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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8/13 23:40:41
Name 자이체프
File #1 3층_다다미_사진.jpg (2.41 MB), Download : 55
File #2 창문_사진.jpg (2.31 MB), Download : 5
Subject [일반] 인천 근대문화 유적에서 팥빙수를 먹다.





제목이 많이 이상하죠. 하지만 맞는 얘깁니다. 제가 들린 카페가 오늘 등록문화재로 지정이 되었거든요. 일본 문헌사를 연구하시는 김시덕 선생님의 소개로 인천근대문화 유적 연구의 선구자이신 재능대학교 손장원 교수님을 만났습니다. 손 교수님의 저희를 안내한 곳은 닭강정으로 유명한 신포 시장이었습니다. 시장 입구에서 발레파킹을 해주는걸 보고 신기해했습니다. 꽤 괜찮은 아이디어로 보였습니다. 신포 시장 안의 횟집에서 제가 만난 것은 민어회와 매운탕이었습니다. 고소하면서도 찰진 민어회를 먹으면서 개항기 인천에 대한 많은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후식으로 팥빙수를 먹기 위해 간 곳은 팟알이라는 카페입니다. 커피도 맛있지만 팥빙수로도 유명한 곳입니다. 이곳은 보시다시피 일본인들이 지은 건물을 복원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최근 이런 곳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 카페는 국가가 아니라 개인이 복원작업을 하고 사용한 드문 사례라고 합니다. 손 교수님이 미리 예약을 해 놓으신 덕분에 2층을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높은 나무 계단을 오르니 사극에서나 보던 다다미 방이 나오더군요. 다다미는 물론 벽지와 문짝 모두 옛날 기술 그대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벽에는 복원 과정을 담은 사진들이 걸려있습니다. 역시 교수님 덕분에 3층도 올라가봤는데 의외로 크고 넓더군요. 왼쪽 구석은 낙서가 된 옛날 벽을 그대로 보존한 것입니다. 벽에는 다다미나 기타 건축 재료의 가격이 적혀있다고 합니다.

카페에 왔으니 팥빙수를 먹어야겠죠. 요란하지 않고, 직접 쑨 팥과 연유만으로 만든 겁니다. 깡통에 든 팥과 직접 만든 팥의 차이를 여실히 느꼈습니다. 팥 하나하나가 살아있는것 같다고 하면 오버일까요? 잘 갈려진 얼음과 연유, 그리고 팥 위에 살짝 뿌려진 견과류 모두 훌륭했습니다.그리고 제가 방문한 날 이 집은 등록문화재로 지정이 되었습니다. 논란이 된 백선엽 장군의 의복은 지정이 보류되었습니다. 누군가는 묻습니다. 우리 것도 아니고 일본인들이 지은 건물 따위를 문화재로 지정해서 보존할 이유가 무엇이냐고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그냥 옛날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 담겨진 역사가 흥미롭습니다. 우리의 지나온 역사가 창피하다는 이유로 외면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짜 창피한 일이겠죠. 잘 보존된 거리는 관광객들로 넘쳐나고, 활기가 차 보였습니다. 그것이 바로 역사의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비극과 희극이 공존하는 것은 인간뿐만 아니라 역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두 개 모두 바라보는 힘을 가질 때 진정한 역사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인천은 서울에 비해서 근대문화 유적들이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나중에 꼭 한번 들려볼 생각입니다.

추신 : 책들은 내일 우체국을 통해서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원래는 여기 들렸다가 가려고 했는데 더워서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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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 ne sais quoi
13/08/13 23:42
수정 아이콘
요즘 저 카페 소개가 많이 되더군요. 저런 건물들이 많이 보존되면 좋겠네요~
자이체프
13/08/13 23:48
수정 아이콘
저 동네가 비교적 보존이 잘 되어 있더군요. 타이완 할머니 집이라는 중국식 가옥도 봤습니다.
水草臣仁皿
13/08/14 00:09
수정 아이콘
인천도 은근 동서남북으로 생활반경이 갈려서 서울로 왔다갔다하는 생활이 길어지니

그쪽으로는 안가본지 오래 되었네요 오랜만에 한번 가봐야 겠습니다.
자이체프
13/08/14 00:34
수정 아이콘
신포 시장 주변에 유적지들을 많이 정리해놨더군요. 나중에 선선해지면 저도 한번 둘러볼 생각입니다.
13/08/14 00:41
수정 아이콘
근대문화유산 복원이 제일 잘된 곳은 역시 군산인 거 같아요. 집 여러 채를 복원하고 새로 짓고 해서 펜션처럼 만들어놨던데 괜찮아 보이더라고요. 그리고 보성에 가면 보성여관이라고 내셔널 트러스티 같은 단체에서 복원해서 카페로 영업 중인데 여기도 꽤 볼 만했습니다. 제일 실망스러웠던 것은 목포시 근대역사박물관 앞에 있던 카페. 여긴 복원이 아니라 안에 내부수리를 하면서 엉망으로 한 것도, 국적을 알 수 없는 요상한 인테리어도, 커피도 가격도 모두 욕 나오는 곳이었습니다. 인천에 이런 데가 있다니 한 번 가보고 싶네요.
자이체프
13/08/14 00:46
수정 아이콘
오늘 교수님이 하신 얘기와 같은 맥락이었습니다. 사람이 직접 사는 것만큼 좋은 보존 대책이 없다면서 군산쪽 예를 드셨죠. 말씀하신 카페도 내부 구조를 너무 변경해서 안타까웠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제가 간 곳은 단체나 국가가 아니라 개인이 복원한 특이한 케이스라고 하시더군요.
뽀로리
13/08/14 00:52
수정 아이콘
오오 여기 저번주에 갔다왔는데..
13/08/14 01:20
수정 아이콘
웰컴 투 인천입니다 크크

신포시장 닭강정...중고등학교때 그쪽으로 학교를 다녀서 완전 사..사..아니 좋아합니다...ㅠㅠ
여름이고 하니 화평동 냉면거리도 한번 가보시는게...참고로 양으로 승부하는 집들입니다? 맛은 보장못함;;;
걘적으로는 구도심 쪽이 자꾸 죽어가는 게 마음아프네요. 뭐 시대의 흐름이긴 하겠지만...제가 다니던 학교도 송도로 옮긴다고 난리니 씁쓸합니다
나중에 커서 역사를 배우고 나서야 연안부두 쪽 개항 백주년 기념탑을 보면서 저런걸 왜 세워놓음? 식민지배 축하하는 거임? 이렇게 까칠하게 반응하고 자유공원 맥아더 상을 보면서 쯧쯧 이랬던 기억이 나는데.
그런 아픈 모습까지도 다 인정하고 끌어안고 가야하는게 역사가 아닌듯 싶습니다. 인생에서 아픈 기억이 있다고 그 시간을 없던 것 취급해버리면 지금의 나의 존재가 부인되는 것처럼요.
아라리
13/08/14 07:33
수정 아이콘
오오 요즘 그 근처에서 일하고있는지라 반갑네요~
제가 일하는 곳도 근대역사의 흔적이 남아있는 유형문화재 가운데 하난데 이 부근에 이런 곳이 엄청많더군요. 처음엔 와보고 좀 놀랐습니다..

아 그리고 저 팟알이라는 곳은 하루에 정해진 갯수의 팥빙수만 파는 곳입니다. 늦게가시면 못드실수도 있고..
매주 월요일은 휴무입니다~~
Mooderni
13/08/14 22:37
수정 아이콘
근처에 사는데 왜 몰랐을까요 가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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