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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7/29 01:50:26
Name 이쥴레이
File #1 1957.jpg (42.9 KB), Download : 15
Subject 아버지에게


군대에서 보낸 편지를 마지막으로 이렇게 아버지에게 글 아닌 글을 다시 올리게 되었습니다.

제 26년이라는 세월의 나이를 겪으면서 어느정도 철이 들었다고 생각하지만 아버지가 보시기에는 아직도
부족해보이겠죠.  저 역시 아직은 개념이라는 것이 부족하고 정신을 덜 차렸다고  느낄때도 있습니다.
그런 아들을 26년동안 먹여주시고 재워주시고 이렇게 건강하게 키워 주셨습니다.

아버지께서 언제나 말씀하시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자신이 겪고 지난 수많은 일들과 세월은 경험이고 그것이 인생에서 진리다. 그리고 강해야 산다"

언제나 남에게 도움받지 말고 자신 스스로 개척하고 생활해야 된다고 말씀 하셨습니다.

저희집이 그렇게 넉넉히 사는것은 아니라고 생각 합니다.
한때 아버지의 사업이 번창하여 남부럽지 않게도 살아 보았고 사업실패와 사기등으로 단칸방에서
도란도란 이야기 하면서도 살아 봤습니다. 아버지께서는 가진것 없이 맨몸으로 시작 하였기에 모든것을
다 잃어도, 다시 자신의 경험이라는것을 토대로 다시한번 일어나시고, 또 실패 하시고..

저는 지금까지 제 눈동자속에서 아버지가 얼마나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셨는지 잘 기억 하고 있습니다.

어려울때라고 해도 언제나 저희가 남부럽지 않게 잘 입히시고 원하는것 다 들어주셨습니다.
초등학교때는 옆집애들은 다 가지고 있는데 저만 없다고 떼를 쓰고 온갖 사고를 다 치는 저였지만
언제나 잘 토닥여주셨습니다.

중학교때 남들 자식들은 다 잘살고 몇십억이니 하면서 부모에게 물려받아 펑펑쓰면서 사는데
나는 왜 그렇게 부자집에서 태어나지 못했냐고.. 그렇게 아버지 마음속에 못을 박았습니다.

고등학교때 몹쓸짓 많이 하고 다닐때 누나나 저나 아버지가 밖에서 사업차 접대라는 명목으로
마시는 비싼술만 적게 드시면 우리가 더 잘 살수 있다면서 아버지를 타박하였습니다.
아버지는 그다음부터 그 좋아하던 술을 줄이시고 등산이라는 새로운 취미를 가지셨습니다.

대학다닐때 공부해야 된다며 받던 용돈들 게임방이니 술값이니 하면서, 아르바이트는 못할 망정
흥청망청 놀때도 아버지는 언제나 저희를 위해 좀더 많이 버시겠다고 필리핀등을 오가시며
일하셨습니다.

군입대이후 부대 창립일에 맞춰 부모님이 온다면 휴가를 주겠다는 대대장님에 말때문에, 이 못난 아들은
휴가가 나가고 싶어 바쁘신와중에도 아들 한번 보겠다고 그 멀고먼 강원도 원통까지 아침 일찍 오시게 했습니다.

그리고 하루종일 그 땡볕 밑에서 아들이 나올때까지 기다리셨습니다.  정작 그 아들은 친구들 보겠다며
4일동안 집에 안들어오고  부대 복귀 한다고 잠깐 얼굴만 비치며 차비 달라고 하였을때, 다음에 언제
나오냐며 빈주머니 뒤지면서 돈을 꺼내 쥐어주시던것이 아버지였습니다.


지난 과거를 되돌아보면 아버지에게 부끄럽고 좋은일 하지 못한 못난 아들입니다.


군 제대이후 학교로 복학 하였을때 일입니다. 어느날 학교에서 날라온 저의 성적표가 아닌 아버지의 성적표..
저도 모르는 사이 아버지께서는 좀더 배우시겠다면서 만학도를 입학 하셨고 야간반으로 학교를 다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들은 복학이후 사회생활에 노느라 아버지께서 공부를 하고 계시다는것을
몰랐던 어이없는 놈이었죠.

지금도 철없는 아들이지만 그때 아들은 인생의 전화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런저런일도 많았지만, 아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며 과감히 전에 다니던 학교를 멋대로
그만둬 버리고 다른 학교로 갔을때 자식이기는 부모없다고, 아버지는 하고 싶은일이 있으면 해라 라는 말로
허락해 주셨죠

그리고는 강하게 혼자 살라고 하셨습니다.

내려오면서 아버지에게 손 안벌리고 내 스스로 학비와 생활비 벌겠다고 바둥바둥 뛰어 봤습니다.
어렵고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세월 제가 얼마나 편히 생활 하였고 살아왔는지 뼈속까지 느끼게
되었습니다. 차라리 아버지에게 힘들다고 말해볼까.. 그냥 집에서 편안하게 생활하면서 학교 다닐걸
뭐하러 타지에서 이런 고생을 하냐 라는 어리석은 생각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낙천적이며 아버지 말씀처럼 강하게 살기 위해, 의지를 다지고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며,
반성하고 후회없이 인생을 보내자고 다짐 합니다.

이 불효 자식은 그렇게 열심히 살겠다며 아버지한테 제대로된 안부인사도,  공부가 바쁘다는 말로 명절때
빼고는 얼굴도 비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는 아버지가 고혈압으로 인하여 쓰러지셨다는 이야기도 친척을 통해 몇개월이 지난 뒤에 알게 되었고, 또 한번 쓰려 지셨을때 아들놈은 한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버지께 관심이 없었으니까요..

아버지,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불효 자식입니다. 저만 알고 제 멋대로 살아온 인생 입니다.


아버지, 힘들면 힘드시다고 말씀해 주세요

아버지, 자식이 보고 싶으면 보고 싶다고 말씀해 주세요

아버지, 외로우시면 외롭다고 말씀해주세요

힘드시고 외로우셔도 아버지 성격상 저희들에게 말씀 하시지 않지만 마음은 느껴지고.
밤 늦게 들려오는 아버지의 잘 지내고 있냐라는 전화는 저를 눈물나게 합니다.


그러니 아버지..

제발 오래오래.. 사세요.. 제가 열심히 일해 아버지께 받았던것 만큼 저도 아버지에게 갚을수 있게..
이 못난 아들 철들어 아버지와 함께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

사진은 저희 아버지 어릴적 가족 사진 입니다.

이 아들은 아무것도 모른체.. 그저 아버지에게 불효만 했습니다.
자식들이 걱정할까봐 아버지는 언제나 건강하다면서 힘드신 기색을 내보이지 않으셨습니다.

아버지들은 자식들을 위해 살아 가십니다.

삶의 낙은 가까운곳에 있을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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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sano5
06/07/29 02:03
수정 아이콘
새벽에 짠한 느낌입니다.
옛말에 자식 낳아봐야 부모마음안다고..저역시 결혼을 하고 아이가 있으니 부모님에 대한 행동이 바뀌더군요. 겪어봐야 그 느낌을 아는것 같습니다.그래두 제가 모시구 있으니 지금은 특히 엄마와 자잘한 얘기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한달에 2-3번 외식두 하구요.
외식이라 비싼음식이 아니라 동네 기사식당, 냉면집이래도 부모님은 자식과 같이 있으신것이 좋으시겠지요...
이쥴레이님도 잘 하시겠지요..
효도는 큰게 없다고 봅니다.
부모님과 일상생활 얘기 많이 하고, 얼굴 자주 보는거지요...
그래두 아버지와는 어려운 부분이...^^::
06/07/29 04:32
수정 아이콘
저보다 훨씬 더 빨리 철들으셨네요. 나이 서른을 넘기고서야 아버지의 뒷모습에서 한 없이 많은 것을 느끼는 나 자신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땅의 모든 아버지들이 건강하시고 장수하셨으면 좋겟습니다.
Nada-inPQ
06/07/29 06:29
수정 아이콘
저도 짠하군요. 한가지 말하고 싶은 것은 부모님께서 말씀해주시기 전에 다가가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지도 모릅니다. 내가 자식에게 하기 힘든 말은 절대 하시지 않으시는 분들이니...내가 나중에 타지에서 힘들게 생활하는 아들에게 이런저런 말 못할거라고 생각하면, 그 분들이 제게 그 말 할 리는 만무하니까요.
자주 통화하고, 가끔 애교도 부려보고..
부모님 건강 신경쓰면..효도할 수 있는 시간이 조금씩 늘거라고 말해봅니다.
백독수
06/07/29 09:01
수정 아이콘
제 나이 39 아버지 돌아가시고 나서야, 빈 자리가 얼마나 큰지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아버지와 친하게 지내세요. 같이 등산도 다니고, 목욕도 같이 가고.. 자식을 놔봐야 십분지 일이라도 이해할까말까죠.
체념토스
06/07/29 09:48
수정 아이콘
너무 좋은 글이군요


이글 추게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글 정말 잘읽었습니다.
한동욱최고V
06/07/29 10:30
수정 아이콘
저도 모르게 울었습니다 부끄럽네요
꼭 제 얘기 같습니다. 담배핀다고 뭐랬더니 아빠는 담배를 끊으셨고
술먹는다고 뭐랬더니 아빠는 자전거 타시는 것으로 취미를 바꾸셨습니다
그리고 자식 하나 뒤따라가지 않고 매일 혼자서 자전거를 타세요
아침에 일어나면 집이 텅빕니다.
공부도 안하고 자고 있는 제가 뭐가 이쁘다고 매일 가기 힘든 직장길에...
여러 사람이 이 글을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이쥴레이
06/07/29 18:20
수정 아이콘
가족... 이라는 단어만큼 좋은 단어도 없는거 같습니다.
[暴風]올킬
06/07/29 22:43
수정 아이콘
좋은 글입니다~ 지금 전 외국에 나와있는데요. 갑자기 가족들이 보고 싶네요.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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