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2/11/20 12:08:46 |
Name |
초연 |
Subject |
[2002. 11. 27. 제 48호 경향게임즈] 프로게임리그 '용들의 전쟁' |
임요환 독주시대 끝났다...2002 게임대권 '혼전양상'
홍진호, 배수진 치고 도전장
'테란의 황제' 임요환을 잡기 위한 프로게이머들의 노력이 무섭다. 임요환이란 거대한 산을 넘어야 하는 프로게이머들에게 '임요환 잡기'는 눈 앞에 떨어진 지상과제. 임요환을 꺾지 못한다면 만년 2인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닐 수밖에 없다. 2등은 프로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임요환을 제외한 나머지 프로게이머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스스로 배수의 진을 치고 죽기 살기로 덤벼들지 않는다면 지금과 같은 무한 경쟁 시대에는 살아남을 수가 없다는 것도. 1등은 부와 명예, 인기를 한몸에 얻지만 2등은 항상 1등의 그늘에 가려질 수밖에 없다.
지난 달 엑스포과학공원에서 열린 '세계사이버게임즈(WCG)2002' 스타크래프트 종목 결승전. 임요환과 맞붙은 상대는 국내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알려진 '폭풍저그' 홍진호. 거의 모든 국내대회를 휩쓸며 실력을 과시하고 있는 그도 결정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유독 임요환과 경기를 할 때면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한다는 것. 때문에 이번 경기에 대한 각오도 남달랐을 터. 경기 시작 전 홍진호는 "요환이 형만 만나면 패한다는 징크스가 있었다. 오늘 그 징크스를 극복하는 날로 삼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패배. 그는 또 한번 임요환의 벽을 극복하지 못하고 '만년2인자'라는 꼬리표를 다시 한번 달아야 했다. 임요환이 눈물을 흘리며 우승의 기쁨을 말할 때 홍진호는 남몰래 돌아서서 패배의 눈물을 흘렸다. 패배 요인을 묻는 질문에 "정말 정말 열심히 연습했는데 져서 너무 괴롭다. 프로는 결과가 말해주지만 허탈한 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임요환은 없다"
현재 임요환을 넘어설 수 있다고 평가받는 선수로는 홍진호 외에 '토네이도 테란'의 이윤열, '프로토스의 영웅' 박정석 등이 손꼽히고 있다. 그러나 테란을 주종족으로 하고 있는 임요환과 가장 잘 어울리는 맞상대로는 역시 저그를 주종족으로 하는 홍진호가 가장 어울린다는 평가다. '스타크래프트' 게임의 스토리상 라이벌도 역시 테란과 저그다. 실력과 외모면에서도 결코 임요환에게 밀리지 않는다. 팬클럽회원수에서도 임요환 다음으로 많은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 홍진호다.
사실 홍진호가 임요환에 밀려 항상 '만년2인자'가 된 것은 프로게임팀 '아이디얼스케이스(IS)에서 한솥밥을 먹는 팀동료였던 점도 있다. 팀동료로 임요환의 연습상대 역할을 자청했기 때문. 게다가 팀의 프로모션 정책상 항상 임요환 뒤편에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임요환이 소속팀을 바꾸기로 전격 결정한 것. 홍진호가 이제 IS의 대들보가 된 것이다. 최근엔 팀의 가장 연장자로 새롭게 팀의 주장이 됐다. 임요환을 반드시 꺾어야 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것이다.
홍진호, "이제는 나의 전성기"
홍진호가 임요환을 라이벌로 생각하고 반드시 꺾어야 하는 이유는 임요환의 팀이적 말고도 또 있다. 바로 같은 팀 후배인 이윤열을 위해서다. 임요환과 같은 종족인 테란을 쓰로 있는 이윤열도 홍진호와 똑같은 처지를 겪고 있다. 실력면에서는 임요환에 결코 뒤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종족인 테란을 사용한다는 이유로 이윤열도 언제나 임요환 뒤에 서있다. 홍진호가 임요환을 완전히 이겨준다면 이윤열이 홍진호의 맞상대로 급부상할 수 있다. 따라서 홍진호는 양어깨에 최근 임요환의 이적으로 침체돼 있는 팀의 운명과 나이 어린 후배 이윤열의 희망도 함께 지고 있는 셈이다.
최근 홍진호는 "그동안 요환이 형의 유명세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임요환의 이적이 오히려 홍진호에겐 큰 자극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홍진호가 가야할 길은 아직도 멀다. 그동안 홍진호는 승승장구하다가도 임요환만 만나면 '고개 숙인 남자'가 되곤 했기 때문. 겜비씨 KPGA 투어와 온게임넷 스타리그, WCG2002 등 세 번의 결승적에서 임요환을 만나 모두 패했던 것. 임요환을 가장 최근에 이긴 것이라곤 지난 달 WCG2002를 앞두고 열린 경인방송(iTV) 게임스페셜이 고작이다.
양강구도 뜬다
홍진호는 "요환이 형은 정말 지기 싫은 상대다. 이제는 서로 다른 팀으로 만나게 되는 만큼 꼭 꺾어보이겠다"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췄다. 임요환 입장에서도 홍진호의 약진은 반갑기만 하다. 인기순위 1, 2위에 프로게이머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다면 흥행면에서 최고의 수익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홍진호가 두려운 상대이기는 하지만 이기기만 한다면 자신의 인기를 더욱 올릴 수 있다. 임요환은 "진호는 훌륭한 선수다. WCG에서는 이겼을지 모르지만 앞으론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말한다. 그만큼 홍진호에 대한 경계심을 늦출 수 없다는 말이다.
임요환의 가장 큰 장점은 꾸준한 연습과 큰 무대에서의 침착함 등을 꼽는다. 오랫동안 정상에 있으면서도 매일 10시간 이상을 게임에 투자한다. 연습을 통해 상대의 전략을 철저히 분석하는 것이다. 수만명의 대관중 앞에서 경기를 많이 치러본 것도 임요환의 가장 큰 재산이다. 남들이 주눅들만한 큰 무대에 올라서면 오히려 힘이 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임요환이 현재 자리에 있는 것은 승부욕이다. 한번 진 사람에게는 절대로 패하지 않겠다는 승부욕. 홍진호, 이윤열 등과 한팀에 있으면서도 한번도 져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만큼 냉혹한 승부사다. 이런 승부사에게 홍진호는 상당히 만족할 만한 적수다. IS의 한 관계자는 "임요환, 홍진호 둘의 승부욕은 상상을 초월한다. 게임에 지고 들어오면 우는 것은 물론이고 다음날까지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다"고 말한다.
홍진호는 최근 자신의 진로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 '스타크래프트'가 1.08패치 이후 테란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해졌기 때문이다. 저그가 테란에 계속 밀리고 있는 이유다. 앞으로도 임요환에게 이길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실력이 비슷비슷하다면 밸런스상 테란이 훨씬 유리하다. 그렇다고 현재 종족을 바꿀 순 없는 노릇이다. 홍진호는 임요환과의 경쟁에서 밀릴 경우, 최악의 경우 '스타크래프트'에서의 은퇴까지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스스로 배수의 진을 치고 죽기 살기로 덤벼들겠다는 의미다. 임요환을 넘지 못한다면 프로의 세계에서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홍진호다.
이제 게이머들은 이 둘이 펼치는 숨막히는 라이벌전을 기다리고 있다. 밀리면 끝일 수밖에 없는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서 과연 승리의 여신은 누구에게 미소를 지을지. 가슴 떨리는 승부의 세계는 게이머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고 있다.
side story
홍진호, "임요환 깬다"
'폭풍저그' 홍진호가 WCG2002의 패배를 '2002파나소닉배 온게임넷 스타리그'에서 설욕한다. 홍진호 입장에서는 WCG2002의 패배를 만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이번에야말로 임요환을 잡고 1인자로 올라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특히 이번 대회는 지난 시즌 우승자인 '프로토스의 영웅' 박정석과, 이윤열, 김동수, 강도경 등 역대 최고의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총출동해 자존심 회복의 대회로는 최적이라는 평가다. 홍진호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 만년 2인자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겠다는 생각이다. 임요환의 이적 후 처음으로 갖는 방송 리그로 IS팀 전체로도 중요한 분수령. 그만큼 팬들의 관심도 크다. 그러나 이 둘의 맞대결 성사는 조금 더 시간이 지나봐야 한다. 임요환은 B조, 홍진호는 C조에 각각 편성돼 8강전에서나 맞붙을 수 있기 때문. '배수의 진'을 친 홍진호, 분위기를 탄 임요환. 이 모두에게 11월은 잔인한 달이 될 듯 싶다.
지봉철기자 (janus@kyunghyang.com)
출처 : 요환동
ps.은퇴라..흠 홍저그 남몰래 힘든점이 많았군요..역시 노력갖고만 으로는 안되는게 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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