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반적으로 일본 총리 = 자민당 총재라고 생각합니다만, 이번엔 좀 다를 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시작은 자민당 총재선거로 시작합니다. 당시 주요후보로 꼽힌게 하야시 요시마사, 다카이치 사나에, 고이즈미 신지로 이 세명이었죠. 사실 초반에 다카이치 사나에(이하 다카이치)는 당선 가능성이 낮다고 봤습니다. 왜나면 당시 주요 인사 중 하나인 고노 다로가 불출마 하고 고이즈미 신지로(이하 신지로)를 지지하면서 당시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인 아소파가 신지로 전면지지를 하는게 아니냐는 말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여기에서 옆나라에서 대형사건이 폭발합니다. 바로 9월 23일 김건희 특검에 의해 권성동과 통일교 한학자 총재가 구속된 것이죠. 이는 자민당 내 아소파에게는 엄청난 위협으로 다가왔을겁니다. 아베 암살사건 이후 불거진 통일교의 정치자금 스캔들은 일본 정가를 흔들어버린 사건임에도 정치자금 문제와 함께 일본 검찰의 칼날은 자민당과 정계에 확 닿진 않았거든요.(구속된 사람이 고작 두명)

총재선거가 진행되자 뭔가 이상한 결과가 나옵니다. 총재선거가 신지로가 유리할 것으로 생각됐는데 정작 다카이치가 당선된 것이죠. 이후 다카이치는 당선 기자 회견에서 "파벌의 뒷돈 문제에 연루된 의원에 대해서도 조치할 생각 없고 선거를 통해 국정에 돌아왔기 때문에 인사 영향 없이 등용할 것"이라고 발언합니다. 다른 벌집도 아니고 통일교 문제로 옆나라에서 온갖 보도가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일본도 관심을 가진 사항에서 다카이치가 정치자금과 통일교 연관 인사들에 대한 재입각 이야기가 나와버리니 안그래도 불이 옮겨 붙을 수 밖에요. 안그래도 옆집에서는 팡팡 터져나가는 와중인데도 불구하구요. 안그래도 통일교 수사 및 한학자 구속으로 인해 일본 언론들이 우리나라의 종교학자나 정치평론가들과 인터뷰 하며 보도하곤 했었는데, 내부에서 이런일이 터져버리니 공명당 입장에서도 큰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여기에 다카이치의 개인 역시도 아베 이상의 극우성향이 강해서 안그래도 야당들 뿐만 아니라 연정중이던 공명당 내에서도 많은 배척을 받던 인사였습니다. 즉 프랑스 대선처럼 르펜만 아니면 된다라는 식으로 마크롱이 당선되었듯, 야당들은 일단 공공의 적인 다카이치를 막기 위해서 대체제를 찾기 시작합니다.

148석의 제1 야당인 입헌민주당과 38석의 일본유신회의 사이는 매우 험악합니다. 만일 자기네 당수를 총리지명선거에 내보낼 경우 좌절될 가능성이 높죠. 그런데 여기서 떠오른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28석의 국민민주당 당수 다마키 유이치로(이하 다마키)입니다. 이는 입헌민주당이 총리를 지명하면 일본 유신회가 이를 응하지 않을거라 여겼고, 일본 유신회도 다마키가 총리가 되면 연합에 동의하겠다는 의사를 전하자 입헌민주도 정권교체가 최우선이라며 이 조건을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죠.

급해진 다카이치는 온갖 방법을 시도하기 시작합니다. 공명당을 달래야 할것 같은데 일단 그렇게 외치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일단 보류하겠다고 발표합니다. 동시에 뭘 했냐 하니...

일본 의회 임시일정을 17일로 늦추는 방안을 검토하는 동시에 5일 밤 다아키와 비밀회동을 통해 회담을 진행했다는 것이죠. 여기에 당 부총재로 내정된 아소 다로 역시 국민민주당 신바 카즈야 간사장과 회담했다고 합니다. 일설에는 다마키와 국민민주당이 연정하면 다마키에게는 재무대신(재정경제부 장관)이 주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거든요. 문제는 국민민주당의 주요지지기반이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라는게 문제죠. 이들은 자민당에 매우 적대적이거든요.

이 비밀회동이 알려지자 공명당은 불쾌감을 드러냅니다.  공명당의 지지기반인 창가학회(SGI)역시 우려가 전달되었으며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비공개회의에서 지지자들의 우려가 제기된다며 논의가 필요하다고 계속 말했거든요.

여기에 통일교가 다카이치의 발목을 잡아버립니다. 총재선거 승리 직후 통일교 일본지부쪽 공식 X에서 축하 트윗을 올렸다가 광속으로 삭제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죠. 아소 다로의 계파가 다카이치를 지지한 이유 중 하나가 통일교 커넥션 재수사 여론이 올라오는 것에 대해서 다카이치가 총리가 되면 이것을 막아주겠다는 막후 밀약이 있었다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스멀스멀 올라오던 와중이었거든요.

공명당의 반발에 이제 판단력마저 잃어버린 다카이치가 어제밤부터 신나게 난사를 시작합니다. 시작은 이것이었습니다. TV아사히 뉴스 스테이션에 나가서 공명당도 기업과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문제에 문제가 많다는 것으로 이니시에이팅을 걸어버린 것이죠.

https://news.yahoo.co.jp/articles/eb551d756c186b281de7d06824ba3c6de8b0db38

여기에 구 아베파들 역시 정치자금 스캔들은 끝난 문제라며 공명당이 정치자금 투명성 관련 법안 요구에 부당하다는 지원사격을 날립니다. 이는 시모무라 하쿠분 전 문부성 대신이 도쿄 11구에 무소속 출마했다가 낙선했는데 시모무라가 무소속 출마한 것은 바로 정치자금 사건때문에 자민당에서 컷오프 당하고 탈탕해 출마한 것이었죠. 그런데 다카이치가 시모무라를 간사장 대행자리에 앉히며 "정치자금 스캔들 끝난 이야기"라고 해버리는 바람에 공명당은 화가 났습니다. 그리고 다카이치에게 최후통첩을 날리죠.

1. 비자금 파문 인사들을 정리해라
2. 주변국들을 자극하지 않도록 야스쿠니 신사 참배 하지마라.
3. 제노포비아 반대하라.(다카이치의 외국인들의 나라 사슴괴홉힘 으로 인한 외국인 혐오발언)

자 그런데 결국 협상이 결렬되어 10월10일 오늘 3시 38분쯤 공명당은 연립 탈퇴선언을 해버립니다. 사실 전 여기까지도 혹시 다카이치가 국민민주당과 뭔가 연립정권 관련 약속을 맺었기 때문에 이렇게 파토를 내버렸나? 싶었는데 웬걸?

https://news.yahoo.co.jp/articles/3fc4c2cd13fe1efaafee1495d65ade456fc2939e

다카이치가 기자회견을 통해 공명당의 연립탈퇴 통보에 관해 분노했다며 아주 광분하기 시작했고 비슷한 시각 구 아베파들은 언론인터뷰를 통해서 너네 정치자금 문제 해결할거면 왜 이시바 총리때는 침묵했냐며 역공하기 시작합니다.

여기에 다카이치는 총리직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인터뷰를 쏟아내기 시작합니다.

여기에 공명당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서 단순히 연립파토뿐만이 아니라, 정치자금 문제에서 자민당에게 제안을 했지만 검토 두글자만 계속 말해왔다며 역공하는 사람들에게 반격을 날렸고, 이후 자-공 연정은 이 시간 이후 백지화이며 어떠한 각외협력조차 없을것이라고 못을 박아버립니다. 또한 앞으로 선거에서 자민당과는 어떠한 협력도 당연히 없을 것이며 총리 지명 선거에서 1차에서는 자당 대표를 표기하고 결선은 무효표로 기입할 것이라고 선언합니다.

여기에 입헌민주당-국민민주당-일본유신회가 다마키 유이치로를 야권 단일 총리 후보로 추대하며 동시에 레이와 신센구미와 일본공산당과도 단일후보 지지 설득에 들어갔음을 알립니다. 여기에 오늘 다카이치의 마지막 남은 희망을 짓밟아버리는 소식이 올라옵니다.

https://twitter.com/tamakiyuichiro/status/1976579935075758474

다마키가 입헌민주당에게 평화안전법제 찬성과 원전발전 정책 지지한다면 총리직 제안을 수락하겠다고 선언한 것이죠. 여기에 다마키 입장에서도 자민당에 붙기가 어려운 것이 일본노총에서 자민당을 지지하면 지지철회하겠다 시전하며 자민당에 붙어버리면 당의 존립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선택지가 벌로 없는 상황입니다.(일본노총, 즉 렌고의 조합원 수가 무려 7백만명이 넘습니다.)

여기에 신지로 역시 도광양회는 끝났는지 다카이치와 아소 다로를 긁어버리는 발언을 합니다.

https://www.47news.jp/13275406.html

"공명당의 정책 실현을 위한 노력에 감사와 존경을 표하며 구체적 의견은 자민당 신임 집행부와 논의한 다음 답변하겠습니다."

네 대놓고 긁어버린 것이죠.

충격을 받은 다카이치는 약속된 3개의 방송을 모두 취소하며 이시바 총리와 면담했는데 이 자리에서 중의원 해산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다카이치를 싫어하는 이시바가 다카이치의 중의원 해산 후 재선거를 받아줄지도 의문이고, 설령 재선거가 벌어진다 한들 도리어 자민당의 의석이 쪼그라들 가능성이 더 커서 이것도 정말 큰 악재인 것이죠.

여기에 한줄기 도움이 될까말까한 극우정당 참정당 역시도 자민당 너네가 못해서 우리가 나온건데 왜 우리가 너희랑 손잡느냐는 말로 연정에 참여할 의사가 없다고 피력했지만 400여석 중 고작 8석이라 큰 힘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설령 다카이치가 공명당이나 국민민주당 내 반란표, 혹은 야당간 연정합의가 불발되어 총리가 된다 한들, 출범부터 사실상 식물총리가 될 학률이 높으며 이미 총재 선거 전 이시바 이후 총리가 3개월 내에 사임할 것이라는 전망이 도리어 맞아들어갈 가능성도 있죠.

결국 다카이치가 자기 욕심을 채우기 위해 할짓 못할짓 다해가며 손잡으면 안되는 세력들과도 손잡았다가 지옥불 vs 용광로 쇳물 다이빙이라는 이지선다에 걸리는 모습인데, 저는 아무리 봐도 과거부터 보아온 정치적 판단력이 부족해 몰락해가는 여성정치인의 전형적인 모습같더라구요.(후한의 하태후라던가 무주의 측천무후, 당의 위황후와 안락공주 같은.)

뱀빌 1. 이 와중에 기사 하나가 떴네요.
https://www.yomiuri.co.jp/politics/20251010-OYT1T50140/
다카이치 총재 - 이시바 총리안을 자민당 내에서 검토하고 있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