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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9/09 23:47:13
Name 노틸러스
Subject [기타] 대도서관이 연 길. 1인미디어, 스트리밍 플랫폼, 그리고 e스포츠 : 대도서관님을 추모하며
며칠 전 대도서관님의 부고를 접한 이후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황망하고, 슬프기도 했고.. 이를 어떻게 추모해야 할지 고민을 하기도 했습니다. 몇몇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대학에서 e스포츠 산업을 몇 년 째 가르쳐 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매주 그 수업의 시작은, "이주의 e스포츠" 라는 제목으로 해당 주차에 일어난 e스포츠 관련 일들을 학생들에게 설명하는 것으로 스타트를 끊곤 합니다.

어제 조용히 대도서관님의 빈소를 다녀오며, 이번 주 가장 큰 사건은 대도서관님의 부고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저희 학생들에게 대도서관님을 소개하고, 또 그가 했던 일들이 1인미디어, 스트리밍 플랫폼, 그리고 나아가서는 e스포츠와 어떤 관련이 있는가를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게 제 나름대로의 추모의 방식이라 생각했구요.

이런 이유로, 제가 하고 있는 개인 방송에서 공개강의의 형식을 빌어 스트리밍을 진행했고, 그 요약 내용을 여러분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본론의 주장의 근거는 주로 대도서관님의 책 "유튜브의 신"에서 차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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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의 시대, 청정 방송을 선택하다

2010년대 초반 아프리카TV가 사실상 시장을 독점하던 시절, 방송은 자극이 전부였습니다. 욕설, 간장 들이붓기, 기행과 선정성 같은 것들이 개인방송의 대명사로 비추어지던 시절이었습니다. 대도서관은 정반대의 길을 택했습니다. 그는 방송을 스스로 “유교방송”이라 불렀고, 실제로 욕설 한 마디 없이도 시청자들을 사로잡았습니다. “청정 방송인데 재미는 끝내준다.” 이것은 단순한 캐치프레이즈가 아니라, 건전함도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사건이었습니다.


플랫폼 권력을 흔든 선택

아프리카TV와의 광고비 갈등 끝에 그는 유튜브와 트위치로 옮겨갔습니다. 이 선택은 단순한 이적이 아니라 권력 구조를 바꾸는 사건이었습니다. 그의 이동을 따라 다른 스트리머들이 플랫폼을 떠났고, 유튜브와 트위치는 인터넷방송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결과적으로 플랫폼 간 경쟁이 촉발되었고, 화질·기능·서비스 품질이 개선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1인 미디어가 직업과 산업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대도서관은 단순히 한 개인의 성공을 넘어, 플랫폼 독점 구조를 흔든 선구자였습니다.


e스포츠 팬 경험과 스트리밍의 의미

저는 수업에서 e스포츠 팬 행동을 설명할 때, 선수–팀–스트리머라는 세 축을 제시합니다. 전통 스포츠 팬들은 주로 팀과 선수에 의존하지만, e스포츠 팬덤에는 스트리머라는 독특한 접점이 존재합니다. 스트리밍은 단순한 개인 방송이 아닙니다. 팬들은 스트리머를 통해 “집에서 선수를 더 가까이 보는 경험”을 합니다. 때로는 경기장에서보다 더 친밀한 감정을 제공하죠. 스트리밍은 팬들의 시간을 채워주는 존재였고, 그 문화를 정착시킨 상징이 바로 대도서관이었습니다.


게임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맞선 목소리

대도서관은 방송 안에서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그는 국회 토론회, 방송 토론 프로그램 등에서 당당히 목소리를 냈습니다. 2019년 MBC 100분 토론에서 게임중독 질병 코드 논쟁이 벌어졌을 때, 그는 “게임은 이미 문화이고, 아이들에게 성취와 관계를 제공하는 공간”임을 역설했습니다. 그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2025년에도 동일하게 "게임은 질병이 아니"라는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 참담합니다. 그렇기에 그의 부재가 더 크게 다가옵니다. 게이머와 게임을 변호하던 가장 큰 스피커 하나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퍼스널 브랜딩의 교과서

대도서관님은 그의 책에서 본인의 브랜딩 방법을 공개하였습니다. 학력·소속 같은 전통적 권위 대신에, "대도서관"이라는 본인의 브랜드를 갖기 위해 정체성과 서사를 갖추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는 e스포츠팀들이 가져야 하는 팀브랜딩에도 그대로 적용되며, 취업시장에 나가야 하는 저희 학생들의 퍼스널 브랜딩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시간을 함께 한 사람

콘텐츠의 홍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현대 미디어 환경에서 사람들이 어떤 콘텐츠를 소비하느냐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대도서관님의 개인 방송은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시간을 함께 했다는 점에서 가장 큰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더 이상 대도서관님의 개인 방송을 볼 수 없다는 점이 너무 슬프지만 한편으로는 유튜브에 남아있는 영상이 많기 때문에 당분간은 버틸 수 있을 것 같다는 위안도 받습니다. 


다시 한 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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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더 긴 이야기를 듣고 싶으시거나, 평소 제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하셨다면, 다음 영상을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짧게는 못하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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