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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2/10/19 10:57:41
Name 스카티
Subject 아빠의 야구공
카드.. 잭 대니엘.. 그리고 야구공..

미주리나 켄사스 미국 중부지방에는 도무지 끝없는 초원만이 있어서
이런 곳에 무슨 야구팀이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워낙 딴 재미가 없는 이들에겐
야구는 거의 종교에 가깝습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야구열기는 정말 대단하죠.

그러므로 이들 팀의 야구 선수들은 돈을 쫓는 다른 선수들과는 좀 다른
면들이 있습니다. 팀의 성공을 위해 자신의 은퇴를 서두르는 마크 맥과이어처럼..
비록 그 대신 영입한 티노 마르티네즈의 부진으로 약간 색이 바래긴 했지만
이들 붉은 유니폼의(Cardinals유니폼) 선수들에겐 남다른 야구에 대한 프라이드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프라이드의 중심엔 항상 팀의 전설적인 강타자였던 스탠 'The Man(진짜 사나이)‘ 뮤지얼이 있습니다. 삼성팬들에게의 '이만수'정도 될까요?

소년들이 고향의 프렌차이즈 야구팀과 함께 성장기를 보내며 성인이 되어서는 자연스레 그 팀의 열렬한 서포터가 되는 그네들의 스포츠, 아니 스포츠 그 이상의 문화가 참 부럽게 느껴집니다.

우리가 지금 즐기는 게임들도.. 언젠간 세대를 초월해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공유하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까요?

.. 다음은 Chicken Soup Series에서 번역한 이야기입니다.
이들의 삶에 자리잡고있는 야구를 한번 느껴보시기를..
(허접번역으로 인해 글의 감동이 많이 빛바랜것같아 아쉬울따름...^^; 영자판 원문을 원하시는 분들은 쪽지주시면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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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야구공]

아주 오래 전.. 수많은 여름을 거슬러 올라가 내가 아직 초등학생이었을 때
나는 하나의 아이디어.. 게임.. 그리고 꿈과의 사랑에 빠지고 만다.
나는 야구에 미쳐버린 것이다.

나는 야구에 흠뻑 취했다. 던지고 때리고 뛰고 읽으며 항상 야구를 느꼈다.
공도 없이 던지는 시늉도 해보고 상상의 홈런도 치며 때로는 영웅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쪼다가 되기도 했다. 나는 그 모두를 사랑했다.

한동안 야구는 아버지보다도 큰 존재였다. 그분에게 영웅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어떻게 나의 영웅에게 영웅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아빠의 영웅은 ‘스탠 더 맨’이었다. 카디널즈 소속의 스탠 뮤지얼..
당시엔 세인트루이스가 LA에서 가장 가까운 메이져리그 팀이었다.
(**역주: 그런 때도 있었네요.. ^^ 지금은 애너하임 에인절스가 있죠.)
내겐 모든 메이져리거가 영웅이었지만 아빠는 스탠이 최고라고 항상 말씀하셨다.

그보다 더 잘치는 선수도 있었고 더 잘 뛰는 선수, 더 잘 수비하는 선수, 그리고
더 화려한 플레이를 하는 선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빠는 스탠만이 특별하다고
말하곤 하셨다. 스탠은 신이 그에게 부여한 재능을 잘 사용하였다.
하지만 그건 그의 위대함을 이루는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아버지가
가치를 부여하던 것들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그는 인생이 추구하는 모든 것의
화신이었던 것이다.

나는 아빠를 닮고 싶었는데 아빠는 스탠 뮤지얼처럼 되고싶어하시는 것 같았다.
그래서 스탠 뮤지얼만 따라하면 절대 잘못되는 일이 없을 것처럼 생각되기도
했다.  

그 해의 여름은 특별했다. 바로 아빠와 내가 아빠의 고향인 세인트루이스를
방문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빠와 단 둘이서..
그곳은 덥고 습했다.
사람들은 피부가 창백해 보였고 약간 이상한 영어를 말해 외국에 온 느낌이었다.
캘리포니아는 모든 게 새거였지만 그곳은 모든 게 낡았다.
사람들만은 젊었지만..

우리 계획은 스탠을 만나는 것이었다. 나는 믿을 수 없었다.
당시 기분에 이들 영웅들은 실존인물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었기 때문이다.
내겐 그들이 마치 폴 버년(**역주: 미국 민화에 나오는 숲속의 영웅)이나
로빈후드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나는 곳이 가까워질수록
뮤지얼씨가 진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신문에도 그렇게
나와있고 친척들도 그렇게 얘기했고 가장 중요한 건 아빠의 다짐이었다.

약간의 행운 덕택에 나는 뮤지얼의 싸인이 있는 공을 얻을 수 있었다.
어떤 신참선수 하나가 우리 할머니가 근무하던 병원에 입원했는데
할머니가 그 선수에게 내 이야기를 해주셔서 뮤지얼의 싸인이 있는 공을
얻어다 준 것이다. 그 공은 뮤지얼이 실존인물이라는 명백한 증거였다.

그 날 저녁 우리는 카디널스과 LA다저스의 경기에 갔다.
내가 그 공을 너무 열심히 움켜쥐고 있었기에 옆자리에 있던 사람이
물었다.
‘새 공이니?’
‘넵.. 싸인도 있어요.’ 나는 놀리는 것처럼 대답했다.
‘누구?’ 궁금한 듯 그가 물었다.
‘더 맨!’ 나는 자랑스레 말했다.
‘그럴리 없어.’
‘맞아요’
‘믿을 수 없는걸.’
‘보세요.’ 나는 그에게 공을 넘겨주었다.
‘와우! 내 당장 20달러를 줄게 내게 팔렴!’
1955년의 20달러는 열 살 소년에겐 금덩어리나 같았다.
‘안돼요. 도로 주세요!’ 나는 그에게 말했다.
‘얘야.. 넌 지금 야구공 모습의 꿈을 움켜쥐고 있는 거란다.
잘 간직하렴!‘ 그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공을 포켓 깊숙이 집어넣으며 결심했다. 이 공은 내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보물이라고..

다음날은 내겐 너무나 중요한 날이었다. 바로 더맨을 만나는 날이기 때문이다.
문을 향해 걸어가면서 나는 거의 졸도할 지경이었다.
‘이 안에 있을 거야.’ 아빠는 이렇게 말하며 문을 노크했다.
문이 열리며 그 자리에 정말로 스탠 더맨이 서 있었다.
잠옷 가운을 걸친 채.. 아빠는 그에게 자신과 나를 소개하고 얼마 전 공을
싸인해준 장본인이 나라는 것도 설명해 주었다.

그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 똑같았다. 진지하고 친절했으며 강한 느낌이었다.
그는 보통 어른들이 아이를 볼 때와는 다른 표정으로 진지하게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우리는 하나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꼈다.
바로 야구라는..
그는 내게 야구 실력은 어떻냐고 물어왔다. 나는 좀 과장해서 뻐겼다.
스탠 옆에선 그래야 할 것 같았다. 나는 나도 위대한 야구선수처럼
생각되었다. 그는 나를 이해하는 듯 했다.

LA로 돌아오는 길은 너무나 빨리 지나갔다. 내가 친구들에게
세인트루이스에서의 일을 얘기했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다.
친구들은 그런 현실은 존재할 수 없다고 우겼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사실임을, 그리고 그 야구공과 그 만남 그 느낌이 항상 나의 것임을
알았다. 나이가 들수록 나는 그 보물을 남들에게 보이지 않게 되었다.

수많은 시즌이 흘러갔다. 팀들은 수없이 이겼고 선수들은 방출되었다.
은퇴도 있었고 새로운 루키도 나타나고 새로운 우상들도 생겼다.
아버지도 돌아가셨다. 살아계셨을 때처럼 사후에도 그렇게 지내시기를
바라사시며..
아버지의 마지막 유언은 관에 카드 한 벌.. 잭 대니엘 한 병.. 그리고
가장 중요한 야구공 한 개를 같이 묻어달라는 것이었다.  
(**역주: 잭 대니엘 - 우리의 '참이슬'정도? 중산층이 즐겨 마시는 양주.
여인의 향기에서 알 파치노가 찾던 그 술...)

그는 잊지 않았던 것이다. 어디를 가던지 절대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가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장례식 날.. 카드와 위스키는 준비되었다.
세 번째는 야구공이었다. 나는 그것이 내가 20년 간이나 아껴오던
그 공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애당초 스탠 뮤지얼을 만난 것도 아빠 때문이었기에 나는 그 공이
아버지와 함께 있어야 될 것처럼 느껴졌다. 물론 그 공이 그리워질
것이다. 어떤 이는 너무나 큰 희생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들에게
그렇지 않음을 열심히 설명했다.
그 공은 이제 제 자리를 찾아간 것이다.

--
또다시 수많은 스프링 트레이닝과 뜨거운 7월 햇볕 그리고 무수한
연장이닝이 지난 후.. 여동생 캐시가 나에게 아빠 대신 결혼식에
서달라는 부탁을 했다. 나는 기뻤다. 내가 여동생을 아버지를 대신해
시집 보낸다는 사실이 너무나 영광으로 생각되었다.

여동생 결혼 전날.. 우리는 리허설 디너를 위해 고급 프랑스 식당으로
갔다. 저녁이 깊어지며 그 순간에 대한 감격도 깊어져갔다. 수많은
짤막한 연설들도 있었고.. 무언가가 특별한 일이 벌어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내 여동생은 항공사 스튜어디스로서 84년 시즌에는 다저스팀과 함께
여행을 많이 했다. (**역주: 미국은 지역이 워낙 광활해서 야구팀들은
전용비행기가 따로 있죠. 물론 돈없는 구단선수들은 그냥 일반선을 타지만..^^)
저녁 식사 후 그녀는 남동생에게 결혼식 참석을
감사하며 다저스팀 전체의 사인이 있는 야구공을 선사했다.

다음으로 내가 선물을 받을 차례가 되었다.
그녀는 다저스의 토미 라소다 감독(**역주: 박찬호를 발굴해냈던)과 함께
여행을 했다는 것, 그리고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돌아오는 길에
나의 스탠 뮤지얼 야구공 얘기를
그에게 해주었다는 말을 했다.
그녀는 그 이야기를 끝내기가 너무 힘들었다는 얘기도 했다.
중간중간 북받치는 감정을 추스르노라..
그리고 그 이야기를 라소다 감독이 너무나 쉽게 이해하는 것도 놀라웠다고
말했다.
‘내가 그 야구공을 돌려줄께요.’ 그는 그렇게 동생에게 말해주었다.
라소다는 그녀에게 그 자신도 아버지와 아주 특별한 관계였다는 것..
그리고 그의 아버지가 묻힐 때에도 야구공을 함께 묻었다는 얘기를
해주었다고 그녀가 말했다.
라소다는 동생에게 그의 야구인생, 야구에서의 성공, 그리고 야구사랑
모두가 그의 아버지로부터 왔다는 얘기도 해주었다.

뮤지얼의 친구이기도 했던 라소다는 그에게 전화를 걸어 그 야구공
얘기를 해주었다. 뮤지얼은 새로 싸인한 공을 라소다에게 보내주었다.
그리고 그 공은 다시 동생에게 우편으로 배달되었다.

나는 그녀가 공을 들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새로 공을 하나 얻었어요, 오빠.’
그녀는 이렇게 말하며 내게 공을 던졌다.

집에 돌아오며 나는 다시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뱃이 공을 때리는 소리와 관중의 함성이 들리는 듯 했다.
55년 세인트루이스에서 내 옆에 앉았던 남자가 생각났다.
  
‘새 공이니?’
‘넵.. 싸인도 있어요.’ 나는 놀리는 것처럼 대답했다.
‘누구?’ 궁금한 듯 그가 물었다.
‘더 맨!’ 나는 자랑스레 말했다.
‘그럴리 없어.’
‘맞아요’
그리고는 그가 말했다.
‘얘야.. 넌 지금 야구공 모습의 꿈을 움켜쥐고 있는 거란다.
잘 간직하렴!‘
그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꼭 그럴 것이다.

- Patrick Thomp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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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addang
02/10/19 11:20
수정 아이콘
감동 ㅠ.ㅠ
02/10/19 11:30
수정 아이콘
야구는 위대합니다. 암요.
홍유민
02/10/19 12:03
수정 아이콘
스카티님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미국은 참 그런게 부럽죠. 젊은이들이 나이트클럽이나
PC방, 오락실을 쏘다니는게 아니라 야구장, 농구장등
어렸을적부터 스포츠를 즐깁니다. 생활의 한 파트죠.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네로울프
02/10/19 13:14
수정 아이콘
아..멋지군요..스카티님..하지만 브레이브스와 양키스의 월드 시리즈보단
엔젤스와 자이언츠의 월드 시리즈가 더 감동적이라는 생각을...^^;;
minyuhee
02/10/19 17:28
수정 아이콘
호오. PC방과 게임센터가 스포츠센터에 비교할 수 없다는 말씀이십니까? 심하게 말하면 빈민 천명의 목숨을 살릴 수 있는 거금을 독차지하는 스포츠스타가 말입니까?
crossofiron
02/10/19 19:42
수정 아이콘
조선일보 기자포럼 중 'MLB 뒷이야기'의 mysQ님 글인디...
설마 스카티님이 mysQ님?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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