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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5/11 11:44:21
Name 켈로그김
Subject [일반] 부끄럽지만 자작시 한 편..
제목 - 직장인을 대변한다.

직장인으로 산다는 것은 똥같은 일이다.

갖은 갈굼과 격무,
예상치 못한 부당한 대우,
단물 쓴물 다 쪽쪽 빨아먹히고
결국 찌꺼기만 남아 내뱉어질 내 모습이

이에 씹혀, 소화당하고
때로는 장내세균의 먹이로
그렇게 단물 쓴물 다 쪽쪽 빨아먹히고
찌꺼기만 남아 내뱉어지는 신세와 다를게 무언가?

똥같구나 정말.

하지만, 그 몸을 윤택하게 만들고
찌꺼기는 땅을 비옥하게 만드는 똥처럼

누군가는 나로 인해 살찌고
직장에서 쪽쪽 빨린 나라도
아이들의 아빠로, 아내의 남편으로
내 몫의 세상을 비옥하게 만들 수 있겠지.
그걸 위안으로 삼자.

때로는 무력한 자신에게,
때로는 억울한 세상에게 화가 나더라도
그렇게 살아오신 부모님과,
날 가르쳐주신 스승님께 감사하며
그렇게 살자.

그런 의미에서
이번 스승의 날에는
디아블로3를 사자.





그 때까진 돈없으니 강냉이나 볶아먹자..

------------------------------------------------

누군가에겐 아픔이고 시련일 수 있는 일을,
이런 말장난의 소재로 쓴다는게 사실 조마조마하긴 합니다.
혹여나 제가 무리수를 둔 거라면, 사과드리고 삭제하겠습니다.

-> 그랬는데, 대상을 "직장인" 으로 바꾸니 해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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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중년
12/05/11 11:50
수정 아이콘
기승전디의 훌륭한 구성이군요. 공감이 가네요~
피렌체
12/05/11 12:14
수정 아이콘
화자 내면의 똥에 대한 신념이 느껴집니다................
스타카토
12/05/11 12:17
수정 아이콘
아....XX!!!할 말을 잊었습니다!!!
최고네요!!!!!
잠수병
12/05/11 12:31
수정 아이콘
원래 똥이라는게 직장에서 나오는거 아니겠습니까.
시적인 표현에 감동했어요ㅠㅠ
포프의대모험
12/05/11 12:33
수정 아이콘
명불허전 대장님!
12/05/11 12:39
수정 아이콘
무리수라뇨?!
풍자와 희극적인 요소가 잘 가미된 멋진 시라고 생각합니다!!
12/05/11 12:46
수정 아이콘
운율에서 살짝 아쉬운 부분이 있긴 하지만 마지막에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기승전변이 이를 커버..

켈로그김 님만의 서정적인 변시가 완성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감사히 잘 읽고 갑니다.. ^^
Montreoux
12/05/11 12:56
수정 아이콘
느무느무 재미있는 풍자, 똥에 대한 변주곡 같습니다.
글 좀 자주 올려 주세효~
유리별
12/05/11 13:14
수정 아이콘
정말 실직자를 "대변" 하셨네요^^ 여러모로 시적인 표현이 멋지네요^^ 켈로그님의 영혼조각이 담겨 잘 나타난 시라고생각합니다!!
켈로그김
12/05/11 14:09
수정 아이콘
제목을 "실직자의 변" 이라고 하려다.. 늬앙스가 조금 안맞는 듯 하여.. 흐흐;;
처음엔 좀 무거운 느낌이었는데.. 마음 한켠에서 떠오른 디아블로3가 이 글을 올릴 수 있게 한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신아리
12/05/11 13:14
수정 아이콘
두번째 세번째 읽으니, 귓가에 계속 맴도는 목소리가 있네요.
"머 여러분들은 똥 안쌉니까?"
감모여재
12/05/11 13:17
수정 아이콘
역시 클래스는 영원하군요.
약학 전공이신줄 알았는데 사실 문학 전공이셨던겁니까.
一切唯心造
12/05/11 13:49
수정 아이콘
기승전디!
12/05/11 13:51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항상 PGR게시판을 풍성하고 비옥하게 만들어 주시는,
PGR의 똥 같은 분이세요~!! [m]
12/05/11 14:00
수정 아이콘
으아아... 이 분 즐기고 계셔..;;;
뭔가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명문입니다!!
별로네
12/05/11 14:56
수정 아이콘
저 강냉이들 또한 (집에서는) 달달 볶이고, 나중에 직장(!)에서는 쪽쪽 빨아먹힌 후 우리네 똥과 같은 신세로 남겠군요...

잠도 오고 지루해질려는 시간에, 지금이 금요일 오후라는 멋진 순간임을 떠올리게 해 주신 켈로그김 님께 감사의 마음을 듬뿍 보냅니다.
12/05/11 17:09
수정 아이콘
제가 주제로군요?흐흐 [m]
저글링아빠
12/05/11 19:01
수정 아이콘
아무리 봐도 "디"가 주제인데 소재에 불과한 "덩"이 주목받는 불편한 현실...

하지만 덩이 될 것을 결연히 각오한 저 강냉이도 책상서랍과의 조우까지는 생각 못했을 겁니다... 크크...
김치찌개
12/05/11 22:01
수정 아이콘
훌륭합니다!

잘 봤습니다 켈로그김님^^
Madjulia
12/05/12 02:42
수정 아이콘
유게와 자게의 절묘한 위치선정에 점수드립니다.
제 점수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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