고 느끼고 말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겠으나,
메이웨더의 재미없는 경기때문에 복싱이 위기다, UFC한테 추월당한다 등의 주장은 너무 나간 이야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뭐 복싱이 실제로 위기가 올수도 있고, UFC에게 추월당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한국을 제외하고는 그런 전조가 딱히 보이지 않으며,
만약에 그렇더라도 이는 메이웨더 떄문이 아닌, 다른 복합적인 원인이 있어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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