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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02/14 18:32:48
Name Ace of Base
Subject 다시 시작해보자.

- 00:60


나는 개인적으로,
진심으로,
       '본좌'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본좌라는 정의는 이 스타판에서 정확한 기준도 없고 시대들의 강자에 대한 예우적인 선물,
혹은 무조건적인 '의미'만 부여하는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내세우는 기준도 무슨 대회 세번 우승 어느대회 우승...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설정이라고 생각해왔다.


이미 지난 해 신한 결승과 마스터즈때 달마록이라는 진흙투성이의 싸움을 했던 두 진영의 팬심어린 마음을 보면서
이기는 쪽과 지는 쪽의 차이는 천국과 지옥.결코 지고 싶지 않는 마음이 너무나 강해서 크게 실망하기도 한다.

(사담으로, 항상 시대의 강자들과 정상에서 대결해오면서 이기고 지고를 반복하는 이윤열 선수의 팬들은
이러한 모든 굴욕과 긴장감을 못버틴다면 오랫동안 팬으로 활동하기는 힘들지.)

본좌라는 이 단어야말로 여러 커뮤니티의 만년 '떡밥'으로써 도화선에 불을 짚히는 좋은 구실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래도 이 구실 하나로 여러 사람들이 진흙탕같은 커뮤니티를 검게 물든다는것이 평범한 무미건조함 보다는 훨씬 낫지만
팬과 팬으로써는 그 동안의 내공으로 버텨내야할 압박이기도 하다.


아무튼 이 단어가 팽배해지고 어딜 가서나 싸우게되는 모습을 보게되지만 지금은 많이 무뎌져버렸다.
아니, 이 진흙탕이 익숙해져버린걸까.


뭐 진흙탕이면 어때.
피부만 좋아지면 그만이지.


결국 달마록과 진흙탕 싸움의 끝은 '비수' 라는 진주의 탄생이었고
1년이 흐른 지금 두 진영의 진흙탕 싸움도 잊혀져가고 있다.


1년이 지난 지금, 오늘,

나는 개인적으로,
진심으로,
        '본좌'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지만,

즐기고있다.


이번엔 지난 신한시즌과는 좀 다르다.
누가 이겨도 재미있을것 같은 경기가 앞으로 30분뒤에 볼 수 있으니까.



그리고 오늘,


- 00:30


                                                        2008 MSL 곰티비 S4 8강
                                                              이제동 / 이영호




이 두 선수가 나를 흥분시키고 있다.
개인적으로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던 '본좌'라는 단어의 중심에 서 있는 두 선수의 대결이라서.
혹은 어느 잡지에서 앞으로 10년을 이끌어갈 동력이라 일컫는 이 두 선수의 맞대결이라는 생각이
더욱 더 6:30분을 기다리게 만드는것 같다.


꽤나 상투적이고 누구나 알 수 있는 인트로지만
이 둘을 간단히 한번 소개해보도록하자.


마재윤이 저그를 최고의 종족으로 만들어버렸다면
과거 최연성이 테란을 사기로 만들어버렸던것처럼
저그를 사기로 만들어가고 있는,
이제동.


현 독보적인 승률로 기세만큼이나마 지는 꼴을 못본다.

기세.
단지 이렇게 표현해야 그의 실력을 깎아 내릴 수 있을까?
어쩌면 무결점이야말로 이제동 이 사내에게 가장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싶다.
기세정도가 아니다.
상대보다 더 뛰어나기 때문에 지지 않는것이다.



난세에서 라이벌이 없으면 어딜가나 그 영웅이 빛을 발하지 못하는 법.
환타지와는 전혀 딴세계인 지금의 현실에서도 그의 앞길을 막아선 사내가 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스타크래프트.
그 마지막 세대에 서 있다는 남자,
이영호.

이름만 들으면 초등학교때 산수익힘책 응용문제에 제법 등장하는 철수와 영희같은 이름과 같이 너무나도 친근한 이름이다.
마스크와 이미지도 집에서 보이면 발로 차버리면서 굴려버리고싶은 개구쟁이 같은 귀여운 동생 이미지(훗~내스타일입니다.)

경기는 그가 내뿜는 외모적인 이미지와는 다르게 '거침이 없다.' 터프하기까지 하다.
단순히 양산형의 틀에서 뽑아내고 공격하고 이겨내는 기계적인 모습이 아닌 뜬금없는 치즈러쉬나
과감한 결단력으로 상대를 뭉개버리는거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맥과 흐름'
통한다. 그리고 이긴다.

이 어린 선수는 정말로 많은 산전수전과 모든 올드게이머가 경험한 것을 다 경험한듯한 경기력을 보여준다.



로얄로더의 앞 길을 막은 김준영,
정상의 앞 길을 두 번이나 막은 남자 송병구,

그리고 양대리그 8강전 첫 시작인 MSL에서
이제동을 만난다.

막힐 것인가,
앞으로 향할 것인가.


        앞으로 10분남았다.



-00:10

별로 글 재주도 없고, 몸도 게으르고,
얘깃거리나, 특별한 일이 없다면 글을 쓰고 싶지는 않다.

오늘은 특별하다.
그래서 글을 쓴다.
너희 둘 때문에.


다시 시작해보자.
과거의 최고의 사내들이 자웅을 겨뤄왔던
처절한 진흙투성이 같은 싸움을.


누구는 남고, 누구는 잠시 사라지게되는결과도 곧 있으면 나타나겠지만
이 둘이 치뤘던 영상만큼은 오랫동안 보존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 그리고
누가 이기고 지던간에 실망을 말라.

문득, 생각나는데.


PGR,지나간 추천게시판 어느 담벼락 벽보에 보면
아직도 이러한 글 귀가 적혀있다.

'그저 게임을 좋아하는 두 명의 선수가 대결을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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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2/14 18:51
수정 아이콘
오늘 완전히 기대됩니다^^
다시 시작하기
08/02/14 20:41
수정 아이콘
모든 스타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멋진 대결이었네요.

이영호선수... 더 강해질거라 믿습니다. 더 강해져야합니다.

이제동선수... 할말 없네요. 어떠한 찬사도 이 선수에겐 부족한 것 같습니다.
삐래삐래
08/02/14 20:46
수정 아이콘
이제동 선수 정말 잘하더군요.

동시에 이영호 어린이의 한계가 아닌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彌親男
08/02/14 21:13
수정 아이콘
항상 본좌 논쟁이 일어날 때마다 한심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본좌급 선수가 나타나면 언제나 두근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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