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여러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특정 의견이나 사고방식을 비판하기 위해 '영포티'라는 경멸적인 딱지를 붙이는 현상을 쉽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이 용어를 사용하는 이들은 주로 30대로 추정되며, 자신들을 '젊은' 20대와 동일시하는 동시에 '낡은' 40대로부터 선을 그으려는 심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세대 분리 시도에는 기본적으로 모순이 있죠.

가장 먼저 지적해야 할 사실은, 이들이 '영포티'를 비판하는 바로 그 장소가 역설적이게도 30대와 40대가 주류를 이루는 커뮤니티라는 점입니다. 스타랑 롤 좋아하는 커뮤니티 그 자체로 사이트 연령대가 높다는 방증이며, 이는 그들의 정신적, 문화적 세계관이 자신들이 분리되고자 하는 40대와 훨씬 더 가깝다는 것을 뜻합니다. 사람은 결국 자신의 관심사와 취향이 일치하는 공간에 머무르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논쟁의 본질을 생각해보면 이 점은 더욱 명확해집니다. 가령 T1 팬덤과 Gen.G 팬덤이 여러 주제들로 대립할 수 있는 것은,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공유하기 때문입니다. 관심이 없다면 논쟁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누군가 스타크래프트의 '이영호 대 이윤열' 구도를 논하며 이윤열 지지층들을 '영포티'라 비난한다 한들, 그 논쟁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이미 그들을 3040이라는 범주 안에 묶어줍니다. 요새 10대와 20대가 과연 이윤열 VS 이영호에 관심이나 갖겠습니까.

부동산, 저출산, 젠더 갈등과 같은 사회적 담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주제들은 20대보다는 당면 과제를 앞둔 30대와 40대의 핵심 관심사입니다. 의견이 다를 수는 있지만, 이러한 주제로 토론하기를 즐긴다는 사실 자체가 이들을 하나의 그룹으로 묶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슬램덩크/원나블 좋아하고 롤 시청을 즐겨하며 스타 BJ들에게 관심이 많은 30대들은 문화적으로 20대보다는 40대에 훨씬 가깝고 그런 커뮤니티 사이트들은 40대가 꽤 많을 것입니다. 이들을 '2030'으로 묶는 것은 어색하며, '3040'으로 분류하는 것이 훨씬 타당합니다.

특히 정치 주제에 PGR 이 열광하는 것은 그 자체로 사이트 나이가 꽤 있다는 거죠, 정치만큼 아재들이 좋아하는 주제들은 흔치 않아요. 정치 얘기에 이어서,'영포티'라는 밈이 특정 정당에 대한 40대의 높은 지지율을 조롱하려는 정치적 의도를 담고 있는 점도 분명히 보입니다. (그래서 굳이 정치 카테고리로 썼고요.) 지난 선거들의 30대 남성 투표 성향을 분석해 보면, 진보와 보수 지지세는 거의 절반으로 나뉩니다. 만약 30대 남성의 80%가 보수를 지지하고 20%만이 진보를 지지하는 식의 극단적인 분화가 나타났다면 세대 간 정치적 단절을 주장할 수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마 본인들이 영포티라고 비판하는 커뮤니티의 상대방의 나이가 본인보다 높다는 보장은 별로 없을 걸요.

결국 3040 세대가 주류인 커뮤니티에서 '영포티'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은, 주말마다 등산 동호회에 나가 막걸리를 마시는 사람이 "왜 이렇게 아저씨들이 많으냐"고 불평하는 것과 같습니다. 비판의 화살은 결국 자기 자신을 향하게 됩니다.

진정으로 젊은 세대와 묶이고 싶다면, 그들의 문화와 관심사가 지배적인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일 것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취향과 세계관이 명백히 40대와 맞닿아 있는 공간에 머무르면서 '영포티'라는 낙인을 사용하는 것은, 자기 얼굴에 침 뱉는 행위로 볼 수 밖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