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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1/02 20:35:17
Name 은수저
Subject [일반] 새벽 여섯시에 택견 배우러 다니는 여자
보름전쯤 아는 여자 친구에게 소개팅을 제시했다가 뻥 차였다.
내가 소개팅을 해달라고 한것도 아니다 제시한거다.

우습게도 내가 소개팅을 제시 하려고 전화를 하던 그 시각
그 여자친구는 다른 친구를 만나서 다른 소개팅을 제시 받고 있던 터였다.

내 기억이 맞다면 이녀석은 한번도 소개팅을 해본적이 없다.
지난 십년..그러니깐 이십대 통틀어서 연애를 한적도 없을거다 아마.

연말연시를 맞이해서 친구 둘이서 20대 마지막 이벤트로 소개팅을 제시했는데...


굉장히 자질구레한...그러니깐 대충 이런..

내가 요즘 공부할것도 있고 뭔가 바쁘기도 하고 정리할것도 많고...
아무튼 지금은 여유가 안되서 미안 제의는 고마운데 지금은 현재에 충실하고싶네 어쩌구 썰라무네...
이런 말도 안되는 이유를 들어가며 소개팅을 힘들게 힘들게 거절한것이다.
거절하면서도 미안해 죽을려고하고 막 울려고하니깐 억지로 만나게도 못하겠다.

이런 복에 겨운 년 같으니라고...


어쨌든 찬란했던 안 찬란했던 우리들의 마지막 20대는 가고...
그렇게 서른이 되었다.
서른이 되어서 새해 안부 문자를 보냈다.


잘 지내고 새해 복 많이 받아 하던 일은 잘 되가냐?

이놈 답장이 가관이다.


<아시아 전통장례문화에 심취하여 전화기를 홀대했다.
수원에서 돌아오니 시간이 너무 늦어져서 답문을 이제서야 보낸다.
연말은 따뜻하고 우아하게 잘 보내고 있니?^^>


아니 소개팅을 거절한 이유가 아시아전통장례문화 세미나를 들으러 가기 위해서 찼단 말이야?
내가 모르는 사이에 장례 지도사로 진로를 바꾼건가?
세상에 아시아 전통 혼례문화도 아니고 아시아 전통 장례문화랜다.
우아한 연말은 개뿔...정말 향냄새 맡고 싶냐...?


욱 하는 마음에 전화를 걸었다.

'야 너 이 삐리리 삑 삑 삐리리리 삐리리리 삐리리리 삐리리리야.'

욕은 하지 않았지만 그냥 대충 무슨 말을 지껄였는지는 모르겠다.
녀석은 할머니 같은 말투로 손자 재롱 보듯이 다 받아주더니
하하 호호 깔깔거리며 내 안부를 묻는다.
그래 너란녀석...


그래서 요즘은 뭐하는데?


'대학로에 택견배우러 다녀^^'
'택견 좋지 오 근데 대학로까지 다녀?'
'응 새벽에^^'


새벽?


그니깐 나랑 저녀석은 부천에 산다.
대학로면 우리집까지 적게 잡아도 한시간반은 넉넉하게 걸린다.
그러니깐 새벽 다섯시에 일어나서 첫차타고 대학로로 택견을 배우러 다닌다는 소리다.
나는 우리집 앞에 있는 수영장이 폐관해서 버스로 15분거리인 새로생긴 수영장 차비아깝고 춥고 귀찮아서 못다니고 있는데...


세상에 아침 다섯시에 일어나서 첫차타고 월수금으로
부천에서 대학로까지 택견을 배우러 다니신댄다.
그것도 무려 반년이나...


'너는 정말...아...항상 전화할때마다 새로운 소식으로 나를 놀랍게 하는 재주가 있다.'
'또 비아냥 대는거냐 크크..'

'아니 진심으로 강릉에 그네타는거 보러가지 않나 제천으로 막걸리를 마시러 가지 않나 넌 좀 인생의 승리자 인듯!'
'나도 아침에 사람들 출근할때 운동끝나고 집에오는 지하철에서 승리의 기쁨을 만끽한다. 크크^^'

'운동 끝나고 뭐하는데?'
'그 다음엔 광화문가서 교보문고 아침에 개점시간에 줄섰다가 문 열리면 들어가서 책 구경하고...'

'그 뭐냐 어릴떄 백화점 아침에 첫손님 들어가면 모든 직원이 문앞에서 두줄로 서서 어서오십시오 고객님 하는 그거?'
'응 그거^^'


'내가 이런놈한테 소개팅을 정신이 참.. 음...아...택견 택견이라니...너 정말..아 뭐라고 말을 꺼낼 수가 없다 진짜...'
'나 다음주에 두번째 심사 보는데 내가 조금있으면 얼굴 발 후리기를 배우거든? 까불면 다친다^^'

'니 발바닥이 내 세숫대야에 닿을라면 기럭지를 생각해볼때 밥안먹고 잠안자고 한 50년쯤 수련해야 가능할걸?'
'좋아 그럼 정강이를 후려주지^^'

니 마음대로 하세요.
나는 이녀석을 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아직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큰일이다.
아직도 변기가 안뚫린다.
죽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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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유도원
14/01/02 20:36
수정 아이콘
엌크크킄크크크크크크크 변기 아직이신가요 크크크크크크크크
몽유도원
14/01/02 20:46
수정 아이콘
변기얘기 모르시는분은 이거 먼저 읽고오시면 됩니다 크크

https://pgr21.co.kr/?b=26&n=22440
https://pgr21.co.kr/?b=26&n=22487
짱아봄
14/01/02 20:37
수정 아이콘
대다나다
Varangian Guard
14/01/02 20:37
수정 아이콘
기승전변이 완벽하네요 10/10!
키니나리마스
14/01/02 20:40
수정 아이콘
앞부분은 마지막 3줄을 위한 장식일뿐..
14/01/02 20:41
수정 아이콘
역시 피지알의 끝은 이래야 좋죠
지나가다...
14/01/02 20:42
수정 아이콘
헐.. 아직도 안 뚫렸나요.. 덜덜덜
아리아
14/01/02 20:43
수정 아이콘
기승전 변기 클라스
14/01/02 20:44
수정 아이콘
질게와 자게를 넘나드는 변기의 향연~
옷걸이로 고리를 만들어 쑤셔보시죠?
은수저
14/01/02 20:46
수정 아이콘
옷걸이가 아니라 철사로된 관통기가 휘어져 나옵니다.
이틀밤낮 곰곰히 머리를싸매고 고민한 결과 S자로 된 변기 배수구가 얼어버린게 아닐까 생각해서
뚜러뻥 용액 넣고 뜨거운물 계속 한대야씩 끓여서 열심히 붓고 있습니다.
염산이나 염화칼슘 넣고 싶은데 집근처 철물점 다 뒤져봐도 구할 수 없습니다.
화공약품점 가야 판다는데 안뚫리면 내일 사러 가볼라구요.

변기 뜯어내는것만은 결단코...
14/01/02 22:29
수정 아이콘
아무리 생각해봐도 배설물은 아닌듯해서리. . .
14/01/02 20:44
수정 아이콘
마지막 문단때문에 다른 내용의 댓글달려고 한 걸 못적겠네요...
XellOsisM
14/01/02 20:55
수정 아이콘
아~ 변기...ㅠㅠ
정작 글 내용은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14/01/02 20:57
수정 아이콘
이 글은 현재 진행형. 저는 추천 드리겠습니다.
리듬파워근성
14/01/02 20:58
수정 아이콘
사스가 변기좌
뱃사공
14/01/02 20:59
수정 아이콘
무려 2년여에 걸친 변기 뚫기 작업이군요.
14/01/02 20:59
수정 아이콘
택견녀라니 초 매력적이네요!
VinnyDaddy
14/01/02 21:01
수정 아이콘
훌륭한 미괄식 구성의 글 잘 읽었습니다.
그래요
14/01/02 21:06
수정 아이콘
와, 뭔가 독특한 여자분이시네요;
singlemind
14/01/02 21:06
수정 아이콘
우익 변기 궁금했었는데요~
친구분 이쁘실꺼 같네요.
변해결은 어떻게?밖에서??
은수저
14/01/02 21:09
수정 아이콘
큰방에 1평도 안되는 미니 화장실이 있습니다.
불도 들어오지 않고 외벽과 연결되어서 많이 어둡고 춥습니다.
제 몸 하나 들어가면 꼭 맞는 화장실입니다.
근데 동생이 큰방을 쓰고 있어서 변좀 볼라고 하면 오만 갈굼과 멸시를 다 합니다.
냄새난다고..

니 똥떄문에 막힌 변긴데 왜 남의 방에 들어와서 냄새를 풍기고 어쩌구 저쩌구 진짜 일제시대 우리 조상님들이 얻은 설움이 어렴풋이 짐작이 됩니다. 똥한번 싸는데 백만가지 욕을 다 먹습니다.

친구는 꽤 귀엽습니다. 변기 이야기를 해줄까 하다가 말았습니다.
singlemind
14/01/02 21:33
수정 아이콘
크크 그렇군요 얼른뚜러뻥에 성공하셨으면 좋겠네요^^
시지프스
14/01/02 21:09
수정 아이콘
이분이 변기의 그분이군요....
은수저
14/01/02 21:10
수정 아이콘
님 아이디도 너무 저를 슬프게 하네요.
평상시라면 그냥 지나쳤을 아이딘데 왠지 지나칠 수가 없습니다.
영원히 고통받는 느낌이 어떤건지 알거 같습니다.
시지프스
14/01/02 21:26
수정 아이콘
시지프스는 돌맹이를 굴리며 운명에 저항했다지만
은수저님은 그 돌멩이를 빨리 버려버리를 기원합니다 흑...
하루타
14/01/02 21:36
수정 아이콘
처음에 질문글 제목 보고 사람부르면 되지 라고 이 사람 뭐야 라고 생각했지만, 글을 읽으면서 힘든 상황이 이해되었고
두번째 질문글을 보고 또 이러면 곤란하지... 라고 생각했지만...
이 글을 읽고 응원하게 되었다.
출발자
14/01/02 21:55
수정 아이콘
음. 사람은 한 우물만 파야되는군요.
내려올
14/01/02 21:56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크크 추천!
스키니진
14/01/02 22:12
수정 아이콘
피지알에 3연변이라니요 크크크
[fOr]-FuRy
14/01/02 22:13
수정 아이콘
벼..변기
Amor fati
14/01/02 22:23
수정 아이콘
저는 변기가 뚫리는 날 추천 드릴겁니다.
탕수육
14/01/02 22:30
수정 아이콘
제가 볼 때는 은수저님의 크고 단단한 그것과 좌변기 하수도의 그 수분이 같이 얼어버렸다는 확률이 가장 커보이네요. 저도 첫 질문글만 봤을 때는 에이 그래도 사람 부르면 어떻게든 되겠지 했는데... 이건...
기아트윈스
14/01/02 22:46
수정 아이콘
대학로 쪽이면 결련택견 배우러 다니나 보네요
제 동생 부부도 택견동아리에서 만나서 결혼에 골인했죠 흐흐
글쓴이도 이번 기회에 택견의 세계로..!
은수저
14/01/02 22:50
수정 아이콘
네 친구한테 물어보니깐 대한택견은 아니고 다른 여러 갈래중에 택견이라고 하는데...
다음에 만나면 설명해준다고 하더라구요.
안그래도 친구에게 소개팅은 됐고 열심히 뽕도따고 님도 보고 라고 말하니깐...
새벽반이라서 그런지 자기 또래 친구들이 없다고 하네요.

초등학생이나 아님 70대 할아버지...
젤 비슷한 나이대가 이십대 초반이라고 하길래 니 초딩외모면 열살정도는 충분히 커버 가능하다고 용기를 북돋아줬습니다.
은수저
14/01/02 22:47
수정 아이콘
뜨거운물을 계속 끓여서 세시간동안 붓고 있는데
물내려가는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습니다.
희망이 보입니다 잘하면 오늘 새벽안으로 뚫릴것도 같습니다. ㅠ_ㅠ
은수저
14/01/02 22:54
수정 아이콘
뭔가 물내려가는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져서 손가락이랑 옷걸이를 깊게넣어봣더니
작고 딴딴한 돌멩이 같은게 만져졌다가 다시 쏙 들어갔습니다. 희망이 보입니다.
아무래도 뜨거운물을 미친듯이 부었더니 배수관이 녹은것도 같습니다.
은수저
14/01/02 23:01
수정 아이콘
방금 뚫었습니다. ㅠ_ㅠ
잠시후에 후기로 뵙겠습니다.
범인을 찾았습니다 ㅠ_ㅠ
탕수육
14/01/02 23:06
수정 아이콘
경축드립니다. 진심으로요.
王天君
14/01/02 23:07
수정 아이콘
축하 축하 축하 축하~ 우렁찬 변기 소리~
자연스러운
14/01/02 23:20
수정 아이콘
축하 안 드릴 수가 없군요. 지화자!
14/01/02 23:23
수정 아이콘
경하드리옵니다 크크 근데 확실한 범인이 있었던거군요! 전 그냥 언변(...)일줄 알았는데..
심훈 시인의 그날이 오면을 낭송해드리겠습니다 흐흐
14/01/02 23:36
수정 아이콘
흐미 후기 꼭 남겨주세요.
기다리겠습니다
지나가다...
14/01/02 23:42
수정 아이콘
오오 축하합니다!
14/01/02 23:51
수정 아이콘
그러니까 추천해달라는 말씀이시군요!!!!! 춧춴~!
키니나리마스
14/01/03 00:00
수정 아이콘
축하합니다. 2년에 걸쳐서 드디어 성공하셨군요.
14/01/03 00:06
수정 아이콘
고생끝에 낙이 왔군요 축하드려요 이런일로 축하드리긴 첨이네요
대니얼
14/01/03 00:12
수정 아이콘
오오~ 후기 궁금합니다
14/01/03 00:26
수정 아이콘
축하드립니다 크크크크크!
14/01/03 00:46
수정 아이콘
우오오오오오오 축하드립니다!!
김다랑어
14/01/03 01:29
수정 아이콘
제가 다 시원하네요! 축하드립니다
Kirei Autumn
14/01/03 00:02
수정 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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