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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9/14 21:19:53
Name 凡人
Subject [일반] 북한 주민 상당수가 북한 전역에서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를 시청하고 있다고 합니다.
※ 유게의 햇반정책 ( https://pgr21.co.kr/?b=10&n=88152 ) 이라는 글에 달린 리플을 읽고 준비했던 글을 올려봅니다.

http://news.hankooki.com/lpage/society/201009/h2010090202313521950.htm
( 배경 지식 없이 쉽게 읽히고 재미있는 기사니 일독을 권합니다.)

'북한 주민 상당수가 북한 전역에서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를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내용의 기사가 9월 2일에 등록되었습니다. 이는 8월 24일에 열린 현대북한연구회 창립10주년 기념 학술회의에서 통일연구원 강동완 연구위원이 발표한 '영상매체의 유통경로와 북한주민의 의식변화'라는 논문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http://imnews.imbc.com/fullmovie/fullmovie05/child/2686225_6631.html
( 링크를 클릭하시면 강동완 연구원이 발표하는 영상을 직접 보실 수 있습니다. )

  "시장의 확대는 자연적으로 정보 확산이라는 파급력을 갖고 북한 주민들의 의식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남한 영상매체 유통이 북한 사회 전반의 변화 매개체로서 동력을 발휘할 수 있다" 라는 내용이 주요 골자인데요, 이 연구의 문제점은 곧 이화여대 박영자 연구교수에 의해 지적되었습니다.

http://imnews.imbc.com/fullmovie/fullmovie05/child/2689905_6631.html

연구대상이 33명으로 소수이며, 남한의 드라마들은 다수가 남한 주민의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보다는 상류층을 소재로하여 대리만족을 추구하는 식의 내용이며, 지엽적으로는  '가을동화'(13명)와 '천국의 계단'(11명) 등이 인기 드라마로 꼽혔는데 배우의 인지도는 최지우와 배용준(겨울연가), 이병헌, 김태희 등이 더 높으니 연구결과에 모순이 있지 않냐는 것이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학술 발표회 전에 강동완 연구원의 연구와 비슷한 내용이 수록된 기사가 뜬 적이 있습니다.

http://www.segye.com/Articles/NEWS/SOCIETY/Article.asp?aid=20100614004073

탈북 청소년 과반수가 北서 남한방송을 접했다는 내용입니다. 탈북 청소년 학교인 한겨레중고교 학생 14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이라 조사대상이 좀 더 많습니다. 여기서도 ‘남한 방송 매체를 얼마나 자주 보았는가’란 질문에 40명은 ‘보고 싶을 때면 언제나’라고 답하여 '북한 주민 상당수가 북한 전역에서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를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라는 강동완 연구원의 발표내용과 유사한 답변이 나옵니다.

2009년에 경기개발연구원의 최용환 연구원이 작성한 "북한사회의 변화 전망과 대북 정책의 방향" (링크가 너무 길어 제외했습니다. 전문은 보고서 명을 긁어서 구글에서 검색하시면 무료로 열람할 수 있습니다) 이라는 보고서에 '국가 통제 영역 외부에 비공식 영역이 발생하고 있다' 라는 언급이 나옵니다.

도덕이나 윤리시간에 배우셨듯이 북한은 기본적으로 배급제 사회입니다. 공동생산, 공동분배라는 공산주의의 기본을 착실히 지키는 나라였기에 시장이 성립할 수 없었죠. 하지만 현재 북한내에는 300여개소의 시장, 전문장사꾼 70만명 이상이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국민들의 변화 압력을 국가가 수용했기에 나타난 현상이죠.

하지만 철저히 이를 관리하기 위해 정부측에서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40세 미만 여성에게 장사를 금지시킨다던가, 식량등의 품목에 대한 가격 제한, 의약품이나 금 등의 거래 단속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기본적으로 한 시장과 다른 지역의 시장 사이의 거래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문석 (2007) "북한의 시장과 시장경제" 등의 언급에 의하면 북한 내에는 이미 비공식적인 '전국 시장' 이 성립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로 인하여 1990년대 말의 식량 부족으로 인한 대량 아사사태가 요 근래의 흉작에도 불구하고 나타나지 않을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비공식 영역' 이 정부에서 수행할 수 없는 일을 해낸 것이죠. 남한 방송이 북한 주민 사이에서 널리 유행한다는 일련의 연구 결과도 이 '비공식 영역'의 영향으로 성립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북한 사회가 폐쇄적이고 (지도층 레벨이 아닌 일반 시민 레벨에서는) 맛이 간 사회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남한에서 쌀이건 햇반이건 지원이 들어가면 상당부분은 저 '비공식 영역' 을 통하여 유통될 가능성이 있고, 출처도 알음알음 전달될 수 있겠죠. 다만 북한의 통제가 아직은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기에 '비공식 영역'이 여론을 형성하는 힘이 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중에도 북한 사회는 계속 변하고 있습니다. 정권 승계를 하기 위해서 대내외 적으로 드러내놓고 호들갑을 떠는 이유가 그것이겠죠. 우리도 호불호나 가쉽 선에서 통일 문제를 바라볼 것이 아니라, 일련의 연구결과들을 교육 현장에 반영해서 북한의 현재 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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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14 21:22
수정 아이콘
최근 북한 상류층 자제들에게서 PMP에 추노 넣어서 보는게 유행이었다고 하죠.
추노를 안 보면 이야기에 끼지도 못 할 정도로 북한에서도 암암리에 인기 많았다고 하더라고요.
10/09/14 21:28
수정 아이콘
일단 북한정권, 다시말해서 김정일의 장악력이 가면 갈수록 떨어진다는 반증이 되겠지요
사실 이때까지 비정상으로 붙들어놓은것만 해도 가히 대단하다? 라고 말할수도 있는데요
이제 그 한계치에 다 다른 증거가 아닐까 싶습니다
다만 문제는 김정은이라는 후계자 교체로 인하여 권력층 물갈이 한번 쓱 하고
그 한계치를 조금 더 늘려버리는게 문제가 되겠지요
그런 점에서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북한에 또 쌀 지원이니 이런걸 좋게 생각하고 있진 않습니다
자꾸 다 꺼져가는 촛불에다가 물뭍은 종이 얹어주는 기분이라서요;
그렇다고 뻔히 군인 식량으로 가는거 알지만서도 북한국민 굶어죽게 놔둘수도 없는 노릇이고
참 이래저래 복잡한 문제입니다
10/09/14 21:34
수정 아이콘
북한의 TV송신 방식이 같나요?
아니면 북한 주민 상당수가 위성TV라도 보유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10/09/14 21:39
수정 아이콘
분명이 언젠가 북한은 무너질텐데, 그 후유증이 두렵습니다.. 좋은 결말이 날 것 같지 않아서요
LucidDream
10/09/14 21:39
수정 아이콘
얼마전 MBC 아침방송 사랑더하기에 나온 탈북 여성과 한국인 남편의 내용 중에서 남편이 북한에 있는 장인,장모에게 꼬박꼬박 송금하고
(네 중국이 아니라 북한에 있는) 전화 통화하고 한다는 내용을 듣고 '응?' 싶었는데, 이런 기사가 나올 정도면 어느정도 납득이 되네요.
10/09/14 21:59
수정 아이콘
돈좀만 있으면 브로커를 통해 한사람 탈북시키는거 일도 아닙니다.
심지어 수용소에 있는 사람을 빼내오기도 하죠;;;(더 비싸서 문제죠..)

중국제 싸구려 DVD 플레이어와 중국에 넘쳐나는 불법 복제 한국 드라마들이야 쉽게 들어갈꺼라고 생각합니다..
밀가리
10/09/14 23:00
수정 아이콘
돈만 있다면 한국 사람도 중국 국경을 통해서 브로커와 연결해서 북한 갈 수 있습니다.
중국 국경 북한 사람들이 중국 핸드폰가지고 있는게 보통이죠. 그래서 중국에서 송금할 때 그 핸드폰 이용하구요.
츄츄호랑이
10/09/14 23:43
수정 아이콘
북한이 독재국가에 폐쇠적인 경제체제를 갖추고 있지만 일부 사람들이 생각하듯 그렇게 극단적으로 고립된 국가는 아니에요.
북한 주민이 남한의 미디어를 암암리에 유통해서 소비하고 있다는 소식도 관련통 등을 통해 제가 더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접한 것 같아요.
모쪼록 남한 미디어가 북한의 체제 개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성야무인Ver 0.00
10/09/15 01:58
수정 아이콘
뭐 가능하겠죠. 중국산 DVD플레이어의 가격이 얼마인지 아시나요? 북미권에선 20달러에도 판매되고 가끔 10달러 (Mail in Rebate를 통해서)에도 판매됩니다. 아마 북한에 들어가는 물건들은 중고라면 10달러 미만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10/09/15 06:09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적절히 레퍼런스를 제시해주셔서 글을 읽는데 보다 편할수 있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드리며,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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