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3/11/19 22:41:02
Name Love of Zerling
Subject 어떤 기인과의 만남....
피곤한 하루 일상을 끝내고 퇴근 길 지하철에 몸을 실었습니다.

너무 오랜기간 동안 혼자 나와 탄 탓일까(대학때 까지 포함하면 벌써 10년 가까이 혼자 자취생활을 하고 있네요)

요즘은 몸 여기 저기가 조금씩 안 좋은것 같은 기분이 들고 있습니다.

한달가까이 터지는 기침 병원에도 가고 담배도 줄여봤지만 여전히 기침에 고생을 하고 있네요

오늘도 지하철에 몸을 실고 터져나오는 기침에 괴로워하며 집으로 향하는 길이었죠.

그렇게 기침을 하며 책을 읽고 있는데 갑자기 옆자리에 앉은 중년의 남자분이

저한테 "손좀 줘봐" 이러시더 군요.

'어? 손  이 아저씨가 같은 남자끼리 왠 손을 달라고 하지. 내손이 원래 이쁘긴 하지만  ....'

속으로 궁시런 거리면서 조금 황망한 얼굴로 그 아저씨 얼굴을 쳐다봤지요.

그 아저씨는 "손 줘 봐" 이러면서 제 오른쪽 손을 잡으시더군요.

어 뭐야 하면서 그 아저씨를 바라보니, 아저씨는 제 가운데 손가락 손등 마디 아랫부분을 누르시더니

"아프지?" 이렇게 물으시더군요.

"아저씨가 그렇게 꽉 누르는데 아프지요 "

아저씨는 아무말없이 가방을 뒤적 거리시더니 조그만 상자를 꺼내시고는 네모난 반창고 같은것을

가운데 손가락 마디 아랫부분에 붙이시면서 "아플거야" 그러시면서 꽉 누르시더군요.

침을 맞을때 느끼는 그런 미세한 아픔이 전해졌습니다.

아저씨는 열심히 누르시더니 저한테 "이제 기침 해봐.. 안 나올걸"

이러시더군요.

정말 아저씨가 그걸 붙이신 후에는 기침이 잘 안나오면서 조금 몸이 가벼워 진듯 했습니다.

아저씨는 제 손을 살펴보시더니 제가 한달 전쯤에 문사이에 껴서 일부가 꺼멓게 죽어버린

제 네번째 손가락의 손톱 부분을 보시면서

"쯧쯧. 이것 때문에 기침이 심해진거야. 앞으로는 조심해. 이틀간 이거 붙이고 있어"

이러시더군요. 그리고 다시 고서적같은 책 속으로 빠져드시더군요

전 황망한 마음에 그저 감사하다는 말밖에 드리지 못했구요.

이글을 쓰고 있는 지금 기침이 많이 줄은걸 느낍니다. 손에는 아직 붙여주신 침 같은 반창고가 붙어있습니다.

참 고마우신 분이었는데 당황해서 그저 고맙다는 인사밖에 드리지 못했네요.

살아가다보니 이런 기이한 만남과 도움을 받네요.

전혀 기대치 않은 곳에서 만나는 도움과 친절에 기분좋은 저녁입니다.

아저씨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분홍색도야지
03/11/19 22:45
수정 아이콘
와~ 가슴이 따뜻해져 오는 걸 느낄 수가 있네요. 세상은 이래서 아직까지 살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아요. 아... 저도 누군가에게 위의 글에 아저씨같은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03/11/19 23:23
수정 아이콘
전에 어머니께서 수지침을 배우신다며,
수지침에 관련된 각종 재료(?)들을 사오셨던적이 있습니다.
당시에 제가 배가 아파서 혼자 누워 있는데 어머니께서 저에게 실험을 해보신다며...
책 한권과 크기가 제 각각인 동그란 반창고를 가지고 오시더군요.
제 손을 쥐고 책을 살피시더니 이곳 저곳을 눌러 보신후에,
손바닥 어느곳에 붙여 주셧던것이 기억 납니다.
그때 하시는 말씀이 사람의 손과 발만으로 몸 전체의 상태를 알수가 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몸이 조금씩 좋아 지는걸 느끼면서 "역시 엄마 손은 약손이야~" 했던 기억이 있네요.
(그런데 왜 갑자기 엄마손이 약손이란 얘기로 흘렀을까요 ㅍ.ㅍ;;)
03/11/19 23:44
수정 아이콘
다시 그분을 뵙는다면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해드리세요!
쉬면보
03/11/20 03:15
수정 아이콘
우와.. -_- 내 허리에 침좀 놔주시... (퍼퍽!)
물빛노을
03/11/20 08:21
수정 아이콘
수지침 내지는 지압으로 생각되네요^^;
03/11/20 10:52
수정 아이콘
내공이 생기셨을지 모르니.. 한번 단전에 힘을 집중해보세요.
퍽퍽 ㅡ_ㅡ;;
아름다운달
03/11/20 10:59
수정 아이콘
저는 중학교때 꾀병으로 담임선생님께 두통이 심하다고 조퇴를 요청했읍니다. 선생님의 표정이 분명 ㅡㅡ이러셔야되는데 ^ ^이러시는 것이었읍니다. 교무실로 좀 와봐라~해서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드디어 성공이다
했는데 갑자기 서랍에서 여러가지 바늘을 꺼내서 제 오른손 왼손을 여러각도로 조준하셔서..ㅡ.ㅜ..이러고 있으면 한30분이면 괜찮아질거다..
가뜩이나 주사도 무서운데...제무덤을 판 거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15136 [잡담]최근에 나를 전율케 한 것(?)들 [10] 지붕위10046153 03/11/20 6153
15135 조정현님 새소식 [30] cotmool8068 03/11/20 8068
15134 3년간을 기다린 앨범.. [33] 새로운시작5583 03/11/20 5583
15132 [잡담]교회....... 다닐까......요? [27] 박아제™4208 03/11/19 4208
15131 내 생애 최대의 용기! [10] eritz4058 03/11/19 4058
15129 메가웹에 처음 갔었던 날.. [9] DesPise4234 03/11/19 4234
15128 어떤 기인과의 만남.... [7] Love of Zerling3816 03/11/19 3816
15126 편법을 불법일까요?+잡담 [9] 날아라 초록이3038 03/11/19 3038
15125 바쁜 프로게이머들 [8] 라누4952 03/11/19 4952
15124 진남선수의 영장. [27] 혈향_血香★7314 03/11/19 7314
15123 방금 한 남자에게서 혼인신고서를 받은 19살 소녀의 기분... [30] 분홍색도야지6369 03/11/19 6369
15122 아.. 그만둘 수 없는... [8] 프토 of 낭만3162 03/11/19 3162
15121 감량이 뭔지 아시는지.. [6] 이병호2841 03/11/19 2841
15119 MBCgame 아마추어대회및 OnGamenet알바모집 [3] 투덜이스머프4032 03/11/19 4032
15116 [잡담] 군인 이라는 이유로... [16] 4aK3472 03/11/19 3472
15115 어제 최연성 선수 경기를 보고..... [8] 양준4583 03/11/19 4583
15114 [잡담] 또 다른 게임이야기 [1] TheMarineFan2874 03/11/19 2874
15113 얘아, 부엌칼 좀 줄래? [6] 세츠나3441 03/11/19 3441
15110 [잡담] 금연 [10] Eternity2762 03/11/19 2762
15109 [잡담] 아래분의 글을 읽고 문득 최연성 선수에 관해.... [69] RM6243 03/11/19 6243
15107 최연성 선수.. 나 당신을 사랑하게 될 것 같습니다. [12] 분홍색도야지4976 03/11/19 4976
15106 퍼옴))추억의 스타크래프트 기사 [12] 랜덤테란5130 03/11/19 5130
15105 온라인 커뮤니티 비엔날레를 개최한다고 합니다. [4] DefineMe2669 03/11/19 2669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