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5/11/05 12:10:34
Name 세이시로
Subject 마우스가 운다, 임요환과 오영종을 위해
<주먹이 운다>라는 영화를 아실 겁니다.
전직 챔피언이었지만 비참하게 몰락해 거리에서 맞아주는 일로 연명하다 인생을 다시금 뒤집어 보겠다는 각오로 신인왕전에 뛰어드는 최민식과,
사회의 아웃사이더로 먼지처럼 살다가 자신의 바닥과도 같은 인생을 권투로 풀려는 류승범,
두 남자의 신인왕전 결승에서의 운명적인 대결을 교차해 가며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특징은 이 두 명의 주인공이 마지막 대결을 펼치는 순간까지,
둘의 비참함과 절망감을 봐 버린 관객들이 누구를 응원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었죠.
결국 승자는 판가름나지만 인생을 건 싸움을 했던 둘의 환한 웃음으로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이제 몇시간 후면 열리는 쏘원 스타리그 결승에서 맞붙을 임요환과 오영종,
두 사내를 바라보는 입장은 마치 그 영화를 다시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과거의 영화는 옛날 일일뿐, '가을의 전설'을 만들어 내고, 끊임없는 추락으로 비난과 조롱도 많이 받았던 황제입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포기를 모르고 매번 일어나서 최고의 자리를 언제나 지키고 있는, 바로 그 사람이 임요환입니다.
이번 결승에 올라오는 과정은 정말 그 어느 때 보다도 한 편의 인간승리의 과정이었습니다.
고질적인 플토전 문제를 조롱하던 안티들의 비난마저도 잠재울 수 밖에 없었던 프로토스와의 혈투는,
5년째 그를 보고 있던 팬들에게는 엄청난 감동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그는 12번 진출에 6번 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올라와서 다시금 3회 우승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오영종은 또 어떻습니까.
2004년 팀리그에서 물량으로 이윤열을 제압할 때도 지금의 오영종을 상상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이번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 '오영종' 세글자가 머릿속에 박혀 있던 스타팬들이 얼마나 될까요?
게다가 2004년 프로리그의 외로운 떠돌이 팀이었던 플러스 팀의 선수입니다.
나날이 프로리그가 중요해지고 대기업의 지원이 중요해지는 가운데, 2005년 그는 홀연히 솟아올랐습니다.
주축 멤버의 이적 후 그는 에이스로 거듭나 팀을 살리고 있고, 첫 스타리그 진출에 결승까지 와 버렸죠.
온 과정은 또 어떻나요. 한 경기 한 경기가 강한 임팩트였습니다.
결국은 프로토스에겐 최강의 상대인 최연성마저 전략으로 거꾸러뜨리고야 말았습니다.
가을의 전설을 다시금 도래시키며,
'로얄로드'라는 가장 영광스러운 자리를 차지하고야 말 오영종이 있습니다.

스타리그를 오랫동안 봐온 팬의 하나로서, 모든 선수들을 아끼는 팬으로서,
지금 이 두명을 지켜보는 제 심정은 평생 버리지 못할 애인과, 운명적인 첫 만남을 가진 어린 애인의 싸움을 보는 심정이랄까요?
그의 영광에 환호하고 그의 좌절에 슬퍼했던, 그의 역사가 곧 나의 역사라고 생각해온 팬으로서
임요환 선수가 이번에야말로 우승하는 것을 정말로 보고픕니다.
반대로, 그렇게 어려운 현실조건을 딛고, 오로지 연습으로 무장된 자신감만으로
결국 이 자리까지 와버린 오영종 선수가 로얄로드를 이룩하는 것도 보고픕니다.
이미 살아있는 역사인 임요환 선수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역사의 주인공이 되는 순간이냐,
새로운 전설을 쌓아나갈 오영종 선수가 바로 그 서막을 열어젖힐 순간이냐.
그 어느 쪽이 되어도 승자가 있고 패자가 있는만큼,
이 둘이 정말로 소중한 저에게는 큰 기쁨과 더불어 큰 아쉬움도 있겠죠.

원래는 <마우스가 운다>라는 제목으로 소설같은 형식의 글을 하나 준비했었습니다만,
바쁜 형편에 마무리를 짓지 못해 글을 아예 쓰지 말까도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제가 정말 좋아하는 스타리그고, 정말 좋아하는 두 선수가 결승을 하는데
그 활동의 바탕이 되어주는 피지알에 이렇게 글을 하나 남기지 않을 수가 없었네요.

이 글을 쓰고 저는 이제 인천으로 갑니다. 스타를 좋아하는 여러 친구들, 형들도 저와 같이 가기로 했습니다.
언젠가부터 직접 오프 뛰기도 바쁘고 해서 2003년 이후로는 잘 가본 적이 없습니다만,
이렇게 좋아하는 두 선수가 숙명의 대결을 펼친다는데 가지 않을래야 가지 않을 도리가 없군요.
누가 이기든, 내 마음에 울림을 주겠죠. 그 현장에서 그들의 열정을 느끼고 오겠습니다.
모두들 결승전 시청 잘 하시길 바랍니다. 그럼 이만...!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인생이NG
05/11/05 12:47
수정 아이콘
네 무방위에서 나왔...

임요환 화잍이!
치세톨드미
05/11/05 13:35
수정 아이콘
네..둘 중 한 명은 웃고 한 명은 눈물을 삼켜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슬프네요..그래도 전 임요환선수에게 조금 더 애착이 갑니다 =_=;;
마지막 GG가 나오는 순간 두 사람 모두에게 절로 기립박수가 나올만한 경기를 보여줬음 좋겠군요 ^^
(아..기립박수하니 불의검 막공날이 생각나는..감동이었는데 ㅠ_ㅠ)
05/11/05 18:04
수정 아이콘
오영종 선수의 승리를 빕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좋은 결승을 볼 수 있기를.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8043 So1 스타리그 결승 - 천적 [5] 호수청년4157 05/11/05 4157 0
18041 마우스가 운다, 임요환과 오영종을 위해 [3] 세이시로3595 05/11/05 3595 0
18040 오영종선수 감사합니다 ..... [35] OOv3714 05/11/05 3714 0
18039 1,2차전은 깜짝전략 나머지는 물량전 예상이 되는 오늘 승부 [14] 초보랜덤4187 05/11/05 4187 0
18038 임요환 선수가 우승하지 말았으면.... [17] 무한초보4466 05/11/05 4466 0
18037 주간 PGR 리뷰 - 2005/10/29 ~ 2005/11/04 [13] 아케미5397 05/11/05 5397 0
18035 SO1 스타리그 결승을 기다리는 한 사람으로... [3] junskate3826 05/11/05 3826 0
18033 스타리그와 starcraft league [10] 저글링먹는디3782 05/11/05 3782 0
18032 [응원글] 폐인의 진정한 힘을 보여주마. [10] 김동욱3440 05/11/05 3440 0
18031 아직도 슬픈 스타매니아 ..- 스타볼만한 술집 없을까요? [12] 공실이3733 05/11/05 3733 0
18029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9] Layla3970 05/11/05 3970 0
18027 불타올라라. 그리고 보여줘라.. 전설은 끝이 아님을.. [5] Solo_me3355 05/11/05 3355 0
18026 최연성선수....보면 볼수록 좋아지네요. [31] 김호철3928 05/11/05 3928 0
18025 돌이켜보면 같은 남자로서 임요환 선수를 다분히 사모했던 것 같습니다. [23] 올드게이머3812 05/11/05 3812 0
18023 미친듯이 빨리 흘러간 4박 5일 [17] XHide3923 05/11/04 3923 0
18022 프로토스의 역사는 내일 다시 쓰여집니다. [24] swflying3779 05/11/04 3779 0
18021 임요환의 가을...... [17] 로베르트3751 05/11/04 3751 0
18020 민감한 그대.. [6] skzl4129 05/11/04 4129 0
18018 [영화 리뷰] 소공녀 39년판,95년판,러시아판 비교 [10] 럭키잭5750 05/11/04 5750 0
18017 결국 T1 대기록 하나 만드네요 (3개시드 싹슬이) 내일도 대기록? [46] 초보랜덤5990 05/11/04 5990 0
18016 스타크래프트에 우편배달부 최연성 선수 [55] 정재완4320 05/11/04 4320 0
18015 박지호 선수 오늘은 좀 의문스러운 경기내용을 보여주네요. [168] 검형6879 05/11/04 6879 0
18013 Zerobell! 무대를 지배하라 [5] Paul3491 05/11/04 3491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