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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1/28 13:58:05
Name kiss the tears
Subject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
# 0.
내일이 구정이군요
개인적으로 아버님생신이 흔히말하는 섣달 그믐날이라
오늘은 생신준비에 설준비까지 집안이 많이 시끄럽군요
내일 새벽이면 가족들은 다들 설을 보내러 시골로 가겠군요
전 어디 다니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시골에 잘 가질 않거든요
내일 집을 잘 지켜야겠습니다
그럼 전 집 문을 잘 잠궈놓고
오랜만에 보는 친구녀석들을 만나러 갑니다
만나서 밥 먹고 차 마시고 그리고 술도 한잔하고
저에게 명절은 어느 틈인가 그런 의미가 되어 버렸네요
보고 싶은 친구들을 보고 같이 웃는 그런 의미


여러분들의 구정은 어떤 의미인가요?
어떻게 지내시고 어떻게 보내시나요?


# 1.
얼마전 지인 한명을 만나 이야기를 하는데
이번에 직장을 그만두고 학교에 가기로 했답니다
자기 또래들은 이제 다 졸업해서 조금씩 조금씩
자리를 잡아나가기 시작하는 나이에
조금이나마 자리잡힌 직장을 그만두고
예전부터 하고 싶었고
조금이라도 더 나은 ' 나 ' 가 되기 위해
공부를 하기로 했답니다


늘 주위를 쳐다보며 그래도 난 좀 낫다고 생각하고
안주하던 ' 나 ' 를 생각했습니다
아직 서른도 되지 않은 내가...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을 내가
벌써 이렇게 안주하려 하는 모습에
내 스스로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다시 한번 ' 체 게바라 평전 '을 펴 들어야겠습니다


# 2.
집앞 서점이 문을 닫았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만두집이 들어섰구요
열평 남짓하던 그 서점에 주인 아저씨는
머리가 반쯤 벗겨진 사람이었습니다
제가 서점에 들어서도 ' 어서오세요 ' 말 한마디 뿐
무슨 책을 찾냐는둥 요즘은 이 책이 잘 나간다는 둥
이야기 하지 않고 그저 앉아서 자기 볼 책을 묵묵히
보시던 아저씨였습니다
어느정도 알게 된 후에도 아저씨는 늘 그대로였죠
제가 책을 고르는 그 순간에는 아무런 말도 어떠한 말도
하지 않으시고 그저 지켜만 보실 뿐이었습니다


예전 MBC에서 책을 읽자는 코너를 했었던 적이 있었죠
그때 제작진이 어떤 책을 선정도서로 정하고
그 책의 저자에게 찾아가 선정도서로 선정되었노라고
그래서 저자의 동의를 구하러 왔노라고 했더랍니다
그런데 그 저자의 대답은 뜻밖에도 싫다고 했더랍니다
제작진은 의아해 물어봤답니다
" 아니, 선생님 왜 싫으신거죠? "
" 물론 저에겐 크나큰 영광이긴 합니다만,
  전 사람들에게서 책 고르는 즐거움을 뺏고 싶진 않습니다. "
라고 말을 했답니다


아마 그 아저씨도 저러했나 봅니다


그 아저씨는 어디로 가셨을까?


# 3.
얼마전 핸드폰을 새로 장만했습니다
핸드폰의 기능이 뭐가 그리 많은지...
아직은 트랜드를 따라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제 생각만 그랬나 봅니다
핸드폰의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샀는데
그 많은 기능을 익혀 볼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아직은 전화나 걸고 전화나 받고 문자나 주고 받는
정도의 수단으로만 쓰여지고 있습니다


이럴꺼면 효도폰 살껄...


# 4.
어제는 집에 들어오는 길에 케익을 하나 샀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아버님 생신때문이죠
진열대앞에 서서 이걸 살까 저걸 살까 하는 생각끝에
하나를 고르고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들고
계산대앞에 섰습니다
포장을 하시던 점원이 물었습니다
" 초는 몇개로 드릴까요? "
" 쉰 아홉이시니까 그렇게 주세요 "
순간 당황이 되었습니다
아버님 연세는 알고 있었지만
내 머리속의 쉰아홉이라는 숫자와
내 입밖의 쉰아홉이라는 숫자의 이질감이랄까요
내 머리속의 쉰아홉이라는 숫자는
여전히 건강하시고 웃음 많은 제 아버님의 나이지만
내 입밖의 쉰아홉이라는 숫자에서는
할아버지에 가까워진 느낌이 나는 건 왜일까요


아버님 건강하세요...


P.S 다들 즐겁고 행복한 구정보내세요~
      올 한해 하시거나 기대하시는 일 모두 이루어지시길 다시 한번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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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신
06/01/28 14:12
수정 아이콘
훈훈하군요.. 새로 산 폰이람 쵸콜릿을 얘기하시는지..^^
공중산책
06/01/28 14:14
수정 아이콘
정말 훈훈한 글이네요..^^
터져라스캐럽
06/01/28 14:25
수정 아이콘
pgr스러운 훈훈한 글인것 같습니다.^^
이 세상 모든 아버님들 건강하세요.
kiss the tears
06/01/28 14:46
수정 아이콘
헉!! 그냥 개인적인 이야기를 쓴 건데 이렇게 답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초콜릿이나 애니콜 슬림폰은 제가 쓰기엔 너무 예민하고 약해서
도저히 자신이 안 생기더라구요...
그냥 무식하게 생긴 걸 샀습니다...
그렇게 무식한 거 조차도 소화를 못 시켜내는...나는 으앙!!
제이스트
06/01/28 15:34
수정 아이콘
0. 저에게 구정이란 일년에 몇번 없는 친척들과의 만남을 위해
교통지옥을 뚫고 큰집에 가는 날이죠.
제사 지내고 성묘도 하고..
집에 계시는분 보면 부럽습니다.. 교통체증이 ㅠ_ㅠ 쿨럭
2번은.. 좀 안타깝네요.. 점점 서점들이 문닫는 실정이니..
4번, 내년이면 환갑이시네요. 미리 축하드립니다.
06/01/28 15:50
수정 아이콘
모두들 설 잘 쇠시기 바랍니다.
저는 늦었지만 새해소망으로 제 술버릇을 고쳐볼려고 합니다....
저같이 나쁜 술버릇을 가지고 있는 분도 안계실 겁니다.


저는 취하면................




술값을 제가 혼자 계산합니다.ㅠ.ㅠ
그제도 친구와 술 마시다가 새벽 3시에 알딸딸한 기분으로 제가 카드를 그었습니다.ㅠ.ㅠ 으악~~~~~~~
kiss the tears
06/01/28 16:19
수정 아이콘
제이스트님//
저도 그 교통지옥 그걸 너무 싫어해서 잘 움직이지 않죠...
늘 부모님에게는 죄송합니다만 바쁘다는 핑계로...쿨럭!!

강량님//
전 올해 들어서 술을 좀 많이 줄여보기로 결심했답니다
그동안 술을 마시면서도
" 담배도 끊었는데 술마저 끊을 수 없어... " 라고 늘 자위했지만
점점 술 마신 다음날 힘들어지는 걸 어쩔 수 없더라구요
나이를 먹긴 먹은 건가...멀뚱멀뚱
이직신
06/01/28 18:15
수정 아이콘
강량님 가끔씩 저랑 술한잔 하죠..ㄲ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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