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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8/30 10:31:54
Name 알고보면괜찮은
Subject [일반] 고려 현종 이야기- 프롤로그
  프롤로그...라고 해서 거창한 건 별로 없습니다.  그냥 현종이 태어나기 전까지의 왕실 가계에 대한 설명입니다. 누구는 누구의 자식이고 이런 거요.  고려 왕실은 원 간섭기까지는 족내혼(근친혼)이 주류였고 고려 숙종 때 6촌 이내의 친족간 혼인을 금하기까지 사촌 이내의 가까운 친족과 결혼했기 때문에 누가 누구의 자식이고 누구와 결혼했다 이런 건 가계 설명하는 데 중요하거든요.  하지만 굳이 읽지 않으셔도 무관한 게 본 이야기에서도 간단히 언급은 할 거거든요.  오히려 읽다가 머리만 더 복잡해질 거 같다 이러신 분들은 그냥 넘어가셔도 무방합니다.

  

고려 태조 왕건은 본래 호족 출신이었고 호족의 추대로 왕위에 오른 사람이었기에 수많은 호족들을 염두에 두고 정치를 펴 나가야 했습니다.  이런 호족들에 대하여 유화책과 강경책을 펴 나갔는데 유화책 중의 하나가 바로 결혼 정책이었습니다.  각 지방의 유력한 호족들의 딸을 후비로 맞이하는 것이었죠.  그 결과 태조는 신혜왕후 유씨, 장화왕후 오씨, 신명순성왕후 유씨, 신정왕후 황보씨, 신성왕후 김씨, 정덕왕후 유씨 이렇게 생전에 얻은 칭호든 사후에 추존됐든간에 여섯명의 왕후와 23명의 부인(후궁의 개념), 즉 기록된 것만으로도 29명의 후비를 들였고, 이들에게서 25남 9녀를 얻었습니다.

  태조는 이런 호족들이 자신의 외손, 외조카를 등에 업고 권력을 독점하는 것을 막기위해 이복남매끼리 결혼을 시킵니다.  다만 이런 태조의 의도를 호족들도 알고 있었기에 가장 유력한 왕위계승자 후보였던 장남 태자 무(고려 2대 왕 혜종, 장화왕후 오씨 소생), 3남 태자 요(고려 3대 왕 정종,  신명순성왕후 유씨 소생, 2남인 태자 태도 그녀의 소생이었으나 요절했습니다.)는 족내혼을 하지 못했죠.  하지만 그 외의 자식들은 거의 태조의 의도에 따라 족내혼을 했습니다.

  이런 태조의 노력에 따른 첫 과실이 바로 네째 아들 소, 바로 4대 왕 광종(신명순성왕후 소생)이었습니다.  그는 이복누이인 대목왕후 황보씨(신정왕후 황보씨 소생, 성은 어머니쪽을 따른 것이죠.)와 이복 조카 경화궁부인 임씨(혜종의 딸, 성은 어머니를 따른 겁니다.)와 혼인하여 경종을 비롯한 자녀를 얻었습니다.

  경종 또한 족내혼을 했는데 다섯명의 후비 모두 자신의 사촌누이뻘이었습니다.
  제 1비인 헌숙왕후 김씨는 신라 경순왕 김부와 태조의 딸 낙랑공주(신명순성왕후 소생)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인 것으로 추정되며(추정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게 고려사에는 아버지만 나와있습니다.), 제 2비인 헌의왕후 유씨는 문원대왕 정(신명순성왕후 소생,  광종의 친동생, 헌의왕후의 성은 할머니 신명순성왕후를 따른 겁니다.)과 문혜왕후(정덕왕후 유씨 소생)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경종과는 아버지 쪽으로는 친사촌, 어머니 쪽으도 이복 사촌이었죠.

  본 이야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제 3비, 4비 헌애왕후, 헌정왕후 황보씨는 친자매 사이로 대종 욱(旭)(신정왕후 황보씨 소생, 대종은 아들 성종이 즉위한 후 추존하여 올린 이름입니다. 둘다 할머니의 성을 따랐습니다.)과 선의왕후 유씨(정덕왕후 유씨의 소생)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이쪽은 아버지 쪽으로 따지면 이복 사촌, 경종의 어머니 쪽으로 따지면 외사촌 사이가 됩니다.  경종의 모후 대목왕후가 이 자매의 아버지 대종과 친남매 사이였으니까요.  이들 중 언니인 헌애왕후 황보씨가 아들을 경종의 외아들 목종을 낳고 후에 천추태후가 되죠.  
  제 5비인 대명궁부인 유씨는 태조와 정덕왕후 유씨 사이에서 태어난 원장태자의 딸입니다.
  
  경종은 981년 27살의 나이로 요절하게 되는데 이때 외아들 송(목종)은 겨우 2살이었고, 친동생 효화태자는 경종이 왕위에 오르기 전에 요절했기 때문에 사촌들 중 하나를 후계자로 지목하게 되는데 이 사람이 개령군 치, 바로 고려 6대왕 성종입니다.
  
  경종이 개령군을 후계로 선택한 이유는 첫째.  개령군이 대종과 선의왕후의 아들, 즉 헌애왕후의 친 오라비로 어린 아들 송에게는 친 외삼촌이 되기 때문에 좋은 보호자가 되어 줄 거란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실제로 성종은 왕송의 좋은 후견인이 되어주었습니다.  하지만 아들의 친 외삼촌이라고 하면 개령군 말고도 또 있었습니다.  개령군은 대종의 세 아들 중 둘째였기 때문이죠.  
  그래서 두번째 이유가 붙습니다.  개령군이 경종의 친누이인 문덕왕후 유씨(성은 할머니 신명순성왕후 유씨쪽을 따랐습니다.)와 결혼했다는 게 그 이유가 됩니다.(여기에 나름 복잡한 사연이 있긴한데 나중에 얘기하도록 하죠.)  그래서 성종(개령군)이 경종의 사촌동생이 아니라 광종의 사위로 왕위를 계승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렇게 성종이 즉위하게 되고 과부가 된 헌애, 헌정왕후 두 자매는 궁 밖에 나가 살게 됩니다.  그리고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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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토스
13/08/30 13:31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아리아리해
13/08/30 15:08
수정 아이콘
현종하면 생각나는 게 외세의 침입이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외세의 침입때문에 피해도 많이 입었지만 복구하기 위해 그만큼 한 일도 많았던 왕이었다죠. 앞으로의 글 기대할게요!
lupin188
13/08/30 19:32
수정 아이콘
기대하고 있습니다.
키스도사
13/08/30 21:03
수정 아이콘
좋아요 이런글!
귤이씁니다
13/08/30 22:36
수정 아이콘
호오~~ 고려 현종이면 대한민국 사극의 한획(?)을 그은 천추태후에서 다뤄진 시대군요. 좋은글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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