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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02/10 08:04:42
Name ThanksGive
Subject 문어 이야기
문어 이야기


저 깊고 깊은 바닷속에는
'별'라는 신이 만든 문어 마을이 있었어요.

그 마을에 문어들은 1살에 하나씩 다리가 자랐는데 10살이 되면 다리는 더이상 자라지 않았어요.
마을을 떠나 신을 향해 나아가는 길 위에 문어들에게만 10개 이상에 다리를 가질 수 있는 특권이 주어졌지요.
하지만, 신을 향해 나아가는 모든 문어가 다 특권을 받는 게 아니에요.

꿈이 없으면 안 돼요.

잘 걸어가지도 않거나, 중간에 먹물만 뿌리거나, 또는 주위에 게, 새우에 정신 팔려서 그거만 먹으면
다리가 하나 더 생기기는 커녕 대왕 오징어처럼 덩치만 커지곤 해요.
어떠한 것이든 '별'을 향한 꿈이 필요해요.

'더크틸리리'라는 소년 문어도 마찬가지였죠. 더크틸리리는 자기도 다리를 더 많이 가지고 싶었어요.
더 멋져 보일 테고 새우도 잘 잡을 수 있을 테니깐요. 그렇지만 꿈이 없었기에 나갈 수가 없었어요.

어느 날, '존'이라는 청년 문어가 찾아왔어요. 더크틸리리는 깜짝 놀랐어요. 존은 다리가 무척이나 많았거든요.

'어? 나도 다리를 더 가지고 싶어. 따라가야겠다. 어떻게 하면 같이 갈 수 있을까?'

더크틸리리의 마음을 읽었는지 그는
"나와 함께 가자"

더크틸리리는 순간 어리둥절 했지만 곧 생글생글 웃으며 갑작스런 그의 제안에 따라가기로 했어요.
그의 입에서 다리를 더 생기게 해줄게 라는 말이 안 나와서 못 미더워했지만요.

그리고 1년이 지났어요.
그동안 존과 더크틸리리는 형과 아우가 돼서 열심히 신을 향해 전진하고 있었죠.
하지만 더크틸리리는 여전히 다리가 더 자라지 않았고 존은 더 많은 다리가 생겨났어요.
그래서 더크틸리리는 존을 뒤에서 바라보면서 걸을 수 밖에 없었지요.

"형, 나는 왜 다리가 자라지 않아?"
"더크틸리리야. 넌 꿈이 뭐니?"

더크틸리리가 자기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엉뚱하게 묻는 존을 째려보았어요.
그러자 존은

"나는 네가 나처럼 꿈꾸는 열정을 가졌으면 좋겠어." 라고 말했어요.

그 말을 듣자 더크틸리리는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어요.
"아 정말? 그럼 나도 형처럼 열정을 꿈꿀게. 형처럼만 될수 있다면"
말로는 꿈꾼다고 말했지만 여전히 다리가 더 자랐으면 하고 생각하는 더크틸리리였어요.


2년이 지났어요.
더크틸리리는 존의 꿈을 열심히 따라갔어요. 덩치가 좋았던 더크틸리리는 다리가 하나둘씩 생길수록
신을 향해 성큼성큼 나아갔고 이젠 존과 함께 걸을 수 있게 되었어요.
존은 무럭무럭 자라나는 그를 기특해했고 이제 그와 함께 발을 맞출 수 있음에 뿌듯해 했지요.

어느 날, 존이 더크틸리리에게 말했어요.


"우리 악수할까?"


시간이 지날수록 존은 더크틸리리가 진정한 꿈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걸 알아챘어요.
그래서 존은 더크틸리리가 자신의 뒤를 따라오는 것이 아니라 꿈꾸는 열정이 있어야 더욱더 많은 다리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많은 다리로 남들보다 더 빠르고, 결코 지치지 않게 신을 향해 걸어갈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악수를 하면서 존은
'내 다리가 더 많을 테니 더크틸리리도 이제 진정으로 열정을 꿈꾸겠지' 라고 생각하며 기뻐했어요.

1, 2, 3, 4, 5, 6, 7, 8, 9 , 10, 11, 12 ........ 마지막 한 손이 남았어요.

마지막 한 손은 더크틸리리 손이었어요.
악수가 끝나고 존은 자신이 꿈꾸는 열정에 대해 실망하면서 눈물을 흘렸어요.
하지만 이렇게까지 자라준 더크틸리리를 보며 기쁨에 눈물도 같이 흘렸죠.

존이 말했어요.
"더크틸리리야, 나 때문에 수고 많이 했어. 그리고 너 덕분에 자신 조차고 속이고 있던 내 나태함을 발견했어.
신을 향한 나의 꿈꾸는 열정이 못난게 아니라 그걸 실행하는 열정이 부족했던거 같아. 이젠 내 진정한 열정을 찾아서 떠날께"
더크틸리리는 꿈이 되준 존이 떠난다는게 싫었지만 존의 열정 가득한 눈빛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어요.

다음날, 모든 다리를 들면서 떠나는 존을 배웅했어요. 그 모습을 본 존도 웃으며 모든 다리를 번쩍들어 화답했고,
또 그 모습을 본 더트틸리리는

'히 내가 형보다 다리가 많네?' 하며 더 신나게 배웅했어요.

존이 떠나가고 더크틸리리는 자신감을 꿈꾸게 됐어요.
그에 따라 다리도 더 많이 생겨났고 먹물을 뿌리고 다녀도 곰치 아저씨한테 혼날 일도 없었어요.
신을 향해 가는 길에서 그의 뒤로 많은 문어들이 스쳐갔어요. 아무도 더크틸리리를 따라잡을수가 없었어요.
모두 가장 먼저 신께 도착하는건 더크틸리리라고 생각했죠.


세월이 지났어요.
더크틸리리 앞으로 많은 문어들이 지나갔어요.
다리도 많이 떨어져 나가서 꽤나 느려졌어요 .그는 더이상 자신감을 꿈꾸지 않게 됐어요.
그리고 자만심을 꿈꾸게 됐지요.

'나 원래는 빠르거든? 근데 귀찮아. 뛰면 힘드니깐 천천히 가는것 뿐이야. 신께 가장 먼저 도착하는건 나라구'

천천히 걸어가는 더크틸리리 뒤로 멀리 존이 보였어요.
존은 헤어졌을때와 똑같은 다리를 가지고 있었어요. 하지만 그의 눈빛은 멀리있는 더크틸리리에게도 보일 만큼 강했어요.

존을 본 더크틸리리는 힘을 내기 시작했지만 점점 존과의 거리는 좁혀져만 갔어요.
더크틸리리는 이렇게 뒤 쳐저버린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있는 힘을 다해 뛰기 시작했어요.
그때, 더크틸리리는 그만 넘어지고 말았어요. 움직일수 없게 된 그는 먹물를 뿜어 자신의 몸을 감춰버렸지요.

'형이 나를 찾을 수 있을까? 형이 있었다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형이 지금의 나를 보면 뭐라할까?'




"찾았다"
존이 손을 뻗어 뿌여진 먹물속에 더크틸리리를 찾아냈어요.
"여기서 뭐하고 있어, 일어나 같이 가야지." 이제는 얼마 안 남은 더크틸리리의 다리를 잡고 존이 말했어요.

더크틸리리가 일어나지 않자 다시 한번 말을 건넸어요.

"더크틸리리야, 넌 꿈이 뭐니?"
예전처럼 엉뚱한 질문을 하는 존을 쳐다보며 더크틸리리가 조심스럽게 고백했어요.

"나? 난 자신감."

존은 꿈을 찾은 더크틸리리가 기특했어요.
"그럼 그 꿈을 가지고 다시 한번 뛰면 되잖아. 예전처럼 너에게 내가 꿈꾸는 열정을 바라지 않을께.
너는 너의 자신감으로, 나는 나의 열정으로 이젠 동반자로서 같이 뛰자.
내가 열심히 걸어오면서 들었던 소식은 더크틸리리 네가 꿈을 찾았고 걸음도 빨라 꿈을 꾸는 모든 문어들중에서 으뜸이다
라는 것과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너가 가장 먼저 신에게 도착할꺼라 믿는 문어들도 많다는 사실이었는걸. 일어나야지"

"형, 나는 이제 그만 쉬고 싶어. 이게 가장 옳은 선택인 것 같아"

"바보 같은 소리 그만해. 나는 신을 꿈꾸게 해준 열정으로 지금까지 달려왔어. 한때는 걷지도 못할 정도의 통증도 있었고
길을 잃어서 밤낮으로 헤맨 적도 있었어. 그렇다고 포기하면 널 지탱해온 꿈은 어떡할래? 널 기다리는 신은 어떡할거냐고.
널 완성할 신뢰는 너 자신 밖게 할수 없는 거 잘 알자나!"






존은 여전히 걷고 있어요. 신으로 향한 길에서 중간을 유지하며 걷고 있지요.
더크틸리리는 마을로 돌아왔어요. 어느새 청년 문어가 된 그는 자신이 꿈꾸던 꿈을 소년 문어들에게 가르치고 있어요.
존이 자신에게 많이 실망했을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더크틸리리는 더욱더 열심히 소년 문어들을 가르치고 있네요.

그리고 더크틸리리는 다짐합니다.
자신이 결정한 이 길은 신에겐 가지 못하지만 존의 걸음과 함께 걸을 수 있다는걸 존이 느낄 수 있도록.
그리고 기대합니다. 존이 그 길에서 나와 마을로 돌아왔을때 예전에 존이 자신에게 했던 말을 자신이 그에게 되돌려 줄 수 있기를.






















"형, 우리 악수할까?"




그러면 그때는 서로의 다리가 10개니깐 둘 중 누구도 울거나 떠나지 않으니
영원토록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글생글 Ductility씨의 이야기 입니다.









# Ductility는 발음대로 쓰기엔 길어서 더크틸리리라고 하였고, John은 요환을 요한으로 사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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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밥팅z
08/02/10 08:15
수정 아이콘
읽으면서 직감했지만, 역시 연성 선수의 이야기 군요.
미칠듯한 포스로 제가 좋아하던 이윤열 선수를 꺾었을때, 많이 미워했지만...
이렇게 코치로 물러나는걸 보니 가슴이 아프네요.
연성 선수 말처럼 코치 활동을 통해, 팬들에게 멋진 게임 보여주면 좋겠네요.
낭만토스
08/02/10 08:26
수정 아이콘
가슴 한 구석이 짠하네요. 휴
하얀갈매기
08/02/10 09:51
수정 아이콘
아.. 정말 뗄레야 뗄 수 없는 요환선수와 연성코치군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오가사카
08/02/10 10:49
수정 아이콘
눈물나는글이군요. 최연성선수는 잠시 쉴뿐이죠.
renewall
08/02/10 10:58
수정 아이콘
오 ~~ 아침부터 이런 감동이 +_+;;
마지막 사진에서 더한 짠함이 ㅠ_ㅠ;;
싸나이로망
08/02/10 14:33
수정 아이콘
아..짠합니다;;
추게로 갔으면 하는 바람이..
종합백과
08/02/10 15:13
수정 아이콘
이런 글 정말 좋아합니다.

필력이 대단하시네요. 추게로~
08/02/10 15:29
수정 아이콘
읽으면서 정말 감동이 ㅜ_ㅜ
연성선수, 직접적으로 팬은 아니었지만 갈수록 쌓여가는 정 덕분에 많이 응원했었는데...맘이 아프네요.
코치 활동으로라도 계속해서 연성선수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정테란
08/02/10 17:28
수정 아이콘
후~~~ 자꾸 한숨만 나옵니다. 우리 연성이가~~~
08/02/10 18:06
수정 아이콘
팬만이 이런 글을 쓸 수 있죠. 잘 봤습니다.
하지만, 우리 요환님은 불교신자인데;;(맞죠? 임요환 선수 어머님이 불교신자니까... )
08/02/10 18:55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에게도 부족합니다. 추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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