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30대 초반에 TV를 통해 스타를 처음 알았다. 징그럽게 생긴 동물(나중에 그 동물이 저글링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들이 줄지어 뛰어다니는 것을 봐도 도무지 어떤 종류의 게임인지 알 수가 없었다.

게임에는 별 관심이 없던 나였지만 술친구들인 주변 친구들과 선후배들이 스타에 빠져 도무지 술마실 기회가 없었다. 그게 스타를 배우게된 동기였다. 그들과 어울리기 위해....

혼자 열심히 배웠다.

그리고 어느정도 실력이 쌓였다고 판단돼 친구들과 함께 팀플을 하기 시작했다. 함께 PC방에서 팀플을 하니까 좋은 점이 있었다. 서로 대화를 하면서 작전지시를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친구중 스타를 제일 잘하는 녀석이 있다. 그 녀석은 랜덤유저였다. 사실 테란을 잘 못하고 저그를 제일 잘한다. 그래서 그 녀석이 테란이 걸리면 질 확률도 높아졌다. 그래서 그냥 저그를 골라 게임을 하자고 요구해도 그 녀석은 '그럼 재미가 없쟎아'하면서 랜덤을 고집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승률이 매우 높았다. 늘 무한에서만 했고, 방제는 무조건 "절대절대초보초보!!!"였기 때문이었다. 다만 맵핵은 절대로 사용하지 않았다.

그 친구가 테란이 걸려도 초반만 잘 방어해주면 우리는 늘 무적이었다. 그리고 그 친구는 스타를 참 잘했다. 내가 초반에 밀려도 그 친구 기지에 터잡고 버티기만 하면 이기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친구에게는 재미있는 점이 있다. 유닛의 이름을 잘 모르는 것이었다.(그 실력에 유닛이름도 모르다니...) 아니 알려고 하지도 않는것 같다.

그래서 게임도중 날 당황하게 만든 적이 많다.

"야! 초반에는 칼로 콕콕찌르는 놈만 만들어라!!!"   - 질럿이다.

"안보이는 놈(다템)이 들어왔다. 하늘에 둥둥 떠있는 놈 하나만 보내주라!!!"  - 오버로드다.

또는 "안보이는거 보이게 만드는 거 하나만 보내" - 요건 옵저버다.

"저그를 상대할때는 동글이를 많이 만들어야해!!!"      - 사이언스 베슬이다.

이밖에 '번개쏘는 놈(하이템플러)', '밥집(넥서스,커맨드센터 등)'..... 등등...

처음에는 무슨말인지 몰라 뭘 어떻게 해야하는지 당황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게 더 익숙해졌다.

요즘은 그 친구와 스타를 거의 못하고 있다. 나나 그친구 모두 토끼같은 자식이 둘로 늘어나다보니 좀처럼 시간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친구야.... 간만에 스타한판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