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은 제목과 영화 전반적인 질감이 묘하게 다릅니다. 마치 스릴러스러운 제목과, 묘하게 향수가 느껴지는 포스터를 지나 거의 4시간에 달하는(!) 이 영화를 접하면 만나게 되는 영화의 모습은 건조하되, 굉장히 촘촘한 느낌입니다.
영화의 호흡은 길고 느린 편입니다만, 영화의 장면이 허투루 쓰였다는 느낌을 찾기는 힘듭니다. 4시간에 가까운, 3시간 57분의 이야기입니다만 굉장히 촘촘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게, 연기의 측면이든, 연출의 측면이든, 서사의 측면이든요. 물론 호흡 자체가 워낙 길기도 하지만...
영화의 이야기는 1961년의 대만, 타이페이를 배경으로 펼쳐집니다. 주인공 샤오쓰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느껴지는 건, 건조함 속에서 묘하게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비틀린 세계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영화가 130분 부근에서 한번 인터미션(쉬는 시간)을 가지는데요, 이때까지의 제 감상은 '소년, 세상을 만나다.' 였습니다. 그러니까, 처음 만나는 감정, 관계, 어려움, 고난 등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이 들었거든요.
2막, 그러니까, 인터미션 이후의 이야기는 훨씬 더 폭발적입니다. 그러니까, 전반부의 이야기가 세상과 대면하는 이야기라면, 후반부의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충돌하고 폭발하는 이야기에 가깝습니다. 다만, 실제로 폭발하고 충돌하는, 조금 더 공격적인 영화라기보단, 조용히 눌러담다 분출하는 방식에 가깝긴 하지만요.
이 영화가 어딜 범인으로 지적하는지 찾기는 애매합니다. 그러니까, 워낙 폭력적이고 혼돈스러운 세상에서 가장 폭력적인 방식으로 그 세계에 대응해버린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하거든요. 어떤 측면에서는 저는 이 영화가 <아키라> 내지 <크로니클> 같은 폭발하는 소년에 대한 이야기의 원형 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때때로 등장하는 시대적 배경을 의심하게 되기도 하고, 알 수 없는 관계와 감정에 대한 이야기같아 보이기도 하는 이 영화는, 결국 그 세상 전체를 놓고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제가 좋아하는 리뷰 웹툰, 부기영화에서 <시계태엽 오렌지>에 대해 이런 이야기를 한적 있습니다. '폭력에 길들여진 아이들과 새로운 세대'에 대한 이야기라고.
어떤 측면에서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은 비슷한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폭력적 세상이 길들여버린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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