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안 유명무실한 글쟁이 생활을 이어가고 있던 중에 - 디아블로 3 때문에 그런지는 몰라도 - 갑자기 원고가 예전보다 많이 들어와 2주 동안 본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한 화면에는 디아블로 3이나 자료들을 수집한 인터넷 창을 켜놓고, 한 화면에서는 원고를 쓰는 일을 반복해야 했습니다.
- 원고의 주제가 같으면 글 쓰기 좋은 게 아니냐고 하시는 분들이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도 사실 그렇게 생각했지요. 그런데 이번에 겪어 보니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더군요. 자료조사를 원고 갯수만큼 할 필요가 없는 것은 다행이지만, 원고를 실어야 되는 매체의 유형 및 성격에 따라 그에 맞는 내용이 들어가야 하고, 논조나 글투도 맞춰야 하고, 무엇보다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다르게 쓰는 것' 자체가 고통스럽습니다.
그리고 디아블로 3은 하루에도 뉴스는 물론이고 구설수와 사건, 사고들이 뭐 그리 많은지...... 작업하던 도중 쓰던 A4 열댓 장 짜리 원고 갈아엎은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상식적으로, 점검을 하루 이상 하고, 아이템 복사가 되기 전의 원고와 그 후에 쓴 원고가 같을 수는 없으니까요.
- 제 글에 대해 본래 그렇게 후한 점수를 주지 않는 저이지만, 이번에는 평소보다 짧은 작업기간에 많은 원고를 쓰느라 더더욱 좋은 점수를 주지 못하겠더군요. 내용은 둘째치고 너무 시간에 쫓기고 나태할 때는 너무 나태해서. 기본부터 흔들린 자신이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그 동안 게으르게 글 써왔다는 티가 확실히 나서, 앞으로는 좀 더 정신차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원고 작업 하는 2주의 기간 동안 체중이 약 2kg 정도 불었습니다. 운동을 못 갔으니 당연한 결과지요. 게다가 원고 쓸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잠을 희생하면서 먹어댄 캔커피가 반 상자 조금 넘는 정도고 핫식스가 한 상자 반 정도입니다. 왜 핫식스가 더 많냐면, 직장에서 졸린 티를 가급적 안 내려고(그래도 아는 사람은 알더군요. 뭣때문에 피곤해하는지......) 핫식스를 낮에도 마셔댔기 때문입니다.-_-;;;;;
하루에 핫식스 서너 캔 마시니 잠이 안 온 채 몽롱하기만 하고, 그 이상 마시면 약발이 안 받더군요.
- 사진 자료를 모으기 위해서든, 원고 하다가 생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든 디아블로 3을 짬짬이 했습니다. 몇몇 덧글에서 밝힌 바와 같이 저는 대다수 게이머들과 다를 바 없이 불지옥 2막에서 멘붕하는 야만용사고요. 그런데 스트레스 풀러 들어왔더니 처음 맞딱뜨리는 몬스터가 '군집 비전강화 역병 소용돌이' 아니면 '무적하수인 비전강화 신성모독자 역병'...... 아. 저 인생이 왜 이리 곤고한 겁니까.
- 전업이 아니기 때문에 저의 신분은 8년 전이나 지금이나 이름 없는 글쟁이입니다. 그러나 그래도 글 쓰는 건 좋습니다. 공부도 되고(그만큼 뉴스도 자료도 다른 것도 많이 봐야 하니까요), 돈도 벌고, 손이 녹슬 일도 없고요.
- 이달 말까지는 마감이 없으니 오늘은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하고, 면도도 하고, 좋아하는 피규어를 예약하러 나갑니다.
- The x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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