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많은 반응이 있어서 놀랐습니다.
보다 책임감을 가지고 글을 써야겠다는 각오를 다졌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1편링크
https://pgr21.co.kr/?b=6&n=63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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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은 바로,
베인과 모르가나.
불편한 심기에 한 두마디 독설을 내뱉다가,
쏘아붙이는 내가 진짜 '나쁜 놈'이 되버렸다.
모르가나(0/8/3): 할말이 없습니다. 정말 죄송해요 여러분...
베인(1/3/2):야레야레~아직 서렌은 이르다고 boy♂
...
순간 이 둘의 모습에서,
삼국지의 유비와 장비가 연상되었다.
아마,
장판파에서 유비가 내탓이오 내탓이오 계속 질질짜고,
그 옆에서 장비가 형님 걱정마시우 내가 지켜드리겠슈라고,
드립을 친다면 딱 이런 느낌이었겠구나...
아,
잠시 잊고 있었지.
이 롤이란 겜은 경쟁을 가장한 '역할극'이었단 걸.
괜히 몇 마디 더 쏘아붙이고 더 나쁜 놈이 되서,
피해자 코스프레도 못해보고 정치질 당하긴 싫어졌다.
다인 리폿은 호환, 마마보다도 무섭기에.
불필요한 채팅을 멈추고,
다시 게임에 집중을 하려는데...
그런데 말야,
문제는 성곽 밖에 아두...아니 와드는 누가 박냐고.
...
누가하긴 누가해.
서폿나부랭이인 내가 해야지.
장판파에서 아두를 박...아니 구하기 위해,
난 졸지에 조자룡이 되었다.
이미 성곽 밖은 죄다 적의 땅.
다행히 나 스웨인에게는 시야체크를 할 수 있는 스킬이
무려 2개(W,E)나 있다.
그래,
한 부쉬, 한 부쉬 W와 E를 써가며 와드를 박는다.
깜깜하던 우리 블루진영이 조금씩 밝아진다.
휴...생각보다 순조로웠어.
이왕 온 김에 강가에 가서 목 좀 축여볼까?하는 찰나에.
아뿔싸.
익숙한 투사체 하나가 슝하고 날라와,
내 몸을 감쌌다.
그 순간 나는 나도, 스웨인도 아닌,
그저, 그저...평범한 '물고기밥'이었을 뿐이었다.
품안에 지닌 초시계를 켜볼 틈도 없이,
1초만에 끔살당했다.
...
그제서야 깨달았다.
물은 집에서 마셔야 한다는 것과,
나 스웨인은 시야 체크를 할 수 있는 기술이 2개나 있지만,
적한테서 도주할 수 있는 기술은 하나도 없다는 거.
그 조자룡은 말이라도 타고 있었는데 말야...
요즘 세상에 뚜벅이가 말이 되나.
아님 헤카림서폿이라도 해야되나.
탈 것이 없는 미개한 롤 out!
역시 대세는 시공...히오스가 최고시다.
...
빤히 보고도 알고도,
계속 '물고기밥'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어쨌든 나는 서포터잖아?
어떡하긴 어떡해,
계속 뒤X야지.
X발.
그래,
나 같이 천하고 몸값도 싼 나부랭이 몸뚱이 하나 바쳐서
적 괴수..아니 상대메인딜러의 궁극기 한 방을 날리고!
팀의 시야와 주공의 안위가 안전해질 수 있다면!
기꺼이 몇 번이고 죽어드리리...
...라고 각오를 새로이 다졌지만,
기꺼이 몇 번 더 그렇게 끔살당할 줄은 몰랐다.
초시계는 키지도, 아니 켜야할 필요성조차 못 느꼈다.
정말이지 너무나도 완벽한 '살해당함'이었다.
화가 나진 않았다.
하지만,
매번 살해당할 때마다 내 책상은 탕탕 비명을 질렀다.
왜 그러는 지는 모르겠지만.
물론,
이러한 나의 고귀한 희생 덕택에,
우리 팀은 암살로부터 자유로워진 동시에,
양 사이드의 오브젝트.
누차 바론과 용이 털리는 장면을,
성안 TV 앞에 앉아 따땃하게 실시간 생중계로 볼 수 있었다.
그래,
그런 중요한 장면은 자막과 효과음만으로는 너무 심심하지.
Video killed the Radio star.
잘했어, 잘했어. 김PD.
(먼산)
자,
이렇게 우리 정글 곳곳에 아두가 박히고,
우리 팀은 정신적 지주(라고 쓰고 토템이라 읽는다) 모르가나와
정치 지도자 베인 통치 하에서,
탑 말파와 정글 볼베의 괄약근마저 안정을 찾았다.
비록 밝혀지고 확보한 영역은 전체 맵의 1/3에 불과했지만,
그 안에서 우리 팀은 실로 놀라운 수준의 침착성과 단결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물론,
빽핑과 밝혀진 시야에도 불구하고,
브론지언답게 종종 짤려주시기도 했지만,
그 것이 거대한 참사로 이어지진 않았고,
상대조합의 빈약한 공성능력에 침착히 대응하며
곧 잘 버티기 시작했다.
더더욱 고무적인 사실은,
채팅창에 잡음하나 없이 누구하나 게임에 집중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천우신조인가.
이런 우리의 숭고한 노력에 하늘도 감동을 쳐먹었는지,
우리 팀에게 공채공고...아니 '기회'를 한 두개씩 툭툭 '던져'주기 시작했다.
물론 하늘이 직접 '던져'주는 것은 아니었고,
적 팀이 알아서 '던져'주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크크큭...
역시 우리는 브론지언이야.
불리함을 극복하지도 못하지만,
유리함을 지키지도 못하지.
암살뽕에 취한 적장들은 이미 뻔할 대로 뻔한 패턴으로,
뿔뿔히 흩어져 급습 혹은 암살각을 재고 있었다.
우매한 것들.
우리가 비록 브론지언일지언정,
똑같은 것에 빤히 두 번, 세 번 계속 당해주겠느냐고.
그렇게,
우리 팀의 장대한 반격은 시작되었다.
사라예보의 '그 것'과 함께.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