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3/12/03 21:50:24 |
Name |
미남불패 |
Subject |
[잡담]이성론 |
친구 : 이보시게 친구. 우린 왜 여자친구가 없는걸까?
나 : 우린 좀 특이한 케이스지. 거울을 봐도 그 답이 안나오거든...
친구 : 그러게 말이야. 우리가 도대체 뭐가 모자란걸까.
나 : 내 생각에 '킹카솔로의 법칙'때문이 아닌가 하네.
친구 : 그건 또 뭔가?
나 : 저쯤되는 남자라면 응당 여자친구가 있을거라는 생각을 우리가 만난 모든 여인들이 가져버린걸세.
친구 : 그렇군. 그런거였어.
주위 친구들의 참다못한 구타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대화는 이어진다.
친구 : 그럼 우린 누굴 사귀어야 하나?
나 : 당연히 '퀸카솔로의 법칙'에 해당되어 외로움에 고통받는 불특정1인의 낭자가 우리의 반려자가 되야 겠지.
친구 : 어디있을까... 내 반쪽은.
나 : 어딘가 우리랑 같은 생각을 가진채로 살아가고 있을거란 믿음을 버리지만 않는다면 언젠간 만날걸세.
친구 : 난 믿어볼라네.
나 : 나역시... 다만 어차피 만날거라면 빨리나 만났으면 좋겠군. 기다림에 늙고 지쳐 쓰러지지 않게.
친구 : 노망나기 전에..
나 ; 벽에 똥칠했을때 손씻어줄 누군가를 만나야 겠지.
이렇듯 나와 친구가 이성을 논할때는, 일단 귀머거리 아니면 못들어줄 자화자찬, 유유상종,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서로를 토닥여 주는걸로 시작한다. 그러다 문득 대화가 끊겼을때는 대전차크레모어의 후폭풍만큼이나 강력한 '허무함'이 우릴 감싼다.
군대 갔다온 목마른 사슴에게 우물은 쉬이 허락되지 않았던 것이다.
대화는 흐린 기억속에 여인들을 회상하는 걸로 이어진다.
나 : 때는 바야흐로 나 재수하던 시절일세.
친구 : 흠...
나 : 학교처럼 운영되던 학원이라 담임도 있고 실장도 있었지.
친구 : 근데?
나 : 처음봤을땐 별다른 감흥 없었네. 그냥 키작고 통통한 아낙네일 뿐이었지... 실장님은 말이지..
친구 : 그래서...?
나 : 그러다 문득 그녀의 웃는 모습을 봤다네.
친구 : 그래, 웃는 모습에 반한건가?
나 : 몹시 보기 좋았네. 그녀의 웃음을 언제까지나 지켜주고 싶다는 느끼한 생각 같은거 없이 그냥 가끔 잠시 잠깐 그녀의 웃음을 보는 것만으로도 재수생활의 스트레스는 풀리는 듯 했지.
친구 : 자넨 재수할때도 아무 근심걱정없이 잘 살지 않았던가? 맨날 워3했던걸로 기억되는데...
나 : 아, 뭐... 그거야 그렇네만... 암튼~! 자네 재수생과 보디가드의 공통점이 뭔줄 아나?
친구 : 뭔가?
나 : 사랑에 빠지면 안된다는 걸세.
친구 : 헐~~
나 : (공부는 개뿔도 안했네만)재수생이라는 자격지심이 그녈 향한 내 관심을 숨기게 만들더군.
친구 : 안타까운 일이야.
나 : 내 소심함을 자극했던 두번째 요소는 그녀 옆에 앉아있던 한 남자 때문이었네.
친구 : 그넘 잘생겼던가?
나 : 축구선수 이영표를 닮아있었지.
친구 : 좀 생겼겠네.
나 : 남녀같이 앉는 문화가 절때 아니었던 우리반에서 두 사람이 아무사이도 아닐거라고 보는건 크게 무리가 있었지.
친구 : 그렇겠군. 그럼 담담히 포기하지 그랬나.
나 : 그녀의 웃는얼굴... 얼마나 고왔는지... 당신은 알기나해 아냔 말야...
친구 : 중증이군.
나 : 아직도 그녀의 웃는 모습을 떠올릴때면 가슴 한귀퉁이가 폭삭 무너진다네.
친구 : 통증이군.
나 : 그녀는 나란 사람 기억도 못할거야. 재수생활 몇달동안 둘이 나눈 대화가 한손으로 꼽을 정도니...
친구 : 짜증이군.
나 : 언젠가 실장이 나한테 와서 그러더라고..
친구 : 오~~~ 뭐라던가?
나 : 오늘 주번이라고...
친구 : 주번?
나 : 칠판닦는 보직일세.. 하루동안
친구 : 그럼.... 오갔다는 대화라는게...
나 : 오늘 주번이에요. 내일까지 모의고사비 내주세요... 이런식이었지.
친구 : 켁~!! 그걸 대화의 범주에 넣는건 무리가 있어 보이는군.
나 : 그 짧고 건조한 듯한 대화중에도 충분히 교감이 이루어 질 수 있다네.
친구 : 교감이라... 그녀도 그랬을까?
나 : 그랬을수도.. 아니었을지도..
친구 : 헐... 친구... 왜 이리 못나게 구시나. 괜한 미련 갖지 말고 쿨하게 잊어버리시게.
나 : 남자의 순정일세.
친구 : 그렇게 근거없이 미련갖는건, 미련한 집착일 뿐일세. 순정은 개뿔이...
나 : 흠.... 나.. 사실 그녀가 지금 어디있는지 알고 있다네.
친구 : 헐~!! 그래? 그래 그녀는 어디사는건가?
나 : 나랑 같은 하늘 아래 산다네.
친구의 절규를 뒤로하고 담배를 꺼내어 문다. Out of sight, Out of mind라 했던가.
친구에게 말한것처럼 내개 그리 많은 미련이 남은건 아니다. 이젠 그저 막연한 '좋은 느낌'정도... 길을 걷다 우연히 그녀를 만나는 상상은 많이 했었는데, 지금이라면 담담히 '혹시 예전에 00학원 다니지 았았어요?'라고 물어 볼 수 있을것 같다. 괜히 반가운 척 친한척은 하지 않으련다... 그녀가 날 기억할 확률은 지금도 한없이 0에 가까워 지고 있을테니까...
킹카솔로의 법칙이 우리 이성교제를 가로막는 이유가 될 수 없음은 나나 친구나 뼈저리게 잘 알고 있다.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건 의욕과 용기가 아닐런지...
짜투리. 넘치는 피를 주체못해 간만에 헌혈을 하고나서, 이런저런 사은품중에 생각없이 영화표를 고르긴 했는데... 같이 볼 여인이 없는 현실을 비관하며 쓴 글입니다. 올 크리스마스에는 성탄절용 화투짝이 출시됐으면 좋겠습니다. 비광에 산타할부지가 우산대신 선물보따리들고 있다던가, 풍의 사슴이 썰매를 끈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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