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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8/05 21:21:34
Name jerrys
Subject 30 만원으로 할 수 있는 일

아는 동생이 컴퓨터를 샀습니다.

근 6개월 동안 컴퓨터를 노래 부르더니 결국 어머님의 허락을 받아서 그 이름도
찬란한 S 기업의 컴퓨터를 풀세트로 구입했습니다. 강변으로 영화를 보러 가는 중에도
이 컴퓨터의 사양을 자랑하며 잘샀느냐고 저한테 물었습니다.

강변 CGV에 가려면 하이마트를 통과해야 합니다.
그런데 하이마트를 통과하던 중 이 친구는 갑자기 얼어 붙었습니다.

세일하는 모니터 앞에 서서 앞뒤를 살펴보더니 "똑같은 건데"를 연발합니다.
모니터 앞에는 크게 56만원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자신의 모니터와 같은 기종인데 자기는 80만원에(그것도 88만원짜리를 거저 준다는
표현을 들어가며)구입했다는 것입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저는 이 친구의 전화를 받고 같은 기종의 모니터를 다나와에서 검색
해보았습니다. 최저가가 현찰로 49만원...

이쯤 되면 정말로 막가자는 얘깁니다.
상도 운운 하지 않더라도 그러잖아도 더운데 마구 끓어 오릅니다.
알고 보니 동네에서 대리점을 하는, 어머님과 친분이 오래된 상인으로부터 구입했다고
합니다.

본체의 사양을 듣고 본체도 검색해 보았습니다.
차마 눈을 감고 말았습니다.-_-

다음 날 이 친구는 대리점에 가서 이러쿵저러쿵 얘기한 모양입니다.
주인은 자기네가 마진도 좀 남기긴 했지만, 들어오는 가격이 좀 비싸다는 얘기를 합니다.
결국 원한다면 반품해도 좋다는 얘기를 들었답니다.

그런데.....
이 친구는 컴퓨터를 그냥 쓰기로 했답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어머니와의 친분.. 동네 아는 분이라는 압박...등
여러 가지가 복잡했습니다.

정작 뒤집어진 것은 저와 제 아냅입니다.

----------------------------------------------------------------------------------

10여년 전에 저는 용산의 상가에서 직원으로, 컴퓨터를 조립해 파는 일을 한 적이
있습니다. 대학시절에 아르바이트 삼아 했지만 근 3여년을 일을 했었습니다.

그 때, 저는 상인이 밑지고 판다는 건 거짓말이다는 속담이 틀릴 때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상인체질이 아닌 사장님은 5-10만원 밑지고 팔 때도 종종
있었습니다.

90만원에 조립한 제품 백화점에 남품하면, 백화점에선 160만원에 팔았습니다.
그것도 버젓이 "대우" 딱지를 붙여서 말이죠.

그 제품을 110만원에 팔고 나서 고객으로부터 원성을 들었습니다.
대기업 제품이 아니라서 후지다고요.
AS 가 보면 "이야기"(당시 통신 프로그램)가 에러가 난다는 것이었습니다.
잘못 깔았더군요.-_- 결국 8년 동안 버티다가 문을 닫고 말았습니다.

세상사가 그렇고 그렇다는 건 용산에서 장사하는 상인들을 보면서, 또 그 제품을 사 간
고객들을 수없이 대하면서 이미 깨달았습니다.

----------------------------------------------------------------------------------

하지만!
정작 비싸게 산 본인은 말이 없습니다.
대신 아내와 저는 종종 30만원이 어디야! 하면서 분개했습니다.
그 후로도 며칠동안 "30만원이면.. 말이야" 하고 운을 떼면서 뭐뭐를 할 수
있다는 둥 둘이서 주거니 받거니 했습니다.

우리가 너무 돈에 민감한 것 아냐?
아니야. 30만원 벌려면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데...
휴가비가 날아 간거야.
홍삼이라도 사서 집으로 보냈으면 효자, 효녀 소리 듣는건데..


반년 전인가...
집 앞의 단골 빵집에서 28000원이라 알고 있던 과자를 구입한 적이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때 가격을 묻고 설날에 사가려고 샀으니
주인은 저에게 가격을 얘기했던 것을 까먹운 모양입니다.

다짜고짜 제 카드로 45000원을 긁어서 망연자실 서 있는 저에게
"좀 비싸죠? 이거 45000원이예요" 라고 천연덕스럽게 얘기합니다.
사실 28000원도 좀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아버지가 단 것을 좋아하시니
손으로 만든 과자를 사다 드려야겠다 생각한건데... 이렇게까지 나올 줄은.
남들과 잘 다투질 못하기에 아무 말도 없이 나왔지만 그 후로 그 빵집엔
가지 않습니다. 돈이 아까운 것도 그렇지만 그런 얄팍함에 화가 났다고나
할까요.


단 몇만원도 그러할진대, 비록 남의 돈이지만 30만원이나 되는 돈은...
쪼잔한 저에겐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상도를 지키면 장사에 성공할까요?
세상에 정말 상도란 게 있을까요?
이문동에 몇 년째 살지만, 아직도 이문의 법칙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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ㅊㅈㅎ
05/08/05 21:28
수정 아이콘
그런데 그 빵집요. 크리스마스 때 28000원인게, 해가 바뀌어서 물가도 오르고 정비좀 하고 하느라 물품가격을 올린게 아닌가 생각이 드는데요. 아니면 크리스마스때 과자가 떨이용품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무조건 사람들이 자신을 속인다고 생각하면 한도 끝도 없죠. 역지사지의 자세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파시는 분들중에 악덕상인도 있지만, 좋은의도로 파는데,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불쾌한 경우도 많지 않겠습니까? ^^
넨네론도
05/08/05 21:30
수정 아이콘
파는 사람이 경쟁하면, 가격은 내려갑니다.
사는 사람이 경쟁하면, 가격은 올라갑니다.
뭐 저도 경제학은 잘 모르는지라.

하지만 컴퓨터 관련 가전제품 들은 소위 말하는 바가지도 많아서
여기저기 잘 알아보고 사셨어야 하는거죠...
관련 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게 대박 바가지 씌울 수 있는 제품들이
컴퓨터 관련 제품들입니다.

휴가철 해변가의 모텔비라던가, 크리스마스 시즌의 케잌- 과 같은것은
성수기를 노린거겠죠;; 그래도 팔리니까 올리는거아닐가요 ;;
홍승식
05/08/05 21:30
수정 아이콘
제가 컴퓨터를 산 사람이라고 해도 그냥 쓰겠습니다.
30만원이 비록 큰 돈이기는 하지만, 어머니와의 친분, 동네에서 아는 분과의 관계보다는 못하죠.
처음부터 알았으면야 잘 가격비교해보고 샀겠지만, 이미 산걸 어쩌겠습니까.
지금 30만원을 찾겠다고 아는 분과의 사이에서 앙금을 남기는 것은 30만원 손해본 것보다 더 오래 남을 것입니다.
그저 수업료 냈다고 생각하면 될 듯 싶습니다.

그리고...
상거래는 생판 모르는 사람과 하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발하라
05/08/05 21:30
수정 아이콘
대기업 pc가 조립pc에 비해 많이 비싸다 하지만 그 비용에는 OS,기타 소프트웨어,A/S비용,광고비들이 포함되어 있는겁니다..
동네 정육점에서 소고기 안심 사고 여러가지 야채 사서 스테이크를 2만원에 만들수있다면 고급 레스토랑에서 안심스테이크4만원에 시켜 먹는거랑 같은 맥락이죠(레스토랑의 음식에는 인테리어비,임대비,조리비,요리사임금등이 포함되어있습니다.)
가격차가 심한것이 당황하셨을지 모르지만 상도를 어긴거라고는 생각치 않습니다.
Ms. Anscombe
05/08/05 21:31
수정 아이콘
30만원이면, 근 열달 정도 식비를 감당할 수 있습니다.
하얀잼
05/08/05 21:36
수정 아이콘
그냥 기부했다고 생각하고 기분좋게 넘어가셔야..
그런데 이런경우라면 컴퓨터볼때마다 돈생각 나겠네요 =ㅅ=;;
글루미선데이
05/08/05 21:39
수정 아이콘
아는 관계라는 친분으로 물건을 팔은건데 그래도 어느정도까지만 이윤을 남겼어야 하는게 아닐까요?
관계를 빌미로 강매하는 것이 될수도 있으니까요
발하라
05/08/05 21:42
수정 아이콘
그 가격이 정가인지 아님 바가지인지가 문제겠지요..정가대로로 팔았다면 그리 문제가 되지는 않을텐데요...정가보다 비싸게 팔았다면 @#$@34겠지만요..
05/08/05 21:48
수정 아이콘
파는 사람이 담합하면 가격이 올라가죠-_-;;;
Zakk Wylde
05/08/05 22:00
수정 아이콘
전혀 팔리지도 않는데 담합하기는 어렵죠..
담합도 팔려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담합하면 그 사람들 물건 사주지 맙시다..;
05/08/05 22:03
수정 아이콘
홍승식님
맞습니다.^^ 가장 경제적인 방법이지요.



원래 쓰려던 글은 컴퓨터 사는 방법에 대한 것이었는데 길어지다보니
정작 쓰고 싶은 것은 쓰지 못했네요.

흔히들 "팔아 준다"고 합니다. 아는 처지에 같이 먹고 살자는 얘기인데 저는
좋은 의도라 생각하고 다소 비싸더라도 그렇게 나쁘게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어느 업체든지 통용되는 마진폭이라든가... 그런 것은 있습니다.
해당 업계에서 장사해본 경험으로 느끼는 것입니다.

대기업 PC를 사는 가장 큰 이유는 품질이라기보단 A/S 때문이지요.
컴퓨터에 A/S를 이렇게 중시하는 것은 컴퓨터 란것에 대한 오해도 한몫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때문에 그동안 축적된 노하우로 구입요령 써볼까 싶었는데
다음으로 미뤄야겠네요
05/08/05 23:01
수정 아이콘
컴퓨터로 노래를 부르셨다면

원하는 기종과 가격등등은

이미 사전에 충분히 빠샥하게 익혔어야 하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드네요..

저도 가끔 사고 싶은게 생기면

근 일주일은 그거에 대한 모든정보를 검색하고

몰두하고 사러갈 정도인데요..^^;
05/08/05 23:18
수정 아이콘
컴퓨터는 대기업 제품이더라도 자사대리점용, 쇼핑몰용, 하이마트 등과 같은 대리점용, 자사직원용 등으로 차별화해서 나온다고 합니다.(노트북도 마찬가지) 하드,램등을 어디 제품으로 썼느냐 정도의 차이라고 합니다. 저는 S사에서 약간 제품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판매하기는 뭐하고... 대략 모니터 화소가 5개 미만으로 불량났다는 식의 제품인데 직원에게는 싸게 판다고 해서 sx15 jump2를 1,209,000원에 샀습니다. 딸랑 노란색 무지박스에 배달왔는데 별 이상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별도로 주어지는 인터넷 가방 주문은 안되더군요.ㅡ.ㅜ
인터넷에서 7월에 검색해보니 190만원 정도에 팔리는거고 가격비교 사이트 검색해봐도 153만원이 최저였습니다. 제가 산 가격과 30만원 차이죠. 이래저래 맘 상하긴 했지만 다른 제품과 달리 좋은 하드웨어가 장착되어있겠거니... 이런 위안을 삼고 있습니다. 글쓴이의 친구분도 이런 생각을 하신다면 좀 위안이 되실까요~ ^^
05/08/05 23:21
수정 아이콘
저같으면 컴퓨터 환불하고 싸게 샀겠네요. 30만원이 옆집 개이름도 아니고 말입니다.
김민규
05/08/06 03:28
수정 아이콘
저라면......30만원이면 무조건 반품합니다......거기다가 본체값까지하면 못해도50만원인데 그럼 컴터 한대 더삽니다;;
멋쟁이어빠~
05/08/06 04:46
수정 아이콘
;;원래 다그렇지않나요;;?그런곳에서사면....
저의 한예를들어보면 하드를 사려고 집근처 대기업인곳을갔습니다..40기가에12만원달라고하더군요....인터넷에서 찾아보고 어이가없더군요..
용산가서 120기가 9만원에 사고왔죠..다른데는 10만원11만원 부르는데 몇곳을 뒤지다 만원더싸게산센스-_-v
컴퓨터의기본가격을 알고가신다면야 용산을 가도 박을쓰는 일이없을듯싶네요~
영웅토스리치
05/08/07 01:28
수정 아이콘
저 역시 예전부터 느끼는겁니다,,아는 사람이 더하다구,,참,,세상..30만원이 작은돈은 결코 아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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