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타입니다..
11편은 11월 11일 빼빼로데이 때...
쓰려했으나 실패..
빼빼로데이 저녁 때 못 쓴 이유는, 고딩딩 때문이라는 건 함정(?)..
11. [시작되는 연인들을 위해]
그냥.. 그냥 앉아 있었습니다..
그러자, 카톡알림음이 띠리링~ 울립니다..
역시나 민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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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바보멍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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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편 시작
바로 다음 카톡이 연달아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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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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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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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왔는대도 오빠빠생각이 너무많이나요
옷도안갈아입고 침대에 누워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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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죠.. 이 뜨거운 감정은 뭐죠..
혹시 제가 잘못생각하고 있는건지, 얘가 잘못생각하고 보낸건지,
아니면 민선이와 나의 생각이 동일한건지,
누가 좀 가르쳐줬으면 좋겠습니다.
진짜..이건 참으로 어려웠습니다..
저는 이 카톡이 마지막이 아니란걸 느끼고, 아직 어떠한 답장을 하진 않고,
계속 차에 앉아 다음 얘기를 기다렸습니다.
카톡에 '1'자가 지워짐을 알면서 민선이는 내가 이 톡을 읽었다고 알고 있을테고,
이야기를 이어가겠지요..
아니나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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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빠.. 우리만난지1주일됐는데,
나한테 오빠빠비중이 점점커져가요
한가지 부탁이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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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타이밍에 딱 답변을 해서, 추임새를 넣어줘야 겠단 생각이 들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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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말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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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다음 톡이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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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빠, 갑자기 사라지지만말아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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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
뭐야 이게???!!! 황당했습니다.
헛웃음이 팍~ 나더라구요.
드디어 알아챘습니다.
비록, 연애의 시작(사귐의 시작)은 아니었으나,
그새 짐작만 하며, 알 수 없는 민선이의 생각에 따른 저의 솔직하지 못한 행동들이나,
약간은 답답하고 어색했던 만남들속에서,
드디어 민선이의 마음을 90%는 확신할 수 있었고,
그 마음이 저를 밀어내려 하지 않는다는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그간 민선이와 주고 받은 문자, 카톡, 짧막한 통화, 오늘의 여행 등등의 모습은,
남녀의 만남인지, 아는 여자와의 만남인지, 삼촌과 조카의 만남인지, 직장인과 고딩의 만남인지,
솔직히 모든 경우의 수를 두고 아주 어색한 사이였을 뿐입니다.
서로가 서로의 감정을 넘지 않으려, 한문장 한단어 신경쓰며 보냈던 얘기들이었고,
민선이가 갑작스레 제 팔을 껴안는 행동들에서 반김 보단 반감이 더 컷던게 사실이었거든요.
민선이의 이 말.
갑자기 사라지지만 말아주세요.
이 말이 이 때 제게 주는 의미는 정말 남달랐고,
역시나 제 예상이 맞아 떨어졌음을 다음 다다음 만남에서 확신할 수 있었죠..
이 카톡을 받고, 저도 바로 답장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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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이 남치니가 생기기전엔, 오빠는사라지지 않을거야.
그런 걱정하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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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크흐흣흐흐스흣흣
곰순이가 나중에생기는지
남치니가 나중에생기는지
내기할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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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하지 못한 답변이 옵니다.
근데 이런 얘기는 여기서 끝내고 싶습니다.
이상하게도 오늘 이런 얘기까지 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그냥 단답 답변만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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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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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연인의 시작을 알리는 이야기들의 연속이었으나,
저도 민선이도 이 날을 만남의 첫번째 날로 여기진 않습니다.
이건 제 3자가 보면 연인의 시작일이나, 우리에겐 그정도의 의미는 아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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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빠, 집에들어갔어요??
지금보러 나가면안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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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 이건 또 머야!!!
지금 나온다니, 얘 왜이러나.. 싶었습니다!!
바로 답장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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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지마라~ 오빠씻고자야된다
이따 카톡보내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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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오라 하면 안됩니다.
아까 곰순이남치니 얘기들처럼 오늘은 딱 여기서 끝내야 한다는 생각이 아주 강하게 들었습니다.
뭔가 과유불급같은 나날이라고 할까요?
넘쳐버리기 전에 가득 담겨진 것들을 소중히 지키고 싶었습니다.
또한 내일은 토요일이었고, 충분히 내일도 민선이를 만날 수 있을테니까요.
벌써, 내일 아침이 되려면 고작 9시간정도 밖에 남지 않았잖아요....후후...
이 카톡 뒤로 약 30초정도 답변이 없길래, 저도 그만 차에서 나와 집으로 들어갑니다..
보통 같으면, 집에 가서 디아블로도 켜서 렙업도 잠깐 했겠지만,
오늘은 게임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리고, 몸도 꽤나 피곤했고, 눈도 깜박거림이 빨라지고 아파왔습니다.
또한, 이 와이셔츠와 정장을 빨리 벗고 싶었고..
.........
티비도 켜지 않았습니다.
집에 들어와봐야 아무도 없고,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밖엔 들리지 않으나,
오늘의 이 정적.. 이 고요함과 콧속으로 느껴지는 방 안의 싸늘한 공기가 더욱 좋습니다.
정장을 벗어 바지와 함께 걸아두고, 와이셔츠와 양말을 빨래통에 넣고..
침대에 앉아보니 전날 널어놓은 빨래가 눈에 띕니다..
내가 아니면 누가 개어주랴..
널어진 빨래들을 손 한가득 걷어와 침대에 흩뿌리곤 양말부터 제 짝을 찾습니다..
갑자기 생각이 납니다..
'얘네들도 다 제 짝이 있구나...'
양말, 속옷, 티셔츠 등등.. 다 걷을 때까지 카톡 알림음이 울리지 않습니다..
뭔가 초조해지면서 궁금합니다..
'자나.....?'
좀 더 기다려 보기로 합니다..
그리곤, 진동으로 되어있는 폰의 알림을 소리음으로 변경하고, 폰을 들고 같이 욕실로 들어갑니다..
혹시나 제가 씻을 동안 연락이 올지도 모르잖아요...흐흐..
근데, 치카치카도 하고 샤워도 하고.. 고기냄새가 날 것 같아 머리까지 감고 몸을 다 말릴 때까지 연락이 없네요..
그 때 깨달았습니다!!!!
'아, 얘는 내 연락을 기다리고있구나?!?!'
이 생각을 하니 혼자 막 웃음이 나더라구요.
아아아아아아~ 지금 내가 뭘 하는지 모릅니다.
이제 막 희한하게 생각지도 않은 타이밍, 의외의 장소에서 급 웃음이 빵빵 터집니다..
스스로는 위에서 언급한 객관적인 감정을 좀 더 넘어,
주관을 팍팍 개입해서 혼자 연애하는 기분이 막 드는 것 같습니다.
몸을 더 닦고 말릴 때가 아닙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카톡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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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씻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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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아니나다를까,
정말 3초만에 답장이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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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빠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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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적중!
기다리는게 맞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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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고기냄새때문에 머리도감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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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기다리는데 왜케오래걸리나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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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냥?? 그럼이제자려고누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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넹넹 불을끌까말까 고민하고있어용
고민하던차에 꺼버렸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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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랭그랭.. 나도오늘은 일찍자려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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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12시도 안됐는데, 전 제가 벌써잠들지 못한다는걸 알고 있었으나,
이게 참... 정말 어렵습니다..
민선이도 잠들지 말고,
새벽 1시건 2시건 계속계속 카톡을 하든 전화를 하든 얘기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으나,
왜 자꾸 내가 보내는 이 문장들은 모두 민선이의 잠을 재촉하기만 하는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뭔가 이 마음이 민선이의 생각보다 너무 앞서나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아직은 팽배하게 자리잡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저는 혼자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던 와중에,
민선이에게 예상치 않은 톡이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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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빠, 불끄고누워서 전화해줘요
오빠목소리로 꼭듣고싶은게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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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머야머야 그냥톡으로하면 안되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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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되요 오빠빠 혹시
시작되는연인들을위해 라는노래 알아요??
그거 불러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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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되는 연인들을 위해.... 이원진이라는 가수와 어떤 여자의 듀엣.....
이 노래 잘 압니다.
갑자기 이 가사가 생각납니다.
- 이제는 걱정하지마 한땐 나도 너만큼 두려워 한적도 많았으니
- 조금씩 너를 보여줘 숨기려 하지 말고 내가 가까이 설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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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편 끝..
12편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