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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4/06/28 07:48:53
Name 계층방정
Subject [일반] 已(이미 이)에서 파생된 한자들 - 써 이, 별 태/나 이 등 (수정됨)

몸/여섯째천간 기(己), 뱀/여섯째지지 사(巳), 이미 이(已) 세 글자는 매우 비슷하게 생겼기에 지금도 헷갈리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 시간에는 巳에서 파생된 熙에 들어가는 턱 이로 잠깐 샜는데, 오늘은 이 己, 巳, 已의 마지막 시리즈인 已를 다뤄보고자 한다.

已는 시간에 따라 다음과 같이 변천해 왔다.

왼쪽부터 이미 이(已)의 갑골문, 금문, 전국문자, 예서, 해서. 출처: 國學大師

왼쪽부터 이미 이(已)의 갑골문, 금문, 전국문자, 예서, 해서. 출처: 國學大師

이 글자는 써 이(以), 사사 사(私)의 원형 등과 연관이 있다.

왼쪽부터 써 이(以)의 갑골문, 금문, 전국문자, 전서, 예서, 해서. 출처: 國學大師

왼쪽부터 써 이(以)의 갑골문, 금문, 전국문자, 전서, 예서, 해서. 출처: 國學大師

써 이(以)는 갑골문에서는 이미 이(已)에 사람 인(人)이 더해진 모양이었는데, 人 없이 已와 같은 형태로 쓰기도 했다. 금문부터는 人이 없어져 已와 같은 글자가 되었다. 그러나 해서에서 다시 人이 추가되어 已와 구분되었다.

이 모양의 해석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주된 해석은 태아를 본뜬 巳를 뒤집어놓은 모양으로 태아가 태어나는 모습을 본떴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뜻을 더 명확하게 하기 위해 태어나는 아기를 받는 강보 모양의 口를 더해 台(별 태, 나 이)를 만들었다가, 이 글자도 본의를 나타내지 않게 되면서 또 다른 의부인 肉을 더해 胎(아이밸 태)를 만든 것이 된다. 또 다른 해석으로는 쟁기 모양을 본뜬 것으로, 나중에 '이미'라는 뜻으로 가차되면서 已에서 파생된 써 이(以)의 다른 형태인 㠯에 뜻을 나타내기 위한 耒를 덧붙이면서 耜(따비/보습 사)가 되었다고 한다. 또 다른 설에서는 율무의 열매를 본뜬 것으로, 역시 나중에 以에 뜻을 나타내기 위한 艸(풀 초)를 덧붙여 苡(율무/질경이 이)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갑골문에서부터 이미 已나 以는 상형문자의 의미로 쓰이지 않았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은 추측에 불과하다. 갑골문에서는 쓸 용(用)의 뜻으로 쓰기도 하고, 지금의 以, 已의 뜻으로 쓰기도 하며, 새 을(乙)과 통용해 쓰기도 한다. 已를 보습의 뜻으로 보는 이유 중의 하나가 쓰다의 의미가 보습을 쓰다에서 파생된 것으로 보는 것이다. 已나 以가 설령 보습의 뜻이 아니라 할지라도, 이 글자들의 어조사로서 의미는 기본적으로 '쓰다'에서 나온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인지 以의 한국어 훈도 '쓰다'에서 나온 '써'다.

已가 본디 태어나는 아기의 뜻이었다면 似의 풀이에도 도움이 된다. 이 글자는 '닮다'를 뜻하며, 또 '잇다, 계승하다'를 뜻하는 嗣(이을 사)와 상통한다. 태어나는 아기는 부모를 닮으며, 부모의 대를 잇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似가 嗣와 상통하는 글자라서 그런지 嗣의 이체자에는 已에서 파생된 台가 들어가는 다음의 글자도 있다.

嗣(이을 사)의 다른 형태.

嗣(이을 사)의 다른 형태.

한편 설문해자에서는 台를 '기쁘다'로 풀이했는데, 지금은 이 뜻은 남아 있지 않고 怡(기쁠 이)가 대신했다. 아마도 아이를 낳으니 기쁘다에서 나온 뜻이 아닐까 싶다.

已(이미 이, 이왕(已往), 부득이(不得已) 등. 어문회 준3급)에서 파생된 한자는 다음과 같다.

已+人=以(써 이): 이래(以來), 이전(以前) 등. 어문회 준5급

已+口=台(별 태/나 이): 삼태성(三台星), 태보(台輔) 등. 어문회 2급

以에서 파생된 한자는 다음과 같다.

以+人=似(닮을 사): 사이비(似而非), 유사(類似) 등. 어문회 3급

以+耒=耜(따비/보습 사): 뇌사(耒耜) 등. 어문회 특급

以+艸=苡(율무/질경이 이): 부이(芣苡), 의이(薏苡) 등. 어문회 준특급

台에서 파생된 한자는 다음과 같다.

台+冫=冶(풀무 야): 야금(冶金), 도야(陶冶) 등. 어문회 1급

台+土=坮(돈대 대): 동대(東坮), 석대(石坮) 등. 어문회 준특급

台+女=始(비로소 시): 시작(始作), 개시(開始) 등. 어문회 준6급

台+心=怡(기쁠 이): 이목(怡穆), 앙념불이(怏念不怡) 등. 어문회 2급

台+心=怠(게으를 태): 태만(怠慢), 권태(倦怠) 등. 어문회 3급

台+木=枲(수삼 시): 모시(牡枲) 등. 어문회 특급

台+歹=殆(거의 태): 태반(殆半), 위태(危殆) 등. 어문회 준3급

台+水=治(다스릴 치): 치료(治療), 정치(政治) 등. 어문회 준4급

台+竹=笞(볼기칠 태): 태형(笞刑), 갑태(甲笞) 등. 어문회 1급

台+肉=胎(아이밸 태): 태아(胎阿), 모태(母胎) 등. 어문회 2급

台+艸=苔(이끼 태): 선태(鮮苔), 태류(苔類) 등. 어문회 1급

台+言=詒(보낼 이/속일 태): 손이양(孫詒讓) 등. 어문회 특급

台+貝=貽(줄 이): 이우(貽憂), 증이(贈貽) 등. 어문회 준특급

台+足=跆(밟을 태): 태권도(跆拳道) 등. 어문회 1급

台+辵=迨(미칠 태): 어문회 특급

台+邑=邰(나라이름 태): 유태거서(有邰秬黍) 등. 어문회 준특급

台+風=颱(태풍 태): 태풍(颱風) 등. 어문회 2급

台+食=飴(엿 이): 이당(飴糖), 수이(水飴) 등. 어문회 준특급

台는 어문회 급수 한자만 따져도 18글자를 파생시키고 있다. 以에서도 3글자가 파생되었으니, 已에서 파생된 글자는 以와 台까지 합쳐 급수 한자가 무려 23글자나 되는 것이다.

已(이미 이)에서 파생된 한자들.

已(이미 이)에서 파생된 한자들.

台에서 파생된 글자들에서는 台가 의미 기능도 하는 것 같다. 台의 다른 뜻인 '기쁘다'가 의미 파생의 핵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治는 물을 다스려 기쁘게 하다, 飴는 밥으로 만들며 입을 기쁘게 하는 엿, 貽는 재물로 기쁘게 하고자 주다, 笞는 대나무로 다스리기 위해 볼기를 치다, 이렇게 연관지을 수 있겠다. 이쪽으로는 음이 대부분 '이'다.

또 다른 핵은 태아의 탄생으로, 胎는 당연하고 始는 여자가 아이를 낳으니 시작하다, 殆는 아이가 죽을 것 같이 위태하다, 怠는 아이를 낳고 나니 마음이 풀어져 게으르다, 迨는 아이가 태어나듯 어떤 단계까지 미치다, 跆는 발로써 어떤 곳에 미치기까지 밟다. 이렇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쪽으로는 음이 대부분 '태'다.

한편 식물의 이름을 나타내는 枲나 苔, 바람의 이름을 나타내는 颱, 나라의 이름을 나타내는 邰에서는 순수한 성부로 쓰였음이 분명하다.

이와 같은 台를 성부로 삼는 파생 한자들의 의미 관계를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브런치 글 이미지 5

治에서 台가 의미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治의 옛 형태 중에 亂-乙+台가 있기 때문이다.

治의 전초고문자. 출처: 小學堂.治의 전초고문자. 출처: 小學堂.

왼쪽 부분은 어지럽게 뭉친 실뭉치를 정리하는 것으로 '다스리다'나 '어지럽다'를 뜻하며 亂(어지러울 란)의 원 글자이다. 治의 음이 이와는 멀므로 台가 음을 나타내며, 성부가 교체되지 않았으므로 의미에도 기여한다고 볼 수 있다. 어지러운 것을 쳐서 다스리므로 기뻐한다는 뜻의 구성이 되는 것이다.

이런 한편 엿 이는 台가 의미에 기여하지 않는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은 게, 옛 문자에 台 대신 異를 사용한 글자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台나 異나 의미에 기여하지 않는 순수 성부가 되는 것이다. 그래도 형성자를 체계적으로 묶기 위한 노력으로 봐 주셨으면 한다. 다만 이 飴의 옛 글자를 異가 아닌 共(함께 공)이 들어간 글자로 보기도 하는데, 그렇다면 엿 이의 台가 의미에도 기여한다는 가설을 견지할 수 있을 것 같다.

異(다를 이)나 共(함께 공)이 들어간 飴의 이체자. 출처: 小學堂

異(다를 이)나 共(함께 공)이 들어간 飴의 이체자. 출처: 小學堂

冶는 금문 중에 台와는 무관한 글자들이 많으나, 台가 들어가는 글자들도 있기 때문에 일단은 已의 파생자로 포함했다. 이 台와는 무관한 글자들은 土(흙 토)나 火(불 화)를 포함하고 있어 제련 과정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冶(풀무 야)의 여러 가지 금문. 출처: 小學堂

冶(풀무 야)의 여러 가지 금문. 출처: 小學堂


요약

已(이미 이)는 태아를 그린 巳(뱀/여섯째지지 사)를 180도 돌린 형태로 아이가 태어남, 또는 보습, 율무에서 유래했다고 하는 설이 있다.

已에서 以(써 이)와 台(별 태/나 이), 以에서 似(닮을 사)·耜(따비/보습 사)·苡(율무/질경이 이)가, 台에서 冶(풀무 야)·坮(돈대 대)·始(비로소 시)·怡(기쁠 이)·怠(게으를 태)·枲(수삼 시)·殆(거의 태)·治(다스릴 치)·笞(볼기칠 태)·胎(아이밸 태)·苔(이끼 태)·詒(보낼 이/속일 태)·貽(줄 이)·跆(밟을 태)·迨(미칠 태)·邰(나라이름 태)·颱(태풍 태)·飴(엿 이)가 파생되었다.

台를 성부로 삼는 형성자 중에서는 '기쁘다'와 '아이 배다'에서 각각 의미를 가져온 파생자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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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언급금지
24/06/28 11:08
수정 아이콘
갑골에 기록될 때부터 이미 상형의 뜻을 잃어버린 글자...인 셈이네요.
그만큼 자주 썼던 것일텐데... 말하다 막히면 가져다 쓰는 급이니...
갑골이건 금문이건 고문이건 간에 참...

늘 재밌는 글 감사합니다.
계층방정
24/06/28 15:06
수정 아이콘
그러게요. 갑골문에서부터 아무데나 가져다 쓴 느낌입니다.
항상 재미있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24/06/28 13:49
수정 아이콘
오늘도 많이 배우고 갑니다. 가르쳐 주셔서 고맙습니다.
계층방정
24/06/28 15:06
수정 아이콘
덕분에 감사드립니다. 항상 좋은 글로 보답하겠습니다.
24/06/28 13:52
수정 아이콘
오 써이의 변 부수가 저거군요.
진짜 쓰다보니 막 붙은 느낌이 있네요 크크
계층방정
24/06/28 15:06
수정 아이콘
저도 써 이랑 이미 이가 서로 관련이 있는 줄 이번에 찾아보고 알았습니다.
손꾸랔
24/06/28 16:43
수정 아이콘
[~로써]의 '써'가 '쓰다'의 뜻인지 왜 여태 몰랐지! 그냥 '~을 써서'의 뜻이구요. 덕분에 우리말도 배웁니다.
그렇게 보면 [~로써][~로서]를 헷갈릴 일도 없겠군요. (어쩌면 '~로서'는 '서다' 즉 지위를 뜻하는게 아닐지)
의외로 이 둘을 잘못 쓰는 기사나 공문이 오히려 요즘 눈에 많이 띄더군요.
계층방정
24/06/30 15:25
수정 아이콘
아하, -로써가 '-써'에서 나온 말이었군요!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 좋은 깨우침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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